‘치고 나온’ 안철수 대권플랜

더 이상 철수 없다…무조건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야권잠룡 및 여권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뚫고 과연 정권을 잡을 수 있을까. 정치권에 모진 풍파를 겪으면서 ‘간철수’에서 ‘강철수’로 변모한 그가 보여줄 대권 플랜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달 28일, 광주광역시의 한 식당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정치를 바꾸고 국민의 삶을 바꾸고 시대를 바꾸라는 명령을,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반드시 정권 교체하라는 명령을 가슴 깊이 새기고 제 모든 것을 바칠 것”이라며 사실상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특히 호남의 심장부인 광주서 대권도전을 선언한 것을 두고 야권 지지층을 향한 ‘상징적 메시지’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지난 20대 총선서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을 제치고 전남서 전석(13석)을 가져오면서 호남의 당으로 거듭났다. 안 전 대표는 이러한 지지세를 기반으로 대선가도를 달려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가장 먼저 선언
싱크탱크 재정비

같은 날 무등산에 오른 그는 “무등산 기슭에 도착하면서 시대정신을 생각했다”며 “소명의식과 사명감으로 시대정신을 이루기 위해 저와 국민의당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정치권 일각서 주장하는 ‘새누리당과 안철수의 결합’ 가능성을 완전히 불식하는 행보임과 동시에 더민주와의 정면대결을 통해야권 소속의 대권후보로 발돋움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안 전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등 보폭이 빨라진 데는 야권의 대표적인 경쟁자인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사실상 대권 행보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7월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을 마치고 귀국해 독도·백령도를 찾으며 ‘안보 행보’에 나서는 등 의미 있는 발걸음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국민의당 박선숙·김수민 의원이 지난달 10일 불구속 기소로 파문이 일단락되면서 안 전 대표의 정치적 활동 반경이 넓어졌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안 전 대표는 지난해 말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각을 세우고 탈당하면서 국민의당을 세우고 정치권의 염려에도 국회에 제3정당을 안착시켰다. 창당과 동시에 ‘안철수당’이라는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4·13총선을 통해 정치력을 일정 부분 증명했다. 다만 지난 6월29일 국민의당 리베이트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이후 줄곧 현실 정치권과 거리두기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직을 내려놓은 지 8일 만인 지난 7월7일에는 첫 외부 행보로 한국경제 해법 찾기 조찬강연을 실시하면서 조심스럽게 민심다지기에 나섰다. 그는 강연서 ‘복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바둑에서 중요한 게 복기”라며 “고수일수록 복기를 통해 내가 어떤 수를 뒀을 때 예상한 대로 됐는지, 안 됐는지 살펴봐야 차츰차츰 실력이 발달하는 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러 차례 부침을 겪은 안 전 대표는 지나온 길에 대한 ‘복기’를 내년 승리의 화두로 제시한 셈이다.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가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풀어야할 선결조건으로 인재풀 재정비와 청년 지지세 회복을 꼽는다.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에는 300여명이 집결해 있었지만 지난 7월까지 측근 그룹이 줄줄이 이탈하며 3분의1 규모로 축소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달 16일 안 전 대표는 자신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내일)의 사원총회에 참석해 2기 임원진을 구성하면서 인재풀 재정비에 나섰다. 대선을 1년여 앞두고 대선 공약 등을 마련할 기지를 구축한 셈이다.

안 전 대표는 사원총회서 “지난 3년간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며 “처음 정책네트워크 '내일’을 만들었을 때 초심으로 돌아가서 변함없이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새 출발하자는 각오를 저 스스로도 다시 다지게 된다”고 말했다.

호남 심장부 광주서 출마 공식 선언
인재풀 재정비·지지율 회복에 집중


‘내일’의 이사장은 안 전 대표의 후원회장인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최 교수는 주일대사를 지낸 정치·외교 전문가로 통한다. 실무는 안 전 대표와 대선 캠프 때부터 함께 한 박원암 홍익대 경제학과가 맡았다. 이사에는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학과 교수와 이성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선임됐다. 안 전 대표는 이사에서 물러나 고문을 맡는다.

이번 이사진 개편은 본격적인 대선 국면을 앞두고 대선 정책을 준비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최 이사장은 “‘내일’이 안 전 대표의 대선 싱크탱크 역할을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연구의 목적은 우리가 개발하고 생산한 정책이 국가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안 전 대표가 그것을 하실 수 있는 분이라고 믿고 본인도 그것을 수용할 것이다”라고 밝혀 안 전 대표에 힘을 실어 줄 것을 직접적으로 내비쳤다. ‘내일’이 안 전 대표의 사조직 겸 싱크탱크의 역할임을 부정하지 않은 셈이다.

안 전 대표는 사조직 재정비를 통해 내년 대선을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내년 대선을 바라보는 안 전 대표는 여야의 유력 대선 후보로 손꼽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문 전 대표에 비해 지지율이 낮다. 정당지지율도 리베이트 파문 이후 곤두박질 친 상황이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전남 나주서 열린 ‘안철수와 함께 찾는 대한민국 희망’ 대화마당에서 한 지역주민이 “대선 승리를 위해 정당지지율이 계속 올라가야 하는데 매스컴을 보면 호남뿐아니라 수도권서 한 자릿수도 안된다”고 말하자 “사실 여론조사보다 정말로 정확한 것이 총선 민심, 표로 나타난 결과”라고 일축했다.
 

이어 “우리들은 정당지지율로 두 번째 정당”이라며 “그것은(총선민심) 정치인들이 엄중히 받아들여야 될 의무가 있다. 거기에 따라서 정말 최선을 다해 정치를 이끌어나가겠다”고 부연했다.

다만 본인의 격앙된 어조를 의식한 듯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지만 엄중하게 생각한다”며 “총선 민심은 아직까지 살아있다. 우리가 그 기대만큼 부응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걱정 끼쳐드리지 않도록 정말 열심히, 저도 열심히 다니며 해결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총선민심이 국민의당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낌과 동시에 현재 떨어진 지지율 회복을 위한 방법 찾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외연확장 집중
충청표 잡아라

그는 내년 대선 준비의 일환으로 인재풀 정비와 지지율 회복이라는 기초체력 키우기와 함께 외연확장에도 본격적으로 힘을 쏟고 있다. 외연확장 방법으로 손학규 전 고문과 정운찬 전 총리 등 굵직한 인사들의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손 전 고문 영입에는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는 안 전 대표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앞장선 모양새다.

지난달 27일, 박 비대위원장은 전남 강진의 한 식당서 손 전 고문을 만났다. 박 비대위원장은 손 전 고문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안철수 전 대표도 손 전 고문을 영입한 뒤 강한 경선을 통해 꼭 정권을 교체하자는 애기를 했기 때문에 손 전 고문에게 (국민의당에)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직접적으로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새누리당은 ‘친박’당, 더민주는 ‘친문’당이기 때문에 열린 정당인 국민의당에 들어와 강한 경선을 통해 정권교체의 기틀을 만들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막걸리 회동’으로 불리는 이번 만남은 지난 6월3일 목포서 열린 ‘이난영 가요제’가 끝나고 비공개로 독대한 이후 두 달 보름여 만이다.

앞서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16일, 정 전 총리와 손 전 고문에게 “본인들이 스스로 대선 (후보) 경선 룰을 만들어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다만 정 전 총리가 같은 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더민주·국민의당 모두와 전혀 접촉이 없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박 비대위원장은 “간접적으로 이야기했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그분들(손학규·정운찬)이 원하신다면 비대위원장이든 당 대표건(줄 수 있다)...”이라며 이들에 대한 영입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박 비대위원장의 말처럼 손 전 고문과 정 전 총리가 국민의당에 합류한다면 경선 흥행에 청신호가 들어올 전망이다.

수도권 및 전국적으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손 전 고문과 교수 출신의 국무총리를 지내며 동반성장에 화두를 던진 바 있는 정 전 총리가 국민의당에 합류하게 된다면 안 전 대표와 삼각편대를 구성하게 된다. 이는 자신이 구축한 세력권 안에 대권 잠룡들이 들어와 겨루는 모양새로 안 전 대표에게는 불리할 것이 없는 싸움이다.

연대는 없다?
단일화 없다?

박 비대위원장이 손 전 고문과 정 전 총리에게 당 대표를 줄 수도 있다는 큰 제안을 하고 있지만 이는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포석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의 또 다른 외연 확대 방법으로 오는 9일 예정된 김종필 전 총리와의 만남도 거론된다.

지난달 31일 국민의당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총리와 안 전 대표, 박 비대위원장은 오는 9일 서울 시내 한 호텔의 식당서 ‘냉면 오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 알려진다. 회동은 김 전 총리가 지난달 19일 인사차 자택으로 찾아온 박 위원장에게 제안한 것이다.
 

이번 만남으로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시동을 건 안 전 대표의 지지세력 확장에 방점을 찍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충청권 정치의 상징으로 불리는 김 전 총리와의 만남을 두고 충청권 표심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가 줄곧 주장하는 야권 연대에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안 전 대표와 문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서 단일화를 이룬 적이 있었다.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서 문 전 대표는 여론조사 문항으로 야권단일후보 지지도를 주장했고, 안 전 대표는 당시 박근혜 후보와의 일대일 가상대결을 선호하는 등의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지난 2012년 당시 안 전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문 전 대표 지지를 선언했지만 앙금은 남아있었다. 이후 지난 1월 문 전 대표와 갈등을 또다시 겪으면서 안 전 대표는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하기에 이른다. 최근에는 문 전 대표가 지난 대선 과정과 같이 야권연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달 18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이 진행됐다. 문 전 대표는 추도식 뒤 기자들에게 “지난 총선 과정에서 야권이 서로 경쟁했지만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뜻을 함께하게 되리라고 믿는다”면서 “저희(본인과 안철수 의원)가 어떤 방식이든 함께 힘을 모아서 반드시 정권 교체를 해낼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고 했다.

충청 표심 겨냥 손학규·정운찬 영입 박차
야권 연대 선긋기 “제3의 길을 만들겠다”

그러나 안 의원은 문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고 “김 전 대통령의 혜안이 그립다. 김 전 대통령이 남긴 말과 원칙을 명심해 위기와 난국을 꼭 극복하겠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지난달 28일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 전 대표는 지난 30일, 야권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정치인들은 민심이 바뀌었는지도 모르고 몇십년 전 생각만으로 여전히 ‘산수’만 한다”고 말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같은 날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선 “내년 대선은 수구보수와 낡은 진보의 양극단 대 합리적 개혁과의 대결이 될 것”이라며 “국민은 지난 총선서 제3의 길을 만들고, 정권 교체의 기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도 야권 단일화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안 전 대표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박 위원장은 지난 6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서 “내년 대선에서는 이전처럼 야권 단일후보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인위적인 단일화는 없겠지만 10·11월쯤 되면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후보를 정해주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는 “만일 다자구도로 대선이 전개된다 해도 정권교체는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대선서 야당이 승리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야당의 뿌리는 호남이다. 호남의 승리 없이는 대선승리도 없다”며 “지금 우리는 (수권 정당의) 조건을 갖춰가고 있다. 야권후보 단일화 없이 3당 또는 4당 체제로 대선이 펼쳐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안 전 대표는 국민이 만들어준 제3의 길을 대표하는 대선주자로서 완주하려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비박·비문·국민의당이 합류하는 ‘제3지대론’이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다. 제3지대론 참여 여부에 대해 안 전 대표는 “총선 민심이 저희를 세워주셨는데 이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은 총선 민심에 반한다”며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국민의당 중심의 새판짜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그는 “총선 의미를 잘 짚어보면 거대 양당에 대한 심판으로, 지난 총선에서 나타난 도도한 민심의 흐름이 내년 대선서 폭발할 것”이라며 “투표율도 엄청나게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가 적임자”
정권교체 강조

최근의 안 전 대표의 빨라진 행보를 두고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더 넓고, 더 깊게 국민 속으로 들어가고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론을 다듬어낼 것"이라며 "지지자들에게도 안 전 대표가 정권교체를 이룰 적임자라는 메시지도 일관되게 낼 것"이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드’ 안철수 생각은?

지난 7월10 성명, 12일 의원총에서 안 전 대표는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론화 과정’ ‘사회적 합의’를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공론화 과정에서는 사드 체계 도입으로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이며, 잃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다른 대안은 없는지에 대해 철저하게 국익 관점에서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에 비준동의안 제출도 제안했다. 그는 “국회에서 사회적 공론의 장을 열어야 한다”며 “국가안보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 소중함이 일방통행으로 지켜질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덧붙였다. <훈>

<기사 속 기사> 국민의당 최초 도입 ‘전당원투표제’란?

국민의당이 정당사상 처음으로 ‘전당원투표제’를 전면 도입했다. 당비를 내는 당원, 내지 않는 당원에 차별을 두지 않고 모든 당원에게 1인 1표를 보장하는 것이다. 지난 1일 국민의당 박주선 당헌당규개정위원회 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당사상 처음으로 국민의당 차기전당대회와 대선후보선출 과정에서 전당원투표제가 실현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은 ‘권리당원’ ‘일반당원’ 등의 명칭을 모두 삭제하고 대의원제도를 폐지키로 했다.
이밖에 국민의당은 당대표와 최고위원회는 총 11인으로 구성하고 당 대표와 최고위원은 통합선거로 선출, 여성과 청년의 부문 대표성을 존중해 여성위원회와 청년위원회에서 선출한 여성위원장과 청년위원장을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토록 개정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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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