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구 광주 동아파 둘러싼 소문과 진실

두목급 사단 대거 상경… 수상한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폭력조직 동아파에 대한 루머가 돌고 있다. 바로 엔터테인먼트 사업까지 진출했다는 것. 1인 기획사로 홀로서기에 나선 광주 출신 탑스타의 소속사 구성원들이 동아파의 조직원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전성기를 지나 세력이 약해진 동아파가 새로운 사업으로 부활을 꿈꾸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소문의 진실은 무엇일까? 동아파에 대해 파헤쳐 보도록 한다.

광주의 폭력조직은 1960년대 청소년 폭력조직인 행여나·케세라·오케이 등의 조직서 출발한다. 오케이 조직이 일찌감치 조직싸움에서 밀려나고 행여나가 케세라에 패배한 뒤 조직을 변신시켜 출발한 것이 ‘동아파’다.

새로운 돈벌이
눈씻고 찾는다

이 동아파는 다시 분리돼 광주 동아파, 서울 동아파, 나주 동아파를 형성하고, 동아파의 한 분파가 분리돼 OB파를 형성, 두목인 이동재가 서울로 상경해 3대 패밀리 중 하나를 형성했다. 동아파는 대호파와 더불어 1960년대 광주 주먹계를 양분했던 조직으로 충장로파로도 불리는데 1969년 두목 전모씨가 구속되면서 대호파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게 됐다.

서울에서 ‘최고 잘 나가는 주먹’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문모씨. 광주 송정리 출신인 그는 1990년대 초 해외도박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적이 있는데, 그 후 건설업과 사채업에서 큰돈을 벌어 최근 벤처업계에도 진출했다. 당시 검찰은 그를 동아파의 실질적인 두목으로 여겼다.

그에 대해서는 상반된 소문이 있는데 지금도 한 번에 200명가량의 부하를 동원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는가 하면 신앙생활과 사업에 전념하면서 주먹계를 떠나기 위해 노력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부 고위직을 지낸 P 의원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서울 강북지역서 활동하는 김모씨는 동아파 실세로 통하는데, 문씨 직계인 그는 1990년대 초 ‘범죄와의 전쟁’ 당시 구속돼 실형을 살았다. 상가 분양 등으로 수백억원대의 재산가가 된 그는 역시 P 의원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계보상’ 동아파 두목인 또다른 문모(50)씨는 2001년 검찰에 구속되며 동아파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세력은 약해졌지만 동아파 소속들의 범죄행위는 계속해서 적발됐다. 2014년 6월 아파트 분양 현장서 인테리어 업자 등을 상대로 억대 금품을 뜯어낸 조직폭력배들이 무더기로 검거된 사건이 있었는데 검거된 폭력배 중 최모씨는 동아파 두목이었다.

최씨 등은 2011년 5월부터 3년 동안 서울·경기 일대에 있는 LH와 SH 아파트 입주관리 현장서 인테리어 업자 46살 이모씨 등에게 광고비나 자릿세 등의 명목으로 모두 1억7000여만원을 가로챘다.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 소문
유명스타 소속사 조직원 투입

이들은 경호 관련 유령회사를 세워 아파트 건설사와 계약을 맺은 뒤 입주관리 현장에 진출해 SH공사서 파견된 직원인 것처럼 행세하며 인테리어업자 등에게 돈을 받아냈다. 또 요구한 돈을 주지 않을 경우 폭력을 행사하거나 인테리어 시공 계약서를 빼앗아 다른 업체에 넘기기도 했다.

2011년에는 흑사회와 손을 잡고 마약을 들여오기도 했다. 당시 북한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히로뽕이 중국 폭력조직을 거쳐 시중에 대량 유통됐다. 중국의 대표적인 폭력조직인 흑사회는 북한산으로 추정되는 히로뽕을 국내 폭력조직을 통해 유통시킨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당시 이들이 유통시키다 적발된 히로뽕은 19만8333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으로 시가 198억원어치에 이른다. 유통에 관여한 국내 폭력조직에는 광주 동아파도 포함돼 있었고 이들은 마약 구매대금을 중국에 직접 갖고 들어가거나 환치기 계좌를 이용해 중국에 보냈고 마약의 질을 살피기 위해 감정전문가를 중국으로 보내기도 했다.


2009년에는 동아파를 사칭한 범죄가 나타나기도 했다. 당시 전국 90개 폭력조직 320명과 연락체계를 갖춘 불법 사채업자 원모씨가 구속 기소되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원씨는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들에 폭력을 행사하고 필로폰을 투약하도록 했으며 채무 압박에 시달리던 한 피해자는 또 다른 조직폭력배에게 살인청부를 하기도 했다.

유흥업 불황에
새 탈출구 모색

당시 이들이 유통시키다 적발된 히로뽕은 19만8333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으로 시가 198억원어치에 이른다. 유통에 관여한 국내 폭력조직에는 광주 동아파도 포함돼 있었고 이들은 마약 구매대금을 중국에 직접 갖고 들어가거나 환치기 계좌를 이용해 중국에 보냈고 마약의 질을 살피기 위해 감정전문가를 중국으로 보내기도 했다.

원씨는 이 과정서 자신이 동아파의 조직원인 것처럼 행세하며 피해자들을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검찰조사 결과, 원씨는 전국 90개 폭력조직과 친분이 있었으며 구속된 조직원들에게 영치금을 입금해 주는 등 이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추심 행위를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2007년 동아파 조직원의 결혼식날에는 ‘조폭전쟁’이 일어날 뻔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그해 12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예식장엔 깍두기 머리를 한 우람한 체격의 어깨들이 몰려왔다. 당시 서울에 있던 조직원뿐만 아니라 광주광역시와 전남 나주·장성 등지의 조직원 20명도 상경해 결혼식에 참석했다.

그러나 서울경찰청 폭력팀, 서울 강남경찰서, 광주 남부경찰서 형사들이 느닷없이 식장에 들이닥쳤다. 이들은 서울을 주된 무대로 활동하는 국제PJ파가 결혼식 현장을 기습한다는 첩보에 따라 출동한 것이었다. 경찰의 개입으로 두 조직 간에 전면전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 소동의 발단은 불법 카지노바에서 ‘개평’ 문제로 일어난 다툼이었다. 동아파 행동대원인 채모(32)씨는 국제PJ파가 서울 청담동에서 운영하는 불법 카지노 바에서 도박으로 1억원을 잃었다. 채씨는 자신의 조직을 들먹이며 잃은 돈의 상당액을 개평으로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썩어도 준치
호남조폭 시초

하지만 카지노바를 관리하던 국제PJ파 조직원 강모(32)씨는 이를 면전에서 거절했다. 이에 앙심을 품은 채씨는 강씨의 옆구리를 길이 20㎝ 회칼로 찌르기에 이른다. 강씨는 때마침 옆을 지나가던 택시에 재빨리 몸을 실어 목숨을 건졌다.

국제PJ파 조직원들은 대동맥이 끊어져 열흘간 혼수상태에 빠진 강씨를 보호하기 위해 병원 세 곳을 옮기며 치료를 받게 하는 한편, 동아파에 대한 복수전을 준비했다. 승합차 두 대에 조직원을 숨겨 결혼식장을 습격하는 시나리오를 준비했으나 경찰에 계획이 사전에 노출돼 이는 실패했다.

이에 대해 당시 경찰 관계자는 “호남지역의 두 조직이 자존심 때문에 칼을 휘드른 일이 조직 간 전쟁을 촉발할 뻔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끊임없이 구설수에 올랐던 동아파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사실 조폭들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손을 댄 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의 백창주 대표도 조폭 논란이 있었다. 그가 권상우의 매니저로 활동하던 시기에 조폭을 동원한 협박 사건에 연루된 일이 있었기 때문. 당시 이 일로 온라인상에서 크게 비난받았으며 소속 연예인들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

연예인과 연예기획사, 그리고 조폭의 밀월 관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미지를 중시하는 연예인과 폭력을 상징하는 조폭이 겉으로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현실은 다르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이른바 ‘악어와 악어새’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대호파와 더불어 광주 주먹계 양분
두목 전씨 구속 후 몰락의 길 걸어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면서 얻은 연예인의 사생활 정보는 ‘노예계약’을 맺는 데 악용되고 있다. 배우 권상우 협박 사건도 이런 배경에서 터져 나왔다. 서방파 두목 출신 김태촌은 권씨의 사생활과 관련한 약점을 잡고 수차례 전화를 걸어 ‘일본 팬 미팅’을 요구하며 살벌한 협박을 했다. 권씨가 김씨의 협박 내용을 녹취하고 검찰에 신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물론 기획사의 불평등 조약과 조폭의 폭력에 시달리며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하는 연예인들도 있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조폭들의 주요 사업은 나이트클럽, 룸살롱 등 주로 유흥업소를 운영하거나 관리하는 데 집중됐다. 그러다가 점차 입지가 좁아지자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했다. 그 중 하나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불기 시작한 ‘한류 열풍’은 조폭들에게 구세주나 마찬가지였다. 연예인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던 조폭들에게 이만큼 ‘궁합’이 잘 맞는 일은 없었다. 이때부터 조폭들의 연예사업 진출이 크게 증가했다.


조폭들이 연예기획사에 진출하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다. 우선 기획사를 직접 차리거나 기존 기획사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국내에는 현재 수백개의 연예기획사가 있지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하다. 상위 몇 개 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구멍가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예기획사의 세포 분열도 영세성을 부추기는 원인이다. 보통 매니저 몇 년을 하면 기획사를 차려 독립하는 것이 연예계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조폭들은 연예기획사를 차린 후 바지사장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우거나 자신들이 직접 대표를 맡는다.

이들은 비교적 규모가 큰 연예기획사를 인수한 후에는 주식의 우회 상장, 이벤트 행사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하면서 부당 이익을 챙기기도 한다. 기획사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유명 연예인을 끌어들이고 매니저 일은 조직원들에게 시킨다.

현행 우리 연예계의 구조상 연예인과 기획사 그리고 조폭과의 관계는 먹이사슬처럼 형성되어 있다. 이 구조가 쉽게 바뀔 수도 없는 현실이다. 동아파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전적으로 뛰어들었는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해마다 터져 나오는 ‘연예인의 성 상납 사건’을 보면 그 뒤에는 필연적으로 기획사와 조폭들이 연관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세력 약해져도…
끊임없는 사건들

그런데도 사건 해결이 흐지부지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조폭들을 비호하는 배후세력이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제2의 장자연’ ‘제3의 촬영장 폭력 사건’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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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