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박의 여자’ 조윤선

사람이 그렇게 없나… 다시 돌려쓴 신데렐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6일, 3개 부처 장관에 대한 소폭 개각을 단행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 조윤선 전 정무수석, 농림축산식품부장관에 김재수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환경부장관에는 조경규 국무조정실 제2차장이 각각 발탁됐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사람은 박근혜정부의 ‘신데렐라’ 문체부 조윤선 내정자. <일요시사>에서는 조 내정자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비롯, 그녀를 둘러싼 논란과 의혹에 대해 짚어봤다.

2013년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장관, 2014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장관 내정자. 박근혜정부 들어 조윤선 문체부장관 내정자의 행보다. ‘박의 여자’ ‘박근혜정부의 신데렐라’라는 수식어가 과하지 않을 정도로 화려한 경력이다.

대통령의 가신
2차 입각하나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조 내정자는 문화 예술 분야에 조예가 깊고 장관과 국회의원,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을 역임해 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발탁 이유를 전했다. 이로써 조 내정자는 20대 총선 낙천 이후 4개월 만에 화려한 복귀를 앞두고 있다.

조 내정자는 문체부장관으로 내정된 이후 자신의 SNS에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국정 기조하에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는 시기에 주무부처 장관 후보자가 돼 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소감을 올렸다.

조 내정자는 서울 세화여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33회)에 합격했다. 이후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해 2001년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 법과대 석사 과정을 마치고 뉴욕 로펌과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에서 일했다.


조 내정자는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대변인을 맡으면서 정계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조 내정자의 발탁은 정당 최초 여성 대변인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2008년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임명된 이후 비례대표 13번을 받아 18대 국회에 입성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3개 부처 소폭개각 단행…문체부장관 내정
여가부장관, 정무수석비서관 ‘세번째 등용’

조 내정자는 국회의원 당선 후 정무위원회를 거쳐 후반기 국회에서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에서 활동했다. 조 내정자는 평소 문화 전반에 걸쳐 해박한 지식과 애정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년시절부터 그림과 음악을 좋아했던 조 내정자는 오페라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의원 시절엔 음반을 구입할 때 붙는 10%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는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음악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2007년 한국씨티은행 부행장으로 재직하던 당시에는 <미술관에서 오페라를 만나다>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미술관에서 오페라를 만나다>는 조 내정자가 오페라 칼럼니스트로서 공연 예술 전문지인 <객석>에 2년 동안 기고한 칼럼 ‘오페라가 있는 명화’를 다듬어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낸 것이다. 2011년에는 문방위 소속 의원으로 활동했던 경험을 모아 <문화가 답이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조 내정자는 <문화는 답이다>를 통해 정치·외교·삶·교육·복지·경제 분야를 문화라는 키워드로 풀어내려 했으며,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느꼈던 만화·게임 문화 정책에 대한 아쉬움, 문화 교육·문화 복지 등에 대해 다양한 화두를 던졌다.

2012년 대선에서는 새누리당 총선개발본부 문화·예술·관광팀장을 맡았다. 덕분에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조 내정자는 꾸준히 문체부장관 후보자로 거론되곤 했다.


박 대통령의 ‘입’
두터운 신임 쌓아

조 내정자가 박근혜 대통령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12년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 경선캠프 대변인에 발탁되면서부터다. 조 내정자는 대선 경선부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까지 내리 11개월 동안 박 대통령의 대변인으로 그림자 수행을 하면서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당시 박 대통령의 비서진이 전부 남자였고, 조 내정자 혼자 여자였던 점도 두 사람의 친분에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후보를 수행하는 남자 비서들이 챙기지 못한 부분을 조 내정자가 살뜰히 챙겼다는 것.

실제 조 내정자는 박 대통령의 심중과 언행 심지어는 식습관까지 꿰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내정자는 여성 수행원이나 코디네이터가 없던 박 대통령에게 옷차림에 대해 조언하는 등 세세한 부분을 챙기며 신뢰를 쌓았다.

조 내정자의 근접 보좌는 지난 18대 대선 당시 크게 빛을 발했다. 2012년 11월 대선 선거운동 당시 박 대통령은 부산 자갈치시장을 방문했다. 유세를 펼치던 박 대통령은 한 가게서 꽃게, 가리비, 대합 등 해산물을 쟁반에 가득 담아 고른 뒤 값을 치르려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지갑 속에는 5000원짜리 한 장과 1000원짜리 몇 장뿐이었다. 해산물 가격을 치르기엔 턱없이 부족한 돈이었다. 이 때 조 내정자가 얼른 5만원권 지폐를 한 장 건네면서 박 대통령은 난감한 상황을 무사히 모면할 수 있었다.

박 대통령에게 큰 신뢰를 얻은 조 내정자는 2013년 박근혜정부의 초대 여가부장관으로 발탁됐다. 조 내정자는 여가부장관 시절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파문 등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지적 받은 적이 있다.
 

조 내정자를 비롯해 여가부는 ‘윤창중 스캔들’과 관련해 침묵하다가 뒤늦게 “윤 전 대변인의 상식 밖 부적절한 행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고위공직자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당시 네티즌들은 여가부의 뒤늦은 대응에 주무부처로서 제 역할을 못했다고 비판했다.

조 내정자가 문체부장관에 내정되면서 여가부장관 당시 ‘셧다운제’에 대해 밝힌 입장도 관심을 받고 있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한 심야 게임 규제법으로, 만 16세 미만 청소년은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온라인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조 내정자는 2011년 의원 시절 셧다운제 본회의 통과 당시 “셧다운제가 아니라 부모의 관심과 지도로 게임 이용을 관리해야 한다”며 “셧다운제 대신 합리적인 게임 정책이 필요하다”는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하지만 조 내정자는 이후 여가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서 “셧다운제는 최근 청소년들의 심각한 게임 중독 현상과 스마트폰 보급에 따른 국민적 우려를 고려할 때 가치가 있다”며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에 당시 게임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반발했다.

게임업계는 조 내정자가 문체부장관으로 내정되면서 또 다시 긴장하는 모양새다. 조 내정자가 문체부장관이 되는 순간 게임 규제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과 방향을 제안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초 여 정무수석
대통령 ‘메신저’

여가부장관으로 활약하던 조 내정자는 2014년 6월, 박 대통령이 단행한 청와대 참모진 개편서 정무수석으로 깜짝 발탁됐다. 그간 청와대에 여성이 수석으로 입각한 경우는 적지 않았지만 정무수석으로 발탁된 건 조 내정자가 헌정 사상 최초였다. 정무수석의 핵심 업무가 정치권과의 소통이라는 점에서 예상치 못한 결정이었다는 반응도 많았다.

조 내정자는 정무수석 시절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의 국빈 방문 때 동행한 부인 펑리위안 여사의 의전을 담당했다.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한 셈이다. 당시 조 내정자가 정무수석으로 발탁되면서 박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박 대통령의 불통 논란을 조 내정자가 잠재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조 내정자는 지난해 5월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지연 등의 문제로 자진 사퇴했다.

조 내정자는 사퇴의 변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대통령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논의마저 변질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개혁 과정에 하나의 축으로 참여한 청와대 수석으로서 이를 미리 막지 못한 데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 내정자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은 다양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새누리당은 조 내정자의 사퇴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조 내정자가 거론한 책임론에 대해 당시 김무성 대표가 “조 수석의 책임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조 내정자가 사실상 경질당했다면서 청와대가 국회를 협박하고 대타협을 깨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비판했다.

 


조 내정자의 문체부장관 내정을 두고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더민주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청와대의 개각 발표 직후 “국정쇄신을 위한 전면 개각을 하랬더니 조윤선 자리 챙기기 땜질 개각에 그쳤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조 내정자의 장관 내정을 두고 ‘회전문 인사의 결정판’이라는 비판도 줄지어 터져 나왔다.

2012년 박 대통령과 인연
정부·청와대 요직 거쳐

조 내정자가 정부의 요직에 발탁될 때마다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안정’이다. 이번 박근혜정부의 소폭 개각과 관련해서 정치평론가들과 언론 등은 박 대통령이 파격보다는 국정 안정을 택했다고 평했다. 한번 믿은 사람은 끝까지 믿는다는 말을 듣는 박 대통령이 임기 말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을 장관 자리에 앉히면서 집권 후반기 국정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 내정자가 마냥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조 내정자는 청와대와 정부 요직을 두루 경험했지만 유독 선출직과는 거리가 멀었다. 19대 총선서는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홍사덕 전 의원이 출마하면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20대 총선에는 서울 서초갑 경선서 이혜훈 의원에 밀려 낙천했다. 새누리당은 경선서 졌지만 높은 인지도를 가진 조 내정자를 용산에 전략공천하려 했지만 조 내정자가 “서초 주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거절했다. 비례대표로 당선됐던 18대 총선 이후 두 번의 총선서 공천을 통과하지 못해 고배를 마신 것이다.

문체부장관으로 가는 길도 청문회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조 내정자를 문체부장관 후보로 내정한 것은 청문회를 수월하게 통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박근혜정부로선 개각 단행 이후 청문회에서 낙마하는 인사가 나오는 건 레임덕을 가속화시키는 일일 수밖에 없다. 조 내정자는 여가부장관 당시 한 차례 청문회 검증을 이겨낸 바 있고, 정무수석 시절에도 여의도 정치권과 꾸준한 소통이 있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야당은 20대 국회 첫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인 만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입장이다. 조 내정자의 발목을 잡는 의혹은 재산문제다. 조 내정자는 여가부장관 재임 당시의 재산이 46억9739만원이었다. 정무수석으로 재임했던 2015년에도 45억205만원으로 우병우 민정수석에 이어 두 번째 부자 공직자였다.

조 내정자를 둘러싼 논란은 재산의 액수가 아닌 씀씀이였다. 2013년 당시 여가부장관 후보자 청문회서 한 의원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소득액이 부부합산 142억, 세금을 빼도 95억원인데 2011년 재산 신고액은 51억원으로 무려 44억원의 차이가 발생한다”며 조 내정자의 재산 누락 의혹을 지적했다. 차액을 감안하면 연간 7억5000만원을 사용했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너무 큰 돈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 돈을 생활비로 썼다면 국민 정서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도 나왔다.

조 내정자는 당시 이 같은 의원들의 지적에 “차액이 큰 것은 사무실 운영비나 운전기사 월급 등이 생활비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며 “사회생활을 하면서 품위 유지비 등에 소요된 비용이 많다”고 해명했다. 또한 양가 부모를 돕고, 동료와 후배들에게 베푸는 것이 몸에 배어 있어 저축을 많이 하진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 내정자의 해명은 다시 지적받았다. 조 내정자의 시부모는 10억원이상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고, 친정부모도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소득이 1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조 내정자가 굳이 돕지 않아도 충분히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양가 부모의 사정이 여유롭다는 뜻이었다. 당시 이와 관련된 의혹은 끝내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청문회에서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 통과하면
수석 출신 1호 장관

조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무사 통과할 경우, 박 대통령 임기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인사가 된다. '박 대통령의 신데렐라' 조 내정자가 끝까지 꽃길을 걸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농림부 김재수, 환경부 조경규는 누구?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내정자는 30여년간 농업분야에서 공직생활을 거친 농정 전문가다. 김 내정자는 행정고시 21회 출신으로 공직에 나선 뒤 농림수산식품부서 농업정책과장, 농산물유통국장, 주미대사관 농무관 등 주요 요직을 거쳤다. 2011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후에는 3년 임기 후 2년 연속 연임에 성공하며, 2007년 공공기관 임기제 도입 이후 최초 재연임·최장수 CEO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다.

조경규 환경부 장관 내정자는 정통 경제 관료다. 행정고시 29회로 공직에 발을 들인 조 내정자는 기획재정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공공정책국장, 사회예산심의관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최근 가습기 살균 사태, 미세먼지, 디젤차량 논란 등 환경 현안이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고 미래 동력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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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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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