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권 ‘외부세력’ 음모론

말 안 들으면 ‘종북’ 취급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현 정권의 ‘외부세력 개입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국책사업에 반대하는 무리가 나오면 귀신같이 외부세력을 색출해낸다. 정부와 여당은 외부세력이 시위를 이념 갈등으로 끌고 간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 측에서는 정부의 불통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정부와 여당이 종북으로 몰아 해결하려고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달 15일, 경북 성주군서 열린 사드 반대집회를 둘러싼 ‘외부세력’에 대해 “성주군민 외에 타지에서 그날 행사에 참석한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첩보와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외부세력’의 기준에 대해서는 “성주군민 아닌 사람이라고 정의한다”고 말했다. 강 청장은 성주 출생으로 초·중·고를 성주에서 나왔더라도 타지로 간 사람은 성주군민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반정부 투쟁
전문 시위꾼?

지난달 21일, 청와대서 열린 NSC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북한은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적 방어조치인 우리의 사드배치 결정을 적반하장격으로 왜곡·비난하고,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면서 남남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불순세력이 (사드 반대 시위에) 가담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 경찰청에 따른 외부세력으로 지칭된 사람은 박철우 민중연합당 서울시당 공동위원장, 이상현 전 통진당원, 손솔 민중연합당 공동대표, 변홍철 밀양송전탑대책위원장, 김찬수 대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대표, 김두현 사드반대 대구경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등이다.

이들 중 박 공동위원장은 민중연합당 공동대표로 옛 통진당 산하 민주수호청년특위에서 활동했고 손 대표는 지난 3월 흙수저당, 비정규직철폐당, 농민당 등 3개 당이 연합해 조직한 민중연합당의 공동대표로 옛 통진당 산하 대학생기구 조직원으로 활동했다.


경찰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이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았으나 주민 선동, 경찰과 마찰 유도, 조직적 퇴로 차단 등 좌파의 전형적 집회방식을 답습해 배후 조종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성주 집회 현장서 포착된 이들 3명은 사실상 옛 통진당 세력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수사당국은 성주에서 활동한 것으로 파악된 민중연합당 관계자들이 정당해산 절차를 거친 과거 통진당이 수평 이동한 것으로 판단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달 18일 황교안 총리 방문 당시 성주군에서 벌어진 폭력행위와 관련해 “소위 직업적 전문 시위꾼들의 폭력행위는 엄단해야 한다”며 수사기관의 수사를 촉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총리에게 계란과 물병을 던지면서 폭력행위를 벌였다”며 “4대강, 제주 해군기지, 한미FTA 등 국책사업마다 직업적으로 다니며 폭력을 일삼는 이들의 행태를 더 이상 묵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국책사업 반대하면…외부세력 프레임 씌우기
전문 시위꾼 있다? “배후조종 가능성 높아”

김현웅 법무부장관도 성주 지역 시위에 대해 “외부세력이 있는지 여부는 경찰에서 수사 중인 것으로 안다”며 “지역주민 사이에 스며들어 폭력시위를 주동하는 세력이 있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보수단체 토론회서는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 외부세력이 개입하면서 이해당사자 간 갈등과 논란의 핵심이 이념대결로 변질되어 간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29일, 보수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이하 바른사회)의 박주희 사회실장은 “국책사업 반대 집회마다 나타나는 전문 시위부대는 겉으로는 환경보존과 노동자 인권 등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반정부·반미를 선동하는 위장된 분열조장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0년 제주 해군기지, 2013 밀양 송전탑 공사현장 등을 꼽았다. 그는 “국책사업 지연에 따른 직접 피해비용은 물론 과도한 보상, 갈등 후유증 등 사회경제적 비용이 초래된다”면서 “국책사업이 정치화로 변질돼 직접비 비용이 매우 커지는데 제주 해군기지의 경우 정치화 이후 비용이 정치화 이전 비용보다 약 370배 많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인영 한림대 교수는 “전문적 직업 시위꾼 등 제3의 세력이 개입할 때 사회갈등은 증폭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갈등해소 방안은 당사자 해결을 원칙으로 하되, 제3자의 개입이 필요할 경우 갈등 해결 능력을 갖춘 세력에 한해 법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드 사태를 두고 바른사회는 “정부가 주민들을 상대로 설득하는 대화창구가 어김없이 외부세력들에 의해 차단돼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국책사업 지연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하며 “북한 핵 위협 앞에 국민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결정된 이번 사드배치에도 결국 단골 국책사업 훼방꾼들이 등장한 게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다. 보수단체·정부·새누리당은 하나같이 국책사업을 반대하는 세력을 외부세력으로 규정했다. 

‘종북’으로 몰릴까
식별 코드 만들어

또한 정부와 여당의 계속되는 외부세력에 대한 비판이 있고 난 뒤 최근 성주에서는 외부세력과 성주 군민을 구분 짓는 코드가 생기기도 했다. 외부세력 프레임에 갇혀 의견개진에 어려움을 겪던 투쟁위는 지난달 21일 상경 집회 때 외부인 개입을 막기 위해 거주지와 이름이 적힌 목걸이 명찰과 함께 파란 리본을 활용했다.

정영길 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전체 군민 4만5000명 중 800명 이상 삭발을 하게 되는데 머리카락 길이가 또 하나의 식별코드가 될 것으로 본다”며 “순수한 군민만 삭발식에 참가할 수 있는데, 젊은 층을 중심으로 동참하려는 군민의 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성주군민들은 오는 광복절(8월15일)에 대규모 삭발식을 열고, 삭발식 자체를 기네스북에 등재하기로 했다. 도희재 투쟁위 총무재정분과 부단장은 “사드배치 철회를 염원하는 군민들의 결집 된 힘을 삭발식으로 보여주고, 기네스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며 “각 단체와 읍면동 별로 100여 명이 신청해 2주 뒤인 삭발식 당일 815명 이상이 참가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외부세력 주장에 인권단체연석회의를 비롯한 50여 인권단체들은 지난달 19일 성명을 발표했다. 수사기관이 황교안 국무총리를 향해 달걀과 생수병을 던진 성주 군민들을 사법처리 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공안과 종북몰이 정국으로 몰아 비판 여론을 차단하고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성주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사드배치 철회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에 대한 논의는 고사하고 몇 시간 차량에서 스스로 군민관의 소통 대신 고립을 택한 황 총리의 무능력에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지난 1일 “사드배치에 반대하기 때문에 외부세력이라고 규정하는 박근혜 정권은 외부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도 외부세력론에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외부세력으로 격하한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지난달 18일 성주사드배치저지투쟁위원회 김안수 공동 위원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재복 공동위원장의 외부인 개입 발언에 대해 부인했다. 이 위원장은 “이번 폭력 사태의 원인은 외부인에게 있다. 우리 군민은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외부인이 선동을 해서 시위가 과격해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공동위원장이 여럿 있다 보니 그런 말이 나갔다”며 “나도 모르는 젊은 사람이 더러 있는데 계란과 물병이 날아와서 그런 생각을 하신 것 같다”고 말해 이 위원장의 발언이 전체 투쟁위의 입장이 아님을 밝혔다.

경찰이 대대적인 색출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말에 김 위원장은 “안타깝다. 우리가 쓰레기장이나 발전소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듣도 보도 못한 아주 최첨단 무기체계를 갖다놓기 때문에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를 폭도로 보면서 수사를 시작하고 또 강압적인 수사를 하려고 하는 것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자꾸 외부세력이 와서 조직적으로 했다고 비쳐지는데 우리는 순수한 농업인”이라고 말했다.


반대 하면
외부세력?

정부의 외부세력 개입론은 이번 성주 사드배치 문제가 처음은 아니다. 국책사업에 시민들이 저항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프레임이다. 지난 2013년 밀양 초고압 송전탑 사태에서 권력의 대응이 그랬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도우러 오는 연대자들을 외부세력이라고 칭했다.

지난 2013년 10월 밀양 송전탑 공사가 재개되자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시간도 없고 대안도 없다"며 공사 재개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대도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홍 지사는 “국회가 구성한 전문가 협의체도 지중화나 우회송전에 대한 해법을 찾아내지 못했다”며 “반대 주민들을 지원하는 세력을 ‘외부세력’으로 규정하고 합리적인 문제 해결을 가로막는 외부세력은 당장 추방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지에도 있었고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현장, 한진중공업 사태 현장에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도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시위에 ‘종북세력(외부세력)’이 가세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2013년 10월 당시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밀양 송전탑 공사가 재개 된 와중에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에 종북세력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과 일부 시민단체 등 외부세력이 가세해서 공사현장의 갈등이 격해지고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투쟁위 대대적 색출작업 한다
세월호·제주기지 때와 똑같다


그는 홍 지사와 마찬가지로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세력은 제주 강정마을과 한진중공업 사태, 쌍용자동차 등의 문제 때만 되면 나타나서 개입해 왔고,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갈등 조장에 앞장서왔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시위를 두고 외부세력을 거론했다. 지난 2014년 10월 새누리당 김 전 대표는 “국가 경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국방”이라며 “일부 외부세력의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제주도민들이 막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의 발언을 두고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측은 성명을 내 “김 대표가 외부세력을 운운하면서 갈등을 키우는 핵심 세력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대 측은 “김 대표는 안보 장사하듯 ‘색깔론’을 들고 나와 저열한 이념공세로 갈등을 확산시켜온 평화 파괴 외부세력에 불과하다”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외부세력을 운운키도 했다. 지난 2014년 9월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세월호 특별법도 순수한 유가족들의 마음을 담아야하고, 희생자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외부세력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을 통해 박 대통령이 세월호 사태를 외부세력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안보장사
언제까지?

지난달 20일 더민주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국회정론관에서 “정부와 여당이 또 다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이른바 외부세력론”이라며 “정부와 여당, 그리고 일부 언론은 권력이 추진하는 사안에 대한 갈등이 있을 때마다 외부세력론을 내세웠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대 목소리를 내는 소수자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연대와 저항을 차단하고, 고립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외부세력이라는 허상을 만들어 활용해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외부세력 중심은 민중연합당?

민중연합당은 지난 2월13일 민중정치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발족했다. 흙수저당·농민당·비정규직철폐당 등 3당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이들은 정치주체 교체와 진보세력 단결을 강조하고 기존 여야 정당이 1%의 기득권세력만 대변해 ‘헬조선’을 초래했다고 강조한다. 지난 2월27일에는 정식 창당 대회를 열고 4차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들은 ‘한국정치사에서 청년들이 앞장서서 만든 최초의 정당’임을 강조하면서 ‘알바 권리’ ‘청년 실업 해결’ ‘국정교과서 폐기’ ‘세월호 문제 해결’ 등을 주장한다. 창당 이후 옛 통합진보당 광주지역 기초의원 8명이 민중연합당에 입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19대 국회의원을 지내다 의원직을 상실한 김재연, 김선동, 이상규 전 의원이 입당했다. 이상규 전 의원은민중연합당에 입당하면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 야당이 집권하려면 당당하게 종북 몰이에 맞서서 북한과 손잡고 평화 통일, 대화를 통해 정의와 평화가 물결치는 정당이 필요하다"라고 말해 논란이 가중됐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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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