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잘 나가는 ‘디지털 장의사’를 아십니까

당신의 과거를 깨끗하게 지워드립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흔적이 묻혀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발달로 온라인에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행위가 보편화되면서 흔적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흔적은 때론 족쇄가 돼 삶을 파괴하는 흉기로 변한다. 이런 이들을 위한 새로운 직업군이 나타났다. ‘디지털 장의사’가 바로 그들이다.
 

사례1. A(30대)씨는 최근 집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해외 음란물 사이트에 자신의 사진이 버젓이 올라가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사이트에 게재된 사진에는 A씨의 얼굴까지 뚜렷하게 나와 있었다. 얼마 전 결혼해 아이까지 둔 A씨는 아연실색해 사진을 삭제하려 했지만 방법을 알 수 없어 애를 태웠다.

인터넷 발달
신직업 각광

사례2. 고등학생 B양은 어느 날 친구에게서 전화 한통을 받았다. 인터넷 서핑 중 음란 동영상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영상 속 여자가 B양과 닮았다는 내용이었다. B양은 친구가 보내준 영상을 보고 몇 년 전 자신이 동급생 친구와 찍은 것임을 알아챘다. B양은 당시 함께 동영상을 촬영한 반 친구를 추궁했지만 모른다는 말만 돌아왔다.

사례3. 고등학생 C군은 온라인 학급 카페에 자신을 비난하고 욕하는 글이 수십 개 게시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반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패거리들이 한 일이었다. C군은 카페에 올라와 있는 글을 지워달라고 그들에게 부탁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C군은 카페에 매일 늘어나는 자신에 대한 악성글을 보면서 자살 충동을 느꼈다.

최근 SNS의 발달, 스마트폰 보급·사용률 증가로 다양한 내용의 온라인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게 매우 쉬워진 것과 비례해 게시물 유포 속도나 범위 역시 빠르고 넓어졌기 때문이다.


게시물을 실수로 올렸다 급히 삭제했다 해도 그 잠깐 사이에 퍼져나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몇몇 유명 연예인은 자신의 SNS에 실수로 올린 글을 네티즌들이 캡처하고 유포해 곤욕을 치른 경우도 있다.

인터넷상에 남은 자신의 흔적을 전부 깨끗하게 지우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겨졌다. 게시글이 어디까지 퍼졌는지 추적이 어려울 뿐더러 발견했다 해도 삭제 과정이 복잡해 일반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작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디지털 장의사라는 신 직업군이 등장하면서 그 과정이 크게 간소화되고 있다.

본래 디지털 장의사는 미국서 시작된 개념이다. 이들은 회원들이 사망한 이후 생전에 남긴 인터넷 흔적을 청소해주는 온라인 상조회사다. 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상조회사인 ‘라이프인슈어드닷컴’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 30여만원을 내면 고인이 인터넷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적은 유언을 확인한 후 SNS에 올린 사진은 물론 다른 사람 페이지에 남긴 댓글까지 지워준다.

사후관리보다
현재에 중점

우리나라는 미국과 방향이 조금 다르다. 미국은 회원이 사망한 이후 디지털 유산을 삭제해 주는 사후 관리에 가깝다면 우리나라는 생전에 자신의 평판에 문제가 생길 법한 정보 등을 삭제 요청하는 게 더 보편화돼있다.

업계 관계자 K씨는 “2013년부터 이 일을 해왔지만 사후 관리를 요청 받은 적은 딱 한 번뿐이었다”며 “그것도 본인이 아니라 아들이 죽은 아버지의 정보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라고 했다.

디지털 장의사가 생겨나게 된 배경을 따져보면 ‘잊혀질 권리’라는 개념을 봐야한다. 잊혀질 권리는 인터넷서 생성·저장·유통되는 개인 정보에 대해 소유권을 강화하고 이를 삭제·수정·영구적인 파기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 개념을 말한다.
 


여전히 몇몇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개념인 이 권리는 2010년 스페인 변호사 마리오 코스테자 곤잘라스가 구글에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면서 촉발했다. 곤잘라스 변호사는 자신의 이름을 구글에서 검색했을 때 나온 과거 기사가 삭제되길 바랐다.

1998년 연금을 제때 내지 않아 집이 경매에 처해졌던 사실이 빚도 다 갚은 현재에 비춰 적절하지 않은 내용이라고 본 것이다. 곤잘라스 변호사는 스페인 개인정보보호원에 기사와 검색 결과 노출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스페인 개인정보보호원은 기사 삭제는 하지 않되 구글 검색 결과 화면에서 관련 링크를 없애라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구글이 이의를 제기해 제소하면서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2013년 등장해 최근 ‘블루오션’으로
‘사후관리’ 미국과 달리 현재 평판 중심

지난 2014년 5월 유럽사법재판소는 “구글 검색 결과에 링크된 해당 웹페이지의 정보가 합법적인 경우에도 링크를 삭제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른바 잊혀질 권리를 인정한 판결이다. 인터넷 역사에 이정표가 될 판결이 나온 이후 전 세계적으로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우리나라는 지난 4월29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인터넷 자기 게시물 접근 배제 요청권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논의에 발을 담갔다. 방통위는 “사각지대에 있는 자기 게시물에 대한 관리권을 상실한 이용자를 효과적으로 구제하면서도 표현의 자유 침해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범위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자기 게시물에 댓글이 달려 삭제가 어려운 경우 ▲회원 탈퇴 또는 1년간 계정 미사용 등으로 회원 정보가 파기됨에 따라 이용자 본인이 직접 삭제하기 어려운 경우 ▲회원 계정 정보를 분실해 이용자 본인이 삭제하기 어려운 경우 ▲게시판 관리자가 사업의 폐지 등으로 사이트 관리를 중단한 경우 ▲죽은 사람이 생전에 접근 배제 요청권의 행사를 위임한 지정인 또는 유족이 죽은 사람의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접근 배제를 요청하는 경우 ▲게시판 관리자가 게시물 삭제 권한을 제공하지 않아 이용자가 스스로 게시물을 삭제할 수 없는 경우 등에는 게시판 관리자, 검색서비스 사업자 등에게 게시물 접근 배제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방통위는 지난 6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가이드라인 시행에 돌입했다. 하지만 접근 배제 요청 방식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게 자료를 준비해 신청해도 요청을 거절당하는 경우가 있어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틈새를 파고든 게 디지털 장의사 업체들이다. 업체들은 방통위의 가이드라인뿐만 아니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44조2항 ‘정보의 삭제요청’ 등을 이용해 좀 더 넓은 범위에서 게시물 삭제를 진행하고 있다.

가이드라인
유명무실 지적

업체들은 이용자에게 신분증 사본과 위임장을 받아 포털사이트에 직접 삭제를 요청하는 일을 한다. K씨는 “각 사이트마다 삭제 요청 양식이 있다”면서 “양식대로 서류를 제출해 게시물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일괄적으로 삭제하는 방식은 법에 저촉될 위험이 있어 사용하지 않는다고.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디지털 장의사 업체는 15∼20개 남짓이다. 보통 게시물 한 건당 삭제 비용이 3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계 기준이라는 게 없어 매우 유동적이다. K씨에 따르면 “미성년자가 의뢰해 오거나 삭제해야 할 정보가 많은 경우에는 이용자와 의논해 가격을 조절한다”고 밝혔다.

음란 동영상이 유출됐을 경우에는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음란 동영상은 한번 온라인에 게재되면 거미줄처럼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영상을 본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소장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1회성 조치로 뿌리 뽑기 어렵다. 그래서 한 업체는 1년 단위로 관리 계약을 맺는다. 1년 동안 삭제를 의뢰한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오는 족족 추적해 차단하는 것이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 P씨는 “한 고등학생이 중학생 때 찍은 음란 영상이 퍼졌다며 삭제 요청을 해온 적이 있다”면서 “영상을 삭제해도 다음 날이면 다시 올라오는 경우가 있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구석구석 찾아내 깔끔히 ‘청소’
잊혀질 권리 vs 알 권리 ‘충돌’

타인이 올린 자신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 글은 삭제하기가 더 수월하다. 앞서 언급한 사례2의 상황처럼 타인에게 욕설을 하거나 근거 없는 글을 쓸 경우에는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P씨는 “디지털 장의사가 하는 일은 개인도 모두 할 수 있다. 다만 우리 같은 경우에는 오랫동안 이 일을 했기 때문에 노하우가 쌓여 있다”면서 “(사이트에) 한 번 요청해서 안 되면 두 번, 세 번 요청해 꼭 지우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하지만 디지털 장의사에게 의뢰한다고 해서 온라인 상 모든 정보를 지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이트에서 회원탈퇴를 했는데 게시글이 남아있을 경우 개인정보 보관 기간이 지나면 삭제가 불가능하다. 사이트에서 탈퇴 회원에 대한 개인 정보를 파기했을 시에는 게시글을 본인이 썼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등 메신저 내에 돌아다니는 자료도 삭제가 불가능하다.

P씨는 “최근 카카오톡에 자신의 음란 영상이 퍼졌다면서 삭제가 가능한지 여부를 묻는 문의가 심심치 않게 온다”면서 “온라인에 게재되지 않은 자료는 삭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P씨는 “디지털 장의사가 만능은 아니다”라면서 “온라인상에 글을 쓸 때는 꼭 여러 번 생각하고 쓰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디지털 장의사의 등장은 잊혀질 권리와 알 권리의 충돌을 불러 일으켰다. P씨는 “기업에서 의외로 연락이 많이 오는데, 사이트에 게재된 악평을 지워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 정치인 등이 개인사이트에 게재된 자신의 범죄 관련 게시글을 삭제해 달라는 의뢰도 자주 들어오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잊혀질 권리에 대한 인식이 확대될수록 국민의 알 권리와 사회적 감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방통위 관계자는 “게시물이 공익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경우엔 관리자나 사업자가 접근 배제 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면서 "문제가 될 만한 부분에 대해서는 애초에 사이트에서 삭제를 해주지 않기 때문에 디지털 장의사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민간자격증 등
규제 나올 듯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디지털 장의사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나 기준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디지털 장의 업계 관계자는 “자격시험, 일정 정도의 교육시간 이수 등 디지털 장의사 양성 체계가 필요하다”며 “민간자격증 발급 등 방법으로 최소한의 허들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 역시 “최근 민간자격증 검토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며 “민간자격증이 곧 생길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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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