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면피’ 폭스바겐 엽기행각

일파만파 걷잡을 수 없는 '디젤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난해 세계 판매 1위 왕좌를 차지한 폭스바겐이 의도적으로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클린디젤'이라는 친환경이미지로 소비자 마케팅을 해왔던 폭스바겐이기에 이 사건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파문은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각국 정부가 관련 조사에 착수하면서 범법행위들이 끝없이 적발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검찰의 칼날은 폭스바겐을 향했다. 최근 폭스바겐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시장 차별’ 논란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디젤게이트' 파문을 일으켰던 폭스바겐의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33%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폭스바겐의 판매량은 1만2463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3.1%(6172대)나 급감했다.

배출가스 사건 후
파격적 프로모션

▲최근 판매량 보니… = 작년 배출가스 조작 사건 이후 할인 및 무이자 할부 등 파격적인 프로모션으로 시장 방어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시장 점유율도 떨어졌다. 작년 한 해 수입차시장 점유율 14.67%를 차지했던 폭스바겐은 올해 상반기 10.68%로 3.99%나 떨어졌다. 뚜렷한 판매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는 폭스바겐의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 14일 환경부는 폭스바겐의 32개 차종 79개 모델에 대한 인증 취소를 통보했고 이는 국내에서 판매해 온 차종의 70%에 해당한다. 실질적으로 영업정지 수준의 행정처분을 예고한 것이다. 대상 차종은 2007년 이후 국내에서 판매된 경유차 18종을 비롯, 휘발유차 14종으로 폭스바겐 골프, 제타, 티구안과 아우디 A3, A4, A6, Q5 등 인기 모델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인증이 취소될 경우 폭스바겐 신차는 판매가 금지될 뿐만 아니라 기존 판매된 차량의 리콜조치는 물론 과징금도 부과된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사가 디젤게이트 사건 이후 구체적인 답변이나 대응에 나서지 않는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지만 독일과 미국에서는 대대적인 리콜과 보상 합의에 나서는 상반적인 대처 모습이 국내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고, 이것이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속도 내는 수사 = 검찰은 올해 초 환경부의 고발로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을 5개월 동안 수사한 뒤 그 결과를 환경부에 통보했다. 검찰은 애초 해외서 문제가 된 유로5 차량 배출가스 조작만을 수사해왔다. 이 과정에서 폭스바겐이 2010년 8월∼2015년 2월 배출가스·소음 등 시험성적서 139건을 조작한 사실을 확인했다.

업체는 조작된 시험성적서를 국립환경과학원에 제출해 인증을 받아 차량을 판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 차량은 유로5가 적용된 골프2.0 GTD, 벤틀리, 아우디 RS7 등 총 26종이다. 뿐만아니라 휘발유 차량에서도 비리가 발견됐다.

검찰은 폭스바겐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골프1.4 TSI 소프트웨어를 몰래 바꿔 판매한 사실도 적발했다. 국립환경과학원 인증시험에서 불합격하자 별도 허가 없이 전자제어장치(ECU)를 두 번이나 바꿔 인증을 받았다는 게 검찰측 설명이다. 전자제어장치는 배출가스 배출량과 엔진 등 차량의 시스템을 관리하는 장치다. 소프트웨어는 내구성과 관련이 있는 만큼 소비자 안전 문제로도 연결된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폭스바겐 한국법인이 미국에서처럼 실제 주행모드 때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작동을 중단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인 폭스바겐이 범죄 행위를 지시한 게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도 높은 수사 급물살…정부도 압박
김앤장·광장 선정해 행정소송 준비?

▲앞으로의 사정 방향 = 검찰은 유로6 차량의 배출가스 조작도 의심하고 있다. 2014년부터 시행된 유로6은 유로5 배출가스 허용량보다 엄격하다. 검찰은 지난달 압수한 유로6 차량이 배출가스 법정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주행을 하고 있다. 해당 차량은 2016년식 골프 1.6, A1, A3 등 3개종이다.

이 차들의 품질보증 기준은 ‘10년 또는 16만km’다. 배기가스 주성분인 질소산화물(NOx)이 km당 0.08g 이하로 나와야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다. 검찰은 약 7∼8km를 주행해야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 다만 시험주행 종료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폭스바겐은 유로5 차량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유로6 차량 조작에 대해서는 부인해왔다.
 


유로6 차량에서 조작이 발견되면 이는 세계 최초다. 검찰의 수사는 폭스바겐 독일 본사로도 향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독일 수사당국에 형사사법공조를 요청했다. 지난 14일에는 2007∼2012년 총괄대표를 지낸 트레버 힐(54)씨 등 독일 본사 임직원 7명의 출석을 요구했다. 독일 본사가 직접 한국법인인 폭스바겐에 배출가스·소음 시험성적서와 소프트웨어 교체 등을 지시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조를 기다리며 독일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만큼 수사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선 보상
국내에선 몰라

▲대형로펌 내세워 맞불 = 위기에 놓인 폭스바겐이 국내 대형 로펌을 선정해 행정소송 준비단계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은 행정소송과 관련해 정해진 바는 아무것도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 21일 폭스바겐측은 행정소송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로펌을 추가했다고 해서 변호인단을 강화한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법무법인 광장으로부터 자문을 받아오다 이번 환경부 행정처분 방침 이후 김앤장도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은 “당사 법무팀만으로 검찰 수사와 정부 제재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어 전문 변호인단을 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닛산이 환경부의 캐시카이 판매정지 등 행정처분에 맞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 집행정지처분을 받은 바 있어 폭스바겐도 이 같은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전망이 따르고 있다. 당시 한국닛산 변호를 맡은 로펌도 김앤장이어서 폭스바겐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은 “당초 배출가스 조작에서 서류 조작으로 검찰 수사범위가 넓어져 커버할 영역이 커졌다”며 “현재는 전문 변호인단을 통한 소명으로 판매정지 모델 규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판매 막히나 = 폭스바겐은 지난 10년 동안 국내에서 판매해온 차량 모델 대부분이 판매 정지될 위기에 몰리면서 폭스바겐 차량 소유자와 딜러 등에게 실질적인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아직 폭스바겐측의 입장을 들어보는 청문회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승인 취소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태도가 극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정부의 승인 취소 방침이 바뀔 가능성도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승인 취소 예고 통지 단계만으로도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폭스바겐은 환경부의 승인 취소 예고장을 받고 공지한 글에서 “만일 환경부의 인증 취소가 확정되면 해당 차들을 새로 신규 수입·판매할 수 없다”고 했다. 그 대신 폭스바겐 측은 차량 운행, 보증 수리, 중고차 매매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정부까지 농락
사법처리 임박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인식 자체가 사태의 심각성을 폭스바겐측이 애써 외면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규 수입 판매를 할 수 없는 차종들이 대부분인 수입차는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고 이렇게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추락한 차종들이라면 당연히 중고차 시장에서도 수요가 없거나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고차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최근 폭스바겐의 거래 건수가 전년 대비 50% 이상 급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7월 들어 폭스바겐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하루 평균 판매량이 30% 정도 감소하는 등 판매 감소가 뚜렷하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에 폭스바겐 자동차를 판매해 온 딜러사들도 피해 대상으로 꼽힌다. 정부의 행정 조치로 신차 판매가 어려워진 만큼 딜러사들의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의 최대 딜러이자 유일하게 인증된 중고차를 판매해왔던 '클라쎄오토'는 이미 지난 5월 중고차 사업을 정리했다. 클라쎄오토 측은 지난해 9월 디젤게이트 이후 폭스바겐 중고차 거래가 급감하면서 인증 중고차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딜러들의 이탈이 본격화되면 딜러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폭스바겐 A/S 센터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더는 폭스바겐 소유주들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여유를 보일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시장 차별 논란 = 폭스바겐 본사를 상대로 보상을 요구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폭스바겐은 최근 미국 내 자사 차량 소유주들에게 1인당 최고 1만달러(약 116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미국과 달라 배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에서 공개된 ‘폭스바겐의 미국 고객 피해 및 환경오염 배상 관련 합의서’를 살펴보면 미국 소비자들은 차량을 중고차 가격으로 되팔거나 배출가스 개선 장치를 무료로 수리받을 수 있다. 환불·수리 등에 관계없이 47만5000여명의 소유주에게는 최소 5100달러(약 591만원)에서 최대 1만달러(약 1160만원)의 보상금도 준다.

상반기 판매량·시장점유율 감소
그나마 국내서 판매 정지될 위기

이 같은 합의 내용은 법원이 최종 승인을 하는 대로 실시된다. 앞으로 한 달간 배상합의안에 대한 의견 접수 기간을 거쳐 7월26일 열리는 공판에서 승인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은 외면받았다. 폭스바겐은 합의안 공개와 함께 ‘발표된 합의안은 폭스바겐의 법적 책임에 대한 시인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폭스바겐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원고인단 수는 6월 말 기준 총 4500여명이다.


폭스바겐그룹은 한 해 1000만대가량의 자동차를 전 세계 시장에 판매한다. 한국에서는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셰 등 7만여대의 차를 판매한다. 공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만일 한국이 ‘불매운동’을 통해 폭스바겐 차를 퇴출시킨다고 해도 영업에 큰 지장을 주지는 못하는 것이다. 한국 시장이 ‘무시’받고 있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폭스바겐이 철수하고 집단소송에서 승소한다고 해도 (폭스바겐) 독일 본사에는 큰 지장이 없다. 한국 법인인 폭스바겐코리아와 판매 딜러사들만 타격을 받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래도 꼼수영업 = 폭스바겐 사태가 불거진 직후인 작년 11월 폭스바겐은 국내 시장에서 총 4517대를 판매했다. 전 월대비 377%나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판매가 급증한 것은 폭스바겐이 대대적인 할인 행사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폭스바겐은 최대 1000만원 가격 인하 프로모션을 내걸며 국내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당시 폭스바겐은 팔리지 않고 남아 있던 배출가스 조작 차량을 환경부 판매금지 처분 직전 모두 사들여 비난이 일었다. 폭스바겐 명의로 등록한 뒤 다시 고쳐서 중고차로 팔기 위해서였다.

폭스바겐이 되사들인 차량은 티구안, 제타, CC 등 15개 차종 460여대다. 이미 수입자동차협회 등록까지 마쳐서 수리가 이뤄지면 중고차 시장에서 판매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6가 도입되면서 지난달 말 유로5 모델 판매 종료 시점이 지나면 차량들이 쓸모가 없어져 되사들였다고 해명했다.

“비도덕적 기업…
강력 조치 필요”

폭스바겐 관계자는 “이 차들에 대한 수리를 마친 뒤 판매나 기부 등 처리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배출가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극 대응으로 일관하던 폭스바겐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자동차 관련 동호회 게시판 등에는 ‘비도덕 기업 폭스바겐이 한국에서 영업을 못하도록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런 꼼수 때문에 징벌적 배상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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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