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면피’ 폭스바겐 엽기행각

일파만파 걷잡을 수 없는 '디젤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난해 세계 판매 1위 왕좌를 차지한 폭스바겐이 의도적으로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클린디젤'이라는 친환경이미지로 소비자 마케팅을 해왔던 폭스바겐이기에 이 사건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파문은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각국 정부가 관련 조사에 착수하면서 범법행위들이 끝없이 적발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검찰의 칼날은 폭스바겐을 향했다. 최근 폭스바겐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시장 차별’ 논란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디젤게이트' 파문을 일으켰던 폭스바겐의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33%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폭스바겐의 판매량은 1만2463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3.1%(6172대)나 급감했다.

배출가스 사건 후
파격적 프로모션

▲최근 판매량 보니… = 작년 배출가스 조작 사건 이후 할인 및 무이자 할부 등 파격적인 프로모션으로 시장 방어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시장 점유율도 떨어졌다. 작년 한 해 수입차시장 점유율 14.67%를 차지했던 폭스바겐은 올해 상반기 10.68%로 3.99%나 떨어졌다. 뚜렷한 판매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는 폭스바겐의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 14일 환경부는 폭스바겐의 32개 차종 79개 모델에 대한 인증 취소를 통보했고 이는 국내에서 판매해 온 차종의 70%에 해당한다. 실질적으로 영업정지 수준의 행정처분을 예고한 것이다. 대상 차종은 2007년 이후 국내에서 판매된 경유차 18종을 비롯, 휘발유차 14종으로 폭스바겐 골프, 제타, 티구안과 아우디 A3, A4, A6, Q5 등 인기 모델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인증이 취소될 경우 폭스바겐 신차는 판매가 금지될 뿐만 아니라 기존 판매된 차량의 리콜조치는 물론 과징금도 부과된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사가 디젤게이트 사건 이후 구체적인 답변이나 대응에 나서지 않는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지만 독일과 미국에서는 대대적인 리콜과 보상 합의에 나서는 상반적인 대처 모습이 국내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고, 이것이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속도 내는 수사 = 검찰은 올해 초 환경부의 고발로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을 5개월 동안 수사한 뒤 그 결과를 환경부에 통보했다. 검찰은 애초 해외서 문제가 된 유로5 차량 배출가스 조작만을 수사해왔다. 이 과정에서 폭스바겐이 2010년 8월∼2015년 2월 배출가스·소음 등 시험성적서 139건을 조작한 사실을 확인했다.

업체는 조작된 시험성적서를 국립환경과학원에 제출해 인증을 받아 차량을 판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 차량은 유로5가 적용된 골프2.0 GTD, 벤틀리, 아우디 RS7 등 총 26종이다. 뿐만아니라 휘발유 차량에서도 비리가 발견됐다.

검찰은 폭스바겐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골프1.4 TSI 소프트웨어를 몰래 바꿔 판매한 사실도 적발했다. 국립환경과학원 인증시험에서 불합격하자 별도 허가 없이 전자제어장치(ECU)를 두 번이나 바꿔 인증을 받았다는 게 검찰측 설명이다. 전자제어장치는 배출가스 배출량과 엔진 등 차량의 시스템을 관리하는 장치다. 소프트웨어는 내구성과 관련이 있는 만큼 소비자 안전 문제로도 연결된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폭스바겐 한국법인이 미국에서처럼 실제 주행모드 때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작동을 중단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인 폭스바겐이 범죄 행위를 지시한 게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도 높은 수사 급물살…정부도 압박
김앤장·광장 선정해 행정소송 준비?

▲앞으로의 사정 방향 = 검찰은 유로6 차량의 배출가스 조작도 의심하고 있다. 2014년부터 시행된 유로6은 유로5 배출가스 허용량보다 엄격하다. 검찰은 지난달 압수한 유로6 차량이 배출가스 법정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주행을 하고 있다. 해당 차량은 2016년식 골프 1.6, A1, A3 등 3개종이다.

이 차들의 품질보증 기준은 ‘10년 또는 16만km’다. 배기가스 주성분인 질소산화물(NOx)이 km당 0.08g 이하로 나와야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다. 검찰은 약 7∼8km를 주행해야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 다만 시험주행 종료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폭스바겐은 유로5 차량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유로6 차량 조작에 대해서는 부인해왔다.
 


유로6 차량에서 조작이 발견되면 이는 세계 최초다. 검찰의 수사는 폭스바겐 독일 본사로도 향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독일 수사당국에 형사사법공조를 요청했다. 지난 14일에는 2007∼2012년 총괄대표를 지낸 트레버 힐(54)씨 등 독일 본사 임직원 7명의 출석을 요구했다. 독일 본사가 직접 한국법인인 폭스바겐에 배출가스·소음 시험성적서와 소프트웨어 교체 등을 지시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조를 기다리며 독일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만큼 수사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선 보상
국내에선 몰라

▲대형로펌 내세워 맞불 = 위기에 놓인 폭스바겐이 국내 대형 로펌을 선정해 행정소송 준비단계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은 행정소송과 관련해 정해진 바는 아무것도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 21일 폭스바겐측은 행정소송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로펌을 추가했다고 해서 변호인단을 강화한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법무법인 광장으로부터 자문을 받아오다 이번 환경부 행정처분 방침 이후 김앤장도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은 “당사 법무팀만으로 검찰 수사와 정부 제재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어 전문 변호인단을 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닛산이 환경부의 캐시카이 판매정지 등 행정처분에 맞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 집행정지처분을 받은 바 있어 폭스바겐도 이 같은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전망이 따르고 있다. 당시 한국닛산 변호를 맡은 로펌도 김앤장이어서 폭스바겐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은 “당초 배출가스 조작에서 서류 조작으로 검찰 수사범위가 넓어져 커버할 영역이 커졌다”며 “현재는 전문 변호인단을 통한 소명으로 판매정지 모델 규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판매 막히나 = 폭스바겐은 지난 10년 동안 국내에서 판매해온 차량 모델 대부분이 판매 정지될 위기에 몰리면서 폭스바겐 차량 소유자와 딜러 등에게 실질적인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아직 폭스바겐측의 입장을 들어보는 청문회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승인 취소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태도가 극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정부의 승인 취소 방침이 바뀔 가능성도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승인 취소 예고 통지 단계만으로도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폭스바겐은 환경부의 승인 취소 예고장을 받고 공지한 글에서 “만일 환경부의 인증 취소가 확정되면 해당 차들을 새로 신규 수입·판매할 수 없다”고 했다. 그 대신 폭스바겐 측은 차량 운행, 보증 수리, 중고차 매매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정부까지 농락
사법처리 임박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인식 자체가 사태의 심각성을 폭스바겐측이 애써 외면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규 수입 판매를 할 수 없는 차종들이 대부분인 수입차는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고 이렇게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추락한 차종들이라면 당연히 중고차 시장에서도 수요가 없거나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고차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최근 폭스바겐의 거래 건수가 전년 대비 50% 이상 급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7월 들어 폭스바겐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하루 평균 판매량이 30% 정도 감소하는 등 판매 감소가 뚜렷하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에 폭스바겐 자동차를 판매해 온 딜러사들도 피해 대상으로 꼽힌다. 정부의 행정 조치로 신차 판매가 어려워진 만큼 딜러사들의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의 최대 딜러이자 유일하게 인증된 중고차를 판매해왔던 '클라쎄오토'는 이미 지난 5월 중고차 사업을 정리했다. 클라쎄오토 측은 지난해 9월 디젤게이트 이후 폭스바겐 중고차 거래가 급감하면서 인증 중고차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딜러들의 이탈이 본격화되면 딜러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폭스바겐 A/S 센터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더는 폭스바겐 소유주들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여유를 보일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시장 차별 논란 = 폭스바겐 본사를 상대로 보상을 요구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폭스바겐은 최근 미국 내 자사 차량 소유주들에게 1인당 최고 1만달러(약 116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미국과 달라 배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에서 공개된 ‘폭스바겐의 미국 고객 피해 및 환경오염 배상 관련 합의서’를 살펴보면 미국 소비자들은 차량을 중고차 가격으로 되팔거나 배출가스 개선 장치를 무료로 수리받을 수 있다. 환불·수리 등에 관계없이 47만5000여명의 소유주에게는 최소 5100달러(약 591만원)에서 최대 1만달러(약 1160만원)의 보상금도 준다.

상반기 판매량·시장점유율 감소
그나마 국내서 판매 정지될 위기

이 같은 합의 내용은 법원이 최종 승인을 하는 대로 실시된다. 앞으로 한 달간 배상합의안에 대한 의견 접수 기간을 거쳐 7월26일 열리는 공판에서 승인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은 외면받았다. 폭스바겐은 합의안 공개와 함께 ‘발표된 합의안은 폭스바겐의 법적 책임에 대한 시인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폭스바겐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원고인단 수는 6월 말 기준 총 4500여명이다.


폭스바겐그룹은 한 해 1000만대가량의 자동차를 전 세계 시장에 판매한다. 한국에서는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셰 등 7만여대의 차를 판매한다. 공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만일 한국이 ‘불매운동’을 통해 폭스바겐 차를 퇴출시킨다고 해도 영업에 큰 지장을 주지는 못하는 것이다. 한국 시장이 ‘무시’받고 있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폭스바겐이 철수하고 집단소송에서 승소한다고 해도 (폭스바겐) 독일 본사에는 큰 지장이 없다. 한국 법인인 폭스바겐코리아와 판매 딜러사들만 타격을 받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래도 꼼수영업 = 폭스바겐 사태가 불거진 직후인 작년 11월 폭스바겐은 국내 시장에서 총 4517대를 판매했다. 전 월대비 377%나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판매가 급증한 것은 폭스바겐이 대대적인 할인 행사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폭스바겐은 최대 1000만원 가격 인하 프로모션을 내걸며 국내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당시 폭스바겐은 팔리지 않고 남아 있던 배출가스 조작 차량을 환경부 판매금지 처분 직전 모두 사들여 비난이 일었다. 폭스바겐 명의로 등록한 뒤 다시 고쳐서 중고차로 팔기 위해서였다.

폭스바겐이 되사들인 차량은 티구안, 제타, CC 등 15개 차종 460여대다. 이미 수입자동차협회 등록까지 마쳐서 수리가 이뤄지면 중고차 시장에서 판매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6가 도입되면서 지난달 말 유로5 모델 판매 종료 시점이 지나면 차량들이 쓸모가 없어져 되사들였다고 해명했다.

“비도덕적 기업…
강력 조치 필요”

폭스바겐 관계자는 “이 차들에 대한 수리를 마친 뒤 판매나 기부 등 처리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배출가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극 대응으로 일관하던 폭스바겐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자동차 관련 동호회 게시판 등에는 ‘비도덕 기업 폭스바겐이 한국에서 영업을 못하도록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런 꼼수 때문에 징벌적 배상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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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