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주의보> ‘휴가 명소’ 자릿세의 비밀

계곡에 평상 깔고 “5만원” 모래 파라솔 꽂고 “5천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다가왔다. 매년 골칫거리로 떠오르는 ‘자릿세 바가지’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휴가철이 시작되기 전부터 불법적으로 ‘명당’을 차지한 사람들과 ‘평상 장사’로 유명한 음식점들은 벌써부터 손님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피서객들의 쉴 자리를 뺏는 일부 업주들과 그곳을 찾은 피서객들의 실랑이는 해결되지 않은 채 매년 이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피서객들은 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계곡과 바다, 산으로 피서를 떠난다. 하지만 휴가지에서 되레 불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일부 휴가지에서는 이때다 싶어 음식값을 한껏 올리거나 멀쩡한 땅에 파라솔을 꽂고 자릿세를 받는 얌체족들이 기승을 부리기도 한다. 휴가철마다 불미스러운 일이 반복되자 일부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은 정가제 시행, 자체 단속 활동 등 자정노력을 하고 있다.

남의 땅에서
버젓이 장사

요즘 피서지에서는 내 가족, 친구들이 쉴 자리 하나 마련하기 힘들다. 계곡 바로 옆에 자리를 잡은 음식점들은 소위 ‘명당’에 불법으로 돗자리나 평상을 깔아놓고 ‘자리 장사’를 한다. 돈을 내지 않고서는 계곡 물에 발한 번 담그기 어려운 실정.

대부분 '세'를 받는 '자리'라는 것이 목 좋은 인근 식당서 자기네 음식을 팔기 위해 확보한 것일 뿐, 자기 소유인 곳은 극히 드물다. 설령, 소유주가 맞다 치더라도 어떻게 대한민국 온 국민이 함께 누리고 즐겨야 할 ‘자리’에 ‘세금’을 붙일 수 있을까.

강원도 화천, 춘천, 홍천, 인제 등 산간 음식점 주인들은 계곡 주변에 파라솔을 꽂거나 돗자리를 펴놓고 불법으로 2만원가량 자릿세를 받는다. 또 음식을 주문해야만 자리를 내주는 불법영업도 일삼고 있다. 이 때문에 관광객은 자릿세를 놓고 상인들과 언쟁을 벌이는 일이 잦다.


휴가지로 계곡을 찾았다는 주모(33)씨는 인근 식당의 바가지요금에 휴가를 망쳤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차료 징수는 물론 한 사람이 누울 크기의 평상은 4만∼6만원, 냉동 닭백숙 1마리는 5만원, 민박은 호텔객실료보다 높은 바가지요금에 깜짝 놀랐다.

주부 이모(41)씨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이씨는 “지난해만 해도 몇 개에 불과하던 평상이 올해는 유원지 주변은 물론 고속도로 다리 밑까지 점령해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았다”며 “오물과 악취가 넘쳐나는 간이화장실과 파손된 진입로 등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었다”며 악덕 상술과 함께 미숙한 시설 유지관리에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주 강원도에 있는 계곡을 찾은 정모(53)씨도 “일부 상인들이 석골사 계곡을 자기 소유인 것처럼 주변을 모두 차지하고 돈을 요구해 너무 불쾌했다”며 “계곡 어디서도 편안하게 피서를 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자릿세뿐 아니라 음식 가격도 관광지를 찾는 피서객의 기분을 망치는 주된 원인이다. 강원지역 한 워터파크 내 음식 가격은 일반 음식점보다 약 3배가 비싸다. 워터파크를 찾은 이용객들은 물놀이 시설을 이용하다 허기를 달래려고 찾은 음식점 앞에서 당황한다. 일행과 다 같이 옷을 갈아입고 외부 음식점을 이용하는 ‘귀찮은 수고’를 하지 않으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야 한다.

지난달 이른 여름 분위기를 내려고 워터파크를 찾은 A씨는 “비싸도 외부로 나가기 불편하니까 웬만하면 장내에서 식사를 해결했다”며 “어렵게 시간 내서 놀러 온 여행지에서 기분을 망치지 않으려면 그 수밖엔 없다”고 말했다.

휴가철 숙박업소들의 가격 올리기도 만만치 않다. 해운대 인근 숙박업소의 숙박비가 비성수기 대비 최대 5배가량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값 2배
배짱영업 중


부산시 해운대구 송정동에 있는 한 민박업소는 비성수기 숙박비와 8월1일의 숙박비가 최대 5.3배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6평 규모의 객실은 2만7000원에서 13만8000원, 9평 규모의 객실은 3만8000원에서 18만8000원, 14평 규모의 객실은 5만8000원에서 29만8000원으로 가격을 인상해 예약받고 있었다. 객실 요금 공지란에는 ‘아래 요금 그대로 예약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요금문의는 확인하실 필요가 없습니다’는 문구도 공지돼 있었다.
 

다른 한 민박업소는 8평 규모의 객실 숙박비를 비성수기에 4만원 받았으나 성수기인 8월1일 1박 숙박비를 문의하자 15만원을 제시했다. 해당 숙박업소 업주는 “이미 다른 숙박업소는 예약이 완료된 상태라 15만원이면 싸게 예약하는 셈”이라며 “고민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방을 내어줄 수 있으니 금일 중으로 계좌에 숙박비를 입금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약이 완료된 후에도 고객 문의가 끊임없이 이어지며 가격을 더 얹어 주겠다는 사람도 있다. 인상가를 높여도 예약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운대 인근 숙박업소의 숙박비를 조사해본 결과, 70개 업소 중 숙박비를 고지한 업소는 단 8개 업소에 불과했다. 62개 업소는 가격 공지 대신 해당 업주의 연락처와 함께 ‘전화 문의’라는 문구만 게재돼 있었다. 가격이 공지된 8개 업소 중 가족 단위가 숙박할 수 있는 20평 규모 객실의 극성수기(7월30일∼8월9일) 주말 기준 숙박비는 평균 28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 흐르는 명당 ‘부르는 게 값’
알고보면 식당 자리소유 극소수

숙박비가 가장 저렴한 펜션은 평일 17만원, 주말 19만원이었으며, 가장 비싼 펜션은 평일·주말 구분 없이 35만원을 받고 있었다. 비성수기의 평균 객실 숙박비는 16만6000원으로 성수기에 11만4000원을 더 받는 셈이었다. 숙박업소가 극성수기에 숙박비를 대폭 인상한 문제점은 해운대에 국한되지 않고 여름 피서지 곳곳에서 빚어진다.

특히 경포대 인근의 숙박업소는 대부분 비성수기, 준성수기1(7월11일∼24일), 준성수기2(8월16일∼22일), 성수기(7월25일∼29일, 8월9일∼15일), 극성수기의 기간별로 5분할하거나 비성수기, 성수기(7월11일∼29일, 8월9일∼22일), 극성수기를 직접 선택하는 혜택비를 운영 중이었다.

기간별로 가장 큰 숙박비 차액을 보인 한 업소(20평 객실 기준)의 경우 비성수기에 평일 20만원, 주말 28만원, 준성수기에 평일 24만원, 주말 32만원, 성수기에 평일 31만원, 주말 36만원, 극성수기에 38만원의 숙박비를 받고 있었다.

다른 한 업소는 비성수기에 평일 12만5000원, 주말 15만5000원, 준성수기1에 평일 13만5000원, 주말 17만원, 준성수기2에 평일 14만5000원, 주말 18만5000원, 성수기에 평일 21만원, 주말 24만원, 극성수기에 28만원의 숙박비로 운영 중이었다.

펜션 운영업자 최모(32)씨는 “피서지 인근의 숙박업소는 짧은 여름휴가 기간 연간 이용객의 80% 이상이 찾기 때문에 숙박비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며 “5배까지 숙박비를 인상한다는 건 비양심적으로 보이긴 하나 평균 2배 정도는 얹어 받아야만 1년간 펜션 운영이 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대부분의 피서지 숙박업소들은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에 발생한 분쟁을 원활히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권고 기준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

숙박업소도
가격 올리기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성수기 주중에는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계약 해지 시 사용 예정일 7일 전까지는 90% 환불받는다. 사용예정일 3일 전까지 취소 시에는 50%를 환불받고, 사용예정일 1일 전까지나 당일 취소 시에도 적어도 20%는 환불받는다. 그러나 대부분 숙박업소에서는 이용 당일 취소 시에는 아예 환불을 해주지 않으며 3일 전 취소 시에도 권고 기준인 50% 환불이 아닌 약 30% 정도만 환불해 준다.


이에 상인들은 어쩔 수 없다는 태도다. “성수기에 가격을 올려 받는 것은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다”며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도 당연한 이치 아니냐”고 반문했다. 

바가지나 자릿세, 얌체 피서객 등 휴가지 병폐가 매년 반복되자 일부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전남 여수시 만성리해수욕장은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운영위원회를 꾸려 파라솔(그늘막)과 구명조끼를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

탈의실과 옷·귀중품 보관소, 주차장, 야영장 이용료도 무료다. 운영위 관계자는 “10여년 전 파라솔을 도입해 5000원씩 받고 대여했으나 소득도 낮고 이미지만 안 좋아진다는 여론이 있어 지금은 선착순으로 무료로 대여하고 있다. 바가지요금이 없다는 인상을 얻어 이용객의 재방문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연간 100만명 이상의 피서객이 찾는 전남 완도 신지 명사십리해수욕장도 매년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완도군과 신지 명사십리 번영회, 상가협의회, 이장단이 모여 회의를 통해 협정요금표를 정해 ‘정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여름휴가 절정… 극성수기 가격 요구
비수기 대비 5배 인상 “비싸도 없어”

관광지를 찾는 여행객에게 ‘착한 여행지’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재방문 의지를 높여주기 위해서다. 불꽃놀이 소음과 피해, 숙박업체·노점상 호객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다음 달 8일 해수욕장을 개장하는 속초시는 해수욕장에 행정지원센터, 여름파출소, 응급 의료지원센터를 설치하고 호객과 바가지요금 등 불법행위 단속과 시설사용료 가격표시제를 운용할 예정이다.


속초시 관광진흥협의회와 사회단체 회원 등 50여명도 해수욕장 질서와 청결 등을 위한 캠페인에 돌입한다.

포항시는 바가지요금 방지를 위해 휴가지 번영회와 해수욕장협의회를 열고 협정요금을 동일하게 받도록 했다. 파라솔 임대 4시간 5000원, 튜브 임대 4시간 5000원, 샤워장 이용 2000원, 바나나보트 1만5000원 등 포항 관내 해수욕장에 모두 같은 요금을 적용했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 관계자는 “지자체와 상인 연합회 등에서 시행하는 자정 노력이 우선 당장은 개별 상인들에게 손해를 끼칠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해당 휴가지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신뢰도가 높아지면 휴가지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지고 재방문율도 높아져 소득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역이 앞장
무료 대여도

경찰과 산림특별사법경찰은 휴가철 절정기를 맞이해 계곡 주변을 무단으로 점유해 자릿세 및 노점 행위를 하는 상업시설 등 불법행위가 많은 지역에 대해서 합동으로 단속하고 불법행위가 적발된 경우에는 관련법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방침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주인이 없는 산이라는 잘못된 인식과 관행을 바로잡고 산림 내 위법행위를 없애기 위해 국민 모두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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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심우정 검찰총장이 ‘딸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였다.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에 최종 합격했다. 외교부가 오직 심 총장의 딸을 위해 전형까지 엎었다는 게 골자다. 외교부는 특혜가 아니라던 입장을 뒤집고, 심 총장 지녀 채용을 보류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사안처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며 맹공을 펼치고 나섰다.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 심모씨는 ‘아빠 찬스’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과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에 합격할 수 없었다. 지원 자격 자체가 미달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입시 비리 혐의를 받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사안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수사기관이 심씨를 즉각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아빠 찬스? 수상한 합격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서 심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지난해 9월 심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서 언급됐었다. 당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심 총장의 장녀가 1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는데, 심 후보자가 이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시 “후보자 장녀가 최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며 “후보자 자녀는 대학생들이 선망하는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다. (장녀가)서울대 국제대학원 1학년 때 박철희 교수에게 수업을 받았다”며 “박 교수는 현직 주일대사고, 후보자 본인 장녀가 입사할 당시 국립외교원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나카소네 야스히로상 수상자”라며 “제1회(수상자) 박철희 주일대사고, 윤석열정부서 ‘중요한 건 일본 마음’이라고 말한 김태효 차장이 제5회 장려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심 총장이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그러면 채용 서류를 내라.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전부터 채용서류 전체를 내라고 하는 것”이라며 “의원실서 계속 요구하지만 후보자 동의가 없어서 (외교원이) 내질 않고 있다”고 따져 물었다. 외교부의 지난 1월 1차 공무직 연구원 채용 공고에는 ‘경제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가 응시 자격이었다. 그런데 한 달 뒤인 2차 공고는 갑자기 심씨가 전공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됐다. 외교부는 응시 가능 대상을 확대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변경 전에 응시했던 이들은 2차 공고 때는 응시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공정채용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채용공고를 변경할 때는 채용 관련 심의기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인사기획관실과 서면 협의만 거쳤다. 심의기구를 통한 공정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채용 공고를 변경한 셈이다. 채용 경력을 두고도 외교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심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도 거세다. 채용 공고에는 해당 분야 실무 경력 2년 이상이 응시 자격이었다. 그러나 심씨의 경력은 국립외교원 연구원 8개월,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보조원 22개월, UN 경제사회국 인턴 6개월로 실제 경력은 8개월에 불과했다. 경력 1년도 안 되는데 스펙 과대 포장해 지원 외교부 전형까지 뒤집어…기존 면접자는 탈락 외교부는 학창 시절의 경험도 경력으로 인정한다고 해명했지만, 외교부 산하 기관서 2022년과 2023년에 낸 채용공고엔 인턴이나, 교육생, 학위 취득에 소요되는 행정조교 등은 경력서 제외한다고 적시돼있다. 심씨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산하 EU센터서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했다고 실무 경력에 적었다. 하지만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발간한 2023년 연례보고서에는 심씨가 연구 보조원이 아닌 EU센터 ‘석사 연구생’으로 적혀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심씨의 외교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진상조사단을 출범했다. 조사단에는 한 의원을 포함해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홍기원·이재강 의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기표·박희승 의원,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이용우 의원,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이정문 의원,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의원,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백승아 의원 등 총 12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심 총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는 지난 1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면접까지 통과해 현재 신원 조사 절차만 남겨둔 심씨의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 채용은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보됐다. 공익감사는 감사 대상 기관이 자체 감사기구서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검찰의 2중대 역할을 자처해 왔다.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감사원을 동원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사단은 심 총장 자녀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대응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심 총장 딸의 외교부 특혜 채용 비리 의혹 및 서민금융 대출 논란, 심 총장 아들의 장학금 수령 특혜 의혹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외교원 연구원 채용 공고상 자격 요건에 ‘해당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자 중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 경험자’라고 돼있지만 심 총장 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혜 채용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급 바뀐 채용공고 심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총장의 자녀는 대한민국의 다른 모든 청년들과 같이 본인의 노력으로 채용 절차에 임했다. 국회에 자료 제출을 위한 외교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도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심씨 특혜 채용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은)윤석열정권 출범 직후 2022년 7월 정도에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실로 들어갔다가 2024년 1월에 외교부로 복귀해 5월 말, 한반도 평화교섭본부를 없애고 새롭게 신설한 외교전략정보본부 외교정보기획국장으로 보직받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2023년 외교부 연구직 채용 1차 공고 당시 직접 면접에 참여한 박 국장은 지원자 A씨를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하지만 A씨는 한국서 나고 자라 학위까지 받은 인물로 언어능력을 문제 삼을 만한 근거는 부족했다. A씨의 탈락 이후 외교부는 2차 공고를 내며 채용 자격을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에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다. 이때 국제협력 분야를 전공한 심씨가 합격하게 된 것이다. 한 의원은 박 국장의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심씨의 채용 과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채용 실무가 인사기획관실이 아닌 외교정보기획국 산하 외교정보1과서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아무래도 용산에 파견 나가 있으면 조금 더 넓게 여러 부처와 관련된 사람들을 접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과정서 어떤 방식이든지 어떤 접점이 이뤄지지 않았겠냐라고 하는 것은 있는데 그 부분은 저희가 조금 더 깊이 파봐야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먹잇감 심 총장과 갈등을 빚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심씨의 사건은 좋은 먹잇감이다. 지난 3일 공수처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이 심 총장과 조태열 장관을 직권남용,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수사3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해 고발당한 심 총장 사건도 수사 중이다. 사세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수장인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을 뇌물성 채용한 행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감사원이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익감사 청구는 6개월 이내 결과를 내놔야 하되 기한은 자체 판단으로 늘릴 수 있는데, 그전에 감사에 착수할지 여부부터 감사위원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감사 청구를 각하하는 이유는 통상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공수처 수사가 각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상 감사원이 거부할 수 없는 국회 요구 감사의 경우에도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사실상 각하’했던 최근 사례도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5일 국회가 요구한 방송통신위원회 2인 구조 등 감사를 두고, 같은 사안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위법성 여부를 감사원이 결론 내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매듭지은 보고서를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심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입시 비리 논란을 일으켰던 조 전 장관 부부가 받았던 수사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검찰의 이중적 잣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조 전 장관이 받았던 검찰 수사를 보면 입시 비리 혐의만으로도 압수수색 등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같은 혐의를 받는 심 총장 딸의 경우 멀쩡하게 살고 있다는 걸 국민 눈높이서 봤을 때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라며 “이건 상식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조민은 집유 “강도 높게 수사해야” 용산 파견 키맨 박장호 국장 뒷배? 여당인 국민의힘도 조용하다. 지난달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을 두고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를 넘어 제2의 조국 사태”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공수처가 심 총장과 심씨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력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고발 사건이 이어지면서 수사 지연은 불가피하다. 지난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인사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3명 등 4명의 검사 임명을 대통령실에 제청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9월에도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 등 3명의 검사를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은 반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답이 없는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때까지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송창진 수사2부장의 면직을 재가하면서도 신규 검사 임명은 하지 않았다. 한 총리의 뒤를 이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찰청 등 부처 인사는 진행하면서도 공수처 검사는 임명하지 않았다. 신규 검사 임명이 늦어지면서 고질적인 공수처 인력난도 지속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이지만 현재 검사 인원은 휴직자 1명을 포함해 14명에 불과하다. 정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신규 검사 7명을 임명해도 정원보다 4명이 부족하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과부하 상태라는 우려가 나온다. 12·3 비상계엄 수사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비위 의혹 수사 등 기존 수사에 인력이 집중돼있어 타 수사를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는 토로도 상당하다. 수사? 미지수 공수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고발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배당받은 사건을 전부 들여다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이 하루빨리 검사 임명을 해줘야 타 사건도 들여다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박에 반박 나선 외교부 외교부가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장을 재반박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외교부는 “관점에 따라 제도 운영 과정서 미흡했던 부분이 지적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 특정 인물에 대한 특혜로 연결 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자’를 대상으로 채용 공고한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에 석사 취득 예정 상태였던 심씨가 채용된 것에 대해 심씨만 특별히 배려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학위 취득 예정서를 공식 증명서로 증빙하면 자격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했던 사례가 2021~2025년까지 총 8건 더 있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올 초 외교부 정책조사 연구원 채용 과정서 이미 최종 면접까지 마친 응시자가 불합격 처리되고, 심씨를 위한 ‘맞춤형’으로 응시 자격을 바꿔 재공고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1차 공고를 냈을 때 응시 인원이 6명에 불과했고, 그 중 유일하게 경제 관련 석사학위를 소지한 응시자 1명에 대해 외부 인사 2명과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된 면접위원회가 최종 면접을 했으나 채용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1차 채용 공고문에 ‘응시자 중 적격자가 없을 경우 선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사전에 공지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2차 공고에선 응시 가능 대상을 넓히기 위해 자격 요건을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고, 그 결과 19명의 지원자가 응시해 심씨를 포함한 5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처럼 1차 공고 후 적격자가 없어 전공·자격증 분야 등 응시 자격 요건을 변경해 재공고한 사례는 타 부처는 물론 외교부 내에서도 과거 전례가 있다면서 “(심씨가)유일하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앞서 외교부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응모한 사람이 적더라도 (같은) 채용 공고 사이트를 보면 재공고를 해서라도 기한을 연장해 해당 분야 사람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심씨가 또 다른 응시 요건인 ‘실무 경력 2년 이상’을 충족했는지도 논란이 큰 쟁점이다. 외교부는 심씨의 실무 경력을 국립외교원 경력 8개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보조원, 유엔 산하 기구 인턴 등을 포함해 총 35개월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인턴, 조교 등은 통상 실무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경험과 경력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