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먹구름 드리운 김정주 '과거와 현재'

벤처 신화? 이면엔 검은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2년 한 언론은 김정주 NXC 회장을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도전하는 경제인 분야)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정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후 현재 김 회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밤샘 검찰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김 회장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봤다.

김 회장은 국내 게임산업 1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우리나라 벤처 신화의 주인공이다. 부친은 법무법인 고문변호사로 활동 중이며, 모친은 서울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1968년생인 김 회장은 서울대학교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전산학과 석사 과정을 마친 전형적인 ‘엄친아’ 스타일의 수재다. 음악을 전공한 모친의 영향으로 바이올린 연주도 수준급이라고 한다.

엄친아 스타일
바람의 나라 대박

김 회장은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가 드물었던 시기, 본인 컴퓨터를 가지고 놀며 자연스럽게 공대생의 길을 걸었다. 김 회장은 서울대 86학번 동기인 송재경 현 엑스엘게임즈 대표이사와 친분을 맺게 된다. 김 회장과 송 대표는 대학시절부터 유난히 손발이 잘 맞았다고 한다. 김 회장이 송 대표 등과 함께 1994년 12월 말 역삼동에 자리를 잡는데, 이것이 바로 넥슨의 시작이다.

김 회장은 카이스트 재학 시절 ‘국내 게임업계 대모’로 불리는 장인경 마리텔레콤 전 대표의 영향을 받아 온라인 게임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김 회장이 회사를 차릴 때까지만 해도 온라인 게임 영역은 전혀 검증되지 않은 생소한 영역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선뜻 넥슨에 투자를 하지 못했다. 결국 김 회장이 나서서 투자금을 끌어오는 수밖에 없었다. 넥슨은 당시 대기업 홈페이지 제작부터 웹오피스 프로그램 개발 등 돈 되는 일이면 닥치는 대로 맡았다. 김 회장은 창업과 사업 운영에 필요한 행정업무와 외주 작업 유치 등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넥슨은 이전까지 거의 시도되지 않은 그래픽 머드 게임을 제작,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머드게임은 통신상에서 여러 명의 사용자가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말하는데 넥슨의 시도 전에는 글로 모든 것을 처리하던 텍스트 머드게임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을 비롯한 넥슨 구성원들은 우여곡절 끝에 김진 작가의 만화 <바람의 나라>를 소재로 한 동명의 온라인게임을 내놓는다. 고구려 대무신왕의 일대기를 다룬 '바람의 나라'는 한국적 정서를 담은 게임으로 평가받는다. 2011년에는 ‘세계 최장수 상용화 그래픽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이 기록은 매일 경신되는 중이다.

진경준에 주식·차량 무상제공 왜?
대가성·업무 관련성 여부가 쟁점

지금은 '바람의 나라'가 국내 온라인 게임 산업의 뿌리로 평가받고 있지만 처음 출시됐을 당시 흥행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동시 접속자가 30명도 채 안됐고, 유료서비스를 시작한 첫 달 매출액이 10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환경이 획기적으로 변화하는 등 넥슨에 운이 따르기 시작했다.

 

당시 '스타크래프트'가 몰고 온 PC방 열풍으로 '바람의 나라'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고, 흥행에 날개가 달렸다. 현재까지 '바람의 나라'의 누적 가입자 수는 2300만명에 이른다. 그 이후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마비노기 등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넥슨은 비약적으로 성장해 엔씨소프트와 함께 게임업계 양대 산맥으로 자리를 굳히게 된다.

넥슨 성공의 1등 공신인 김 회장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다소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에 대해 천재 게임개발자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게임 업계의 생태계를 망치는 주범이라는 비판도 있다.

김 회장은 2000년대 들어 공격적으로 경쟁사들을 인수 합병하기 시작했다. 2004년 메이플스토리를 개발한 위젯스튜디오를 인수했고, 1년 후 모바일 게임 개발사 엔텔리전트를 손에 넣었다. 2006년 컴뱃암즈 개발사인 두빅엔터테인먼트를, 2008년 던전앤파이터 개발사인 네오플을, 2010년 서든어택 개발사인 게임하이(현 넥슨GT)를, 2011년 당시 JCE(현 조이시티)와 아틀란티카를 개발한 엔도어즈를 차례로 M&A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 회장에 대한 평판은 ‘투자의 귀재’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넥슨과 함께 게임업계 쌍두마차인 엔씨소프트와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이후 김 회장에 대한 평가가 ‘기업 사냥꾼’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바뀐다.

천재 개발자서
기업 사냥꾼으로

2012년 넥슨은 엔씨소프트와 함께 미국 유명 게임업체인 일렉트로닉아츠(EA)를 인수하기 위해 엔씨소프트의 지분 14.68%를 8045억원에 매입해 1대 주주가 됐다. 당시 김정주 회장과 김택진 대표는 서울대 공대 선후배 관계로, 평소 쌓고 있던 친분과 게임에 대한 공통적인 비전 등이 협력의 계기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EA 인수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두 업체 간의 관계가 불편해졌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공동 게임 개발 등으로 협력 관계를 이어가려 했지만 조직 문화 차이로 이마저도 무산됐다. 여기에 넥슨이 엔씨소프트 지분 투자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꾸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넥슨이 엔씨소프트 경영권 분쟁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엔씨소프트 측은 모바일 게임업체인 넷마블게임즈를 끌어들여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고, 넥슨이 지난해 10월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소유하고 있던 엔씨소프트 지분 15.08%를 전량 처분하면서 두 업체는 공식적으로 결별했다.

김 회장은 일본 진출에도 관심이 많았다. 김 회장은 1998년 일본에 방문했다가 사람들이 닌텐도를 사기 위해 매장 앞에 길게 줄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2002년에는 글로벌 공략 차원에서 일본에 지사를 세웠고, 2005년에는 모회사를 한국법인서 일본법인으로 바꾸기도 했다.

현재 한국 넥슨은 일본법인의 자회사다. 지주사인 NXC가 넥슨의 일본법인 지분을 소유하고, 일본법인이 다시 한국법인을 지배하는 형태다. 이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은 별로 곱지 못하다. 김 회장은 "일본은 전통적인 게임 강국이며 한국보다 규제가 덜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넥슨 일본법인은 2011년 12월 8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도쿄증권거래소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일본 증시 상장 후 몸값이 폭등한 넥슨 재팬 주식, 진경준 검사장이 지난해 팔아 12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올린 주식이 바로 이것이다.
 

모든 일은 지난 3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가 고위공직자 재산 내역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윤리위의 재산 공개 결과 진 검사장이 주식으로 120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얻은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주식 차량 제공
사실상 스폰서

진 검사장은 처음에는 넥슨 비상장주 매입 자금은 본인 돈으로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직자윤리위원회에도 다 신고했고, 국세청에서도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면서 단지 친구의 권유로 2005년에 비상장 주식을 샀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진 검사장이 보유하고 있던 넥슨 비상장 주식은 일반인의 접근이 극히 제한됐던 것으로 주식을 판 사람과 그가 이를 얻은 방식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진 검사장은 그간 주식 매입 자금 출처에 대해 ‘처가에서 돈을 일부 지원받았다’ ‘넥슨이 주식 매입 자금을 빌려줬는데 단기간에 갚았다’ 등 여러 차례 말을 바꿔왔다.

넥슨 측도 진 검사장과 말을 맞췄지만 결국 검찰 소환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검찰에 자수서를 제출하고, 김 회장 측에서 매입 자금을 무상 제공했다는 취지로 다시 말을 바꿨다. 13일 소환조사를 받은 김 회장 역시 이 같은 내용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검사장은 처음 문제가 드러난 이후 약 4개월간 거짓말을 거듭해 온 셈이다.

진 검사장의 주식 매입 자금의 출처가 드러나면서 이제는 돈의 성격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는 상황이다. 그 과정에서 검찰의 칼날이 김 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대가없이 약 4억원을 제공했다면 무슨 조건이나 대가를 바라고 일종의 ‘보험 투자’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여기에 진 검사장이 넥슨이 리스한 고급 승용차 제네시스를 타고 다녔다는 의혹까지 더해졌다. 사실상 넥슨이 진 검사장의 스폰서 역할을 했다는 것. 향후 검찰 조사에서 2005∼2006년 주식 거래 이후 진 검사장이 검사 직위를 이용해 넥슨 측에 편의를 봐준 정황이 드러나는 등 대가성 여부가 확인되면 ‘수뢰 후 부정처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검사장 대박 의혹이 기업 사정으로
뜻밖의 나비효과에 김 회장 ‘불똥’

아울러 검찰은 김 회장과 진 검사장의 금전 거래 문제뿐만 아니라 넥슨 기업 전체 상황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김 회장으로서는 매우 부담스러울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지난 12일 이미 김 회장의 자택과 제주도 사무실, 넥슨 판교 사옥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넥슨 내부에서는 착잡하고 충격적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넥슨은 회사 대표 게임인 바람의 나라 20주년 자축 행사를 가졌다. 하지만 이틀 뒤 압수수색이 진행되면서 좋았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검찰이 김 회장의 개인회사인 와이즈키즈까지 압수수색 했다는 점이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와이즈키즈라는 회사는 김 회장과 지배 구조의 연관성을 볼 때 의미가 큰 곳이다. 3차원 프린팅 제품 판매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인 와이즈키즈는 김 회장과 그의 부인 유정현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곳으로, 지배구조와 관계사들을 들여다보면 회장 일가가 다수 얽혀있다.
 

부부가 모두 회사 임원을 맡았던 적이 있고, 김 회장의 부친도 한때 와이즈키즈의 임원이었다고 한다. 현재 검찰은 와이즈키즈가 지난해 지주회사인 NXC의 자회사였던 부동산 임대업체 엔엑스프로퍼티스를 601여억원에 사들인 것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검찰은 일단 진 검사장 주식 대박 의혹과 관련해 수사력을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김 회장의 개인 비리나 넥슨의 경영 비리가 드러나면 수사의 방향이 갈라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 11일 “김 회장이 넥슨코리아를 넥슨재팬에 매각하며 회사에 손실을 초래하는 등 2조8301억원의 배임, 횡령, 조세포탈 등을 자행했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센터에 따르면 김 회장은 2005년 당시 가치가 1조560여억원에 달하던 넥슨코리아를 넥슨재팬에 40억원에 넘겨 당시 모회사였던 넥슨홀딩스에 1조520여억원의 손해를 입히고 배임을 저질렀다.

또한 2006년 10월에는 주당 20만원 이상으로 평가받던 넥슨홀딩스의 비상장 주식 107만주를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주당 10만원에 사들여 1270여억원을 횡령하고, 현 지주회사 NXC의 벨기에 법인에 넥슨재팬 주식을 저가로 현물 출자해 지주회사가 7990여억원을 손해보게 한 혐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넥슨이 지주회사 NXC를 지방으로 이전하며 지난해까지 약 3000억원의 세금을 감면받았지만 실제 업무는 경기도 판교의 넥슨코리아가 하고 있다며 이런 형식적 지방 이전이 조세포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센터가 주장한 김 회장의 범죄 혐의 액수는 배임 1조9290여억원, 횡령 5880여억원, 조세포탈 3000억원, 진 검사장에 대한 뇌물 120여억원 등이다.

은둔의 경영자
20년 만에 위기

평소 외부 행사나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려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져 있는 김정주 회장. 하지만 개인 비리, 기업 비리 의혹으로 전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승승장구해왔던 20여년의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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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