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먹구름 드리운 김정주 '과거와 현재'

벤처 신화? 이면엔 검은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2년 한 언론은 김정주 NXC 회장을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도전하는 경제인 분야)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정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후 현재 김 회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밤샘 검찰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김 회장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봤다.

김 회장은 국내 게임산업 1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우리나라 벤처 신화의 주인공이다. 부친은 법무법인 고문변호사로 활동 중이며, 모친은 서울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1968년생인 김 회장은 서울대학교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전산학과 석사 과정을 마친 전형적인 ‘엄친아’ 스타일의 수재다. 음악을 전공한 모친의 영향으로 바이올린 연주도 수준급이라고 한다.

엄친아 스타일
바람의 나라 대박

김 회장은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가 드물었던 시기, 본인 컴퓨터를 가지고 놀며 자연스럽게 공대생의 길을 걸었다. 김 회장은 서울대 86학번 동기인 송재경 현 엑스엘게임즈 대표이사와 친분을 맺게 된다. 김 회장과 송 대표는 대학시절부터 유난히 손발이 잘 맞았다고 한다. 김 회장이 송 대표 등과 함께 1994년 12월 말 역삼동에 자리를 잡는데, 이것이 바로 넥슨의 시작이다.

김 회장은 카이스트 재학 시절 ‘국내 게임업계 대모’로 불리는 장인경 마리텔레콤 전 대표의 영향을 받아 온라인 게임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김 회장이 회사를 차릴 때까지만 해도 온라인 게임 영역은 전혀 검증되지 않은 생소한 영역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선뜻 넥슨에 투자를 하지 못했다. 결국 김 회장이 나서서 투자금을 끌어오는 수밖에 없었다. 넥슨은 당시 대기업 홈페이지 제작부터 웹오피스 프로그램 개발 등 돈 되는 일이면 닥치는 대로 맡았다. 김 회장은 창업과 사업 운영에 필요한 행정업무와 외주 작업 유치 등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넥슨은 이전까지 거의 시도되지 않은 그래픽 머드 게임을 제작,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머드게임은 통신상에서 여러 명의 사용자가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말하는데 넥슨의 시도 전에는 글로 모든 것을 처리하던 텍스트 머드게임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을 비롯한 넥슨 구성원들은 우여곡절 끝에 김진 작가의 만화 <바람의 나라>를 소재로 한 동명의 온라인게임을 내놓는다. 고구려 대무신왕의 일대기를 다룬 '바람의 나라'는 한국적 정서를 담은 게임으로 평가받는다. 2011년에는 ‘세계 최장수 상용화 그래픽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이 기록은 매일 경신되는 중이다.

진경준에 주식·차량 무상제공 왜?
대가성·업무 관련성 여부가 쟁점

지금은 '바람의 나라'가 국내 온라인 게임 산업의 뿌리로 평가받고 있지만 처음 출시됐을 당시 흥행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동시 접속자가 30명도 채 안됐고, 유료서비스를 시작한 첫 달 매출액이 10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환경이 획기적으로 변화하는 등 넥슨에 운이 따르기 시작했다.

 

당시 '스타크래프트'가 몰고 온 PC방 열풍으로 '바람의 나라'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고, 흥행에 날개가 달렸다. 현재까지 '바람의 나라'의 누적 가입자 수는 2300만명에 이른다. 그 이후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마비노기 등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넥슨은 비약적으로 성장해 엔씨소프트와 함께 게임업계 양대 산맥으로 자리를 굳히게 된다.

넥슨 성공의 1등 공신인 김 회장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다소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에 대해 천재 게임개발자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게임 업계의 생태계를 망치는 주범이라는 비판도 있다.

김 회장은 2000년대 들어 공격적으로 경쟁사들을 인수 합병하기 시작했다. 2004년 메이플스토리를 개발한 위젯스튜디오를 인수했고, 1년 후 모바일 게임 개발사 엔텔리전트를 손에 넣었다. 2006년 컴뱃암즈 개발사인 두빅엔터테인먼트를, 2008년 던전앤파이터 개발사인 네오플을, 2010년 서든어택 개발사인 게임하이(현 넥슨GT)를, 2011년 당시 JCE(현 조이시티)와 아틀란티카를 개발한 엔도어즈를 차례로 M&A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 회장에 대한 평판은 ‘투자의 귀재’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넥슨과 함께 게임업계 쌍두마차인 엔씨소프트와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이후 김 회장에 대한 평가가 ‘기업 사냥꾼’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바뀐다.

천재 개발자서
기업 사냥꾼으로

2012년 넥슨은 엔씨소프트와 함께 미국 유명 게임업체인 일렉트로닉아츠(EA)를 인수하기 위해 엔씨소프트의 지분 14.68%를 8045억원에 매입해 1대 주주가 됐다. 당시 김정주 회장과 김택진 대표는 서울대 공대 선후배 관계로, 평소 쌓고 있던 친분과 게임에 대한 공통적인 비전 등이 협력의 계기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EA 인수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두 업체 간의 관계가 불편해졌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공동 게임 개발 등으로 협력 관계를 이어가려 했지만 조직 문화 차이로 이마저도 무산됐다. 여기에 넥슨이 엔씨소프트 지분 투자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꾸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넥슨이 엔씨소프트 경영권 분쟁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엔씨소프트 측은 모바일 게임업체인 넷마블게임즈를 끌어들여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고, 넥슨이 지난해 10월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소유하고 있던 엔씨소프트 지분 15.08%를 전량 처분하면서 두 업체는 공식적으로 결별했다.

김 회장은 일본 진출에도 관심이 많았다. 김 회장은 1998년 일본에 방문했다가 사람들이 닌텐도를 사기 위해 매장 앞에 길게 줄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2002년에는 글로벌 공략 차원에서 일본에 지사를 세웠고, 2005년에는 모회사를 한국법인서 일본법인으로 바꾸기도 했다.

현재 한국 넥슨은 일본법인의 자회사다. 지주사인 NXC가 넥슨의 일본법인 지분을 소유하고, 일본법인이 다시 한국법인을 지배하는 형태다. 이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은 별로 곱지 못하다. 김 회장은 "일본은 전통적인 게임 강국이며 한국보다 규제가 덜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넥슨 일본법인은 2011년 12월 8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도쿄증권거래소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일본 증시 상장 후 몸값이 폭등한 넥슨 재팬 주식, 진경준 검사장이 지난해 팔아 12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올린 주식이 바로 이것이다.
 

모든 일은 지난 3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가 고위공직자 재산 내역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윤리위의 재산 공개 결과 진 검사장이 주식으로 120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얻은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주식 차량 제공
사실상 스폰서

진 검사장은 처음에는 넥슨 비상장주 매입 자금은 본인 돈으로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직자윤리위원회에도 다 신고했고, 국세청에서도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면서 단지 친구의 권유로 2005년에 비상장 주식을 샀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진 검사장이 보유하고 있던 넥슨 비상장 주식은 일반인의 접근이 극히 제한됐던 것으로 주식을 판 사람과 그가 이를 얻은 방식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진 검사장은 그간 주식 매입 자금 출처에 대해 ‘처가에서 돈을 일부 지원받았다’ ‘넥슨이 주식 매입 자금을 빌려줬는데 단기간에 갚았다’ 등 여러 차례 말을 바꿔왔다.

넥슨 측도 진 검사장과 말을 맞췄지만 결국 검찰 소환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검찰에 자수서를 제출하고, 김 회장 측에서 매입 자금을 무상 제공했다는 취지로 다시 말을 바꿨다. 13일 소환조사를 받은 김 회장 역시 이 같은 내용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검사장은 처음 문제가 드러난 이후 약 4개월간 거짓말을 거듭해 온 셈이다.

진 검사장의 주식 매입 자금의 출처가 드러나면서 이제는 돈의 성격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는 상황이다. 그 과정에서 검찰의 칼날이 김 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대가없이 약 4억원을 제공했다면 무슨 조건이나 대가를 바라고 일종의 ‘보험 투자’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여기에 진 검사장이 넥슨이 리스한 고급 승용차 제네시스를 타고 다녔다는 의혹까지 더해졌다. 사실상 넥슨이 진 검사장의 스폰서 역할을 했다는 것. 향후 검찰 조사에서 2005∼2006년 주식 거래 이후 진 검사장이 검사 직위를 이용해 넥슨 측에 편의를 봐준 정황이 드러나는 등 대가성 여부가 확인되면 ‘수뢰 후 부정처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검사장 대박 의혹이 기업 사정으로
뜻밖의 나비효과에 김 회장 ‘불똥’

아울러 검찰은 김 회장과 진 검사장의 금전 거래 문제뿐만 아니라 넥슨 기업 전체 상황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김 회장으로서는 매우 부담스러울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지난 12일 이미 김 회장의 자택과 제주도 사무실, 넥슨 판교 사옥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넥슨 내부에서는 착잡하고 충격적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넥슨은 회사 대표 게임인 바람의 나라 20주년 자축 행사를 가졌다. 하지만 이틀 뒤 압수수색이 진행되면서 좋았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검찰이 김 회장의 개인회사인 와이즈키즈까지 압수수색 했다는 점이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와이즈키즈라는 회사는 김 회장과 지배 구조의 연관성을 볼 때 의미가 큰 곳이다. 3차원 프린팅 제품 판매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인 와이즈키즈는 김 회장과 그의 부인 유정현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곳으로, 지배구조와 관계사들을 들여다보면 회장 일가가 다수 얽혀있다.
 

부부가 모두 회사 임원을 맡았던 적이 있고, 김 회장의 부친도 한때 와이즈키즈의 임원이었다고 한다. 현재 검찰은 와이즈키즈가 지난해 지주회사인 NXC의 자회사였던 부동산 임대업체 엔엑스프로퍼티스를 601여억원에 사들인 것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검찰은 일단 진 검사장 주식 대박 의혹과 관련해 수사력을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김 회장의 개인 비리나 넥슨의 경영 비리가 드러나면 수사의 방향이 갈라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 11일 “김 회장이 넥슨코리아를 넥슨재팬에 매각하며 회사에 손실을 초래하는 등 2조8301억원의 배임, 횡령, 조세포탈 등을 자행했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센터에 따르면 김 회장은 2005년 당시 가치가 1조560여억원에 달하던 넥슨코리아를 넥슨재팬에 40억원에 넘겨 당시 모회사였던 넥슨홀딩스에 1조520여억원의 손해를 입히고 배임을 저질렀다.

또한 2006년 10월에는 주당 20만원 이상으로 평가받던 넥슨홀딩스의 비상장 주식 107만주를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주당 10만원에 사들여 1270여억원을 횡령하고, 현 지주회사 NXC의 벨기에 법인에 넥슨재팬 주식을 저가로 현물 출자해 지주회사가 7990여억원을 손해보게 한 혐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넥슨이 지주회사 NXC를 지방으로 이전하며 지난해까지 약 3000억원의 세금을 감면받았지만 실제 업무는 경기도 판교의 넥슨코리아가 하고 있다며 이런 형식적 지방 이전이 조세포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센터가 주장한 김 회장의 범죄 혐의 액수는 배임 1조9290여억원, 횡령 5880여억원, 조세포탈 3000억원, 진 검사장에 대한 뇌물 120여억원 등이다.

은둔의 경영자
20년 만에 위기

평소 외부 행사나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려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져 있는 김정주 회장. 하지만 개인 비리, 기업 비리 의혹으로 전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승승장구해왔던 20여년의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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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0년 묵은’ 서불대 교수 학위 논란

[단독] ‘10년 묵은’ 서불대 교수 학위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체 구성원이 200명도 안 되는 학교서 한 교수를 둘러싼 논쟁이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교수의 학사학위가 논란의 시발점이다. 임용 당시 서류에 기재한 내용을 두고 사실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등교육법 제30조(대학원대학)에 따르면, 특정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대학원만 두는 대학, 이른바 대학원대학을 설립할 수 있다. 일반적인 종합대학과 달리 학사과정을 운영하지 않고 석·박사 과정만 두는 교육기관이다. 작은 학교 오랜 잡음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이하 서불대)도 그중 한 곳이다. 재단법인 불교안양원의 이사장인 덕해큰스님이 설립했다. 2002년 9월1일 개교한 서불대는 불교학과, 상담심리학과, 심신통합치유학과 등 3개 학과로 구성돼있으며 현재 석‧박사 학위과정 입학정원은 81명이다. 학교법인 보문학원서 운영을 총괄한다. 최근 서불대가 소속 교수의 학사학위 문제로 시끄러워졌다. 부교수인 정모씨의 학사학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두고 경찰 고발까지 진행되는 등 심각한 상황이 연출됐다. 문제는 정 교수의 학위 논란이 불거진 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월 서불대 관계자는 정 교수를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정 교수가 지원 당시 제출한 서류에 학력 부분을 허위로 기재하고 임용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발인은 “학사학위도 없는 교수가 석‧박사를 지도하는 엉터리 같은 상황이 우리 대학원서 자행되고 있다”며 “사실 여부를 정확히 가려 일벌백계해달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2005년 9월1일 서불대 전임강사로 신규 임용됐다. 2007년 9월1일 조교수로 승진, 2015년 3월1일 부교수가 된 이후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다. 쟁점이 된 부분은 정 교수가 2005년 7월 서불대 전임강사 임용 과정서 제출한 ‘신원진술서’와 ‘교수초빙 지원서’의 학력란이다. 정 교수는 학사 부분에 학교명 ‘Buddhist and Pali University’(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 학과명 ‘Buddhist Social Philosophy’, 전공 ‘Buddhist Social Philosophy’라고 기재했다. 수학 기간은 1992년 3월부터 1997년 2월로 1997년 1월1일에 문학학사학위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 교수가 함께 제출한 ‘신원진술서’에 1994년 6월부터 1995년 12월까지 군대에 다녀왔다고 적은 부분이다.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서 공부한 기간과 군 복무 기간이 겹치는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 교수는 1997년 1월에 스리랑카로 출국, 같은 해 3월에 입국했다. 2015년 첫 문제 제기 2021, 2022년, 올해도 기록의 모순점이 알려지면서 정 교수의 학사 학위를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서불대 학위검증위원회는 2014년 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정 교수의 학사학위를 검토했다. 그리고 정 교수의 학사학위에 하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정 교수는 당시 소명서에 학사과정을 적은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가 아닌 한국분교서 군 복무 기간에 진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심지어 한국분교인 ‘한국불교대학’은 당시 교육부 미인가 대학이었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보문학원 이사회의 처분이다. 보문학원은 2015년 9월2일 개최한 이사회서 정 교수의 임용 과정 중 면접위원이었던 이모 교수와 김모 교수를 중징계 조치했다. 정 교수가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의 한국분교서 학사과정을 한 사실을 인지했지만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아 보문학원과 서불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퇴직 상태였기 때문에 ‘퇴직 불문’ 처리됐다. 근무 중 문제가 발생했지만 징계 절차 전에 퇴직해 문제 삼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서불대에는 기관경고 처분을 하면서도 정 교수에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을 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정 교수의 학위 논란에 책임진 사람은 아무도 없는 셈이다. 일단락되는 듯했던 학위 논란은 지난 2021년 재차 불거졌다. 이번에 문제된 부분은 성적증명서였다. 한국불교대학서 정 교수가 학부 과정을 진행했다는 시기와 인접한 때에 발부한 성적증명서와 그가 제출한 문서가 다르다는 새로운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실제 정 교수가 제출한 서류는 성적증명서가 아닌 졸업시험성적표로 확인됐다. 서불대는 ‘계약제 교수 업적평가 규정’에 따라 계약제로 임용된 교수의 계약기간을 1~3년으로 정하고 있다. 정년보장 교수(정교수) 승진 전까지 1~3년 단위로 재계약을 진행하는 것이다. 교원인사위원회가 영역별로 평가한 뒤 임용 혹은 면직을 제청하면 법인서 이를 승인하는 방식이다. 정 교수는 당시 일정 기간 단위로 계약을 새로 체결해야 하는 부교수 신분이었다. 6년 만에 바뀐 결론 서불대는 2021년 6월21일 열린 교원인사위원회서 정 교수의 부교수 임용 심의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정 교수가 임용 서류에 학사학위 관련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 면직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률 자문 결과를 들어 면직을 제청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립학교법 제58조(면직의 사유)는 ▲인사기록에 있어 부정한 채점‧기재를 하거나 거짓 증명 또는 진술을 했을 때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됐을 때 등의 이유로 해당 교원의 임용권자는 그 교원을 면직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변호사는 정 교수가 교원으로 임용될 당시 제출한 지원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 사실이라면 면직 사유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자문했다. 그러면서 교원인사위원회서 심의하고 교원징계위원회의 동의가 이뤄지면 정 교수를 면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불대 교원인사위원회는 정 교수의 면직을 보문학원에 제청했다. 이후 보문학원은 서불대 교원징계위원회에 정 교수에 대한 면직 동의를 요구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보문학원이 기재한 징계 사유는 “(정 교수가) 임용 지원 당시 교원임용지원서에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 한국분교 한국불교대학’으로 표기했어야 하는 것을 당시 면접위원들과 논의해 ‘한국분교 한국불교대학’을 제외하고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만으로 표기했다”는 것이었다. 정 교수는 “2015년 학위검증위원회서 ‘문제 없음’, 이사회서 ‘불문 처리’됐다며 항변했지만 결국 면직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2015년과 2021년 두 차례 걸친 검증 과정서 서불대와 보문학원 이사회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서불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2015년에 진행된 학위 검증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판단은 또 달랐다. 보복이냐 허위냐 정 교수는 면직된 이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면직 처분 취소 청구’를 제기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정 교수의 면직 처분이 위법하다며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당시 정 교수는 ▲2014~2015년 학위 검증 ▲사학비리 신고에 대한 보복성 조치 ▲면직 사유 부존재 등의 주장을 내세웠다. 2021년 1월경 서불대 전 총장 황모씨 등 일부 인사의 입시 및 학위 수여 부정, 다국어교육원 운영과 관련한 횡령 혐의 등을 교육부에 감사 요청한 것을 두고 그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면직 처분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또 학사학위를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서 받은 사실과 수학한 곳이 해당 학교의 한국분교라는 사실은 서로 다른 범주라고 강조했다. 공부한 곳을 지원서에 적지 않았다고 해서 학사학위를 받은 자체가 허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2014~2015년에 이뤄진 학위 검증에 대해 언급했다. 서불대가 요청한 학부‧석사 성적, 재학증명서에 대해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가 서류를 보낸 점, 당시 면접위원이었던 김모 교수의 확인서 등을 근거로 삼았다. 김 교수는 “학사 및 석사학위에 하자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또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학위검증위원회의 판단 자체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반면 문제를 제기한 쪽은 정 교수가 신규 임용 재계약 과정서 제출해야 할 서류를 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서불대 규정에 따라 진행하는 재임용 과정서 정 교수가 그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서불대 관계자는 “사립대학 교원의 임용권은 학교법인이나 학교의 장에게 있다는 교육부의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서불대 교원의 신규 임용 후보자는 규정에 따라 14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대학 졸업증명서 및 성적증명서 ▲석·박사 학위증명서·성적증명서 및 학위기 사본 ▲경력증명서 등이다. 서불대 관계자는 “정 교수는 학사(대학)학위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200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학사 성적증명서를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학내 결정, 외부 기관 뒤집혀 면직→복직, 재임용 1년→3년 2022년 또다시 학위검증위원회와 교원인사위원회가 잇따라 개최됐다. 정 교수를 포함한 교수 3명의 재임용을 논의하는 과정서 학위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됐다. 학위검증위원회는 정 교수의 학사학위에 대해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2015년 학위검증위원회가 잘못 심의한 부분과 2015년 이후 추가로 밝혀진 부분을 참고해 재검증한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서불대 교원인사위원회는 학위검증위원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 교수에 ‘재임용 불가’를 의결했다. 보문학원은 단서 조항을 달아 ‘조건부 1년 재임용’으로 결론내렸다. 하지만 정 교수가 법인의 결정에 반발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1년 조건부 재임용 계약을 취소하고 3년 재임용 계약을 체결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 교수는 서불대의 교직원 부당 채용 의혹 등을 신고한 뒤 재임용 계약기간 단축 등 불이익 조치를 받았다며 ‘신분보장등조치’를 신청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정 교수의 신고가 없었더라도 동일한 내용의 불이익 조치를 받았을 만한 정당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가 2021년 2~3월에 신고한 교직원 채용 관련 문제에 대해 교육부가 징계 조치 등을 요구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보문학원은 정 교수와 3년 재임용 계약을 맺었다. 강의 배정, 논문지도 교수 위촉 등 국민권익위원회의 주문 사항도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에 이뤄진 경찰 고발사건 역시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해 불송치됐다. 경찰은 정 교수의 업무방해 혐의에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업무방해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서류 누락 진실은? 서불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정 교수는 ‘교원의 자격’ ‘신규 임용자의 제출서류’ 등 학교 규정을 무시한 채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학사학위와 관련한 서류를 내면 모든 게 마무리되는데 2005년 신규 임용 때부터 1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걸 못 내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학교나 법인 차원서 처리하지 못하는 게 답답하다”고 한탄했다. 정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질의서를 보내고 통화를 시도했다. 정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학교법인 보문학원에도 질의서를 보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