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 문재인 앞날은?

숨고르기 끝…대권플랜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최근 더민주 최대주주인 문재인 전 대표의 움직임이 숨 가쁘다. 대권을 잡기 위한 전방위 행보에 들어갔기 때문. 네팔에서 정신무장을 하고 온 그는 귀국 후 본격 대권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반면 문 전 대표가 자리를 비운 사이 더민주는 전당대회 분위기로 어수선한 데다 대선주자들까지 쏟아지고 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문재인의 대권 플랜을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약 한 달간의 히말라야 및 네팔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더민주 주류계파의 수장이자 최대주주인 그의 귀국 이후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 문 전 대표는 네팔로 떠나기 전 자신의 SNS를 통해 “특전사 공수부대서 군복무 때 했던 ‘천리행군’을 떠나는 심정‘이라며 ”많이 걸으면서 비우고 채워서 돌아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식
숨 고르기?

지난달 7일,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지진 피해를 입은 지역을 방문해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을 위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래 전부터 네팔의 학교를 지원해온 한국인 후원자들로부터 방문 요청을 받았지만 총선 등으로 시간을 내지 못하다 이번 기회에 방문하게 됐다”며 네팔행 명분을 밝혔다.

하지만 당시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의 네팔행을 두고 '숨 고르기'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문 전 대표는 총선 이후 광주, 경북 안동, 충북 청주 등을 방문하면서 대선주자로서 광폭 행보를 보였다. 당시 이를 두고 지난 4·13 총선서 호남 전패를 한 문 전 대표의 행보가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 관계자는 네팔행에 대해 “문 전 대표의 네팔행은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면서 대권 행보에 대한 구상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정치권의 분분한 추측을 남기고 비공식 개인 일정으로 소수 인원과 함께 네팔로 떠났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 박범신 소설가, 탁재형 PD 등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네팔에서 지진 피해로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봉사했고 누왈코트 지역 아루카카 중급학교를 찾아 구호 활동을 나무심기 자원봉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더불어 한국에서 일하는 네팔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단체 간부들을 만나 특별한 관심을 약속키도 했다. 문 전 대표의 행보는 현지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이처럼 문 전 대표가 네팔에 머무르면서 숨고르기를 하는 동안 더민주 당내에서는 범 친문세력으로 불리는 추미애·송영길 의원은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비주류에서는 원혜영 의원이 당권 도전을 저울질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네팔 잠행 기간 동안 전당대회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의 발언이 전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친문패권주의를 의식하는 모양새다. 이미 당 주류를 차지한 상황에서 당대표, 원내대표, 대권주자 모두 친문계에서 대놓고 독식하는 모습은 문 전 대표에게 득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구호 활동 네팔 잠행 마치고 귀국
여의도와 거리 두면서 행보 구상

하지만 그는 네팔방문 와중에 SNS를 통해 현 정부에는 쓴소리를 냈다. 지난달 24일, 문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국방 정책을 비판하면서 전시작전권통제권 환수 문제를 꺼내들었다.

그는 “종전 후 60년 넘는 세월 동안 우리 군이 외쳐온 목표는 한결같이 자주국방이었다”면서 “아직도 작전권을 미군에 맡겨 놓고, 미군에 의존해야만 하는 약한 군대, 방산 비리의 천국, 이것이 지금도 자주국방을 소리높여 외치는 박근혜정부의 안보 현주소”라고 말했다.

이어 “60여년 간 외쳐온 자주국방의 구호가 부끄러운 2016년의 6·25”라고 힐난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2014년 안보협의회에서 지난해 12월1일로 예정됐던 전작권 전환 시점을 2020년대 중반으로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날을 세워 반박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문 전 대표의 전작권 관련 발언에 대해 “6·25 전쟁 66주년을 기리는 날에 우리 군에 대해서 격려와 위로를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군을 비하하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언사”라며 “북한이 대남·대미 위협을 강화하는 엄중한 안보 현실 속에서 한 때 국군통수권자가 되겠다고 나섰던 분이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해서는 한마디 비판도 없이 우리 국군을 비하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정준길 광진을 당협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마음 비우러 간 사람이 뜬금없이 SNS로 할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더민주 권오중 뉴파티위원은 문 전 대표의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권 위원은 “상식적으로 맞는 말만 하신 거 아니냐”며 “내 집을 내가 지켜야지 남이 지킬 수 없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노태우정권 때부터 전시작전권, 평시작전권 환수 문제가 불거져서 94년도에 평시작전권은 환수했고, 전시작전권까지 2015년까지 환수하기로 했던 것을 지금 박 대통령이 들어와서 2020년까지 또 잠정 연기했다”며 이제 이 정도의 GNP 대비 국방비라든지 군사 수준으로 보면 우리도 이제 작전권 환수할 때가 됐다“고 꼬집었다.

밖에는 쓴소리
안에는 벙어리

앞서 문 전 대표는 구의역 사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전 대표는 네팔 출국 이틀 전인 지난달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누리당 정권이 추구하고 방치한 이윤 중심의 사회, 탐욕의 나라가 만든 사고인 점에서 지상(地上)의 세월호였다”고 주장했다. 또 “무책임한 무반성이 또 다시 구의역 사고를 낳았다”며 “공공성과 조화돼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을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잘못도 정부 여당의 잘못으로 호도하는 주장은 허무한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김현아 대변인은 “문 전 대표의 주장들은 하나같이 더민주 소속 박 시장이 외면해온 일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의 발언이 박 시장을 도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흠집을 낸 것이라는 평도 나온다. 구의역 사고의 1차적 책임이 박원순 시장에게로 쏠려있는 상황에서 구의역 사고를 세월호 사건에 빗댄 것 자체가 박 시장을 부담스럽게 했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과연 자당 소속 서울시장을 보호하겠다는 것인지, 박 시장의 허점을 더 드러내겠다는 것인지 헷갈리게 할 정도”라며 날을 세웠다. 정치권에서는 구의역 사고를 부각시킴으로써 더민주 내 대권주자로 떠오르는 박 시장을 견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 전 대표는 전작권 및 구의역 사고와 같이 당 외부의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네팔에 머무르고 있을 때는 ‘신공항 백지화’ ‘보좌관 가족 채용’ ‘더민주 전대’ 등 굵직한 사건들이 발생했다. 여기에 문 전 대표는 별다른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다.
 

신공항 문제를 두고 문 전 대표는 부산서 더민주에 5석을 얻을 경우 가덕도 유치를 이끌겠다고 공헌한 바 있다. 5석을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이 났기 때문에 '가덕도 약속'을 지키기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대선을 앞두고 ‘표의 확장성’ 면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귀국 후에는 신공항 문제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가족채용 문제로 시끄러운 같은 당 서영교 의원 사태 관련해서도 자칫 당에 입김을 넣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책 발간·북 콘서트 예상
대권주자 견제…문재인식 해법은?

앞서 문 전 대표는 더민주 부산시당 당원·시민과 함께 나선 금정산 등산에서 “오는 8월 더민주 전당대회 전까지 중앙정치와 거리를 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당대회 이후에는 정권 교체를 위한 어떠한 역할도 마다치 않겠다”고 밝혀 때가 되면 대권 행보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 전망이다.

해외서 온라인으로 정치적 발언을 쏟아낸 그가 귀국 후에는 오프라인을 통해 본격적인 정치활동에 나설 전망이다. 가장 먼저 문 전 대표가 책 발간과 함께 북 콘서트를 발판 삼아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문 전 대표가 내년 대선 준비의 일환으로 이르면 8월 중으로 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언론을 통해 밝혔다. 그는 지난 2013년 12월, 18대 대선 후 <1219 끝이 시작이다>라는 책을 발표했다.

이 책은 대선 실패 이후 자기 성찰과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 책을 통해 자신의 대선 패배의 이유 중 하나로 ‘평소의 준비 부족, 실력 부족’이라고 평했다. 이어 또 다른 패배의 원인으로 ‘우리 안의 근본주의’를 지적했다. 당시 북 콘서트에는 이번 네팔행에 함께했던 박범신 소설가도 참석했었다.

과거의 북 콘서트 경험을 다시 한 번 살려 대선이 1년5개월여 남은 현 시점에 세몰이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문 전 대표 측근은 “예전부터 내부에서 책을 발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네팔에 다녀온 내용을 책으로 써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2013년 때처럼 뭐라도 해야 한다는 다양한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책의 내용은 단순한 네팔 방문기를 담을지, 미래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내놓을지에 대해 구체적으로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복잡한 문재인
김종인 잡아라

문 전 대표가 이번 해외활동에서 마지막으로 선택한 장소는 부탄이다. 부탄은 2010년 유럽 신경제재단(NEF)이 조사한 세계 행복지수 1위를 차지한 국가로, 국민소득은 높지 않지만 양극화 현상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국민소득은 높지만 양극화는 극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의 상황인 셈이다. 부탄행을 두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 양극화가 심화된 경제성장보다는 국민 대다수의 행복을 우선하는 나라를 찾아 나섰다는 게 문 전 대표 측의 설명이다.

문 전 대표의 귀국에 발맞춰 더민주 내 당권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진 모습이다. 더민주는 올 초 까지만 해도 뚜렷한 대권 주자가 보이지 않자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이 득세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권후보가 결정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총선이 끝나자 대권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이 대거 등장했다.

먼저 당권 도전이 점쳐졌던 김부겸 의원은 최근 당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남은 것은 정권교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역할이 무엇인가 하는 부분”이라며 “지금부터 그 역할을 진지하게 숙고하겠다”고 말해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했다.

‘좌(안)희정 우(이)광재'의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나는 특정 후보의 대체재나 보완재가 아니다”라며 독자적으로 경쟁에 나설 뜻을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권 도전도 점쳐진다. 박 시장은 아직까지 ‘대권보다 시정이 먼저’라는 원론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지만 5월 광주에서 했던 강연을 통해 “서울시장으로서 최선을 다한 것으로 책임을 모면하기 어렵다”며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더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더민주 대권 주자가 쏟아지는 상황은 문 전 대표에게는 '양날의 검'이다. 굵직한 대선 주자들 틈에서 경선을 승리해 대권주자로 결정된다면 더 큰 파급력을 기대할 수 있지만 자칫 경선에서 패배한다면 대선을 위한 5년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게다가 더민주 김종인 대표와의 껄끄러운 관계도 대권 행보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문 전 대표는 백의종군의 뜻을 내비치면서 김 대표에게 전권을 쥐어줬다. 하지만 총선과정의 불협화음은 총선이 끝난 뒤 김 대표가 전대 이후 물러나는 수순을 밟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김 대표는 시한부 대표직을 유지하면서도 더민주 내 대권주자들이 쏟아지는 현 상황을 그렸다. 그는  줄곧 더민주 내에서 대선주자 간 경쟁의 판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부겸 의원, 박원순 시장, 안희정 지사 등을 만나 대선후보 경쟁에 나서줄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요한 사실은 김 대표의 의중이 더민주 내 대권판도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김 대표와의 관계 재설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 대표가 전대 이후 본격적으로 킹메이커 역할을 맡게 되면 김 대표의 의중에 따라 대권 판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돌아와
대권 잡는다?

문 전 대표의 귀국 후 행보에 대해 측근은 “(문 전 대표가) 한국에 와서 얘기를 들어보고, 밖에서 고민한 내용을 들어봐야 한다”며 “항간에서 나오는 책 발간도, 귀국 후 행선지도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더민주 관계자 또한 “현재 드러난 건 문 전 대표가 네팔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고, 부탄에서 국민행복에 대해 생각했다는 것뿐”이라며 “부재 기간 한국에서 벌어진 일을 종합적으로 나중에 평가하지 않겠냐”고 밝혔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치인 토크콘서트 왜?

정치인들이 토크콘서트를 통해 인기몰이를 노리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토크콘서트를 통해 전국적인 인기를 얻었다. 특히 청년세대들과 거리감 없이 밀착하는 청춘콘서트는 기성 정치인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다. 안 전 대표의 토크콘서트 이후 정치인들은 활발히 정치콘서트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가 총선 패배 이후 과천서 청춘공감 토크콘서트에서 강연을 했다. 이 대표는 멘토로서 최근 취업난으로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제시하고 평소 궁금한 사항을 묻고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토크콘서트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토크콘서트를 두고 한 정치전문가는 “정치인이 정치콘서트니 토크콘서트니 하며 교육을 빙자해 돌아다니고 있다”며 “교육현장이 정치인의 놀이터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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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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