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8·9전대> 서청원 '맏형 리더십' 재조명

“최대 위기…큰형님 리더십이 필요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선의 바로미터, 새누리당 전당대회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후보로 거론되던 인사들은 저마다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친박 좌장 서청원 전 대표도 그 중 하나. 최근 정가에 퍼진 서 전 대표의 출마 소식에 반응은 엇갈린다. 무리한 출마라는 주장과 전대 흥행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는 해석이 부딪친다. <일요시사>는 서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과 전대 유불리, 그리고 당선 후의 행보를 분석해봤다.

8·9 새누리당 전당대회(이하 전대)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앞서 김용태, 이정현, 이주영 의원의 출마 러시가 있었다. 나경원, 정병국, 홍문종 의원도 곧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총선 참패로 ‘독이 든 성배’가 되어버린 당권과 이에 마땅한 후보조차 거론되지 않던 시절보다는 진일보한 상태.

독이 든 성배
균열 막는다

그러나 새누리당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후보는 많아진 데 비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거물급들이 빠졌다는 것이다. 이는 전대 흥행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알맹이가 빠진 전대”라며 “흥행은 물 건너 갔다”고 말했다.

최경환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흥행적인 면에서 새누리당에게 악재였다. 최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전대에 출마하지 않겠다”라며 “오직 평의원으로서 백의종군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초 출마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정가에 돌았지만, 결국 불출마로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불출마 선언 직후 당 핵심 관계자의 입에서는 “정말 요즘 (당이) 잘 안 되려나 보다”라는 푸념 섞인 말도 나왔다.

다른 이들의 생각도 대체로 비슷했다. 한 비박(비 박근혜)계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사람들 중에 ‘아! 이 사람이다’하는 사람이 없다”라며 “한두 명을 제외하면 다들 무난하게 의원 생활해 오신 분들이라 흥행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계파를 떠나 흥행몰이 측면에서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최근 정가에 퍼진 서 전 대표의 출마 소식은 이러한 ‘흥행 실패론’을 바꿔놓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서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대두된 날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분(서 전 대표)이 합류한다면 화제성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당의 큰 어른인 만큼 중심을 잡아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갑윤, 조원진, 김명연, 김태흠, 박대출 등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 10여명은 최근 서 전 대표의 의원실을 연이어 방문해 출마를 독려한 바 있다.

“당의 큰어른
중심 잡는다”

핵심 친박 중 한 명인 조원진 의원은 “당 상황을 볼 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분이 서 전 대표”라고 말했고 김태흠 의원은 “당내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을 이루는 데 적임자”라고 추켜세웠다. 당시 서 전 대표는 참석자들의 출마 권유에 “이 나이에 무슨 전대에 출마하겠느냐”라며 “좋은 후배들이 많으니 잘하겠지”라고 고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서 전 대표는 최근 마음을 바꿔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정가 소식에 밝은 한 의원실 관계자는 “서 전 대표가 전대에 출마할 계획”이라며 “곧 공식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의원들의 출마 독려가 서 전 대표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서 전 대표 의원실에서는 해당 소식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서 전 대표의 출격 가능성에 앞서 출사표를 던졌던 후보자들은 제각각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대체로 자신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론 ‘경계’하는 모습이다.

가장 먼저 출마 선언을 했던 비박계 김용태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서 전 대표를 향해 “뜸 들이지 말고 하루빨리 전대에 출마해 당원과 국민의 심판을 받길 바란다”며 “최 의원이 출마를 접으면서 지난 총선에서 책임을 지고 나름대로 친박 패권이 자숙하고 새누리당의 미래를 위해 뒤로 물러서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여전히 친박 패권이 새누리당을 더 이끌어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이는 것 같아서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심판을 받자고 내가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후보들도 반응이 유사하다. 이주영 의원은 같은 날 새누리당 당사에서 출마 선언 직후 ‘서청원 의원의 출마 여부와 상관없이 완주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오늘 출마 선언을 했다. 출마는 경선에 나간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출마를 저울질 중인 홍문종 의원은 “서 전 대표께서 (출마를) 고민하고 계시는데, 서 전 대표가 절대 나와서 안 된다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다”고 견제하기도 했다.

이에 교통정리가 어떻게 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서 서 전 대표 ‘추대론’이 나오면서 후보들이 경계심을 보이는 것으로 관측된다. 만약 서 전 대표가 추대되면 같은 친박계인 이정현·이주영·홍문종 의원의 방정식이 복잡해진다. 자칫 완주를 못할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출마하기로 가닥 “좌장이 나선다”
흥행 우려 새누리 출마 소식에 반색

그러나 추대론은 당내 균열을 만들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실행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이주영 의원은 일각에서 이는 추대론에 대해 “선의의 경쟁을 통해 당원과 국민의 뜻을 묻는 것이 민주주의 정당의 원칙”이라고 일축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추대는 절대 없을 것”이라며 “무조건 경선으로 갈 것이며 그게 당원들의 관심을 끌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전대룰을 확정하면서 후보들 간 유불리에 관심이 모아진다. 비대위는 지난 7일,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서 선출하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이하 단일지도체제) 개편안에 최종 의결했다. 또한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해 컷오프(예비경선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논란이 됐던 모바일투표는 결국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지상욱 대변인은 “당 지도체제는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 선거를 하고 대표 권한을 강화하지만 ‘공천권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는 전제에서 의결했고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컷오프 제도를 만들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할 것”이라며 “모바일투표는 의총에서 여러 가지 의견이 있었고 이견이 있었다. 선거룰은 합의가 안 되면 채택하기 어렵다는 게 비대위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전대룰 결정
누가 유리하나

단일지도체제는 친박계에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상대적으로 후보자 수가 많아 표가 분산될 것이란 예상에서다. 그러나 최근 비박계 후보들의 출마 러시가 이어지면서 어느 한 계파에게만 불리하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또한 모바일투표가 시행되지 않는 점은 상대적으로 지지층의 연령대가 높은 친박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전대룰에 있어서 서 전 대표가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서 전 대표 출마 자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전해진다. 하반기 국회의장이 거의 확정적임에도 당선이 불투명한 전대에 모험을 걸 이유가 있냐는 지적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본 기자와의 대화에서 “자칫 낙선이라도 하게 될 경우, 서 전 대표가 받는 정치적 타격은 클 것”이라며 “괜한 모험이 아닐지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판 커진 전대 “신구가 조화롭다”
당선 후 ‘옥석가리기’ 시작할 듯

서 전 대표가 출마를 선언하게 되면 ‘총선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비박계에서는 이를 지속적으로 거론하는 중이다. 만약 당선되더라도 내년 대선까지 꼬리표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당적이 없으며 정치적 논란에서 자유로운 국회의장직이 정치 인생의 대미로써 더 나은 선택 아니냐는 해석이다. 또 서 전 대표의 출마가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구태정치’로 비쳐질 수도 있다.

만약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실제 서 전 대표가 출마를 선언한다면 이는 전적으로 박근혜정부를 위한 움직임으로 봐야 한다고 정가 관계자들은 말한다. 임기 말로 접어들면서 레임덕의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박근혜정부 입장에서 서 전 대표의 존재는 달가울 수밖에 없다.


최근 청와대에서 있었던 새누리당 의원 전원과의 오찬 이후 “전대 시그널이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오찬에 참석한 모 의원은 “전대와 관련해 특별히 언급된 것들은 없었다”고 했다.
 

서 전 대표의 당선은 정치 고수들의 ‘킹메이커’ 대전을 불러올 수 있어 흥미롭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종인 의원과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연륜과 경력 면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정치인들이다. 만약 서 전 대표가 이에 합류한다면 1940년대 초반 생들의 전성시대가 정치권에서 펼쳐질 것이다(김종인 1940년 7월11일생, 박지원 1942년 6월5일생, 서청원 1943년 4월3일생). 이들은 여느 40, 50대에 뒤지지 않는 활동량을 자랑한다.

정치 고수들의
킹메이커 대전

당선 이후의 행보는 대선 주자들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새누리당에서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에 맞설 경쟁자가 마땅히 보이지 않아 당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1년 넘게 남은 대선까지 가기에 반 총장 한 명만으로는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서 전 대표의 당선 후 행보는 김무성, 남경필, 오세훈, 유승민, 원희룡 등 여당이 가진 원석들을 만나 반 총장의 경쟁 상대를 찾는 작업이 될 것이다. 더민주 김종인 의원이 최근 박원순·안희정 등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들과 잇따라 접촉하고 있고,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안철수 대표의 상대로 더민주 손학규 전 고문을 선택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대선주자가 많을수록 입지가 확고해지는 킹메이커의 정치적 이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과연 서 전 대표의 큰 그림은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유권자들은 이번 전대를 통해 대략적인 스케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청원에 맞선 나경원 전략은?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이 전당대회(이하 전대) 출마를 시사했다. 서청원 전 대표의 등판 가능성에 대한 비박계의 응수로 풀이된다. 나 의원은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서 전 대표가 전대에 나온다고 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관여할 것”이라며 “친박 핵심들이 일선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민심에서 그만큼 멀어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 의원은 서 전 대표의 총선 책임론을 거론했다. 해당 오찬 자리에서 그는 “서 전 대표는 총선 때 당 최고위원이었다. 총선 패배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친박계 최경환 의원의 출마설이 나올 당시 “최 의원이 출마하면 나도 나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에도 나 의원은 서 전 대표가 나설 경우 다른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을 생각까지 하고 있다고 했다.

서 전 대표의 낙선을 위해 실력행사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서 전 대표의 출마가 본격화될 경우 나 의원의 당대표 출마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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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