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안철수 플랜B

또 철수…일단 피하고 보자?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승승장구하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위기에 봉착했다. 기존 정치와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며 대표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정치권에서는 ‘철수 정치’라는 비아냥도 들려온다. 2선으로 물러난 그의 다음 계획은 과연 무엇일까?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지난달 29일, 선거 비용 리베이트 수수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했다. 지난 2월2일 국민의당 창당과 함께 당 공동대표로 선출된 지 149일 만이다.

국면탈출 위한
승부수 던졌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다. 이번 일에 관한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언론에 홍보 리베이트 관련 의혹이 보도된 지 20일 만의 일이다.

국민의당의 계파 수장이자, 최대주주인 안 전 대표는 대표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번 사퇴는 지난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시절 7·30 재보선에서 패하자 “선거 결과는 대표들의 책임”이라며 물러난 데 이어 두 번째다. 그는 리베이트 사태가 처음 불거졌을 때 초기대응 실패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사건 발생 초기 국민의당은 중앙선관위가 지난 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박선숙, 김수민 의원과 왕주현 사무부총장을 검찰에 고발하자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안 전 대표도 9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받았다”며 당 자체 조사를 신뢰했다. 하지만 추가 의혹이 보도되자 안 전 대표는 다음 날인 10일 “사실관계를 적극적으로, 객관적으로 확인하겠다”고 첫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후 4차례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민심은 싸늘했다. 안 전 대표의 고정적 지지층으로 불리는 10%대 지지율이 흔들렸다.

상황은 지난달 27일 이후 급박하게 흘러갔다. 같은 날 리베이트 수수 의혹 혐의로 박선숙 의원이 검찰에 소환되고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다음날 안 전 대표는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달 29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사퇴 의사를 피력했지만 대다수 의원들은 만류했고 특히 국회부의장인 박주선 최고위원은 “당헌·당규대로 해야 한다. 지금 수습이 목적이지 현실도피를 해선 안 된다”며 “지금 안 대표가 책임져서 당이 수습이 되겠느냐”라고 반대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이번 사태와 대표직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결국 천정배 공동대표와 함께 대표직에서 내려왔다. 국민의당은 안 전 대표 사퇴 이후 긴급 최고위 회의를 열고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최고위와 협의한 뒤 의결 절차를 거쳐 비대위를 구성할 예정이다. 비대위가 구성되면 최고위는 해산된다. 일련의 사태를 두고 박 원내대표는 박선숙·김수민 의원에 대해 당헌·당규 이상의 정치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의원총회에서) 그분들이 스스로 참석 안 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박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 임명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는 “원내대표도 세 번째, 비대위원장도 세 번째”라며 “새로운 비대위원 그리고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 김성식 정책위의장 등과 함께 튼튼한 원내 중심의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당대회를 위한 조직강화특별위원회도 흔들림 없이 일하도록 하겠다. 기강도 확실히 잡겠다. 신생 정당이기 때문에 3배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해 위기에 처한 당의 쇄신을 강조했다.

현실 도피?
지지율 반등


안 전 대표의 사퇴 결심 배경에는 그가 리베이트 사건 연루자 출당 등 강한 징계를 요구했음에도 의원총회에서 수용되지 않아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점이 거론된다. 또한 사퇴가 더욱 악화돼 결국 이반된 호남민심에 떠밀려 자리에서 내려오는 그림이 그려지면 향후 대권 가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건이 측근 비리로 확대될 경우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위기 때마다 등장한 ‘철수 정치’가 재현된 것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안 대표 측은 “어떤 대응책을 내놓아도 여론의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안 대표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며 “내놓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내놓고 백의종군하겠다는 것이 어떻게 철수 정치냐”고 반문했다.

정치권에서는 안 전 대표의 사퇴를 두고 ‘리베이트 의혹’ 국면 탈출을 위한 승부수에 가깝다고 평하기도 한다. 앞서 국민의당은 박선숙·김수민 의원에 대해 당헌·당규대로 검찰이 기소하면 당원권을 정지키로 결정했지만 비상한 상황에 걸맞은 특단의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민의당이 사법적 판단에 앞서 선제적으로 정치적 책임을 짐으로써 국면 전환계기를 만든 것이다.
 

당 관계자는 안 전 대표의 이번 결정을 두고 “안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며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말한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2일 창당대회 대표 수락 연설에서 온몸을 던져 정치 부패, 가짜 정치 등 우리 정치를 지배해 온 낡은 관행과 문화를 완전히 퇴출시키고 정치의 새로운 장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당 관계자는 “부패 문제를 외면한 채 새로운 정치를 실천할 수 없는 데다 선거 과정에서 일어난 것(리베이트 의혹)도 대표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리베이트 의혹 확산…결국 사퇴 표명
안철수표 초강수…지지율 반등 효과

리베이트 사태로 줄곧 곤두박질쳤던 지지율은 안 전 대표 사퇴 이후 반등했다. 국민의당은 호남지역에서 더민주를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당 지지도는 지난 조사 대비 0.8% 오른 16.3%로 집계돼 최근 한 달간 이어진 하락세를 극복했다.

리베이트 의혹에 여론의 뭇매를 맞을 시기에는 총선 직후 최저 지지율인 15.5%를 기록하기도 했다. 안 대표의 대권 지지율도 소폭 상승해 지난 조사때 보다 1.3% 오른 12.8%를 기록했다. 단순 지지율만 놓고 봤을 때 사퇴카드가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안 전 대표의 사퇴 이후의 행보는 대표직을 유지할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 전 대표는 사퇴의사를 밝힌 후 “평의원으로서 국민을 위해서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책임을 지고 물러난 안 전 대표가 당분간 당 행사 참석 및 의정활동을 중단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사퇴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열린 당 정책역량강화워크숍에 참석해 “공부하는 국민의당을 만들기 위한 아주 중요한 전통이다. 그런 전통을 이어가자는 뜻에서 참석했다”고 말해 우려를 불식시켰다. 안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는 물러나지만 기존과 별반 다르지 않는 정치행보를 보임으로써 정책 정당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정책역량강화워크숍은 지난 5∼6월에 걸쳐 제20대 국회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다. 정책역량 강화, 정책정당으로서 당의 이미지 강화, 제20대 국회 핵심 정책의제 개발 및 추진 목적 등으로 진행됐다. 정쟁이 아닌 정책을 강조한 안 전 대표의 철학이 담긴 프로그램으로 알려진다.

손학규 러브콜
전화위복 계기

당초 국민의당은 리베이트 파문이 일기 전 국회부의장과 핵심 상임위 2개를 확보함으로써 들뜬 분위기를 숨기지 못했다. 더불어 ‘새판짜기’를 언급하며 야권정계개편의 핵으로 부상한 더민주 손학규 전 고문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사실상 ‘안철수 대통령 만들기’ 플랜에 돌입했었다.


그러나 국민의당 리베이트 파문이 지지층 민심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안 전 대표의 대권행보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가 적기에 물러났기 때문에 대권행보에 박차를 가할 길을 닦았다고 평하기도 한다. ‘새정치’ 이미지가 심각한 타격을 받았지만, 정치권의 예상과 달리 대표직을 던진 것은 기성 정치와의 차이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 전 대표가 대권 행보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우선 안 전 대표가 ‘일하는 국회’와 교육혁명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상임위에서 이를 구현하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을 겨냥해 대외활동을 서서히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이번 선택이 홍보비 파동을 통해 남긴 부정적인 인식을 만회할지 단언할 수 없지만,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된 대응을 통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안 전 대표의 색깔과 일치된 목소리를 내놓았던 국민의당이 개헌론 등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등 불일치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계속 손학규에 러브콜 “함께하자”
7∼8월 전국투어…대권행보 본격화

안 전 대표의 사퇴 이후 박 원내대표는 더민주 손학규 전 고문에 다시 한 번 러브콜을 보내면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강진 토굴에 계신 손 전 고문 같은 분들이 우리 당으로 들어와 활동도 하고 안 전 대표와 경쟁을 하는 구도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을 안 전 대표의 대선 러닝메이트로 만들어 대선 경선 흥행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총선 이후 수차례 손 전 고문에게 국민의당에 합류할 것을 제안했고 목포에서 만났다. 하지만 아직 손 전 고문은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더민주에는 문재인 전 대표라는 대주주가 있는 만큼 손 전 고문이 국민의당에 합류해 선의의 경쟁을 하자는 것이다.


사퇴한 안 전 대표에 대해서는 “실질적 리더로서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치켜 세웠다. 이어 “안 전 대표가 당을 완전히 떠난 것이 아니다”라며 “안 전 대표가 목표로 하던 대권가도를 위해 국민 속으로 들어가 일을 할 때 아무래도 당의 조직을 이용해 활동할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당장 대표직에서 내려온 안 전 대표의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과거 대표로서의 활동과 앞으로 평의원으로서의 목표는 행보는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 지도부의 구성이나 당의 의사결정에 전면에 나서기는 어려운 만큼 민심다지기 행보에 나선 다는 생각이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당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브리핑을 열고 “당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주축이 돼서 7∼8월 전국 투어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변인은 당의 얼굴로 안철수·천정배 전 공동대표를 꼽았다.

이번 투어는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수수 의혹으로 돌아선 민심을 돌려세우는 한편 전당대회를 치르기 위한 당의 조직을 정비하기 위해 진행된다. 국민의당은 전국 각지를 순회하며 간담회를 열어 민심을 청취하고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다.

민심 다지기
칩거는 ‘NO’

국민의당에서는 안 전 대표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안 전 대표가 나서서 홍보를 하면 당원 모집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최근 진행되는 지역위원장 선정 등 조직 정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안 전 대표로선 손해 볼 게 없다”며 “당대표직을 유지했으면 수사에서 뭐가 나올 때마다 계속 욕을 먹었을 텐데 이제부턴 '할 일은 다 했다'고 할 수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손학규 어디서 뭐하나?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이른 시일 내 정계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 광주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 개막식에서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손 전 고문에게 “서울은 언제 올라오실 거냐”고 물었다. 이에 손 전 고문은 “이제 올라가야죠”라고 답했다. 2년여의 전남 강진 칩거생활을 접고 상경해 본격적으로 정계 복귀할 것을 시사했다.

그는 꾸준히 당 안팎으로부터 정계복귀 요청을 받아왔지만 응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지난 4·13 총선 직전 김 대표로부터 총선 지원을 공식적으로 요청 받았지만 거부했다. 이후 ‘새판짜기’를 거론하면서 제56주년 ‘4·19혁명’ 기념식, 5월 말 방일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오는 8월에는 ‘대한민국 대개조’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담은 저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손 전 고문의 최측근은 “정치는 생물인지라 하루하루가 바뀌긴 하지만, 손 전 고문의 정치복귀·재개 가능성이 상당히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훈>
 

<기사 속 기사> 정동영은 언제 등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사퇴로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의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경제적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를 위한 직접시공제 도입과 일자리정책 주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를 지낸 정 의원은 그 동안 여의도와 거리를 유지했다. 리베이트 파문에 뚜렷한입장을 밝히지도 않았다.

당내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호남 의원들 일부는 벌써부터 ‘정동영 역할론’을 꺼내들고 있다. 정 의원의 역할론이 힘을 받는 이유는 과거 대권주자로써 가지는 정치력과 4·13 총선 리베이트 의혹에 자유로운 도덕성 때문이다. 특히 전북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 구도를 언급하면서 정 의원의 등장이 전북, 전남·광주의 지역갈등을 자연스럽게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북 정치권의 한 인사는 “당 이미지를 바꾸지 않고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담대한 진보와 공정한 분배라는 정 의원 정치철학이 지지율 회복의 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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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