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방통대 황금인맥' 대해부

연세대보다 금배지 많이 달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평생교육기관으로 명실공히 전 세대를 아우르는 배움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20대 국회에서는 24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특히나 전 국민의 1%가 넘는 75만에 달하는 동문의 보팅 파워는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통대)는 지난 4월13일 진행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방통대 출신이 총 24명 당선됐다고 밝혔다. 방송대 출신으로는 송영길(인천 계양을, 중어중문학과/일본학과), 천정배(광주 서구을, 교육학과), 안상수(인천 중·동구강화·옹진군, 중어중문학과), 노웅래(서울 마포갑, 중어중문학과), 김영주(서울 영등포갑, 국어국문학과) 등의 의원들이 있다.

동문의 보팅 파워

또 김종태(경북 상주시 군위·의성·청송군, 경영학과), 이진복(부산 동래구, 행정학과), 박완수(경남 창원시 의창구, 행정학과), 오영훈(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을, 경제학과) 지상욱(중구성동구을, 법학과), 이종걸(경기 안양시만안구, 중어중문학과), 이철규(강원 동해삼척시, 행정학과/동대학원), 김정우(경기 군포시갑, 법학과) 등 모두 24명의 의원들도 이곳 출신들이다.

이처럼 다수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이동국 방송대 총장 직무대리는 “수준 높은 커리큘럼과 시·공간 제약이 적은 온라인 중심 교육이 강점인 방통대는 국회의원을 비롯해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1순위로 선택하는 대학”이라며 “이번 제20대 총선에서도 다수의 방송대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하며 방통대의 위상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언급했다.

방통대는 1972년 3월9일 대한민국 최초의 평생교육기관으로 개교했다. 한 학기 등록금은 37만원 내외를 형성하고 있고 수업의 70%가 온라인으로 이루어져 직장인에게 특히나 인기가 높은 대학이다. 졸업생 63만명, 재학생 12만명으로 총 75만명의 동문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1% 이상이 방통대 출신인 셈이다. 75만의 동문 파워는 표심에 민감한 국회의원들에게 당연히 매력적인 부분이다. 국회의원들이 동문파워를 의식하고 입학했느냐는 질문에 방통대 관계자는“ 그런(동문 파워) 부분이 고려됐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한다”고 말했다.

더민주 송영길 의원은 방통대 출신의 의원들 중 방통대에 대한 자부심이 높기로 유명하다. 송 의원은 중어중문학과와 일본학과 등 2개 학위를 방통대에서 취득했다. 송 의원은 “방통대는 학습 동아리가 잘 돼 있어서 동아리를 통해 서로 격려하며 공부한다”며 “좋은 교재가 있고 친절하게 학습 방법을 도와주는 멘토들이 있어 방통대의 시스템을 잘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자신의 배움을 확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중어중문어과의 대선배이기도 하다. 00학번인 송 의원을 필두로 01학번 안상수 의원, 04학번 이종걸 의원, 노웅래 의원 등이 중어중문어학과 출신이다.

서울 81명 고려 37명 성균관 27명 연세 23명
방통대 출신 24명 입성 “위상 확인”

방통대 출신 의원들은 순수 졸업생과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학위를 따기 위해 온 사람으로 나뉜다. 순수 졸업생으로는 새누리당 이진복·이철규 의원, 더민주 김영주 의원이 있다. 이진복 의원은 1995년 방통대 행정학과에 입학해 1999년 행정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같은 해 동아대 대학원 지방자치행정학 석사과정에 진학해 배움의 길을 이어갔다.

이철규 의원도 방통대에서 행정학을 수학하고 한양대 대학원에서 행정학을 전공했다. 김영주 의원은 방통대에서 국어국문학 학위 취득 후 서강대 대학원에 진학해 경제학을 전공했다.

반면에 김종태 의원은 육군3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방통대 경영학과를 전공해 두 개의 학위를 수여받았다. 안상수 의원은 서울대 사법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까지 마친 뒤 방통대에서는 중어중문학을 공부했다. 20대 초선의원인 김정우 의원도 안상수 의원과 마찬가지로 서울대 졸업 후 동 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방통대로 진학해 법학을 전공했다.


노웅래 의원은 1983년 중앙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사를 마친뒤 방통대에서 중어중문학과 학위도 취득했다. 박완수 의원은 이례적으로 1976년 방통대에서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경남대 행정학과에 진학해 1979년 졸업했다.

국회의원 중에는 부부가 동시에 방통대에 진학한 경우도 있다. 새누리당 지상욱 의원은 지난 2009년 부인인 배우 심은하씨와 함께 진학했다. 지 의원은 법학과, 심씨는 문화교양학과를 수학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지 의원은 심씨의 학업을 돕기 위해 함께 진학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4년에는 방통대 광주·전남 총동문회와 총학생회가 천정배 예비후보 지지를 선언한 일도 있다. 말 그대로 동문파워를 과시한 것이다. 당시 방통대 총동문회와 총학생회는 지지 성명을 통해 “천정배 후보는 4선의 국회의원과 법무부장관까지 역임하고 지난해 방통대에 편입해 동문이 됐다”며 “박사학위를 위해 유명대학의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과 달리 교육학에 대해서 더 공부할 기회를 갖고 싶어 방통대에 편입해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부단히 노력하려는 자세가 바로 진정 정치인이 가져야 할 덕목"이라며 "이런 마음가짐을 가진 천정배 후보라면 DJ정신을 계승해 호남정치를 복원할 적임자라 믿는다"라며 지지 배경을 설명했다.

천 의원은 최근 한 언론을 통해 방통대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천 의원은 “방통대가 자신에게 다시 공부할 기회를 준 학교”라며 “20대에 대학을 졸업한 후, 새로운 지식을 체계적으로 습득할 기회가 없었는데 방통대에서 약 40년 만에 다시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어 “평생학습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를 위해서도 필수”라며 “배우는 즐거움은 젊을 때뿐 아니라 평생에 걸쳐 느낄 수 있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큰 발전 이뤄”

이동국 방통대 총장 직무대리는 “많은 국회의원이 방통대에서 건강한 의식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를 통해 더욱 큰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며 “방통대 출신 국회의원 동문이 20대 국회에서 국민을 위해 더 많이 애써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대 의원 출신대 보니…

20대 국회에 가장 많은 의원을 배출한 대학은 서울대로 조사됐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인 만큼 인적 구성도 다양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지만 쉽게 바뀌진 않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전체 당선자의 98%(269명)가 4년제 대학 이상을 나왔다. 서울대는 전체 의원의 26%에 해당하는 81명의 의원을 배출했다. 그 뒤로는 고려대 37명, 성균관대 27명, 연세대가 23명을 기록했다.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는 새누리당의 이주영(5선), 나경원, 유기준(4선) 의원 등 중신을 비롯해 초선인 강효상·정종섭 의원 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문희상, 이석현(6선), 이종걸(5선), 김진표·오제세·진영(4선) 의원 등이 동문이다. 한 서울대 법대 출신 국회의원은 “입법기관에 법률 분야 전문가가 많이 진출하다 보니 생긴 현상”이라며 “숫자가 많긴 하지만 원래 우리 과가 똘똘 뭉치는 분위기는 아니어서 국회에서 따로 동문 모임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관후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고학력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지만 여야 정당들이 내세우는 ‘정책’과 ‘인물’에 괴리가 큰 점은 문제”라며 “선거 때마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공약을 쏟아내면서 정작 그 약속을 실행할 사람은 엘리트 일색으로 채우는 것은 공약 이행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론을 통해 지적했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