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 성향'으로 본 별별 페티시 세계

은밀한 욕망, 누구나 다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박유천 성폭행 사건. 아직도 관련 루머들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돼 퍼져나가고 있다. 이 사건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키워드를 뽑아보자면 단연 ‘화장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박유천이라는 인기가수와 화장실이라는 공간의 ‘케미’에 사람들은 흥분했다. 과거 박유천의 화장실 발언을 모아 만든 게시물이 인터넷에 급속도로 퍼져나가기까지 했다. 일각에선 그에게 ‘화장실 페티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특정 물건을 통해 성적 쾌감을 얻는다는 뜻의 페티시. 이번 박유천 사건을 통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그룹 JYJ 멤버 박유천(30)이 지난달 4일, 서울 강남구 한 유흥주점 내 화장실에서 여성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달 10일 고소당했다. 이후 자신도 A씨와 같이 당했다는 여성들이 3명 늘어나 모두 4명의 여성으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다.

그곳만 가면
‘찌릿찌릿’

피해자들은 각각 유흥주점 내 화장실과 박유천의 집 화장실, 가라오케 화장실 등에서 사건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박유천이 화장실에 대한 ‘페티시’(특정 물건을 통해 성적 쾌감을 얻는 것)라도 있는 것 아니냐며 각종 희롱과 농담이 쏟아져 나왔다. 방송에서도 박유천의 화장실 페티시에 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한 게스트는 모 커뮤니티에 올라온 ‘심리 분석가가 보는 박유천에 대한 분석’이라는 글을 예로 들며 화장실 페티시 가능성을 제기했다. 글에는 “박유천이 2008년 해외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당시 뷰티풀 단어에 연상되는 3가지 중 하나로 화장실을 꼽았다. 그리고 그림이 공개됐는데 그 그림에도 자기와 함께 변기가 꼭 그려져 있다”고 쓰여 있었다.

게스트는 “아름다운 '뷰티풀'이라는 단어를 듣고 어떻게 ‘대화’ ‘한숨’ ‘화장실’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냐”며 “그러니까 화장실이라는 것에 대해서 원래 평소부터 굉장히 집착하고 있는 사람이었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게 왜 생기냐면 어렸을 때 우리가 처음에는 화장실을 아무도 못 가리잖냐. 그런데 화장실을 가리는 과정에서 부모님으로부터 너무 심하게 압박을 받아 트라우마가 남는 경우 화장실 변기를 보거나 만져야만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는 비정상 애착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단순히 웃어넘길 일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아직 혐의사실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나 피해자가 저항하기 힘든 좁은 공간인 화장실에서 이뤄진 범행이라면 그 죄질이 더욱 나쁘다는 견해도 있었다.

성폭행 사건 모두 화장실 발생
특정 장소에 집착 가능성 제기

최근 강남역 인근 주점 건물 화장실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등 강력사건의 영향으로 여성들에게 화장실은 공포의 공간이 됐다. 하지만 강력사건은 화장실이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박유천 사건을 지나치게 공간에 한정해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한 관계자는 “강력사건이 화장실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며 “집에서도, 등산로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어디서든 여성이 안전한 세상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한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화장실은 남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은밀한 공간이라는 점 외에 큰 의미가 없다”며 “화장실이 좁고 움직이기 어려운 장소라는 점은 말이 되지만 위험한 물건이 많은 좁은 공간은 그 외에도 많기 때문에 화장실이 여성을 제압하기 쉬운 공간이라는 점은 사후설명에 불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 넘기면…
변태 취급

페티시는 흔히 대물성욕(對物性慾) 또는 배물애(拜物愛) 등으로 번역한다. 하지만 1980년 후반 마광수 교수가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라는 책을 통해 ‘여성의 빨갛고 긴 손톱’에 대한 열광을 고백한 이후 페티시라는 용어는 급속히 대중화돼 따로 번역되지 않고 그대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페티시는 총체적인 이성의 육체나 이미지가 아니라 신체의 특정 부분이나 특별한 물건을 통해 성적 흥분을 느끼는 경향을 말한다. 페티시는 정상적이고 건강한 성욕이 아닌 일종의 변태성욕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어느 정도의 페티시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과학적 정설이다. 우리나라보다 성적으로 개방된 서구의 일부 문화권에서는 페티시가 성기 성욕보다 오히려 탐미적이고 고급스러운 취향인 것처럼 대접받기도 한다. 그런 사회에서는 귀걸이 페티시, 하이힐 페티시, 스타킹 페티시, 스모킹 페티시 정도는 가벼운 취미생활처럼 여겨진다.

여성의 경우 손가락 페티시가 가장 흔하고, 남성의 경우에는 발(또는 발가락) 페티시가 가장 흔한 케이스다. 미국의 한 발 페티시 동호회에서는 샌들 사이로 내비치는 여성의 앙증맞은 발가락을 ‘친견’하고자 매년 여름 해안도로를 자전거로 순회하는 특별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발 페티시만 하더라도 그 세부 취향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여성의 발만 보면 무조건 흥분하는 형, 운동 후 땀에 젖은 여성의 발에만 열광하는 형, 진하게 매니큐어를 바른 발가락에만 집착하는 형, 섹스할 때만 발가락에 열중하는 형 등이다.

침대 위에서 발을 사용하는 것을 특별히 ‘풋잡(Foot Jobs)’이라고 통칭한다. 발을 애무하는 것, 발을 이용해 애무하는 것이 모두 풋잡이다. 은밀한 공간에서의 풋잡은 파트너의 동의만 있다면 오히려 성생활에 활력을 주는 건강한 이벤트가 될 수도 있다.

노골적인 시선 때문에 인간관계가 왜곡된다거나 직장 여직원의 발을 갑자기 만진다거나 하는 식의 무례한 행동으로 발전하지만 않는다면 발 페티시 정도는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이런 페티시 성향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라면 그때부터 문제가 된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집착과 반응의 정도가 강해진다면 그 변화 추이와 현재 상태 등을 스스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몰카 공유 등
범죄로 이어져

이러한 페티시가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행동’ 단계로 발전할 소지도 없는 게 아니다. 집착 정도에 따라 페티시는 유미적이고 은밀한 성적 취향이 아니라 본인과 주변인들에게 매우 위험한 성적 취향이 될 수도 있다. 페티시적 성향을 자각하는 순간부터는 무조건 거부하거나 무조건 합리화하지 말고 스스로를 신중히 바라보는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페티시 성향이 범죄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로 지난해 일어난 ‘페티시 카페’ 사건이 있다. 지난해 10월, 스타킹 신은 여성의 다리나 치마 속 등 여성의 신체를 몰래 찍어 인터넷에서 공유한 ‘페티시 카페’ 회원 수십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A 페티시 카페 운영자 박모(22)씨와 카페 회원 등 61명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전국 각지에서 휴대전화 카메라 등을 이용해 찍은 여성의 신체 특정 부위 사진을 A 카페에 올려 공유·유포했다. 당시 A 카페에는 이성의 신체 일부나 옷가지 또는 소지품 따위에서 성적 만족을 얻는 페티시즘(fetishism)에 관심이 있는 230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이 카페의 ‘직접 찍은 사진 게시판’ 등에는 페티시즘 관련 몰카 사진이 1만8000여장이나 올라와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히 페티시즘에 관심이 있는 것은 개인의 성적 취향으로 존중받아야겠지만, 타인의 신체를 성적 목적으로 몰래 촬영하는 행위는 범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성적 쾌감’ 종류만 수십가지
동호회서 ‘이벤트’ 열기도

카페 게시판에는 몰카 잘 찍는 법, 범행하다 걸렸을 때 대처법 등 글도 있었다. 조사 결과 이 카페 회원 안모(26)씨 등 2명은 공항과 클럽 등 여자화장실에 몰래 들어가 버려진 스타킹을 모아 카페 게시판에 올린 뒤 원하는 회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카페 운영자 박씨는 회원등급을 군 계급 체계를 따라 훈련병, 부사관, 위관, 영관, 장군, VIP 등으로 분류하고 등급이 높을수록 더 선정적인 사진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카페 회원들은 경찰조사에서 몰카가 잘못된 행위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비공개 카페에서 공유하는 것이라 괜찮을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전 어느 유명가수가 악성루머에 시달린 적이 있다. ‘교복 페티시’를 가지고 있는 그가 차에 여자 교복을 가지고 다니면서 이 여자 저 여자에게 입힌다는 내용의 루머였다. 그는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이를 해명했다. 그는 “난 아내와 역할 게임을 자주 한다. 간혹 여고 교복을 입게도 하는데 어느 날 세탁소에 맡기기 위해 자동차 트렁크에 넣어 두었다가 그게 사람들에게 발견된 이후 그런 소문이 났다”면서 “난 결백하다. 그 교복은 내 아내에게만 입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저서에서 “나는 새하얀 침대보만 있으면 변강쇠가 될 수 있다”라고 밝히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침실은 항상 흰색 침대보만을 고집한다는 어느 유명 심리학과 교수도 있고, 대부분의 남성들이 <스타워즈> 주인공인 레이아공주에 페티시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레이아공주의 헤어스타일로 침실에 들어섰던 어느 드라마의 여주인공도 있다.

이들 모두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자신의 아내 또는 애인과의 보다 나은 관계를 위해 들인 노력들을 아무도 손가락질할 수 없다. 물론 아주 명백히 비정상인 경우도 있다. “16살이라는 특정한 나이만 보면 참을 수가 없어서 단골 룸살롱에 마담이 슬쩍 알려주면 반드시 들른다”고 얘기하던 어느 대기업의 중역.

평소 성욕이 별로지만 지하철만 타면 성욕을 참을 수 없어 더듬지 않을 수 없다는 성추행범, 미성년자에게 페티시가 있다며 범죄는 저지를 수 없으니 아동 포르노 사진을 모은다는 아동성애자,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좋다며 상대를 합의 없이 구타하는 사디스트. 이건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며 정신병 혹은 범죄에 해당한다.

많이 개선됐으나 아직 페티시에 대한 인식이 좋은 것은 아니다. 페티시는 곧 변태로 통하던 시대보다는 우리나라가 그만큼 성적으로 많이 개방됐으며 성생활의 가치나 기쁨에 더 많은 비중을 두게 됐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성생활에 활력
이벤트 활용도

변태가 되지 않는 선에서 페티시즘을 즐기고 싶다면 항상 현대의 사회적 통념 속에서 기준을 세우면 된다. 한 심리학자는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으며 누구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고 아내 혹은 애인과 쌍방 합의된 조건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페티시를 찾는다면 더더욱 나은 성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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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