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에 빠진 아이들 실상

무슨 돈으로…교복 입고 베팅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청소년 사이에서 도박이 극성이다. 19세 이상만 가능했던 도박은 이미 그 경계선이 무너진 지 오래다. 청소년들의 도박은 절도, 사기, 폭행 등의 범죄로도 이어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도박을 하나의 ‘놀이’ 정도로 여기는 청소년들은 중독에 있어서도 위험 수위가 높다고 평한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도박시장은 연간 100조 이상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도박시장이 큰 성장을 이루게 된 계기로 인터넷의 영향을 지적했다. 포커나 고스톱, 머신과 같은 유기구형 도박을 했던 과거와 다르게 현재는 인터넷의 발달로 불법 토토, 사다리 도박 등이 쉽게 행해지게 됐다. 누구나 도박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고 이는 청소년 역시 쉽게 도박을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인터넷·스마트폰
발달로 쉽게 접해

한국도박관리문제센터가 통계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중 70%는 돈을 걸고 내기를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경우 중독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해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청소년은 도박이라는 것을 자신들의 놀이나 오락으로 치부한다. 특히 스마트폰의 발달은 청소년이 도박을 접하게 하는 매개체가 됐다. 검색 몇 번이면 쉽게 도박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경우 간단한 정보만 입력하면 가입이 승인돼 손쉽게 도박을 할 수 있다.

청소년 도박문제를 지적한 한 교수는 “청소년은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라며 “도박 역시 친구가 도박을 하면 따라 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도박의 재미에 매료되기 시작한 청소년은 곧 중독으로 이어지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청소년 사이에서 도박이 중독에서 멈추지 않고, 2차 범죄로 이어진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도박중독에 빠진 중학생 A군은 1000만원 이상의 도박 빚으로 힘들어하다 인터넷 사기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자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처음에는 용돈 용도의 소액으로 도박을 하다가 점차 늘어가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절도, 사기 등으로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A군은 현재 도박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문제는 A군과 같은 처지에 빠진 학생들이 많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이 빠져있는 도박의 종류를 살펴보면 예전에 성행하던 판치기는 ‘애교’ 수준이다. 중학생 B(14)군은 ‘달팽이 경주’를 즐긴다. 달팽이 경주는 경마와 비슷하다. 경주마에 돈을 걸듯 달팽이에 돈을 걸고 배당금을 받는다. 달팽이가 실제로 경주를 하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달리는 달팽이를 응원할 뿐이다.

사행성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
1000원으로 시작해 1000만원까지

B군은 수업시간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책상 밑에 숨긴 채 ‘사다리 게임’을 한다. 10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승패가 결정된다. 스마트폰 화면을 한두 번 두드리는 것만으로 틈날 때마다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다른 중학생 C(15)군은 인터넷 ‘내기 방송’에 푹 빠져 있다. 한 판에 100만원이 오가는 윷놀이를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한다. BJ(방송 진행자)가 던진 윷가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C군은 “다른 사람이 돈을 따는 것을 보고 있으면 직접 내 돈을 건 게 아닌데도 짜릿함을 느낀다”며 “경마장을 찾는 어른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D(18)양은 하루에도 서너 번 희비가 엇갈리는 경험을 한다. 스마트폰 게임에 필요한 ‘확률형 아이템’ 때문이다. ‘뽑기’와 비슷한 확률형 아이템은 구입하기 전까지 내용물을 알 수 없다. 원하는 아이템이 한 번에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무심코 뽑다 보면 한 달 동안 모은 용돈이 통째로 사라지기도 한다. D양은 “아이템을 수십만원어치 사는 친구들도 있다”며 “어울려서 게임을 하려면 ‘현질’(현금 구매를 뜻하는 속어)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확률형 아이템은 사실상 도박과 다를 바 없다는 지탄을 받아왔지만, 현재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은 지난해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 구성 비율, 획득 확률 등을 공개하도록 하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절도 폭행 사기
2차 범죄 연결


스포츠 토토 또한 청소년 도박의 단골메뉴다. 고등학생 E(17)군은 1년 넘게 불법 스포츠 토토에 빠져 있다. 호기심에 5000원씩 몇 번 걸었는데 맞아떨어졌다. 요즘에는 한 판에 10만∼20만원을 ‘베팅’하기도 한다. 같이 판돈을 거는 친구도 생겼다. E군은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과 둘러앉아 축구나 야구, 농구 경기 결과를 예측하기도 한다.

고3 수험생 F(18)군은 불법 스포츠 토토로 인해 가출을 결심했다. 평범한 학생이던 그는 ‘토토’로 수십만원에 이르는 돈을 따는 친구가 내심 부러웠다. 그렇게 토토의 세계로 빠져든 F군은 용돈을 쪼개 1000원, 2000원을 걸었는데 재수가 좋았다고 한다. 갖고 싶던 신발을 가질 수 있었고, 친구들에게 ‘한턱’ 쏠 수도 있었다.

돈을 따는 맛을 알아버리면서 F군은 점점 도박에 빠져들었다. PC방 컴퓨터 앞에 앉아 도박사이트를 기웃거리는 시간이 늘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잃는 돈이 커졌다. 용돈으로는 부족해 학원비를 몰래 쏟아부었다. 이마저도 모자라 어머니 통장에 손을 댔다. 몰래 인출한 300만원을 모두 잃고나자 더는 집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두 달 동안 PC방을 전전했다. 무전취식으로 벌금형을 선고받고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 약 3만명이 ‘문제군’으로 추정된다. 시급한 개입이 필요한 도박중독을 겪고 있는 집단이 문제군이다. 약 12만명은 도박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업시간에도…
안 하면 왕따

스마트폰은 도박판을 학생들의 손바닥 안으로 끌고 와 또래문화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초등학생조차 손쉽게 인터넷 불법도박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 도박사이트 주소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된다. 이런 사이트에선 미성년자라도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대부분 가입이 가능하다. 한 사이트가 문을 닫아도 금세 다른 사이트로 옮겨갈 수 있다.

별다른 죄의식도 없다. 아이들은 이런 문화를 마냥 외면하기 힘들다고 한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듯 삼삼오오 모여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익숙한 풍경이 됐는데 혼자 빠지기 어색하다는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도박은 그저 돈내기가 아니라 친목다짐이 돼버렸다.

 

아이들은 ‘단톡방’(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비법을 나누기도 한다. 배당과 승률을 높일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나눈다. 한 발 더 나가 내기 주제를 정하고 돈을 걸기도 한다.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부터 국회의원 당선자 맞히기 등 일상의 모든 일이 돈을 걸 수 있는 도박이 된다. 친구 사이에 수만원에 이르는 ‘베팅’이 오간다. ‘외상값’ 혹은 ‘빌린 돈’을 기록한 회계장부까지 등장하곤 한다.

‘친구가 하니까 나도 한다’는 또래문화와 어디에서나 불법 도박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어린 타짜’를 양산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한 경찰학과 교수는 “친구를 따라서 아무런 문제의식이나 죄의식 없이 도박에 빠지는 청소년이 많다”며 “특히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도박의 유혹에 노출되다 보니 도박을 불법이 아닌 하나의 ‘놀이’ 정도로 여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도박중독처럼 ‘진행성 문제행동’은 청소년기에 시작돼 치료 시기를 놓치고 성인이 되었을 때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라고 말했다.

스포츠토토, 달팽이 경주 등 종류 다양
3만명 문제군…12만명 위험군으로 분류

정신과 전문의로 근무하는 한 교수는 예방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청소년들은 도박의 심각성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예방교육이 필요하다”며 “도박중독 문제가 밖으로 드러난다면 이미 중독이 상당히 진행된 상황이므로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도박으로 돈을 벌었을 때가 아닌 잃었던 기억을 계속 생각하게 하면서 부모는 청소년들의 여가에 대한 계획과 대안을 제공해 접근성을 통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도박에 빠진 청소년은 다른 범죄의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 부모 지갑이나 통장에 손을 대는 일은 다반사다. 절도나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선 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관계자는 “도박 빚 때문에 경찰서로 오게 된 청소년이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며 “장래 희망이 ‘토사장’(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 운영자를 일컫는 은어)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고등학생도 있었다”고 전했다.


청소년에게까지 도박이 물들게 된 원인에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도 한몫을 하고 있다. 국내 불법 도박 시장의 규모가 100조원대를 넘어선 점은 그만큼 도박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국가적인 예방 차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통계다. 하지만 현재 불법 도박뿐만 아니라 주식, 복권 등 사실상의 도박인 금융 베팅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는 청소년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할 기성세대들이 도박에 대한 정확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실제로 도박 중독 예방 교육을 한 교육기관은 전국에서 1.7%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학교 보건교육기관에서는 인터넷 도박 중독 예방 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본 회의에 상정도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전문가는 “청소년 도박 문제는 이제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며 "사실상 도박예방에 대한 교육 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에서 나라 전체가 도박으로 병들기 전에 학생, 교사, 부모에 대한 적절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도박중독은 완치가 어렵고 가족관계 와해 또는 신용불량, 재산 손실 등 다양한 문제를 안게 된다. 제대로 된 사고가 형성되기 전인 청소년에게는 더욱더 치명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청소년 중독문제에 대해 사회적으로 관심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해결 방안도 등장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로 근무하는 한 교수는 예방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청소년들은 도박의 심각성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예방교육이 필요하다”며 “도박중독 문제가 밖으로 드러난다면 이미 중독이 상당히 진행된 상황이므로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도박으로 돈을 벌었을 때가 아닌 잃었던 기억을 계속 생각하게 하면서 부모는 청소년들의 여가에 대한 계획과 대안을 제공해 접근성을 통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청소년 상담전문가는 “도박중독이 하나의 질병임을 인정하고 심리치료와 약물치료 등으로 도박 욕구 억제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사회적으로는 도박을 조장할 수 있는 분위기 경계, 사회 근본적 안전망과 감시망 구축, 도박에 대한 치료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청소년 도박문제에 대해 정부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도박 범죄와 관련해 "집행유예, 벌금형 등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고 재범률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라며 "해당 범죄는 마약 관련죄와 동등하게 사회적 법익 차원으로 상향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관심↑
정부 역할은?

또한, 그는 불법도박 예방 캠페인 영상을 지속해서 노출하고 도박 근절 관련 기획기사를 연중 보도를 통해 국민의 경각심을 고취시켜 초기예방에 힘을 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현재 청소년 도박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청소년에게 도박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주며 올바른 인식을 키워주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게 각 분야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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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