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향토예비군이 창설된 지 올해로 48년을 맞이했다. 전시를 대비하는 예비군의 중요성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 내곡동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면서 예비군 훈련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요시사>는 말 많은 예비군 훈련 모습을 직접 살펴봤다.
올해로 6년차. 지난 7일 오전 7시 기자는 예비군 훈련을 위해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훈련지는 일명 과림교장으로 불리는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에 위치한 52사단이다. 버스에 탄지 1시간이 흘러 과림교장에 도착하자 개구리 모자(전역모)와 구형 전투복을 입은 예비군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공용 총기로 사격
이날 8시30분경 입소를 위해 4열로 줄이 길게 늘어선 곳으로 향했다. 예비군 지휘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무링과 벨트 확인하겠습니다. 미착용하신 분들은 옆으로 열외 해 주십시오” 옆을 확인해 보니 고무링, 벨트, 전투화, 전투모를 파는 간이 판매대가 보였다. 대부분 착용을 완료했지만 몇몇은 구매를 위해 판매대로 가는 모습이었다.
복장 확인을 마치고 신분확인에 들어갔다. 휴대폰 제출함이 보이자 취재기자는 휴대폰을 건넸다. 기자 옆에 있던 예비군이 휴대폰을 제출하지 않자 지켜보았다. 그때 신분 확인을 하던 기간병이 해당 예비군에게 “휴대폰 없으십니까?”라고 묻자 예비군은 “없다”고 답했다.
이에 기간병은 “훈련기간 중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이 적발되면 퇴소입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예비군은 휴대폰이 없다는 말만 남기도 훈련장으로 향했다. 휴대폰 제출이 강제사항은 아닌 듯했다.
집결지로 향하자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가 눈에 띄었다. 의자는 동대별로 나뉘어져 있었고 기자는 본인이 해당하는 동대에 맞춰 의자에 착석했다. 다시 한 번 신분 확인을 마치고 방탄모, 탄띠를 수령했다. 특이할 점은 총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군인에게 있어 총은 생명과도 같기 때문에 총기 수령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기자는 의아했다.
게다가 지난해 같은 교장에서 훈련을 받았던 경험을 되살려보면 그 당시는 M16 소총을 수령했었다. 이유를 살펴보니 지난해 5월 발생한 내곡동 총기난사사건을 계기로 총기 수령이 제한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해당 동대에 맨 앞줄에 앉아 있던 기자에게 분대장이라는 직책이 주어졌다. 분대장에게는 서류꾸러미 하나를 주었는데 1개 조에 1번부터 10번까지 10명씩 편성된 것을 알리는 서류였다. 해당 서류에는 8시간 동안 훈련받아야 할 훈련목록과 합·불 체크란이 있었다. 훈련목록은 구조물, 화생방, 구급법, 사격, 수류탄, 시가지전투(서바이벌), 안보교육 등 7가지로 나뉘어져 있었다.
조편성을 마치고 필승관이라고 불리는 강당으로 다시 한 번 예비군 전체가 집결했다. 강당 연단에는 'XX동 예비군 동대장'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예비군 지휘관이 위치했다. 예비군 지휘관은 8시간 동안 훈련을 받게 될 일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소개했다. 지휘관은 “예비군들의 참여도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측정식 합격제와 조기퇴소제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측정식 합격제란 기존의 교관 주도하에 수동적으로 임하던 기존 훈련방식을 탈피해 예비군들이 능동적으로 예비군훈련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강당에서 지휘관의 설명을 듣고 2반 3조에 속한 기자는 구조물 극복 훈련장으로 향했다. 앞 조에 있던 분대장의 목소리가 눈에 띄었다. 해당 분대장은 큰 목소리로 “전 분대원을 들어라. 1조 약진 앞으로!”를 외쳤다.
이에 교관은 해당 분대장에게 “상점 1점을 부여한다”고 했다. 비록 예비군이지만 진지하게 훈련에 임해 상점을 받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예비군훈련 기간 중 상점 5점을 달성하거나 모든 훈련에 합격할 시 조기퇴소의 자격이 주어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구조물 극복 훈련을 마치고 화생방 훈련에 돌입했다.
교관은 “화생방 상황 시 10초 이내에 방독면을 쓰면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며 “훈련 측정은 10초 이내에 방독면을 쓰고 머리뭉치가 뒤통수에 위치하도록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빠르게 방독면을 쓰고 방탄헬멧까지 착용하자 합격을 받을 수 있었다.
측정식 합격제 도입…조기퇴소 가능
가성비 고려한 식사에 총 없이 이동
화생방 측정을 마치고 수류탄 교장으로 향했다. 과림교장의 수류탄 측정 방식은 7∼8m 가량 떨어진 구조물의 홈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각 개인에게 4번씩의 기회가 주어졌고 교관은 수류탄을 넣지 못하는 훈련병에게 “위를 향해 던지세요. 아래를 향해 던지세요”등 설명을 했다.
한 번에 성공하는 예비군이 있는가 하면 4번을 모두 실패해 재측정을 준비해야하는 예비군들도 있었다. 교관은 분대장 직책을 맡고 있던 기자를 불러 “2반3조에는 2명이 탈락했는데 이의신청이 있으면 바로 말씀하라고 전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이에 기자는 불합격 인원에게 이의신청 여부를 묻자 불합격 인원은 “이의신청할 것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의신청 자체가 의미하는 것은 불합격자가 교관을 찾아가 합격으로 바꿔달라고 고집 피우는 것을 사전에 차단함과 동시에 다시 한 번 불합격한 자에게 확실한 의사표현 기회를 준다는 점이다. 예비군 부대가 노련한 절차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수류탄 투척을 마치고 사격장으로 향했다. 사격장 아래에서 대기하던 중 예비군 교관은 “사격장에 조교들이 대거 투입돼 기간병 숫자가 부족하다”며 “다른 곳에서 군인들을 끌어오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사격장에 올라가보니 사격장은 총 20사로로 구성돼 있었다. 각 사로별로 부사수들이 배치됐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총기가 틀과 안전고리에 의해 고정돼 있었다.
지난해에만 해도 총기는 고정돼 있지 않았음을 고려해 볼 때 눈에 띄는 변화였다. 또한 총기는 개인별로 분출된 총으로 사격을 진행했었지만 올해부터는 공용으로 지정된 총으로 사격을 진행했다. 지난해 총기사고의 여파로 사격훈련에 부쩍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사격을 마치고 30분이 지나 점심식사를 했다. 한때 예비군 식사 부실 논란이 일었던 점을 떠올렸다. 예비군 점심식사에 식비는 6000원이다. 지난 7일 과림교장의 점심식사에는 벼다귀해장국, 김치, 깍두기가 나왔다. 주 메뉴인 뼈다귀해장국에서 뼈는 개인 당 3개씩 배식됐다. 같이 훈련을 받은 예비군에게 점심식사에 대해 묻자 “생각보다 괜찮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점심식사를 마치자 안보교육과 시가지 교전 훈련이 남아 있었다. 안보교육은 예비역 소장이 진행했다. 약 1시간가량의 교육 동안 북한군의 위협과 공작, 이에 우리 예비군의 역할 등을 강조했다.
마지막 훈련인 시가지 교전의 경우 서바이벌로도 불렸는데 개인에게 10개 가량의 페인트볼을 주어 분대별로 조를 나눠 승패를 겨룬다. 상대편에 페인트볼을 많이 맞히는 팀이 승리하는 것이다.
패하는 팀은 일과를 마치고 재측정을 해야 했기 때문에 심기일전해 싸웠다. 하지만 기자가 속한 분대는 3명이나 페인트볼에 맞으면서 패했다. 운 좋게도 해당 교관은 “교관의 지시를 잘 따랐다”며 승리팀에는 상점1점을 부여했고, 패한 팀에는 훈련을 통과를 명했다.
게임방식 코스
훈련을 마치고 대기시간 중 만난 예비군 지휘관 중 한 명은 예비군부대의 현역군인들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지휘관은 “예비군부대로 전입을 오면 처음에는 서울에 왔다고 좋아한다”며 “하지만 예비군 훈련 준비 때문에 밤11시에 취침해 5시에 일어나는 군인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병사들은 차라리 전방에 가서 보초를 서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