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안철수 딜레마

다시 부는 안풍 ‘너무 빠른가?’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4·13 총선 이후 안 대표는 뚜렷한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방한을 의식한 듯 정치권에 목소리를 내며 ‘강연정치’를 시작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특유의 강연정치를 시작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는 4·13총선 이후 처음으로 이틀 연속 특강을 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카페에서 ‘한국경제 해법 찾기와 공정성장론’을 주제로 강연을 했고 전날에도 단국대에서 열린 전국여교수연합회 세미나에 참석해 같은 주제로 강연했다.

안 대표는 강연에서 “낡은 정치 바꿔 달라, 민생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게 국민들이 외치는 것”이라며 “정치권이 이에 부응하지 않으면 내년에 태풍이 몰아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행보는?

안 대표는 13∼14일에는 전북 전주를 찾아 탄소법 관련 토론회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토론회 일정 중 시간을 따로 내 전주비전대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에 나설 예정이다. 최근 강연정치를 다시 시작한 안 대표가 국민의당 텃밭인 전주를 방문한다는 점은 총선 이후 호남지방에서 급격히 떨어진 지지세를 회복하기 위한 복안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다.

무엇보다 안 대표의 강점은 토크콘서트로 꼽힌다.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청년들의 고민과 일자리 문제를 현장에서 직접 듣는 방식으로 젊은 층의 지지를 얻었다.


최근 안 대표의 행보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방한 이후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반 총장의 방한으로 ‘반풍’이 정치권에 분만큼, 반풍 이상 거셌던 ‘안풍’을 토크콘서트를 통해 다시 한번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최근 안 대표는 반 총장의 등장으로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다. 때문에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른 반 총장의 정치적 행보에 안 대표가 더 이상 좌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리서치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3일 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18명을 대상으로 임의전화(RDD) 방법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안 대표의 대선 후보 지지율은 12.9%로, 반기문(25.3%) 유엔 사무총장과 문재인(22.2%)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대표에 크게 뒤졌다.

이는 안 대표와 반 총장의 지지도 층이 겹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지율 하락을 의식한 듯 6월 들어 정치권에 계속해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안 대표는 먼저 원구성 관련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일에 “국회의장 먼저 새누리당, 더민주 후보의 자유투표로 선출하자”고 제안했다.

원 구성을 놓고 새누리와 더민주 사이에서 뒷짐을 지고 있었던 지난달의 행보와는 대비를 보인다. 안 대표의 발언에 더민주는 환영의 뜻을 밝혔고 새누리당은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지난 8일 새누리당이 국회의장 자리를 더불어민주당에 양보할 것을 밝히면서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투표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안 대표의 발언이 새누리에 부담으로 작용한 모양새다.

실제 투표로 가서 더민주가 승리를 거둘 경우 새누리당은 민의를 저버리면서까지 국회의장직을 탐내려고 했다는 비난을 견디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지난 8일 새누리당의 국회의장직 포기 선언과 관련해 "오늘 의장 문제의 실마리가 풀리게 된 것은 어제 안철수 대표의 제안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고 자평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향후 협상에서도 국민의당은 하루라도 빨리 국회를 열어 민생을 챙겨달라는 국민의 여망에 따라 주도적인 중재역할을 할 것을 다짐한다"며 국민의당의 역할을 강조했다.


‘강연정치’ 토크콘서트 대외활동 재개
반 총장과 지지율 겹쳐…돌파구 모색

안 대표는 국회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냈다. 그는 지난 8일 “헌법 제34조가 장식품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마냥 인내하면서 정치인들만을 위한 정치가 끝나기를 기다려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 될 수 있다”며 “민심은 국회가 만들었지만 민심은 국회를 뒤엎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내부의 문제뿐만 아니라 법인세 문제도 언급하면서 정치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순이익이 5000억원 이상인 기업의 실효세율이 16%, 그 이하 기업은 18%인데 많이 버는 기업의 세율이 낮은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해 대기업을 겨냥했다.

또한 “이런 분석 없이 법인세를 올리자는 건 순서에 맞지 않다”며 법인세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법인세 인상 문제가 민감한 현안인 점을 감안할 때 제3당으로서 더민주와 새누리당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 1일에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는데 원 구성이 지연되면 세비를 반납기로 했다. 안 대표는 “국회가 제때 일을 시작하지 못한다면 국민의당은 원 구성이 될 때까지 세비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여야는 원 구성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7일로 예정된 법정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이후 국민의당은 지난 7일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지연된 데 따른 책임으로 소속 의원 전원의 세비를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한다는 취지다. 세비 반납 시점은 지난 1일부터 국회의장 선출 때 까지다. 이에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반발은 있었다. 국민의당 주승용 의원은 “(세비를 반납할 경우) 무노동 무임금이 선례로 남을 수 있다”며 “앞으로도 (법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 협상 때문에 국회가 열리지 않을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계속 적용될 것인지 더 치열하게 당론이 모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채이배 의원도 “국민의당이 공부도 하고 회의를 준비하고 있는 상태에서 무노동 무임금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며 “오히려 국민의당이 책임진다는 차원에서 무노동 무임금 표현을 바꾸면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결국 지난 1일 안 대표가 발언한 대로 ‘무노동 무임금’안이 당론으로 채택됐다. 국민의당에서 안 대표의 의지와 정치 철학이 반영되고 있는 모습이다.

계속 쓴소리

안 대표는 청와대 참모진 개편 인사를 두고도 쓴소리를 내뱉었는데 “여러 가지로 아쉬운 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8일 강남 삼성의료원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지금 현재 대한민국이 위기상황이라는 것이 대통령께서도 말씀하신 부분인데, 그런 부분들이 실제로 나타나고 국민들이 느끼는 것이 바로 인사”라며 꼬집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새누리 잡는 국민의당

국민의당은 지난 6일 논평을 내 “불과 두 달 안에 새누리당의 혁신을 완수해야 할 바쁜 새누리당 김희옥 비대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공항 영접을 나간 것은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은 것 아니냐 하는 의심을 살 만하다”며 당대표의 대통령 영접은 관행이라지만 그것은 비대위원장이 스스로를 평상시 당 대표쯤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고백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한 새누리당이 청와대 하부기관으로 전락해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놓고도 당의 정상화보다 대통령 의전에 신경 쓰고 있다며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당명 빼고 다 바꾸겠다는 김 위원장의 큰 소리와 달리 ”당명조차 안 남게 될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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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