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메피아 음모론

때는 이때다 '박원순 때리기'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메피아'를 둘러싸고 곤욕을 치르고 있다. 국정조사와 청문회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여권의 ‘박원순 때리기’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요시사>는 메피아 음모론에 대해 살펴봤다.

지난달 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19살 청년이 목숨을 잃었다. 청년은 서울메트로와 용역계약을 맺은 은성PSD의 직원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메트로는 책임 소재에 따라 경영진 2명의 사표를 수리하고, 직원 5명의 직위를 해제했다. 서울메트로는 “조직을 빠른 시기에 안정시키기 위해 사고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임직원의 사표를 조기에 수리하는 문책 인사를 적격 단행했다”고 밝혔다.

문책이 전부?

서울메트로뿐만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장도 책임을 통감했다. 박 시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관행과 당연시 했던 것들, 안전불감증을 버리고 ‘안전에서 1%가 100%다’라는 마음으로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메피아가 중앙정부 정책을 따라 경영 합리화 차원에서 정부와 지방정부 공기업 인원감축 하는 정책 속에서 탄생했다”며 “서울시부터 철두철미하게 없애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의 사과 내용과 사고를 통해 알 수 있듯 메피아(메트로+마피아)가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메피아는 서울시-서울메트로-은성PSD의 연결고리로 형성됐다. 서울메트로 역대 사장 16명 중 10명이 서울시 출신으로 알려진다.


우선 2013년 2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서울메트로를 이끈 15대 장정우 전 사장은 2007년 교통국장, 2011년 도시교통본부장 등 서울시 교통 정책을 총괄하는 요직을 두루 거쳤다. 서울시 교통관리실장을 역임한 6대 손장호 전 사장, 서울시 교통국 국장을 지냈던 11대 김상돈 전 사장 등이 위에 해당된다.

사장뿐 아니라 서울메트로의 경영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메트로 지용호 감사는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상근부위원으로 근무하다가 같은해 11월 임기 3년의 서울메트로 감사가 됐다. 조중래 비상임이사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지냈던 시절 함께 활동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련의 메피아 논란에 대해 서울시의회 우형찬 의원은 “철도 비전문가 ‘낙하산’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기강해이가 벌어졌다”며 “그동안 관리·감독이 제대로 됐을지 의문이다. 서울시가 보다 확실한 개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 간 연결고리뿐 아니라 서울메트로와 은성PSD 간 낙하산 인사 행태도 드러났다. 2011년 설립된 은성PDS에 초창기 임직원 125명 가운데 90명이 서울메트로 출신으로 밝혀졌다. 현 이재범 대표를 비롯해 감사·운영이사·관리이사 등 주요 간부도 모두 서울메트로 출신이다.

최근의 일련의 정황을 놓고 볼 때 메피아로 불릴 정도로 낙하산 인사가 관행처럼 이어져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메피아 논란이 여권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박원순 때리기’의 일환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박 시장을 강하게 질타했다.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은 “더욱 큰 문제는 사건 발생 11일 만에 대국민 사과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의 무책임한 태도”라며 “박 시장은 사과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메트로 임직원들의 낙하산 채용 관행인 메피아 문제에 대해 ‘몰랐다’는 답변으로 국민과 유가족을 아연실색게 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성원 의원도 박 시장 때리기에 가세했다. 김 의원은 “박 시장은 자신의 측근들을 서울메트로에 대거 포진시켜왔다”며 “박 시장이 낙하산으로 내려 보낸 인사들에게 밀려난 이들이 다시 하청업체의 임직원으로 재취업하는 관행이 바로 메피아 문제의 핵심”이라고 꼬집었다.


구의역 사고 둘러싸고 곤욕…거듭 사과
새누리 “박 시장 측근 대거 포진” 공세

새누리당 지상욱 대변인도 공세 수위를 높였다. 지 대변인은 지난 9일 “가뜩이나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서울메트로에 비전문가로 ‘낙하산’ 인사를 해왔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어왔다”며 “특권과 관행 타파를 외치던 분이 나쁜 특권과 관행을 고집해 온 장본인이란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 시장은 낙하산 인사를 두고 “앞으로 체결될 계약뿐 아니라 기존 민간위탁 계약 중인 사업까지 포함해 메트로 퇴직자 채용을 의무화하는 계약서상의 특혜조항을 모두 삭제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메피아 문제가 있었던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새누리의 주장 처럼 박시장이 직접 낙하산 인사에 관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이러한 여권의 공세 속에 더불어민주당은 박 시장을 질타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 했다. 박 시장에 대한 ‘제 식구 감싸기’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모습이다. 더민주는 지난 8일 오전 국회에서 당과 서울시 간 긴급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박원순 시장, 변재일 정책위의장 등이 자리에 참석했다.

참석 인사들은 구의역 사고와 관련해 박 시장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변재일 의장은 “그동안 국정감사를 통해 누차 지적해온 내용인데 여전히 문제가 개선되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적어도 서울시는 그렇게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참담하다. 당혹스럽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경민 위원장은 “이번 사고는 박 시장이 꿈꾸는 세상과 전혀 안 맞다”고 비판했고 이철희 본부장도 “사고가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서울시장으로 이번 모습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더민주의 지적에 박 시장은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고 “이번 사고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시민이 안전한 서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질타 수위를 놓고 볼 때 새누리당이 박 시장의 낙하산 인사에 초점을 맞춘 반면 더민주는사고 자체만 놓고 지적했다. 더민주 입장에서는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회초리를 들지만 과한 질타는 자칫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박 시장이 여론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박 감싸기?

특히 더민주는 ‘박원순 감싸기’로 비춰지는 모습을 경계했다. 이재경 대변인은 “감싸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여론이 우리당에 형성됐다.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한 것에 대해 충분히 쓴소리를 했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따질 것은 따지고, 물을 것은 묻고, 고칠 것은 고치겠다”고 밝혔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작년 8월 강남역 사고 이후…

지난해 발생한 강남역 스크린도어 정비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이 사건의 책임을 물어 서울메트로 관계자 1명과 정비 회사 임원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키로 지난 8일 결정했다.


강남경찰서는 지난해 8월29일 스크린도어 정비 도중 숨진 29살 조모씨 사망 사건을 9개월여 수사한 결과, 당시 강남역 부역장과 정비업체 유진메트로컴 대표와 본부장 등 총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고 당시 강남역 책임자였던 부역장은 수리 사실을 관제센터 등에 알리거나 정비 과정을 실시간 무전 보고 하고, 수리 현장에 작업감독을 배치하는 등의 매뉴얼을 전혀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유진메트로컴 본부장은 사건 직후 경찰 조사에 대비하면서 직원들이 있는 모바일 메신저 단체 방에다 “2인 1조로 출동했다”고 거짓 진술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례는 스크린도어 사망 사건의 책임을 물어 관계자들을 사법처리하는 첫 사례인 만큼, 최근 발생한 구의역 사건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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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