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국회 '상임위 분할' 셈법

국민 눈치 보랴 밥그릇 챙기랴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원내지도부를 구성한 3당이 상임위 구성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3당 체제의 여소야대 국면으로 인해 이해관계가 늘어나면서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일요시사>는 상임위 구성을 놓고 벌어지는 각 당의 행보를 추적해봤다.

국회 상임위원회는 행정부 각 부처 소관에 따라 국회 내에서 구성돼 소관 부처 안건을 미리 심사하는 위원회다. 상임위는 소관 사항에 대한 심사권뿐만 아니라 법률안을 스스로 입안해 제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입법의 첫 번째 관문으로 통한다.

본격적인 논의

지난 11일 새누리당과 더민주, 국민의당의 원내지도부는 제20대 국회 원구성과 관련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대 국회가 열리기까지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상임위를 둘러싼 각 당의 눈치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주부터 3당 원내대표 간 원구성 협상을 시작하자”며 “법정 개원일은 다음달 9일이기 때문에 5월 말까지 원구성을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3당의 상임위원장 배분에 있어서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국회의장을 어느 당이 차지하느냐의 문제다. 국회의장은 국정 운영의 주도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새누리와 더민주는 서로 양보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역대 국회에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동시에 겸했던 적이 없었음을 감안할 때 국회의장직이 어느 당으로 가느냐에 따라 상임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법사위원장직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역대 국회 관례상 여·야 상관없이 가장 많은 의석수를 차지한 정당이 국회의장을 차지했다.

하지만 국회법에 따르면 ‘의장과 부의장은 국회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거하되 재적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된다’고 규정돼 있다. 즉 아무리 새누리당이 탈당 의원들을 복직시킨다 하더라도 국민의당이 더민주에 표를 던지면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직을 얻을 수가 없는 구조다. 인위적 제1당 지위를 얻는 방안에 대해 새누리당은 정진석 원내대표도 “그건 안 맞는 것”이라며 “선거 결과의 의미를 존중하는 게 맞다”라고 말해 민의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은 제1당이 가져오고, 법사위원장은 제1야당이 차지했던 관례를 들어 두 개 직 모두 더민주가 차지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농담이겠지”라고 응수했고 국민의당의 박지원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은 국회의장을 맡는 정당과 다른 정당이 맡아야 한다”면서 자연스럽게 국회의장은 더민주가 법사위원장은 새누리가 맡는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이라는 큰 틀이 형성된 상황 속에서 나머지 상임위를 둘러싼 각 당의 신경전이 치열한 상황이다. 19대 국회는 총 18개의 상임위로 구성됐다.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전체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각각 10대8로 나눠가졌다.

주로 외교·안보, 주요 경제 관련 상임위는 새누리가, 환경·노동·여성·복지 분야 상임위는 더민주가 맡았다. 하지만 20대 국회는 3당 체제가 형성됐기 때문에 경우의 수가 많아졌다. 현행 18개 상임위를 기준으로 하면 의석수 비율에 따라 여·야 3당은 각각 8대 8대 2로 상임위원장직을 맡게 된다.
 

국민의당의 관계자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와 산업통상자원위 등 2개가 목표”라고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3당은 원구성 협상에서 현재 18개인 상임위원회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상임위원장은 매달 600만원 안팎의 특수활동비와 210만원 가량의 직책 수행비가 따로 지급된다.

상임위 운영을 위한 5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도 많게는 10명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임위 분할은 신중을 기해야 될 사안으로 여겨진다. 자칫 무리한 상임위 분할로 세금 낭비가 될 수도 있다.

국회의장-법사위원장 놓고 힘싸움
부정적 여론…전면 개편으로 선회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상임위 확대와 관련해 “상임위를 나누는 기준은 다루는 부처나 인원이 방대해 효율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임위에 국한돼야 한다”며 여론을 의식했다. 앞서 우 원내대표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분리를 거론한 바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환경노동위의 분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자칫 밥그릇 늘리기로 비춰 질 수 있는 상황이기에 여론을 살피는 입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현행 상임위 수를 벗어 나지 않도록 효율적인 방법으로 잘 조정하겠다”며 “상임위 분할 주장을 두고 국민의당이 상임위원장 1석을 차지하기 위해 ‘신의 한수’같은 표현을 하는데 그런 것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의 통합 가능성도 제기했다. 유명무실한 윤리위원회는 운영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는 안전행정위원회와 합칠 수 있다고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분할을 통한 상임위 늘리기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상임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 원내대표의 주장에 더민주 측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우 원내대표는 당초 박 원내대표가 제안한 환노위 분할에 대해서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상임위 증가에 따른 비용 발생과 부정적 여론을 감안했을 때 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상임위의 통·폐합을 통해 상임위 수가 확대되지 않는 선에서 조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더민주·국민의당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상임위를 쪼개고 담당 분야가 세분화될 경우 행정부에 대한 통제권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즉 상임위 분할이 이뤄질 경우 가뜩이나 레임덕에 직면한 박근혜정부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지 않겠냐다는 것이다.

가능한 대안은?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상임위를 분리할 경우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며 “여야 간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외교위의 경우 아태소위, 유럽소위, 북남미소위 등을 두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절충 가능한 대안으로는 소위원회를 두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원 상임위 배치 어떻게?

20대 국회 당선자들이 본인이 희망하는 상임위원회에 들어가기 위해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새누리당은 지난 4일, 총선 당선자들에게 20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 신청 안내 문자메시지를 보내 8일까지 희망 상임위를 신청하도록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만간 신청을 받을 예정이고 국민의당은 마감 시한을 정해놓지 않고 당선자들로부터 희망 상임위 지망서를 받고 있다. 당선자들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상임위는 국토교통위원회다.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확보하기가 용이한 만큼 매력적인 상임위로 통한다. 국토교통위와 함께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인기가 높다. 학교 시설 개선 사업, 체육관 건설, 각종 문화사업 추진 등 지역주민들이 선호하는 사업들을 많이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농어촌 지역구 당선자들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를, 공단이 많은 지역의 당선자들은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선호한다. 상임위 배정은 당직, 선수, 전문성, 희망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원내지도부가 결정한다.

비례대표 당선자들의 경우 전문성을 고려해 상임위를 배치하는 만큼 반발이 크지는 않지만 반면에 지역구 당선자들은 알짜 상임위에 들어가려는 당선자와 선수(選數)를 고려하는 원내지도부 간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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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