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원내지도부를 구성한 3당이 상임위 구성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3당 체제의 여소야대 국면으로 인해 이해관계가 늘어나면서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일요시사>는 상임위 구성을 놓고 벌어지는 각 당의 행보를 추적해봤다.
국회 상임위원회는 행정부 각 부처 소관에 따라 국회 내에서 구성돼 소관 부처 안건을 미리 심사하는 위원회다. 상임위는 소관 사항에 대한 심사권뿐만 아니라 법률안을 스스로 입안해 제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입법의 첫 번째 관문으로 통한다.
본격적인 논의
지난 11일 새누리당과 더민주, 국민의당의 원내지도부는 제20대 국회 원구성과 관련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대 국회가 열리기까지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상임위를 둘러싼 각 당의 눈치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주부터 3당 원내대표 간 원구성 협상을 시작하자”며 “법정 개원일은 다음달 9일이기 때문에 5월 말까지 원구성을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3당의 상임위원장 배분에 있어서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국회의장을 어느 당이 차지하느냐의 문제다. 국회의장은 국정 운영의 주도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새누리와 더민주는 서로 양보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역대 국회에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동시에 겸했던 적이 없었음을 감안할 때 국회의장직이 어느 당으로 가느냐에 따라 상임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법사위원장직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역대 국회 관례상 여·야 상관없이 가장 많은 의석수를 차지한 정당이 국회의장을 차지했다.
하지만 국회법에 따르면 ‘의장과 부의장은 국회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거하되 재적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된다’고 규정돼 있다. 즉 아무리 새누리당이 탈당 의원들을 복직시킨다 하더라도 국민의당이 더민주에 표를 던지면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직을 얻을 수가 없는 구조다. 인위적 제1당 지위를 얻는 방안에 대해 새누리당은 정진석 원내대표도 “그건 안 맞는 것”이라며 “선거 결과의 의미를 존중하는 게 맞다”라고 말해 민의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은 제1당이 가져오고, 법사위원장은 제1야당이 차지했던 관례를 들어 두 개 직 모두 더민주가 차지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농담이겠지”라고 응수했고 국민의당의 박지원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은 국회의장을 맡는 정당과 다른 정당이 맡아야 한다”면서 자연스럽게 국회의장은 더민주가 법사위원장은 새누리가 맡는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이라는 큰 틀이 형성된 상황 속에서 나머지 상임위를 둘러싼 각 당의 신경전이 치열한 상황이다. 19대 국회는 총 18개의 상임위로 구성됐다.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전체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각각 10대8로 나눠가졌다.
주로 외교·안보, 주요 경제 관련 상임위는 새누리가, 환경·노동·여성·복지 분야 상임위는 더민주가 맡았다. 하지만 20대 국회는 3당 체제가 형성됐기 때문에 경우의 수가 많아졌다. 현행 18개 상임위를 기준으로 하면 의석수 비율에 따라 여·야 3당은 각각 8대 8대 2로 상임위원장직을 맡게 된다.
국민의당의 관계자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와 산업통상자원위 등 2개가 목표”라고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3당은 원구성 협상에서 현재 18개인 상임위원회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상임위원장은 매달 600만원 안팎의 특수활동비와 210만원 가량의 직책 수행비가 따로 지급된다.
상임위 운영을 위한 5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도 많게는 10명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임위 분할은 신중을 기해야 될 사안으로 여겨진다. 자칫 무리한 상임위 분할로 세금 낭비가 될 수도 있다.
국회의장-법사위원장 놓고 힘싸움
부정적 여론…전면 개편으로 선회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상임위 확대와 관련해 “상임위를 나누는 기준은 다루는 부처나 인원이 방대해 효율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임위에 국한돼야 한다”며 여론을 의식했다. 앞서 우 원내대표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분리를 거론한 바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환경노동위의 분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자칫 밥그릇 늘리기로 비춰 질 수 있는 상황이기에 여론을 살피는 입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현행 상임위 수를 벗어 나지 않도록 효율적인 방법으로 잘 조정하겠다”며 “상임위 분할 주장을 두고 국민의당이 상임위원장 1석을 차지하기 위해 ‘신의 한수’같은 표현을 하는데 그런 것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의 통합 가능성도 제기했다. 유명무실한 윤리위원회는 운영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는 안전행정위원회와 합칠 수 있다고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분할을 통한 상임위 늘리기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상임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 원내대표의 주장에 더민주 측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우 원내대표는 당초 박 원내대표가 제안한 환노위 분할에 대해서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상임위 증가에 따른 비용 발생과 부정적 여론을 감안했을 때 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상임위의 통·폐합을 통해 상임위 수가 확대되지 않는 선에서 조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더민주·국민의당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상임위를 쪼개고 담당 분야가 세분화될 경우 행정부에 대한 통제권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즉 상임위 분할이 이뤄질 경우 가뜩이나 레임덕에 직면한 박근혜정부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지 않겠냐다는 것이다.
가능한 대안은?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상임위를 분리할 경우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며 “여야 간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외교위의 경우 아태소위, 유럽소위, 북남미소위 등을 두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절충 가능한 대안으로는 소위원회를 두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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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의원 상임위 배치 어떻게?
20대 국회 당선자들이 본인이 희망하는 상임위원회에 들어가기 위해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새누리당은 지난 4일, 총선 당선자들에게 20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 신청 안내 문자메시지를 보내 8일까지 희망 상임위를 신청하도록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만간 신청을 받을 예정이고 국민의당은 마감 시한을 정해놓지 않고 당선자들로부터 희망 상임위 지망서를 받고 있다. 당선자들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상임위는 국토교통위원회다.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확보하기가 용이한 만큼 매력적인 상임위로 통한다. 국토교통위와 함께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인기가 높다. 학교 시설 개선 사업, 체육관 건설, 각종 문화사업 추진 등 지역주민들이 선호하는 사업들을 많이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농어촌 지역구 당선자들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를, 공단이 많은 지역의 당선자들은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선호한다. 상임위 배정은 당직, 선수, 전문성, 희망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원내지도부가 결정한다.
비례대표 당선자들의 경우 전문성을 고려해 상임위를 배치하는 만큼 반발이 크지는 않지만 반면에 지역구 당선자들은 알짜 상임위에 들어가려는 당선자와 선수(選數)를 고려하는 원내지도부 간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