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싸인 변호사 수임료의 세계

300만원부터 100억원까지 ‘천차만별’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대기업 대표가 50억원에 달하는 변호사 수임료를 지불했고 국민들은 분노했다. 명확한 규정이 없는 틈을 타 법조계는 수십 억대에 수임료를 받아 챙긴 것이다. <일요시사>는 베일에 싸인 변호사 수임료의 세계를 추적해봤다.

100억원대 해외원정 도박 혐의로 수감 중인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검찰·법원을 상대로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정 대표는 부장판사 출신 최 변호사와 보석 및 집행유예 대가로 50억원의 수임 계약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정 대표는 항소심에서 석방에 몰두했고 최 변호사에게 착수금 명목으로 20억원을 전달했다. 또한 보석석방 또는 집행유예 판결을 이끌어내면 성공보수 30억원도 받기로 약정했다. 정 대표가 항소심에서 실형이 유지되자 두 사람 간의 다툼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수임료 50억
둘러싼 갈등

항소심에서 당초 예상했던 보석석방과 집행유예판결에 실패했기 때문에 최 변호사는 30억원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문제는 처음 착수금 명목으로 받은 20억원이었다. 수임료의 성격을 두고 양측 입장이 엇갈렸다. 정 대표는 이 돈을 성공 보수금이라고 주장하며 보석에 실패한 만큼 돌려달라고 최 변호사에게 요구했고, 최 변호사는 20억원의 수임료는 착수금에 해당하니 돌려줄 수 없다고 맞섰다.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가 오고간 것은 과다 수임료 논란으로 증폭됐다. 일반 형사 사건의 착수금이400∼500만원에서 거래된다고 봤을때 최 변호사는 무려 20배나 높은 수임료를 받은 셈이다. 최 변호사는 “정 대표가 연루된 16건의 민·형사사건을 처리했고, 30여명의 공동 변호인단과 수임료를 나눴기 때문에 실제 받은 액수는 그리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평균적으로 변호사들의 수임료는 어떻게 책정될까? 형사사건 수임료에 대해 A변호사는 “형사사건을 개별적으로 구별해 이 죄는 얼마, 저 죄는 얼마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사건에 따라 다르고 의뢰인이 무죄 주장을 하는지 혹은 죄를 인정하는지에 따라서도 다르다”고 말했다.

A변호사는 “무죄 주장을 하는 경우 죄를 인정할 때보다 더 많은 수임료를 받는다”고 전했다. 이어 “사건의 난이도, 법적 쟁점 부분, 증거 수집을 위한 시간, 그에 따르는 비용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비용을 책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형사사건은 변호사와 로펌별로 차이는 있지만 초임 변호사의 경우 400만원이고 경력 변호사는 500만원 선에서 수임이 이루어진다. 자체적으로 수임료 규정을 명시한 서울의 A법무법인은 “저희 사무실은 사건을 수임하려고 무조건 변호사 선임비용을 저렴하게 제시하지 않는다”며 “사건 해결을 위한 노력은 적절한 보수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변호사 선임비용은 사건의 종류, 당사자의 수, 관할지역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A법무법인은 민사소송 400만원, 소액사건대리 300만원, 형사소송 500만원, 고소대리 300만원, 내용증명 대리 30∼50만원, 작성대행 10∼100만원을 제시했고 모든 비용에 부가세는 별도라고 명시했다. 전관 출신의 변호사의 경우 타 변호사에 비해 착수금이 2∼3배가량 비싼 것이 일반적이라고 알려진다.
 

고위직을 지낸 전관 변호사의 경우 수임장에 도장을 찍는 데만 몇천만원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법조계에서는 전관 변호사의 입김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판사가 전관예우 차원에서 형량을 감했더라도 법의 테두리에서 이뤄졌다면 이를 문제 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원정도박 정운호 회장 수십억 들여 변호
착수금에 성공보수금…명확한 규정 없어

또한 전관예우를 실질적으로 관리감독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추긴다. 정운호 대표의 경우 이번 사건 이전에도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검찰은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아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정 대표의 법정대리인이 검사장 출신이었다는 점이 알려지며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전관 출신은 대리인으로 선정될 때뿐만 아니라 시간당 보수액도 일반 변호사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법조계에 따르면 변호사들은 일한 시간에 따라 보수를 받는 약정도 맺는다. 변호사의 연차에 따라 시간당 보수요율에도 차이가 있다.

한 변호사는 “보통 2∼3년차 변호사는 시간당 19만원대, 10년차 이상은 30만원을 넘어간다”며 “최 변호사처럼 전관 출신은 시간당 100만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고 전했다. 이어 “대기업 총수 사건이면 몇천만원까지 나온다”고 덧붙였다.

성공보수 무효
법조계 온도차

지난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형사사건의 변호인 성공보수 약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돼 무효’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A씨가 성공보수 1억원은 지나치게 많아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니 이를 돌려달라며 B변호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 판결이 있기 전까지 사건 종류를 불문하고 성공보수 약정은 원칙적으로 유효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금액이 부당하게 과한 경우에만 신의 성실의 원칙을 들어 일부 무효를 판결했다. 하지만 이 판결 이후부터 형사사건에 대해 체결한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고 판례가 변경됐다.

당시 대법원은 “형사사건의 성공보수는 수사나 재판의 결과를 금전적 대가와 결부시켜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할 위험도 있는 만큼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변호사 수임료는 의뢰인과 자유로운 합의로 결정되나 형사사건의 성공보수 약정은 부작용이 크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이를 대가로 금전을 주고받는다면 변호사나 의뢰인 모두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정당한 결과마저도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에 따른 왜곡된 성과처럼 보이게 만들어 법치주의의 뿌리를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대법원은 성공보수제도의 부작용을 들어 금지시켰다. 하지만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변호사들이 암암리에 거액의 수임료와 성공보수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형사사건 변호사 수임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2001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변호사협회 등 모든 전문직 종사자들의 협회가 만든 보수기준을 일종의 담합으로 인식해 없앴기 때문이다. 보수규정을 삭제한 또 다른 이유는 자율적 경쟁으로 보다 낮은 대가로 수준 높은 서비스를 수요자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삭제로 인해 오히려 보수의 상한선이 사라져 보수의 상승을 초래하기도 했다.

형사 400만∼500만원 민사 330만원
재벌·대형 사건은 기본이 억단위

성공보수 폐지를 놓고 재계와 로펌 간의 온도차도 있다. 우선 재계는 성공보수 폐지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재벌 총수들이 연루된 형사사건에 해당기업은 로펌과 성공보수 약정을 맺는데 이 금액은 천문학적 숫자로 알려진다.

지난해 징역형이 확정된 대기업 총수 사건의 경우 ‘집행유예 선고’를 성공조건으로 변호사 비용이 총 100억원까지 책정되기도 했다. 기업 형사사건은 수사단계와 재판단계로 나뉘어 성공보수약정이 정해진다. 수사 단계에서는 구속기소를 피하는 것을 성공으로 보고 이후 불기소, 약식명령, 불구속 기소 순으로 정공보수금이 정해진다.


재판단계에서는 징역형과 법정구속은 패소에 해당하고 무죄, 벌금, 집행유예 순으로 성공보수금이 책정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상황이 발생하면 일단 총수 구속을 피하거나 구속됐더라도 빼내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며 “총력을 다하는 급박한 과정에서 다소 무리한 수준의 수임료가 정해지는 경우가 있다”며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에 대형 로펌들은 성공보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해당 판결이 변호사와 의뢰인간 계약인 사적자치 영역을 침해한 판결”이라며 “대법원이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을 민법 103조 위반이라고 하지만 100년 동안 유지되어 온 데에는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로펌의 변호사도 “검찰 수사나 형사재판이 국가형벌권을 실현하는 절차이긴 하지만 무리한 검찰 수사나 재판부의 과도한 양형 선고 또한 없지 않다”며 “전력을 다해 이를 방어하고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해 정한 정당한 대가를 위법·무효라고 본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단은 대법원의 기준을 따를 수밖에는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한 의뢰인이 기업인이면 수임료도 두둑이 보장되는 것은 업계의 불문율이다. 이번 정운호 대표 사건처럼 수임료로 수십억원을 받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닌 셈이다. 수임료에 대한 별도의 기준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의뢰인과 계약하기 나름인 것이다.

민사소송은 형사소송과는 다르게 착수금과 성공보수금을 별도로 받는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우리 로펌의 민사사건 경우 최소 착수금이 330만원”이라고 말했다. 민사소송은 착수금과 별도로 성공보수로 불리는 손해배상청구금액의 일정비율을 변호사에게 지급한다. 이는 보통의 경우 전체금액의 7∼25% 내에서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규칙에 따른
민사소 비용


서울의 한 변호사는 “일반 사람들은 민사소송에서 패소하게 되면 소송 비용을 패소한 측에서 승소한 측에 모두 대납해야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소송 비용의 경우 대법원의 ‘변호사 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에 따른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2000만원 소송에 500만원의 소송 비용이 들어 승소했을 경우 패소한 측에서 500만원을 모두 내는 것이 아니라 규칙에 따라 대략 60∼70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이러한 규칙에 대해 일각에서는 변호사 업계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국민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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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