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1.25 00:01
2022년 한 해도 이제 한주 밖에 남지 않았다. 연초에 야심차게 계획을 세우고 나름 최선을 다했던 일들을 돌아보니, 성공한 일, 실패한 일, 미완성한 일 세 가지 중 유독 성공한 일은 기억이 생생한데 실패한 일이나 미완성한 일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불과 30여년 전만 해도 성공한 일보다 실패한 일이나 미완성한 일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는데, 왜 지금은 실패한 일이나 미완성한 일은 아예 기억조차 희미해진 걸까? 아마도 30여년 전에는 우리 사회가 사소한 실패나 미완성 자체가 인정되지 못한 시대였지만, 지금은 웬만한 실패 정도는 잘도 인정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일 것이다. 실패가 인정되지 못한 시대에는 어떤 실패도 용납되지 않아 실패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고, 혹 실패하기라도 하면 실패에 대한 기억을 오래 간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실패가 인정되는 시대에는 실패를 딛고 일어서면 되기에 실패하더라도 실패가 기억에 오래 남지 않았다. 바로 실패가 인정되는 시대와 실패가 인정되지 못한 시대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실패가 오래 기억되느냐 기억되지 않느냐에 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100여년 전 심리학자 쿠르트 레빈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 자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6일 청담동 술자리 가짜뉴스 유포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과 <더탐사> 측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법원에 1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제기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10월 법무부 국정감사장에서 <더탐사>가 제공한 첼리스트 A씨와 전 남자친구 B씨의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하면서 ‘지난 7월19~20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이 김앤장 변호사 30여명과 함께 심야 음주가무를 즐겼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했다. 한 장관은 이 같은 가짜뉴스가 국회방송 등을 통해 송출돼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주장했고, 결국 첼리스트 A씨가 경찰 조사에 출석해 “전 남자친구를 속이려고 거짓말했다”고 진술하면서 해당 의혹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한 장관이 법적 대응을 한 것이다. 한 장관은 30여장 분량의 고소장에 주로 김 의원이 사전에 <더탐사> 측과 공모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담았다고 한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1964년 미국의 연방대법원에서 처음으로 적용된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의 법리에 의해 한 장관 스스로 공모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1964년
유럽 열강은 대부분 산업혁명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후, 약 40여년 동안 식민지 쟁탈전을 벌였다. 식민지 대상은 주로 아시아, 아프리카, 발칸반도였다. 이 중 아시아에는 유럽 열강 외에 미국과 일본도 끼어들었다. 식민지 쟁탈전은 영국, 프랑스, 러시아가 선두주자였고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미국, 일본 등은 후발주자로 뒤늦게 뛰어들었다. 현대 정치학에서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이어진 식민지 쟁탈전에 나섰던 국가를 제국주의 국가라고 부른다. 산업혁명 전에도 제국주의 국가가 존재했는데, 근대 이전에는 제국주의 사상에 기초한 로마제국이나 몽골제국이 있었고, 근대에 이르러서는 나폴레옹 제국이 대표적인 나라다. 제국주의는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무력침략을 통해 정치, 경제적인 지배권을 확장시키려는 정책 및 그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상으로 식민주의와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제국주의는 서구 열강이 1914년에 전 세계의 85%를 식민지, 보호령, 신탁통치, 연방 등의 형태로 소유했을 만큼 기세가 대단했다. 아프리카의 경우 에티오피아와 라이베리아를 제외한 거의 전 지역이 유럽의 식민지였다. 1880년부터 1914년까지 서구사회는 흔히 ‘벨 에포크(belle e
지난주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주장하는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국내 산업이 마비되자, 대통령이 업무개시명령 카드까지 꺼내면서 정부와 여당이 절치부심하고 있을 때, 문재인정부에서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만들었던 민주당은 품목 확대만 언급할 뿐 일몰제 폐지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의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하고, 이들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는 제도를 말하며, 일몰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가 지듯이 법률이나 각종 규제의 효력이 일정 기간 후 자동적으로 없어지는 제도를 말한다.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시한(2022년12월31일)을 7개월여 남겨둔 지난 6월 초, 일몰제 폐지를 주장하면서 총파업할 때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은 안전운임제 법제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고, 같은 당 모 중진 의원은 안전운임제 도입이 민주당 혁신의 최전선 과제라고까지 주장했다. 지난 9월 열린 민생특위 때도 민주당은 안전운임제에 대해 국민의힘이 주장한 ‘시한 연장’을 반박하며 ‘시한 폐지(영구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이번 총파업 때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민주당 스스로가 만들었던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포기하고 영구화
오래전부터 모든 드라마 PD에게 극중 ‘회상’에 대해 꼭 말하고 싶은 게 있었다. 극중 인물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 관해서다. 대부분의 회상(기억)이 극중 인물 시점이 아닌 시청자 시점에서 이뤄진 회상이 된다. 아무리 드라마라 해도 회상의 주체는 시청자가 아닌 극중 인물인데, 시청자의 이해를 돕는다는 핑계로 시청자 관점에서 회상을 연출한다면 이는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드라마에서 철수가 영희에게 꽃을 선물하는 장면이 있다고 치자. 1개월 후 영희가 당시를 회상한다면, 당연히 철수의 눈빛이나 행동 등 영희 시점에서 바라본 철수의 표정만 나와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철수와 영희 두 명이 꽃을 주고받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시청자 관점으로 영희의 기억을 재구성한다. 대본에 1개월 후 기억 장면이 나온다는 문구가 적혀있다면, 철수가 영희에게 꽃을 선물하는 장면 촬영 시, 시청자가 바라보는 3인칭 관점이 아닌 영희가 철수를 바라보는 1인칭 관점으로 촬영하고, 나중에 영희의 기억 장면을 방영할 때, 영희의 1인칭 관점의 장면을 사용하면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드라마는 1인칭 관점의 기억 장면을 염두에 두지 않고, 3인칭 관점으로 방영된 장면을 1인칭 관점의
국제법상 한 국가의 주권이 미치는 영역에는 영토, 영해, 영공이 있다. 이 중 영토는 가장 핵심 영역이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대부분 영토에서 살고, 영토가 없으면 영해도 없고 영공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영해와 영공 중에서도 영토에 인접한 해역인 영해가 더 중요한 영역이다. 영해가 없으면 영해 위 영공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영공은 영토와 영해 위 하늘로서 가장 큰 영역이지만 국가 영역 중 후순위에 있다. 그래서 어느 나라나 주권이 미치는 영역을 외부로부터 지키기 위한 군대를 통틀어 육·해·공군이라고 명명한다. 국가 영역의 중요도가 영토→영해→영공 순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후배로부터 아들이 경찰 시험에 합격해 모 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나는 후배에게 “딸도 현직 경찰인데 아들까지 경찰이 됐으니,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경찰 가족 탄생을 축하한다”고 답장을 보냈다. 후배 아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우주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나는 후배 아들의 꿈이 바뀌어야 하는 우리 현실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그 어려운 경찰 시험에 합격해 경찰이 된 후배 아들이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경찰은 보안 목적을 위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1980년대 중반에 들어간 첫 직장이 마포와 영등포 사이에 있는 작은 섬 여의도에 있었다. 그곳에서는 매일 아침 대방역에서 여의도까지 길게 늘어선 출근길 행렬을 볼 수 있었다. 여의도는 당시 서울에서 유일하게 빌딩숲을 이루고 있는 섬으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었다. 주택이나 아파트가 많지 않아 주거 인구는 상대적으로 적은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낮에는 물경 5만여명의 사람이 여의도에 상주했지만 밤에는 대부분이 여의도를 떠나 텅 빈 건물만 남곤 했다. 당시 필자는 국내 굴지의 회사가 모여 있는 여의도의 출근길 행렬이 마치 먹잇감이 풍부하고 온도가 알맞은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는 철새 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 여름에 흰색 와이셔츠를 입은 직장인들의 행렬과 겨울에 검은색 외투를 입은 직장인들의 행렬이 영락없이 여름철새와 겨울철새의 이동으로 느껴졌다. 지난주 금요일 아침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모 업체를 방문했을 때도 전철에서 내려 디지털단지로 걸어가는 수많은 젊은이의 출근길 행렬을 보며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을 방불케 하는 장관이라고 생각했다. 구로는 산업화시대 때부터 서울 시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공단이 들어선 곳으로 유독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었다. 지금
강원도가 지난 9월28일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발행한 2050억원에 대한 지급보증 철회 의사를 밝힌 후, 우리나라 채권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었다. 이에 정부는 50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긴급 프로그램을 작동한다고 발표했다. 강원도도 급기야 12월15일까지 보증채무 2050억원을 전부 갚겠다고 번복했다. 그러나 이미 전국으로 퍼진 채권불이행 파장은 제2의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는 염려와 함께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는 정치 쟁점으로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를 ‘김진태발 금융위기’로 규정했고, 국민의힘은 “레고랜드를 추진했던 민주당 출신 최문순 전 지사 때의 문제를 덮으려 한다”고 맞대응했다. 민주당은 김 지사의 채무불이행 선포가 원인이 되어 금융위기라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보고, 국민의힘은 최 지사가 무리하게 레고랜드를 추진한 게 원인이 되어 어쩔 수 없이 김 지사의 채무불이행 선포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보는 것이다. 즉 김 지사의 채무불이행 선포에 대한 시각이 민주당은 원인에 방점을, 국민의힘은 결과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는 김 지사의 채무불이행 선포가 원인도 결과도 된다는 의미다. 여기서 우리는 결
국회는 지난 24일 국정감사를 끝내고 예산정국에 들어갔다. 그러나 국정감사 기간 동안 여야 간 극한 대립으로 정국이 급랭하고 있어 윤석열정부의 첫 예산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올해 국정감사는 여야 모두 당내 선거와 내분으로 준비가 미흡했고, 대선 이후 팽팽한 정쟁 때문에 올해 국감이 알차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나 했다. 그러나 사실 국감 현장에서 질의나 답변을 주도하고 정책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하는 여야 간사들의 고군분투는 기대했다. 21대 국회 후반기 18개 상임위 중 4곳을 뺀 14개 상임위 간사는 모두 재선 의원이다. 초선은 의정활동이 미숙하고 3선 이상은 상임위원장을 주로 맡기 때문에 관례상 간사는 재선 의원들이 맡아왔다. 재선 의원 간사는 올해 6년 차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왜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재선 의원 간사가 무기력해졌을까? 20대 국회에 입성했을 때의 패기는 보이지 않고, 권태기를 앓고 있는 것 같아 그 이유를 찾아봤다. 우리나라는 6년 단위로 삶의 과정이 나뉘어 있다. 아동기 6년,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대학교+군대(혹은 대학원, 취업 준비) 6년, 초급 사원 6년, 중견 간부 6년 등등, 6년마다 환경이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 북부 지역 유권자들로부터 가장 큰 호응을 얻었던 6·1지방선거 공약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였다. 이는 접경지역 발전을 위한 특별법(이하 접경지역발전특별법)을 만들고, 현행 접경지역지원특별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접경지역발전특별법은 접경지역지원특별법과 같은 맥락의 법인데도 왜 김 지사는 접경지역발전특별법을 만들겠다고 공약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접경지역지원특별법으로는 군사시설보호법과 같은 상위법에 밀려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접경지역지원특별법은 남북 분단으로 낙후된 접경지역(경기 북부, 인천광역시, 강원도)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주민의 복지 향상을 지원하며, 자연환경의 체계적인 보전·관리를 통해 국가 경쟁력 강화와 균형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00년 1월 접경지역지원법 제정, 2011년 6월 접경지역지원특별법으로 격상). 김 지사는 정부 지원에 국한돼있는 접경지역지원특별법의 실효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군이 함께 능동적으로 접경지역 발전을 도모하고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접경지역발전특별법을 만들겠다고 공약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접경지역발전특별법을 만들기보다 규제
북한 전투기 8대가 폭격기 4대와 함께 지난 6일 오후 황해도 곡산과 황주 일대를 편대비행하면서 특별감시선을 넘어와 무력 시위를 벌였다. 우리 공군도 즉각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서 F-15K, KF-16 등 30여대의 전투기를 맞대응 출격시켰다. 북한 전투기가 9·19남북합의서에 규정된 비행금지구역을 넘어온 건 아니지만, 전투기의 빠른 속도를 고려해 우리 공군이 유사시 신속 대응하려 북측 상공에 설정한 가상의 특별감시선을 넘었기 때문에 우리 공군도 출격해야 했다. 지난 8일에도 북한 전투기 150대가 특별감시선을 넘지는 않았지만, 북한 영공에서 공중 무력 시위를 벌였다. 이에 우리 공군은 최신예 전투기 F-35 스텔스기 등을 출격시켜 우발 상황에 대비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 남북이 대치 상황에 있는 작은 땅덩어리 한반도에서 공군 전투력은 분초를 다투는 스피드로 인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 그래서 남이나 북이 실시간으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게 공군 전투력이다. 북한에서 전투기 10대가 뜨면 우리나라에서도 동시에 전투기 10대가 떠서 공군 전투력 평형을 유지해야 한다. 훈련기간이 아닌데도 공군비행장에서 전투기가 수시로 이착륙을 반복하는 게 바로 북
전 정부까지만 해도 우리 국민은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이나 안보실장 및 수석비서관이 누군지 잘 알았다. 그러나 현 정부 대통령실 참모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 전 정부까지의 청와대 참모는 노출이 많고 현 정부 대통령실 참모는 노출이 적어서일까? 김정남, 이회택, 차범근, 허정무, 홍명보 등은 1970년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구선수 이름이다. 한편, 신성일, 백일섭, 노주현, 윤여정, 김영옥 등은 1970년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배우 이름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구선수는 모두 선수 생활을 마치고 국가대표 축구 감독을 역임했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배우는 한 명도 영화감독의 반열에 서지 못했다. 축구선수는 선수 수명이 짧아 30대에 은퇴하고, 4·50대 건강한 나이에 감독직을 수행할 수 있고, 운동장에서 경기하는 11명의 포지션에 대한 이해도와 기술을 선수 경험을 통해 잘 알아 감독직을 수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감독이 되는 게 자연스러운 코스다. 그러나 영화배우는 배우 수명이 길어 80대까지도 배우 활동이 가능해 감독까지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영화마다 주제와 배우가 다 다르기 때문에 유명 배우
정기국회 회기 100일은 국회의 시간이고 의원들의 시간이다. 그런데 올해 정기국회(9.1~12.7)가 열린 지 벌써 한 달이 다 돼가는데도 우리 국민이 느끼는 정기국회 체감온도는 현저하게 낮다. 의원들의 대표인 원내대표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회기 중인 지난달 19일에야 원내 사령탑이 돼 정기국회를 챙길 시간이 없었고,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지난 3월 원내대표로 선출됐지만 8·28 전당대회를 치르느라 정기국회 준비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난달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간 진행된 대정부질문에서도 노란봉투법과 영빈관 신축, 그리고 이재명 사법 리스크와 김건희 의혹 관련 공방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 외교 참사(?)까지 거론하면서 전 정부 심판론과 현 정부 실정론을 놓고 충돌만 했다. 국정 전반에 대한 정당 차원의 통일된 질의는 없었다. 원내대표 중심의 준비가 덜 됐기 때문이다. 4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진행되는 국정감사도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민주당이 현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해야 하는데, 문제점 대부분이 전 정부 때부터 벌어졌던 일들이어서 공격수 역할을 제대로 못할 게 뻔하다. 오히려
지난 9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14개 회원국 모두 참석한 장관회의를 통해 무역, 공급망, 청정경제, 공정경제 등 4개 분야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다. 올해 5월 출범한 IPEF가 본격적으로 활동한다는 신호탄이었다. 같은 달 15~16일에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중·러 주도의 상하이협력기구(SCO)가 8개 회원국과 4개 준회원국 모두 참석한 정상회의를 통해 테러 방지와 경제협력 강화 등을 담은 ‘사마르칸트 선언문’을 채택했다. 시진핑은 내달 16일 열리는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한 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태국 방콕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시작으로 해외순방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인도·태평양 지역까지 안보동맹 영역을 확대하고, 미국 주도의 경제동맹인 인도·태평양 지역의 IPEF까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부담을 느낀 시진핑이 해외순방 계획을 서둘러 전국대표대회 전 SCO를 첫 무대로 삼은
70년 넘게 영연방의 상징으로 강력한 구심력을 행사해왔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지난 8일 서거하자, 호주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지혜롭고 용기를 주는 군주를 잃었다”며 조의를 표했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최장수 치세 군주였던 여왕의 사망을 알게 돼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고, 뉴질랜드 저신다 아던 총리도 “우리는 운이 좋게도 우리가 여왕이라고 부를 수 있었던 놀라운 여성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영국뿐만 아니라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15개 영연방 왕국의 군주이자, 56개국으로 구성된 영연방의 수장이기 때문에, 위 세 나라 총리가 영국의 국왕인 엘리자베스 2세를 자국의 수장(군주, 여왕)으로 호칭하고 있는 것이다. 영연방은 영국과 영국의 식민지였던 독립국 56개국으로 구성된 연합체고, 영연방 왕국은 영연방 중에서도 영국 국왕이 국가 수장을 맡고 있는 구성체로 영국을 포함해 15개 국가가 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구성된 영연방이 초장기에는 영국 본국이 다수의 자치령, 식민지 등을 거느리는 형태여서 영연방 내 회원국들이 영국 국왕을 자국의 국왕으로 모셨지만, 대영제국이 쇠퇴하자 영국 국왕을 자국의 국
우리나라 행정구역은 현재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로 나뉘어 있다. 광역지방자치단체는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도, 특별자치도를 말하고,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시, 군, 구를 말한다. 정부가 각종 통계를 발표할 때마다 언급하는 ‘17개 시도’는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서울특별시 / 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 인천광역시, 대전광역시, 광주광역시, 울산광역시 / 세종특별자치시 / 경기도, 강원도, 충청남도, 충청북도,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경상북도 / 제주특별자치도)를 의미한다. 약 3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광역 행정구역은 특별시, 직할시, 도, 자치도로 나뉘었지만, 1995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되면서 직할시를 광역시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약 700년 전, 고려 말에 확정된 행정구역 조선 8도는 아직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고려말 지관들은 당시 주요 도시를 묶어서 도(道)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강원도는 강릉과 원주, 충청도는 충주와 청주, 전라도는 전주와 나주, 경상도는 경주와 상주를 합한 행정구역이다. 700년이 지난 지금 각 도(道)의 주요 도시가 바뀌었음을 감안할 때, 경기도는 그대로 하고, 강원도는 강
계획을 세우고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대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시작은 그만큼 신선하고 성공을 향한 출발점이기에, 시작은 언제나 성실과 열정을 동반한다. 그래서 우리는 일하면서 처음 시작할 때의 계획과 결심을 떠올리며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된다. 또 일이 계획대로 잘 되지 않거나 일에 대한 열정이 식을 때도 처음 계획과 결심을 생각하며 역동적인 힘을 얻게 된다. ‘처음처럼’이 활력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 계획과 상관없이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리거나 주어진 일을 재밌게 하는 사람은 ‘처음처럼’을 생각하기보다 일이 지금과 같이 계속 잘 진행되기를 원하게 된다. ‘처음처럼’보다 '지금처럼'이 활력소가 되기 때문이다. 한편 어떤 일을 아직 시작하지 않았으나 미래의 계획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처음처럼’이나 ‘지금처럼’을 생각하기보다 그 계획이 이뤄질 상황을 미리 생각하며 나중을 동경하게 된다. ‘나중처럼’이 활력소가 되기 때문이다.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추석명절을 맞이해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방문한다. 아마 그들은 고향에 머무르면서 고향을 떠날 때 가졌던 ‘처음처럼’의 마음과 지금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훗날 꼭 성공하겠다는 ‘나중처럼’의 마음을 가질 것이다
기시다 일본 총리가 지난달 27일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개막한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서 향후 3년간 정부와 민간이 합쳐 총 300억달러(약 40조원)를 아프리카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개발은행에 빌려주고 아프리카 녹색 성장 이니셔티브에 투자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아프리카 식량 위기 등에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과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차관을 들여와 이자를 갚지 못하고 있는, 이른바 ‘채무의 덫’에 걸려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건전한 재무 상태의 평가와 투자의 투명한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속내는 탄소중립 시대에 대비해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에 필요한 희소 광물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천연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겠다는 심산인 것 같다. 일본은 2010년대 이후 중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자 중국에 대한 견제를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을 간헐적으로 지원해왔다. 그런 일본이 이번에 300억 달러 지원이라는 통 큰 결단을 내렸으니 중국과 미국이 놀랐을 것이다. 특히 최근 중국이 아프리카에 농업, 보건, 인프라와 같은 분야의 협력 강화만 외치며 소극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고, 미국이 분쟁으로 신음하는 '아프리카의 뿔'(대
정부는 지난 30일, 국무회의를 열고 내년 예산 639조원 중 복지예산으로 약 109조원(17%)을 발표했다. 이는 복지예산 역대 최대 규모로, 100조원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복지예산이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생산에 관련된 예산이 줄어든다는 의미고, 이제 한국은 생산자 중심의 1·2·3차 산업혁명 시대를 지나 소비자 중심의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들어섰다는 의미다. 산업의 형태가 변하면서 사회의 형태도 같이 변해왔는데, 기계화(1차), 대량생산(2차), 자동화(3차) 등의 1·2·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생산자 중심의 시대로 다수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획일적인 대중사회였다. 그러나 로봇이나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등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소비자 중심의 시대로 다수의 가치를 중요시하되 개인의 가치를 철저히 보장하는 다양성의 다중사회가 됐다. 산업이나 사회 형태의 흐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생산자 중심이 아닌 소비자 중심의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시대가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매월 경제동향을 발표하는 한국은행도 생산자물가지수보다 소비자물가지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고, 기업도 우리
내달 1일부터 한국은 국회와 정당, 국회의원이 1년 중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여의도의 시간이 시작된다. 정기국회(9.1-12.9)와 국정감사(10월4일~10월24일) 일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정당은 정기국회와 국정감사에서 유리한 여의도의 시간을 선점하기 위해 매년 8월 말경 치밀하게 준비한 전략을 공유하는 대회를 갖는다. 국민의힘은 2022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단합을 위해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연찬회를 가졌다. 연찬회에는 당 소속 국회의원(115명) 전원과 장·차관급 정부 고위 관료,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연찬회 주요 의제는 단연코 각 상임위 소속 의원과 관련 장·차관의 분임토의 안건이었다. 윤석열정권의 120가지 국정과제를 당·정이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하고, 또한 정기국회와 국정감사에서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에 효과적으로 당·정이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022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당 대표와 최고의원을 뽑는 8·28 전당대회를 치렀기 때문에 아직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워크숍을 갖지 못했다. 정당과 국회의원에게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2022 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