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민심 버리고 당심 택한 거대 양당의 공천룰

내년 6·3 지방선거를 반년 앞둔 지금,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거대 양당은 거꾸로 움직이고 있다. 입으로는 민심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조직·당원·권리당원에 기대는 공천 룰을 만들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심을 70%로 끌어올렸고, 민주당은 대의원·권리당원을 모두 1인1표로 묶어 강성 당원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정당이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그며 내부 정치를 하는 순간, 지방선거는 국민의 심판장이 아닌 당원 전용 경마장이 된다.

결국 문제는 단순하다. 왜 지금 여야 모두 민심을 버리고 당심에 몰두하는가. 필자는 그 답이 양당의 정치적 생존 본능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본능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민심 대신 당심, 여야 모두 조직 정치로 후퇴

여야가 선택한 공천 룰 방향은 똑같다. 민심은 50%에서 30%로 밀렸고, 당심은 50%에서 70%로 치솟았다. 문제는 이 변화가 단순한 비율 조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은 정당 민주주의의 후퇴며,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내부 결속 정치로의 후진 행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 조기 대선 이후 민심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휘발성 높은 이슈가 여론을 흔들었고, 무당층의 움직임은 정당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예측 불가했다. 이 불확실성 속에서 정당이 가장 쉬운 길을 택한 것이다. 확실하게 관리 가능한 당원표에 기대겠다는 속셈이다.


이는 정당의 나약함이자 비겁함이다. 선거를 민심의 장이 아닌 조직 대결로 만들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가 다시 당심 공화국으로 회귀하는 모습은 실망을 넘어 퇴행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 당심 70%는 공천 통제용 무기

국민의힘의 당심 확대는 전략이 아니라, 공포의 산물이다. 지도부는 최근 몇 달간 민심에서 반복적으로 뒤통수를 맞았다. 사법 논란, 대장동 항소 포기 같은 유리한 상황에서도 지지율이 하락했고, 유권자는 도무지 당의 메시지에 반응하지 않았다. 반면 당원은 달랐다. 당심은 지도부를 떠받치는 마지막 지지대였다.

이에 지도부는 당심 비중을 극대화하려 했다. 그리고 나경원 전 원대대표가 이끄는 지방선거기획단은 지난 21일 ‘70% 룰’을 밝혔다. 이는 결국 장동혁 대표체제를 중심으로 한 공천 장악의 시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명분은 당성 강화지만, 실제 목적은 간단하다. 공천을 중앙이 통제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현재 지지율이 낮고 구심점이 약해진 국민의힘에게는 안정적인 공천권을 확보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 당심 비중 확대다. 민심은 통제할 수 없지만, 당심은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전형적인 ‘자기 편 뽑기’ 방식이며, 외연 확장과는 정반대다.

결국 본선 경쟁력보다 조직 충성도를 더 우선시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민주당 1인 1표제는 정청래의 권력체제 구축


민주당의 변화는 더 노골적이다. 정청래 대표가 밀어붙이고 있는 1인1표제는 대의원제 약화라는 의미에서 단순히 당심 강화 수준이 아니다. 이것은 당의 권력 분포를 다시 쓰는 개정 작업이며, 민주당의 내부 지형을 완전히 재배치하는 정치적 행동이다.

정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부터 즉시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전통 당권파와 중도·온건파를 약화시키고, 권리당원 중심의 구조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이 제도는 민주주의 확대라는 포장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대표 중심의 권력 집중이다. 졸속 당원투표와 '10월 당비 납부자'라는 투표 요건 논란은 그 본질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국민주권 시대에 걸맞은 1인1표제의 명분은 다소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표에게 유리한 권리당원 중심의 판짜기다. 이 구조에서는 민심이 들리지 않는다. 권리당원의 목소리가 확대되고, 대의원의 견제장치는 약해진다. 민주당 역시 국민이 아니라, 당원 위주 정치로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양당의 공통점, 민심 불신과 조직 정치의 복귀

양당이 내놓은 서로 다른 공천 룰 포장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명확하다. 두 정당 모두 민심을 믿지 않고 있다. 민심의 변동성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2025년 한국 정치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조기 대선과 정권교체 혼란, 글로벌 충격까지 겹쳤다. 그 결과 민심이 극도로 불안정해졌고, 정당은 흔들리는 민심을 감당할 힘이 없다.

그래서 조직·당원·권리당원이라는 안전한 곳으로 도망친 것이다. 민주주의 기본원리보다 당의 유지·생존이 먼저가 된 셈이다. 이것은 정당 스스로의 퇴행이며, 유권자에 대한 배신이다.

선거지형 변했는데, 이를 읽지 못하면 패배

현재 우리나라 유권자 구조는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여론의 휘발성은 최고조에 달했고, 무당층은 역대급으로 커졌으며, 2030·4050 중도층은 정당을 오래 지지하지 않는 이탈형 흐름을 보이고 있다. 조직만으로 승부가 가능했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지역기반도 약화됐다. 지방선거라고 해도 지역주의 표가 자동으로 동원되지 않고, 유권자는 후보의 역량·공정성·현안 대응 능력을 더 중시한다. 이런 환경에서 당원 중심 공천은 결속에는 유리하지만, 외연 확장에는 치명적이다.

당심 위주 공천은 인지도 높은 현역을 오히려 불리하게 만들고, 신인 정치인을 더 쉽게 공천하는 왜곡된 구조를 만든다.

여론의 형성 속도 역시 문제다. SNS 시대의 여론은 시간 단위로 뒤집히고, 작은 논란 하나가 후보 이미지를 순식간에 흔든다. 이 변화에 당심은 대응하지 못한다. 조직의 열광과 민심의 냉각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정당은 민심 신호를 읽지 못한 채 고립되기 쉽다.


본선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중도층이다.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를 키우는 당심은 중도층을 더 멀어지게 만들고, 이 괴리가 커질수록 본선 패배의 위험은 커진다. 당심 중심 전략은 더 이상 안전한 선택이 아니라, 본선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해적 선택에 가깝다.

내년 지방선거, 결국 권력 구축 기회로 여기나?

내년 지방선거는 단순한 지방선거가 아니다. 정권교체 직후 열리는 첫 전국단위 선거며, 차기 총선·대선 권력지형을 결정하는 출발점이다. 두 정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권력 재배치의 1차전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서 선거지형이 바뀌었는데도 공천을 조직 중심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공천권을 장악해야 권력재편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치적 생존의 계산이지만, 동시에 위험한 투기도 된다. 당심은 공천을 좌우하지만, 민심은 본선을 좌우한다.

당심에만 기대 공천한 후보가 민심에서 외면받는 순간, 지방선거는 참패로 끝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지금 벌이고 있는 당심 베팅은 결국 조직 안에서의 승리와 국민 앞에서의 패배라는 자해적 시나리오를 스스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양당이 달리는 방향은 다르지만, 추락 지점은 같다. 국민의힘은 통제형 정당으로, 민주당은 동원형 정당으로 재편된다. 겉보기엔 다른 전략이지만, 공통점은 명확하다. 둘 다 민심을 외면한다. 당원 중심의 폐쇄적 구조 속에서 스스로의 정치만 챙긴다. 그 결과는 뻔하다. 정당은 작아지고, 국민은 멀어지고, 외연은 붕괴된다.


민심 배제 결과는 폐쇄성·극단화·중도 이탈

당심 중심은 정당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향으로 몰아넣는다.

첫째, 정당의 폐쇄성 강화다. 정당이 국민 속으로 뛰어들기보다 당원 속으로 숨어버리는 형국이다. 유권자의 눈높이와 당의 문제의식은 멀어지고, 정당은 더 이상 국민의 정당이 아니라, 당원의 동아리로 축소된다.

둘째, 극단화의 가속화다. 강성 집단의 목소리가 과대 표집되고, 중도·합리적 세력은 점점 자리를 잃는다. 민주당이 개딸(개혁의 딸들)당 회귀 논란에 시달리고, 국민의힘이 충성 경쟁구도에 휘둘릴 수 있다.

셋째, 본선 경쟁력 붕괴다. 지방선거는 공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결국 승부는 본선에서 난다. 당심에만 맞춘 후보는 본선에서 유권자로부터 외면받기 쉽다.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 사례는 이미 이를 증명했다.

요컨대, 당심 중심 정치는 정당의 자멸 시나리오다. 그리고 지금 양당은 그 시나리오를 충실히 쓰고 있는 것이다.

당심으로 시작한 선거는 민심서 패배

양대 정당은 지금 당심 강화라는 환상을 붙잡고 있다. 당심으로 공천을 장악하고 조직을 관리하는 것이 마치 정치적 안정인 것처럼 착각한다. 그러나 선거의 진짜 무대는 당사가 아니라 전국의 투표소다.

당심은 뜨겁고 좁은 반면, 민심은 느리지만 넓다. 당심은 당을 결속시키지만, 민심이 정치의 방향을 결정한다. 민심을 버린 정당은 결국 민심에 버림받는다. 내년 6월3일 지방선거는 그 교훈을 다시 확인하는 날이 될 것이다.

양당이 지금 던진 베팅은 너무 위험하다. 정당의 생존을 위해 민심을 버리는 순간, 정당의 생존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당심의 게임으로 출발한 선거는 반드시 민심의 심판으로 끝난다.

누리호가 27일 새벽 1시13분 4차 발사에 성공하면서 국민의 응원과 함께 하늘로 올랐듯이, 우리 정치도 민심을 향해 trajectory(궤도)를 바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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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