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찍힌 권력과 침묵 국회, 공익성과 개인정보의 역설

요즘 정치 뉴스를 보면, 정치인의 입 대신 휴대폰 화면이 자주 등장한다. 국회 본회의장 한가운데서 오가는 인사 청탁 문자, 주식 거래 내역, 권력 핵심 인물의 이름이 기자들의 카메라 렌즈를 통해 그대로 중계된다.

그런데도 정작 국회는 ‘언론의 공익성 VS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 위반 여부’에 대한 본격적인 싸움을 하지 않는다. 왜일까? 정말 아무 문제가 없어서일까, 아니면 싸우기 시작하면 더 곤란해질 쪽이 따로 있기 때문일까?

국회 본회의장, 누가 누구 휴대폰을 보고 있나

국회 본회의장은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공간이지만, 국민의 시선은 토론보다 의원들이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장면에 더 쏠린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본회의장에서 포착된 휴대폰 화면과 그 문자 내용이 반복적으로 뉴스의 중심이 되고 있다.

최근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 사례도 같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인사 추천 문자를 보내고, 김 비서관이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에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장면이 촬영됐다. ‘현지 누나’ 표현이 대통령실 실세 논란을 키웠고, 결국 김 비서관은 사퇴했다.

과거 국회 취재 카메라는 누가 졸거나 자리를 비웠는지 정도를 찍었지만, 이제는 휴대폰 화면을 포착하는 감시 장비처럼 기능한다. 이런 장면이 반복될수록 ‘휴대폰 화면 촬영과 보도가 법적으로 정말 문제없는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연인의 카톡은 범죄인데, 의원의 카톡은 공익인가

법원은 휴대폰을 통한 타인의 비밀 침해에 엄격하다. 법원은 잠든 남자 친구의 휴대폰에서 카톡 대화를 몰래 보고 촬영한 여성에게 벌금형을 선고해 왔다. 연인 간 다툼이나 증거 확보보다 ‘정보통신망에 보관된 타인의 비밀을 침해했다’는 판단이 우선한 것이다.

형법의 비밀침해죄가 잠긴 비밀장치를 열어보는 행위를 문제 삼는다면, 정보통신망법은 더 넓게 타인의 정보를 들여다보고 촬영·저장·누설하는 행위까지 금지한다. 잠든 남자 친구의 카톡을 보고 대화를 촬영한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이 잣대를 국회에 적용하면 복잡해진다. 기자들이 의원 휴대폰의 텔레그램·카톡·증권앱 화면을 촬영해 보도하는 행위도 잠긴 휴대폰을 연 것은 아니지만, ‘타인의 비밀을 촬영·누설했다’는 구조는 연인 사례와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법원이 국회에는 어떤 기준을 적용할 것인가 라는 질문이 생긴다.

김남국 사건, 공익과 사생활 사이에 놓인 애매한 선

이번 김남국 사건은 이런 공백을 드러낸 사례다. 인사 청탁 여부와 상관없이 권력 핵심부의 인사 논의가 본회의장에서 비공식 채널로 오갔다는 사실이 공개된 것이다. 결국 김 비서관은 사퇴했고, 여권에서도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사건이 의미심장한 이유는 화면이 촬영되지 않았다면 정치적 책임 문제도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식 문서나 발언이 아닌 텔레그램 문구 한 줄이 즉각 책임을 촉발했고, 국민은 “국정 인사·정책의 얼마나 많은 부분이 이런 비공식 메시지로 오가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갖게 된다.

법적으로는 김남국·문진석도 휴대폰 화면 촬영을 문제 삼아 정보통신망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 제기 순간 인사 청탁 논란이 더 커질 수 있어 침묵을 택한다. 결국 침묵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된 셈이다.

이춘석 차명 주식 의혹, ‘휴대폰 화면’이 만든 파장

이춘석 무소속 의원의 차명 주식 의혹도 휴대폰 화면에서 시작됐다. 본회의장에서 주식 앱을 조작하는 모습이 찍히고, 화면에 다른 이름이 나타나며 차명계좌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금융실명제법·공직자윤리법 위반 가능성이 거론되고, 정당 윤리기구와 야당의 고발로 이어졌다.

핵심은 화면을 어떻게 찍었느냐가 아니라, 그 내용의 파급력이었다. 법안을 논의해야 할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주식 거래에 몰두한 모습은 국민 정서에 큰 반감을 불렀고, 차명 의혹까지 더해지며 화면 촬영의 법리 논쟁은 사실상 설 자리를 잃었다.

권성동·송언석 사례, 휴대폰 정치의 일상화

휴대폰 화면이 정국을 흔든 사례는 이미 많다. 대표적으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체리따봉 문자’가 있다. 대통령의 사적 텔레그램 메시지가 본회의장 휴대폰 화면에 찍히면서, 여당 대표와의 갈등, 내부 총질 논란, 당내 권력투쟁이 일거에 불거졌다. 출발점은 역시 카메라에 포착된 휴대폰 화면이었다.

송언석 의원의 ‘김포 다음엔 공매도’ 문자도 마찬가지다. 공매도 금지 발표 전 휴대폰에 도착한 메시지가 찍히며 “여권이 발표 전에 정보를 주고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책보다 정보 공유 정황이 국민적 관심을 더 끌었다.

휴대폰 화면은 이제 공식 회의록에 없는 권력의 표정과 사적 언어를 드러내는 ‘제3의 회의록’이 됐다. 그럼에도 국회가 법적·제도 논쟁을 피하는 이유는, 논쟁이 시작되면 “공개되지 않을 권력 정보는 어디까지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김태우 폭로, 공익제보와 비밀누설 사이의 모순

휴대폰 화면 논쟁과는 별개로, 비밀 폭로에 대한 법체계는 또 다른 모순을 보인다. 2018년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를 폭로한 김태우 수사관이 대표적이다. 그는 공익 제보를 주장했지만 곧바로 공무상 비밀누설로 기소·해임됐고, 청와대는 “징계를 피하려 폭로했다”고 비판했다.

시간이 지나 김태우가 제기한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은 실제 유죄로 확인됐다. 폭로 내용은 사실로 드러났지만, 김태우의 법적 지위는 끝내 ‘공무상 비밀누설’에 머물렀고, 공익성과 진실성은 인정돼도 법적 잣대는 바뀌지 않았다.

이 지점은 휴대폰 화면 논란과도 연결된다. 권력 비리를 폭로한 사람은 공무상 비밀누설로 처벌받지만, 정치인의 휴대폰 화면을 촬영해 사적 언어를 드러낸 언론은 공익 보도로 보호된다. 공익성 판단이 겨냥한 대상과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면 이는 법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에 가깝다.

언론의 자유와 일반인의 사생활, 같은 잣대로 볼 수 있는가

정치인은 공인이기에 일정한 사생활과 비밀은 국민 감시를 전제로 한다. 본회의장에서 드러난 인사 청탁 문자나 정책 메시지, 차명 의혹 주식 거래 화면은 공익성이 크며, 이 경우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가 개인정보 보호보다 우선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는다.

그러나 공익성과 무관한 일반인의 휴대폰 화면을 언론이 같은 방식으로 촬영·공개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지하철에서 보인 사적 문자나 금융·건강 정보, 가족 사진을 기사화한다면 이는 언론의 자유가 아니라, 명백한 사생활 침해이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된다.

공익성은 정치인에게만 적용되어선 안 된다. 공직자에겐 강한 감시를, 일반 시민에겐 두터운 사생활 보호를 보장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논쟁은 원칙보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공익성과 사생활 보호를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에 가깝다.

왜 아무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말하지 않는가

이쯤 되면 질문이 생긴다. “정말 문제라면 왜 국회의원들은 본회의장 촬영 범위나 화면 확대 취재를 제한하는 법안을 만들 수 있는 데도 법 개정을 하지 않는가.” 실제로 일부 국가는 의회 내부 촬영을 엄격히 금지한다. 그러나 우리 국회는 기본 가이드라인조차 없다.

그럼에도 국회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못하는 이유는 역설적이다. 논쟁이 시작되면 국민은 “왜 언론의 자유보다 의원 사생활이 우선인가” “왜 평소엔 무심하던 개인정보를 자기 휴대폰이 찍히자 문제 삼는가”라고 묻게 된다. 이런 질문은 이미 조용하지만 집요하게 국회를 향하고 있다.

박병영의 손자병법, 국회가 피하는 전선

박병영의 ‘손자병법’ 리더십은 조직이 불리한 전선에서는 결단을 미루고, 유리한 전선만 선택적으로 움직이는 ‘전략적 회피’의 위험성을 강조한다. 지금 국회의 휴대폰 화면 논쟁 역시 이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책임과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하는 문제일수록 정치권은 논의를 지연시키고 회피하려 한다.

국회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이나 본회의장 촬영 기준 설정처럼 스스로에게 불리할 수 있는 전선에는 발을 들이지 않는다. 반면 상대 진영의 휴대폰 화면이 포착되면 즉각 공세로 전환하며, 유리한 전장은 빠르게 확장한다. 이는 손자병법이 경계한 ‘선택적 결단’의 전형적 모습이다.

이런 전략적 회피가 반복되면 공익성과 사생활 보호라는 두 원칙은 언제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 손자병법이 말하는 리더십의 핵심은 불리한 전선일수록 먼저 정면으로 다루는 용기다. 국회가 이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휴대폰 화면 정치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시사펀치’가 이 문제를 꺼내는 이유

국회는 결국 모호한 침묵을 택하고, 논란이 커지지 않기만 바라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적 개정만 탐색한다. 그러나 과제는 명확하다. 정치권 감시는 투명하게, 시민의 개인정보는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 핵심은 화면을 누가 찍었느냐가 아니라, 권력자가 불리한 정보까지 공개할 의지가 있느냐다.

지금 국회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카메라와 휴대폰 화면 사이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언론의 공익성과 개인정보 보호의 경계를 논의해야 할 곳이 국회이지만, 정작 스스로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하는 한, 이 논쟁은 또다시 ‘불편한 진실이 찍힐 때만 잠깐 떠오르는 소동’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김삼기의 시사펀치>가 이 문제를 꺼내는 이유는 단순하다. 국회가 가장 먼저 논의해야 할 중요한 법적·윤리적 문제를 왜 정작 의원들은 피하려고만 하는지, 이제는 그 질문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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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