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찍힌 권력과 침묵 국회, 공익성과 개인정보의 역설

요즘 정치 뉴스를 보면, 정치인의 입 대신 휴대폰 화면이 자주 등장한다. 국회 본회의장 한가운데서 오가는 인사 청탁 문자, 주식 거래 내역, 권력 핵심 인물의 이름이 기자들의 카메라 렌즈를 통해 그대로 중계된다.

그런데도 정작 국회는 ‘언론의 공익성 VS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 위반 여부’에 대한 본격적인 싸움을 하지 않는다. 왜일까? 정말 아무 문제가 없어서일까, 아니면 싸우기 시작하면 더 곤란해질 쪽이 따로 있기 때문일까?

국회 본회의장, 누가 누구 휴대폰을 보고 있나

국회 본회의장은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공간이지만, 국민의 시선은 토론보다 의원들이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장면에 더 쏠린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본회의장에서 포착된 휴대폰 화면과 그 문자 내용이 반복적으로 뉴스의 중심이 되고 있다.

최근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 사례도 같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인사 추천 문자를 보내고, 김 비서관이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에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장면이 촬영됐다. ‘현지 누나’ 표현이 대통령실 실세 논란을 키웠고, 결국 김 비서관은 사퇴했다.

과거 국회 취재 카메라는 누가 졸거나 자리를 비웠는지 정도를 찍었지만, 이제는 휴대폰 화면을 포착하는 감시 장비처럼 기능한다. 이런 장면이 반복될수록 ‘휴대폰 화면 촬영과 보도가 법적으로 정말 문제없는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연인의 카톡은 범죄인데, 의원의 카톡은 공익인가

법원은 휴대폰을 통한 타인의 비밀 침해에 엄격하다. 법원은 잠든 남자 친구의 휴대폰에서 카톡 대화를 몰래 보고 촬영한 여성에게 벌금형을 선고해 왔다. 연인 간 다툼이나 증거 확보보다 ‘정보통신망에 보관된 타인의 비밀을 침해했다’는 판단이 우선한 것이다.

형법의 비밀침해죄가 잠긴 비밀장치를 열어보는 행위를 문제 삼는다면, 정보통신망법은 더 넓게 타인의 정보를 들여다보고 촬영·저장·누설하는 행위까지 금지한다. 잠든 남자 친구의 카톡을 보고 대화를 촬영한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이 잣대를 국회에 적용하면 복잡해진다. 기자들이 의원 휴대폰의 텔레그램·카톡·증권앱 화면을 촬영해 보도하는 행위도 잠긴 휴대폰을 연 것은 아니지만, ‘타인의 비밀을 촬영·누설했다’는 구조는 연인 사례와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법원이 국회에는 어떤 기준을 적용할 것인가 라는 질문이 생긴다.

김남국 사건, 공익과 사생활 사이에 놓인 애매한 선

이번 김남국 사건은 이런 공백을 드러낸 사례다. 인사 청탁 여부와 상관없이 권력 핵심부의 인사 논의가 본회의장에서 비공식 채널로 오갔다는 사실이 공개된 것이다. 결국 김 비서관은 사퇴했고, 여권에서도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사건이 의미심장한 이유는 화면이 촬영되지 않았다면 정치적 책임 문제도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식 문서나 발언이 아닌 텔레그램 문구 한 줄이 즉각 책임을 촉발했고, 국민은 “국정 인사·정책의 얼마나 많은 부분이 이런 비공식 메시지로 오가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갖게 된다.

법적으로는 김남국·문진석도 휴대폰 화면 촬영을 문제 삼아 정보통신망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 제기 순간 인사 청탁 논란이 더 커질 수 있어 침묵을 택한다. 결국 침묵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된 셈이다.

이춘석 차명 주식 의혹, ‘휴대폰 화면’이 만든 파장

이춘석 무소속 의원의 차명 주식 의혹도 휴대폰 화면에서 시작됐다. 본회의장에서 주식 앱을 조작하는 모습이 찍히고, 화면에 다른 이름이 나타나며 차명계좌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금융실명제법·공직자윤리법 위반 가능성이 거론되고, 정당 윤리기구와 야당의 고발로 이어졌다.

핵심은 화면을 어떻게 찍었느냐가 아니라, 그 내용의 파급력이었다. 법안을 논의해야 할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주식 거래에 몰두한 모습은 국민 정서에 큰 반감을 불렀고, 차명 의혹까지 더해지며 화면 촬영의 법리 논쟁은 사실상 설 자리를 잃었다.

권성동·송언석 사례, 휴대폰 정치의 일상화

휴대폰 화면이 정국을 흔든 사례는 이미 많다. 대표적으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체리따봉 문자’가 있다. 대통령의 사적 텔레그램 메시지가 본회의장 휴대폰 화면에 찍히면서, 여당 대표와의 갈등, 내부 총질 논란, 당내 권력투쟁이 일거에 불거졌다. 출발점은 역시 카메라에 포착된 휴대폰 화면이었다.

송언석 의원의 ‘김포 다음엔 공매도’ 문자도 마찬가지다. 공매도 금지 발표 전 휴대폰에 도착한 메시지가 찍히며 “여권이 발표 전에 정보를 주고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책보다 정보 공유 정황이 국민적 관심을 더 끌었다.

휴대폰 화면은 이제 공식 회의록에 없는 권력의 표정과 사적 언어를 드러내는 ‘제3의 회의록’이 됐다. 그럼에도 국회가 법적·제도 논쟁을 피하는 이유는, 논쟁이 시작되면 “공개되지 않을 권력 정보는 어디까지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김태우 폭로, 공익제보와 비밀누설 사이의 모순

휴대폰 화면 논쟁과는 별개로, 비밀 폭로에 대한 법체계는 또 다른 모순을 보인다. 2018년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를 폭로한 김태우 수사관이 대표적이다. 그는 공익 제보를 주장했지만 곧바로 공무상 비밀누설로 기소·해임됐고, 청와대는 “징계를 피하려 폭로했다”고 비판했다.

시간이 지나 김태우가 제기한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은 실제 유죄로 확인됐다. 폭로 내용은 사실로 드러났지만, 김태우의 법적 지위는 끝내 ‘공무상 비밀누설’에 머물렀고, 공익성과 진실성은 인정돼도 법적 잣대는 바뀌지 않았다.

이 지점은 휴대폰 화면 논란과도 연결된다. 권력 비리를 폭로한 사람은 공무상 비밀누설로 처벌받지만, 정치인의 휴대폰 화면을 촬영해 사적 언어를 드러낸 언론은 공익 보도로 보호된다. 공익성 판단이 겨냥한 대상과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면 이는 법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에 가깝다.

언론의 자유와 일반인의 사생활, 같은 잣대로 볼 수 있는가

정치인은 공인이기에 일정한 사생활과 비밀은 국민 감시를 전제로 한다. 본회의장에서 드러난 인사 청탁 문자나 정책 메시지, 차명 의혹 주식 거래 화면은 공익성이 크며, 이 경우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가 개인정보 보호보다 우선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는다.

그러나 공익성과 무관한 일반인의 휴대폰 화면을 언론이 같은 방식으로 촬영·공개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지하철에서 보인 사적 문자나 금융·건강 정보, 가족 사진을 기사화한다면 이는 언론의 자유가 아니라, 명백한 사생활 침해이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된다.

공익성은 정치인에게만 적용되어선 안 된다. 공직자에겐 강한 감시를, 일반 시민에겐 두터운 사생활 보호를 보장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논쟁은 원칙보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공익성과 사생활 보호를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에 가깝다.

왜 아무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말하지 않는가

이쯤 되면 질문이 생긴다. “정말 문제라면 왜 국회의원들은 본회의장 촬영 범위나 화면 확대 취재를 제한하는 법안을 만들 수 있는 데도 법 개정을 하지 않는가.” 실제로 일부 국가는 의회 내부 촬영을 엄격히 금지한다. 그러나 우리 국회는 기본 가이드라인조차 없다.

그럼에도 국회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못하는 이유는 역설적이다. 논쟁이 시작되면 국민은 “왜 언론의 자유보다 의원 사생활이 우선인가” “왜 평소엔 무심하던 개인정보를 자기 휴대폰이 찍히자 문제 삼는가”라고 묻게 된다. 이런 질문은 이미 조용하지만 집요하게 국회를 향하고 있다.

박병영의 손자병법, 국회가 피하는 전선

박병영의 ‘손자병법’ 리더십은 조직이 불리한 전선에서는 결단을 미루고, 유리한 전선만 선택적으로 움직이는 ‘전략적 회피’의 위험성을 강조한다. 지금 국회의 휴대폰 화면 논쟁 역시 이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책임과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하는 문제일수록 정치권은 논의를 지연시키고 회피하려 한다.

국회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이나 본회의장 촬영 기준 설정처럼 스스로에게 불리할 수 있는 전선에는 발을 들이지 않는다. 반면 상대 진영의 휴대폰 화면이 포착되면 즉각 공세로 전환하며, 유리한 전장은 빠르게 확장한다. 이는 손자병법이 경계한 ‘선택적 결단’의 전형적 모습이다.

이런 전략적 회피가 반복되면 공익성과 사생활 보호라는 두 원칙은 언제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 손자병법이 말하는 리더십의 핵심은 불리한 전선일수록 먼저 정면으로 다루는 용기다. 국회가 이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휴대폰 화면 정치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시사펀치’가 이 문제를 꺼내는 이유

국회는 결국 모호한 침묵을 택하고, 논란이 커지지 않기만 바라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적 개정만 탐색한다. 그러나 과제는 명확하다. 정치권 감시는 투명하게, 시민의 개인정보는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 핵심은 화면을 누가 찍었느냐가 아니라, 권력자가 불리한 정보까지 공개할 의지가 있느냐다.

지금 국회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카메라와 휴대폰 화면 사이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언론의 공익성과 개인정보 보호의 경계를 논의해야 할 곳이 국회이지만, 정작 스스로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하는 한, 이 논쟁은 또다시 ‘불편한 진실이 찍힐 때만 잠깐 떠오르는 소동’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김삼기의 시사펀치>가 이 문제를 꺼내는 이유는 단순하다. 국회가 가장 먼저 논의해야 할 중요한 법적·윤리적 문제를 왜 정작 의원들은 피하려고만 하는지, 이제는 그 질문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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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