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나이보다 관심이 기억을 지킨다

지난 9일, 고등학교 동기들과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작은 횟집에서 송년회를 가졌다. 세월은 누구 하나 비켜가지 않았다. 한때 각이 살아 있던 얼굴의 선들은 둥글어졌고, 철문처럼 단단하던 어깨는 세월의 무게만큼 가벼워져 있었다. 대부분 은퇴했고, 삶의 속도도 예전보다 한참 느려져 있었다.

그런데 속도만 느려진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가 바라보는 세상의 폭과 깊이도 함께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메뉴를 고르고 술잔을 맞부딪히는 동안 대화는 결국 한 지점으로 모였다. “요즘 기억력이 너무 떨어진 것 같지 않냐”는 자조 섞인 말이었다.

농담처럼 시작된 말이었지만, 결국 모두가 자신을 향한 진단으로 받아들였다.

필자는 그 자리에서 “기억력이 약해진 게 아니라, 관심이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웃음이 터졌지만, 금세 조용한 동의가 흘렀다.

예전에는 몸이 피곤해도 새로운 기술과 사회 문제를 이해하려고 애썼고, 조직에서 벌어지는 변화도 놓치지 않기 위해 긴장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은퇴와 함께 일상이 안정되는 순간, ‘알아야 할 이유’가 줄어들자 자연스럽게 세상과의 연결도 느슨해졌다.

관심이 사라지니 기억도 함께 빠져나간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결국 기억은 나이와 싸우는 기능이 아니라 관심과 함께 유지되는 삶의 태도에 가깝다는 사실이자, 우리 모두가 애써 외면해온 현실이었다.

그날 모임에서 가장 강렬했던 장면은 천안에서 가축 손해사정인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였다. 그는 50년 전 교복 시절의 얼굴은 물론, 군 전역 직후의 모습, 사회 초년생 시절의 표정까지 정확하게 떠올리며 이야기를 풀어냈다.

왜 그럴까? 특별한 기억력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지금도 수십 종의 가축과 질병, 보험 약관, 배상 기준을 매일같이 외워야 하는 직업을 가졌다. 그의 기억력이 유지되는 비결은 단순했다. 여전히 ‘배워야 하는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관심이 그의 뇌와 감각을 단련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 지점에서 필자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이 문제는 노년층만의 개인적 현상이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 전체가 겪고 있는 구조적 위기라는 점이다. 뉴스는 하루에도 수백 건씩 쏟아지지만, 사람들은 그중 무엇 하나 깊게 들여다보지 않는다.

소셜미디어는 수천 개의 자극을 던지지만, 다음 날 기억나는 것은 거의 없다.

국가적 현안조차 며칠만 지나면 여론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언론도 오래 붙잡아두지 못하며, 국회조차 지속적 관심을 요구하는 의제보다 즉각적 효과를 노린 이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우리는 이미 ‘주의력 파산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한 노화가 아니다. 이것은 국가의 의사결정 능력이 약화되는 징후며, 민주주의의 지속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경고음이다.


관심이 사라진 문제는 정책에서 지워지고, 정책에서 지워진 문제는 현실에서 해결될 기회를 잃는다. 그래서 부동산, 저출생, 연금개혁, 지역 격차, 교육 불평등, 재난 안전망 같은 장기 국가 의제는 늘 “논의 중”이라는 말만 남긴 채 흐려지고, 다음 이슈에 밀려나버린다.

사회 전체가 한 달짜리 기억력으로 움직이는 셈이다.

관심이라는 에너지가 축소되면, 사회 전체가 필연적으로 단기 사고에 갇히게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나이가 들어 잊어버린다”고 스스로를 탓하며, 사회가 빠르게 망각하는 현상 역시 개인의 문제로 돌린다. 그러나 진실은 훨씬 더 단순하고도 뼈아프다.

세대 전체가 관심을 잃고 있다. 관심을 유지하는 것이 부담이 되고, 생각하는 것이 피곤해지는 사회로 변해버렸다.

사실 이번 사당동 동창 모임은 그래서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잃어가고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았다. 문제는 ‘기억’이 아니라 ‘관심’이며, ‘나이’가 아니라 ‘삶의 밀도’ 또는 ‘뇌의 능력’이 아니라 ‘집중력’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했다.

관심이 살아 있는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선명하고, 관심을 잃은 사람은 젊어도 흐릿하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는 점점 후자로 기울고 있다.

기억을 되살리는 방법은 특별하지 않다. 약도 필요 없고, 훈련도 필요 없다. 다시 관심을 갖고, 다시 세상을 바라보고, 작은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고 생각하는 일이다. 개인에게도, 사회에게도, 국정 운영에도 모두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관심이 떠나면 기억도 떠나고, 기억이 사라지면 문제 해결의 의지 또한 사라진다. 문제를 해결할 힘의 원천은 결국 관심이다.

사당동의 소박한 동창회가 주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깊었다. “우리가 늙은 게 아니라, 우리가 덜 관심을 들인 것뿐이다.” 문제는 기억이 아닌 관심이며, 관심은 언제든 다시 켤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능력이다. 우리 사회가 지금 잃어가고 있는 것은 기억력이 아니라 생각하려는 마음, 즉 관심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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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