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민주당의 ‘12·3 공로자 15% 가산점’ 논란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심사기준(안)에 ‘12·3 내란 극복 공로상 수상자 15% 가산점’ 조항을 포함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치권이 격랑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공식 문서는 ‘내란 극복 공로상’이라고 명기하고 있지만, 해석은 사실상 계엄·탄핵 정국에서 핵심 역할을 한 인사들에 대한 보상이라는 인식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산점 자체는 예전부터 있던 제도지만, 특정 정치적 사건을 기준으로 한 가산점 신설은 민주당 내에서도 거부감이 크고, 국민적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조항의 정치적 파장과 구조적 문제를 정리해본다.

공식 문구, ‘12·3 공로상 15% 가산’

민주당이 지난달 10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열린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공개한 ‘제9회 지방선거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 심사기준 및 방법(안)’의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감·가산점 항목의 확대다. 이 중 특히 눈길을 끄는 조항은 바로 12·3 내란 극복 공로상 수상자 15% 가산점이다.

당은 이 항목을 국가유공자·5·18 유공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나란히 뒀다. 그 결과 문구만 놓고 보면 내란 극복 공로상이라는 표현이 기존의 국가유공자 범주에 준하는 지위를 갖는 것으로 보이도록 구조화돼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아직 당규가 아닌 심사기준(안) 단계며,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확정된다. 따라서 당 내부에서도 논의 중인 안일 뿐이라고 선을 긋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이미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버렸다는 것이다. 당이 공식 문구를 다듬기도 전에 언론·정치권의 해석이 앞서가면서 “민주당이 12·3 계엄 저항자들에게 보상한다”는 프레임이 먼저 확산됐다.

이 문구가 정치적 의미로 확장될 여지가 충분했다는 점이 문제의 근원이다. 내란 극복이라는 의미 자체가 강한 정치적 방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건을 내란으로 규정하는 순간, 그 사건은 정치적 해석을 넘어 헌정사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그런 용어가 공천 기준에 담긴다면 그 파급력은 단순한 정책 문구 수준을 넘어선다.

왜 ‘계엄·탄핵 공로자’로 읽히는가

물론 문건에는 계엄, 탄핵이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언론과 정치권이 이를 곧바로 계엄·탄핵 정국에서 핵심 역할을 한 인사들에 대한 가산점이라고 풀이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민주당은 지난 1년간 12·3 비상계엄을 헌법 파괴 행위와 내란으로 규정해 왔다. 그리고 이를 저지하거나 덮개를 걷어낸 정치적 인물들을 당 내부에서 내란 극복 공로자로 불러왔다. 당의 언어 습관이 그대로 제도 문구에도 반영된 셈이다.

즉 ‘12·3’이라는 날짜와 ‘내란 극복’이라는 용어가 결합되는 순간, 그것은 당연히 계엄·탄핵 정국 전체를 상징하는 코드가 된다. 당 내부에서는 그동안 자연스럽게 사용되던 표현이지만, 공천이라는 제도적 영역에 들어오는 순간 상징성은 훨씬 더 무거워진다.

문제는 민주당의 해석이 국민의 해석과 다르다는 점이다. 국민은 특정 정치적 사건을 기준으로 보상을 제공하는 공천 가산점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정당 내부의 공적을 당이 내부적으로 보상하는 구조는 닫힌 정치, 폐쇄적 정치 문화의 전형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당이 평소 당내 회의에서 쓰던 언어가 대중적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제도화되면 충돌이 발생한다.

국가유공자와의 충돌 논란

민주당의 가산점 체계는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 여성·청년·장애인·정치 신인에게 10~25% 가산점을 부여해 정치적 약자를 보호하고, 진입장벽을 낮추는 장치다. 또 국가유공자·5·18 민주유공자에게도 15% 가산점을 부여해 왔다. 이 체계는 오래된 것이며, 사회적 합의도 상당히 높다.

문제는 12·3 내란 극복 공로상 수상자가 이 구조 안에 새롭게 삽입되면서 발생한다. 가산점의 본래 취지는 사회적 약자의 정치 참여 확대, 혹은 민주주의 공헌자에 대한 예우라는 점에서 비교적 명확했다. 그러나 정치적 사건에 대한 공로라는 기준이 들어오는 순간, 기존 체계는 균열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국민 입장에서 단순한 질문은 “왜 이 사건의 공로가 국가유공자와 같은 등급이 돼야 하느냐?”다.

이 질문에 대해 민주당은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 가산점은 공적·희생·사회적 약자라는 보편적 기준을 따른 반면, 이번 가산점은 특정 정치 사건의 특정 역할자에 대한 보상이라는 매우 협소한 기준을 따른다. 이는 공천제도에 있어 확장성이 아니라 분열성을 가져온다.

정치적 보상? 시대정신?

당 내부에서는 이 조항을 정치적 보상이 아니라, 12·3 내란에 맞선 민주주의 수호 세력에 대한 예우라는 논리로 설명한다. 이는 당의 상징적·정치적 가치에 기반한 판단일 수 있다. 그러나 이 판단이 제도로 연결되는 순간, 당을 둘러싼 정치적 프레임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실제로 일부 지역 언론은 “민주당은 이번 6·3 지방선거를 12·3 내란 세력 척결의 연장전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주의 가치 보호라는 명분은 이해할 수 있지만, 공천 기준에까지 적용되는 순간, 그 명분은 정치적 포상으로 읽히기 더 쉽다.

이 조항을 두고 당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대정신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정치적 공로 보상으로 보일 뿐”이라는 우려가 충돌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청년·여성·장애인에게 가산점을 확대하며 넓은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번 가산점은 당 내부에서도 확실한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국민적 불신 커지는 이유

국민이 이 문제에 신뢰를 보내지 못하는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먼저 공천은 기본적으로 공정성이 최우선이어야 하는 절차인데, 특정 정치 사건을 기준으로 한 보상 체계는 본질적으로 공정성과 거리가 멀다. 또 계엄·탄핵 정국은 국민을 깊게 갈라놓았던 사건이며, 지금도 해석의 분열이 존재한다.

이런 사건을 공천 기준에 삽입하면 당 내부의 정당성은 강화될지 몰라도 국민적 정당성은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당내 핵심 역할자들끼리 서로 보상하는 구조 아니냐”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정치적 공로를 제도적 가산점으로 보상하는 방식은 국민이 기대하는 정치의 공공성과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공천 과정의 투명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민주당이 내세워온 개혁·혁신 공천 이미지와도 맞지 않다.

지방선거 본질과의 괴리

“정치적 상징과 가치를 공천 기준에 넣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질문 이전에 지방선거라는 제도의 본질을 먼저 되짚어야 한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미래 전략과 행정 경쟁력을 평가하는 선거다. 도지사·시장·군수는 지역경제, 산업구조, 복지·교육·교통의 청사진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자리다.

문제는 12·3 내란 극복 공로상이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능력과 어떤 연결점이 있느냐는 것이다.

가산점이 공천 당락을 좌우하는 구조라면, 실질적 행정 역량과 정책 능력이 가산점에 가려질 수 있다. 이는 지방선거 본질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가”이지 “특정 정치적 순간에 어떤 역할을 했는가”가 중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공천 제도의 전문성 측면에서도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가산점이 늘어날수록 공천 기준이 복잡해지고, 숙련된 인사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기능이 약화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지방행정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경선판서 최대 변수로 작동

이 조항은 전국 광역단체장 경선판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적 변수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있다. 특정 인물을 직접 지칭하지 않더라도, 계엄·탄핵 정국 당시 전면에 나섰던 단체장·의원·정무직들이 가산점의 수혜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공천 경쟁에서 실제로 가산점 수혜자 VS 비수혜자 구도로 정치적 균열을 강화할 수 있다.

전북·경기·광주 등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는 특히 영향이 크다. 정치적 공로가 지역 경선판을 뒤흔드는 새로운 계급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구조가 확산되면, 정책 경쟁은 후순위로 밀리고 “누가 12·3 가산점 대상인가”가 공천의 핵심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이는 국민이 싫어하는 정치의 내부자 논리가 그대로 재현되는 것이다. 민주당이 지난 10년간 강조해 온 열린 공천, 능력 공천의 기조와도 충돌한다. 가산점 하나가 공천 전체의 설득력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정치 사건의 제도화 리스크

정리하자면, 민주당의 이번 가산점 논란은 단순히 문구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정치적 상징을 제도화하면서 발생한 충돌이며, 공천의 본질적 가치인 공정성과 경쟁력 평가라는 원칙과 충돌하는 구조적 문제다. 민주당이 그동안 유지해 온 공천개혁의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

정치적 사건을 가치로 삼는 것과, 그 가치를 공천 제도에 직접 반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전자는 정치적 평가의 영역이지만, 후자는 제도적 공정성의 영역이다. 이 둘을 혼동하면 당 내부의 만족은 얻을지 몰라도 국민의 신뢰는 잃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공로자인가”를 정하는 일이 아니라, “어떤 기준이 대한민국 지방자치를 건강하게 만드는가”에 대한 재점검이다. 공천은 정당 내부의 축제가 아니라, 시민 전체의 권리와 연결된 제도다. 정치적 사건을 중심으로 한 포상체계는 공천의 본질을 흔들 뿐 아니라, 국민 전체의 신뢰를 잠식한다.

이번 논란은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정치 전체가 되짚어야 할 질문을 던진다. 정당 내부의 기억과 정당 외부의 시선은 다르며, 제도는 항상 국민의 시선에서 검증받아야 한다. 그 기준을 잃는 순간, 어느 정당도 공천의 공정성을 스스로 증명할 수 없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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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