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1.23 00:01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당분간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통합에 시동을 거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다. ‘비명계 공천 학살’ 가능성이 이전보다 줄어들면서 당내 분위기가 전환될 것이란 관측이 제시됐다. 동시에 공천 공식이 복잡하게 꼬이면서 저마다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체제 2기가 위태롭게 출범한 사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한발 물러선 채 상대 진영의 갈등을 주연으로 만들겠다는 셈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검찰 출석 때만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안을까 내칠까 23일 여의도로 돌아온 이 대표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앞서 민주당 측은 이 대표의 복귀가 지연되는 것에 관해 “건강상태를 봐서 무리가 없다 싶으면 언제라도 당무에 복귀하겠다는 게 대표의 의지인데, 그만큼 건강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날짜를 정확하게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일부러 복귀 시기를 늦췄다고 내다봤다. 지난 10일 시작한 국정감사에서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과 김 대표 체제에 쏠린 관심을 분산시킬 필요가 없다는 해석이다. 현재진행형인 사법 리스크 노출을 최소화하겠다는 풀이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함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이해충돌방지법·부패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출석했다. 과거 이 대표는 검찰 출석 시 자신의 SNS 등을 통해 날짜와 시간을 알려 강성 지지자 결집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번 재판에는 이 같은 과정이 생략된 만큼 이 대표가 조용히 움직이는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다만 공백기가 길어질수록 당 대표 자질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정치권은 이 대표의 당무 복귀 시점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대표의 첫 과제는 ‘가결파’ 징계에 관한 논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당원들은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가결파로 분류되는 민주당 설훈·이상민·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에 관한 징계 청원 글을 작성했다. 해당 청원이 답변 요건인 5만명을 넘긴 만큼 이 대표의 답변이 앞으로 당의 분위기를 판가름하게 된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이들을 내치지 않고 포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유세에 참석해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거대한 장벽을 넘어야 한다”며 당내 통합을 강조한 바 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역시 최근 비명(비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을 만나 “당 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도부의 통합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의원들 사이의 앙금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상황이다. 친명(친 이재명)계 내에선 여전히 가결파 징계 요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결파 징계 청원 5만명 달성 화합 메시지에도 숨 가쁜 싸움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오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해당 행위에 대한 조치는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지도부는 ‘가결파를 구별할 수 없고, 구별한들 이분들에게 어떤 조치와 처분을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해당 행위에 대해서는 아직 보류 상태”라고 설명했다. 해당 행위를 벌하는 것은 일상적인 당무인 만큼 징계를 요구하는 청원에 응답할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외 친명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이하 더민주)는 비명계를 겨냥한 물갈이 공천을 언급했다. 더민주가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대의원제 축소를 골자로 한 ‘김은경 혁신위원회’ 혁신안 수용을 요구하면서다. 이전부터 비명계 측에서는 대의원제를 축소하게 된다면 일반 권리당원, 즉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를 뜻하는 ‘개딸(개혁의 딸들)’의 입김이 세질 것이란 우려를 제기해왔다. 여기에 거액의 가상자산 투자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이 한마디 얹으면서 갈등은 커질 전망이다. 김 의원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비명계의 책임론을 언급하며 “이들은 그저 민주당원들에게 요구하고, 안 들어주면 싸우고, 보수 언론에 편승해서 당원들을 악마화하는 것에 앞장서고, 그러면서 황당하게도 그것이 애당심이라고 말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심지어 자신들의 수고에 감사하라고까지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예상되는 비명계 의원들이 “민주당의 방탄 프레임을 깨는 데 도움을 줬다”는 의견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진심으로 너무 감사해서 집으로 돌려 보내드리는 것이 맞다고 본다. 너무 고생하셔서 집에서 푹 쉬시라”고 비꼬았다. 폭격의 대상이 된 비명계 역시 징계의 부당성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가결, 부결이 당론으로 결정되지 않았던 만큼 의원들의 소신을 징계하는 건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지도부 구성 역시 뇌관 중 하나다. 꽝 없는 뽑기판? 지난 17일, 민주당은 원내대표 정무특보에 이병훈 의원을, 원내부대표에 이동주 의원을 추가로 선임했다. 앞서 홍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원내정책수석부대표에 유동수 의원을, 원내운영수석부대표에 박주민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원내대변인으로는 윤영덕·임오경·최혜영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새로 짜여진 원내대표단 구성을 두고 비명계로 꼽히는 의원은 친낙(친 이낙연)계 이병훈 의원 1명에 그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비명계를 향한 압박은 여전하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절대 좁혀질 것 같지 않은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비명계를 ‘표면적으로’ 품고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신에 반하는 이들을 끝까지 안고 가는 자세를 취하는 이른바 ‘포용의 정치’를 과시하면서도 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벗어날 탈출구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공천 시스템을 비틀어서 당원의 투표 행사력을 확대하는 시나리오를 예로 들었다. 이 관계자는 “개딸이 수두룩하게 몰려올 텐데 비명계 목숨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며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당을 이끌어갈 방법을 찾은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전략 공천에 관해서는 “국정감사 이후 인재 영입으로 데려온 인물에게 쥐여주면 그만”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는 비명계 컷오프를 하면서도 명분을 챙길 방법이라는 해석이다. ‘공천 학살’이라는 반발이 생기더라도 “유능한 인재를 위한 당의 선택”이라는 말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민주당 내 영입될 인사들이 어느 지역으로 출마할지 당 안팎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만일 비명계가 당에 남아 있을 경우 이 대표는 민주당의 숙원이었던 ‘방탄’ 부담감을 지울 수 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시 당내서 30표에 달하는 가결표가 나오면서 방탄 정당이라는 프레임을 벗은 것과 궤를 같이한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만일 이 대표가 비명계와 함께한다면 방탄을 벗어던지고 ‘민심’ ‘화합’ 등의 프레임을 당에 덧씌우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윤영찬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민주당이 가장 먼저 할 일은 ‘방탄 정당’으로부터 어떻게든 벗어나야 하는 것”이라며 “이 대표에게 앞으로도 재판이 많이 있겠지만, 우리 당에 민주주의가 확장되고,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돼 큰 정당으로 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화합의 길로 접어든 민주당의 발목을 잡는 건 이 대표의 해소되지 않은 사법 리스크다. 잦은 재판 출석으로 인한 리더십 타격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검 등 11개 검찰청을 상대로 진행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과 검찰은 이 대표의 수사를 두고 거친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이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빈털터리 수사”라고 비판하자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백현동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대북송금 사건 한 건 한 건 모두 중대 사안이고 구속 사안”이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앞뒤로 조여온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은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을 재정합의를 거쳐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에 배당했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직 중이자 ‘검사 사칭’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이 진행되던 2018년 12월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였던 김모씨에게 “자신이 주장하는 대로 증언해달라”고 위증을 교사한 혐의로 추가 기소된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이 대표 관련 재판은 대장동 개발 관련 건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등 총 2건이다. 여기에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과 위증교사 혐의가 추가 기소하면서 이 대표가 짊어질 리스크가 불어난 것이다. 이 대표가 없는 국회에서는 그의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해당 의혹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김씨가 비서 배모씨를 시켜 경기도 법인카드로 초밥, 샌드위치 등 사적 물품을 구매하고 관사나 자택으로 오게 했다는 것이다. 결국 배씨는 김씨가 당 관련 인사들과 한 오찬 비용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한 혐의 등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8월, 1심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김씨에 대한 수사는 진행 중이다. 이를 두고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0일, 해당 의혹을 권익위에 공익 신고한 조명현씨를 권익위 국감의 참고인으로 부르기로 의결했다. 조씨는 이 대표가 법인카드 사용 등 부패 행위와 관련해 권익위에 공익 신고를 하고 구조금을 신청했지만, 권익위의 미흡한 처리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조씨의 소환은 지난 18일 민주당 측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해당 사건이 정치적 공방으로 흐를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조씨는 같은 날 국회 소통관서 국민의힘 장예찬 청년최고위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무엇이 두려워 국감 참고인으로 나가는 것을 기필코 뒤엎어 무산시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법인카드 의혹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입을 열면서 쉽게 진화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7일, 김 지사는 국회 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취임 이후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자체감사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감사를 하고 수사 의뢰했다”고 답했다. 한숨 돌리나 했더니… 법카에 위증교사까지 정치권에서는 정 의원이 김씨를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김 지사가 김씨의 사건으로 가정해 대답했다고 풀이했다. 이어 김 지사는 “감사 결과 최소 61건서 최대 100건까지 사적 사용이 의심된다”며 “업무상 횡령·배임으로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공식 감사가 이뤄졌던 만큼 경기도지사가 직접 나서서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이 대표와의 경쟁 관계나 정략적 관계가 얽혀 있지 않다는 풀이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표의 리스크를 확대시켜야 하는 만큼 해당 의혹을 장기간 끌고 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구속영장 기각과 보궐선거 승리의 약효가 벌써 떨어졌다는 평이 나온다. 비명 성향 권리당원들이 이 대표의 직무를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한 차례 이 대표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을 냈다가 법원서 기각된 지 4개월 만이다. 유튜브 채널 ‘백브리핑’ 진행자인 백광현씨는 지난 1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 권리당원 2023명을 소송인으로 하는 ‘당 대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이 대표가 잦은 재판으로 정상적인 당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소홀히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당헌 80조에 따르면 부정부패와 관련된 법 위반으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는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80조 3항을 통해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당무위 의결로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백씨는 “야당 의원이 국정감사장에 나오지 않는 추태를 보이고 있는데 권리당원으로서 가만히 있으면 그건 제가 아는 민주당 당원이 아니다”라며 “민주당 지도부는 일부 사이비 신도처럼 보이는, 숫자도 얼마 되지 않는 극성 개딸의 목소리에 휘둘릴 것이 아니다”라고 이 대표의 ‘팬덤 정치’를 꼬집고 나섰다. 거대 표를 몰고 다니는 개딸이 아닌 다른 당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충고도 전했다. 도돌이표 집안싸움 여의도로 돌아온 이 대표가 내홍을 빠르게 수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당내 혼란이 밖으로 표출된다면 균열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이 대표 체제로 치를 수 있겠냐는 목소리가 또다시 터져 나올 가능성도 있다.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 흐름이 상식의 선을 벗어나는 지금으로는 당의 흐름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당의 실제 상황과 밖에서 바라보는 현상이 다르게 비춰질 때도 있다”며 여의도로 돌아온 이 대표의 첫 번째 메시지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비명계 저격 자객 공천? 더불어민주당 소속 기초자치단체장 출신 인사들이 대거 총선 의지를 밝히면서 새로운 당 지도부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제시된다. 지난 18일 민주당 이해식 의원 등 친명계 의원들은 수도권, 충청, 영호남지역 42명의 전직 기초단체장과 함께 정치연대 출범식을 가졌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풀뿌리 정치연대 혁신과 도전’ 창립을 선언하면서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초단체장 출신 인사가 총선에 뛰어드는 것은 이례적이지 않지만 지도부에 친명계가 다수 포진된 만큼 의도적으로 비명계를 눌렀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8·9·10월에 걸쳐있던 더불어민주당 위기론이 고개를 들었다가 수그러들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연달아 호재가 터지면서 당내 축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기세를 몰아 유력하게 거론됐던 ‘민주당 12월 비대위 전환설’을 무사히 잠재울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달 18일, 검찰은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묶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같은 달 21일,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 가결로 막을 내렸다. 이후 27일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손내민 이재명 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검찰을 향해 반격에 나섰다. 이 대표의 정치 생명에 다시 불이 지펴졌다는 평이 나온다. 하지만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예상되는 비명(비 이재명)계를 둘러싸고 당내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숙청과 화합이라는 선택지를 두고 양쪽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 최고위원회의서 “용납할 수 없는 해당 행위”라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당일에는 “검찰과 한통속이 돼 이 대표 구속을 열망했던 민주당 가결파 의원들도 참회하고 속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에는 자신의 SNS를 통해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등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가결파에는 공천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여론까지 형성했다. 그러자 비명계도 크게 반발했다. 오히려 가결표를 던진 것이 민주당의 숙원이었던 ‘방탄 정당’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이들을 화합의 길로 이끈 것은 다름이 아닌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였다. ‘미니 총선’으로 불렸던 선거서 민주당이 두 자릿수가 넘는 득표율 차이로 이기면서 ‘정부·여당 심판’이라는 통일된 목적이 생겼다. 지난 11일 치러진 보궐선거는 여의도 안팎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총선 전, 수도권 민심을 알아볼 수 있는 마지막 선거인 만큼 이례적으로 주목받았다. 민주당은 진교훈 문재인정부 마지막 경찰청 차장을 후보로 내보냈다. 국민의힘에서는 공무상 비밀 누설로 강서구청장직을 상실했다가 사면받은 김태우 후보가 나섰다. 단식 후 회복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던 이 대표는 지난 9일, 퇴원 후 첫 행선지로 강서구를 찾아 진 후보 유세에 힘을 더했다. 유세 발언 중 이 대표는 “우리 앞에 거대한 장벽이 놓여 있다. 그 장벽의 두께와 높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좌절하지 않고 우리 안에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함께 손잡고 반드시 넘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손을 잡고 넘어가야 한다’는 대목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비명계와의 화합을 암시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구속영장이 가결된 이후 처음으로 제시한 메시지가 화합인 만큼 당내에서도 이를 따를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곧바로 가결파를 숙청하겠다던 여론이 잠잠해졌다. 특히 정 의원이 한 라디오를 통해 “가결파 색출이란 말을 꺼낸 적이 없고, 당연히 축출, 숙청이란 말을 꺼낸 적도 없다”고 말한 것을 두고 이 대표의 발언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자신의 발언을 기자들이 해석했을 뿐, 가결파를 향한 숙청은 논의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진교훈 버프’ 제대로 받았다 통합의 길로 들어선 민주당 당이 통합의 길로 들어서는 동시에 민주당이 보궐선거서 압승을 거두면서 비·친명의 갈등은 본격 휴전 상태에 돌입했다. 지난 12일 오전 0시40분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개표를 완료한 결과 진 후보는 13만7065표를 얻어 당선됐다. 이는 전체 투표수 24만3663표에서 56.52%를 차지한다. 김 후보는 39.37%인 9만5492표를 얻었다. 양자 간 격차는 17.15%p로 집계됐다. 이번 승리를 통해 계파에 상관없이 하나 되어 ‘윤정부 심판’을 외치는 것이 곧 총선 승리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미니 총선’서 승리를 따낸 만큼 이 대표의 리더십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표 체제가 견고해진 만큼 이대로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다만 일부 비명계 사이에서는 “승리에 도취해 민심을 잘못 읽으면 안 된다”며 신중론을 내세우고 있다. 보궐선거 승리에 도취한 나머지 총선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원욱 의원은 BBS 인터뷰서 “당장 지도부 권한을 강화하는 데 일시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페닌실린 주사를 맞은 격”이라며 오히려 당이 현재 체제에 안주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민심 흐름에 일희일비한 나머지 총선을 앞두고 개혁 시기를 놓칠 것이라는 우려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 역시 ‘민심 쇠몽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따끔하게 경고했다. 조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체제로 이겼다’ ‘이 상태로 내년 총선도 압승이야’라고 하면 대걸레가 우리 쪽으로 온다”며 “그땐 대걸레 없이 바로 쇠몽둥이가 날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보궐선거에 필요 이상 힘을 쏟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의 긍정적 기류가 연말까지 이어질지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모두 떨쳐내지 않은 채 총선 체제가 굳혀진 상황이 오히려 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분당설 이유는? 구속영장 기각 이후 한 장관은 “기각이 곧 무죄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지난 11일 한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야당 인사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등을 거론하며 “다 영장이 기각됐었지만 실제로 중형을 받고 수감됐다”고 말했다. 검찰의 자신감이 꺾이지 않는 상황서 민주당 지도부가 대부분 친명으로 꾸려진 것 역시 불안 요소 중 하나라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몇 개월 동안 민주당은 달마다 ‘비대위 전환설’ ‘이재명 사퇴설’에 시달렸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언제 다시 흔들릴지 모른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계파 간 갈등이 극으로 치달을 때마다 분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김없이 새 나왔다. 가장 먼저 운을 띄운 것은 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쏴올린 ‘유쾌한 결별’ 발언이다. 지난 7월 이 의원은 당내 계파 갈등에 관해 “때로는 도저히 뜻이 안 맞고 방향을 같이할 수 없다면 유쾌한 결별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뜻이 다른데 한 지붕 아래 있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후에도 “상황에 따라 20명 이상 탈당이 가능하다”며 분당을 시사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같은 달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이 대표의 회동이 연이어 미뤄지면서 친낙(친 이낙연)계와 친명계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어렵게 성사된 회동에서도 이 대표는 당의 단합과 단결을 주장했지만 이 전 총리는 “단합을 위해서 더 가열차게, 그 다음에 근본적으로 혁신을 통해 당을 바꿔나가야 된다”며 입장 차를 보였다. 집안싸움에 내홍이 일면서 이 대표가 리더십에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얼마 후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8월 즈음 비대위를 꾸릴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8월 중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날아들 것을 대비해 이 대표가 스스로 직을 내려놓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후 차분하게 뒷선서 총선 승리를 위한 플랜B를 모색할 것이란 의견이 대두됐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취임 1년을 맞은 지난 8월31일 이 대표가 돌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면서 ‘동정론’이 대체했다. 9월 사퇴설에는 김은경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뇌관이 됐다. 당내 쇄신을 위해 지난 6월 출범한 혁신위가 외려 당의 발목을 잡으면서다. 혁신위가 핵심 혁신안으로 ‘대의원제 폐지’ 논의에 나서자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악재가 겹치면서 ‘김은경-이재명 동반 사퇴’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결국 혁신위는 이 대표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급조한 방탄에 지나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타이밍 노림수 가장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건 지난 7월 불씨를 지핀 ‘10월 이재명 사퇴설’이다. 이는 한 정치 평론가가 “이 대표가 10월에 퇴진한다고 한다”며 “그래야 내년 총선서 이긴다. 그래서 K 의원을 당 대표로 밀겠다는 말이 나온다”는 발언으로부터 시작됐다. 이 대표 사퇴를 두고 40여명의 의원들이 하나의 뜻을 모은 만큼 조만간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포스트 이재명’으로 거론된 K 의원이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사퇴 여부에 이목이 쏠린 가운데 이를 최초로 주장한 평론가는 자신의 발언을 일부 철회했다. 자신이 사퇴 계획을 일찍이 누설해버리는 바람에 이 대표가 김이 빠져 사퇴할 수 없게 됐다는 취지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이 대표가 난항을 겪을 때마다 민주당은 균열과 봉합을 반복하면서 위기를 넘겨왔다. 과연 민주당이 마지막으로 남은 ‘12월 비대위 전환설’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12월 비대위 전환설은 앞서 제시된 추측보다 유력하다는 평을 받았다. 사법 리스크에 발목을 잡힌 이 대표가 무리 없이 당 대표 직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기가 12월 말 이전까지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검찰이 이 대표의 백현동 의혹을 먼저 기소하면서 당내 화합 분위기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이날 검찰은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인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위증교사 의혹과 대북송금 의혹은 보강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로써 민주당과 검찰의 싸움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의 주 먹잇감이었던 당 대표 리스크를 겨냥해 이 대표를 흔들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번 실수로 비대위 전환? ‘정권 심판론’ 유지가 관건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현재로서는 민주당 내 화목한 기류가 흐르고 있지만 삐끗해서 역풍을 맞게 된다면 그대로 비대위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내년 총선을 이 대표 얼굴로 치르기 곤란한 상황이 온다면 당내 여론은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진교훈 약발’이 떨어지면서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전부터 정치권에서는 12월28일 이전을 콕 집어서 비대위 전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는 이 대표의 잔여임기가 정확히 8개월 남은 시점이다.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당 대표가 잔여임기 8개월 이상을 두고 공석이 될 경우 임시전국대의원대회를 열어 당 대표를 새로 뽑아야 한다. 반대로 8개월 미만일 경우에는 중앙위원회서 당 대표를 선출할 수 있다. 강성 지지자를 비롯한 당원의 힘을 입어 친명계 의원이 당선될 가능성이 커진다. 친명계 위주의 비대위가 꾸려지면 공천에 대한 권위 역시 강해진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른다면 공천을 둘러싼 파동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컷오프된 의원이 대거 탈당하면서 분당으로 이어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이 대표가 포용의 정치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지만 일부 친명계 의원과 강성 지지자의 ‘가결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비명계 의원의 지역구에 친명계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 경우 표가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갈지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손대지 않더라도 ‘뜻밖의 공천 학살’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갈등의 불씨는 언제든지 지펴질 것으로 예상된다. 끝까지 버텨라 민주당이 12월 비대위 전환설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정권 심판론’ 여론을 연말까지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보궐선거로 인해 총선 승리가 민주당 쪽으로 유리하게 흘러가는 시점서 굳이 비명계가 이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공론센터 장성철 소장 역시 와의 전화 통화서 “현재 비명계 의원의 발언을 두고 지도부가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백스텝’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궐선거 압승에 따른 신중론에 관해서도 “이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수단이 아닌 ‘오만하지 말자’라는 내부 경고 차원으로 싸움의 강도가 현저히 낮아졌다”며 “내년 총선의 판세가 유리해진 만큼 여론의 움직임이 가장 중요할 때”라고 전했다. 샌드백 이재명? 반격 나선 여당 지난 12일 백현동 개발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자 민주당은 “민심의 심판을 받은 선거 결과를 덮지 말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의 패배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인데 윤석열정부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앞세워 국민의 경고를 무시하는 최악의 수를 뒀다는 것이다. 이날 민주당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참패에 전광석화처럼 기소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던 윤석열정권의 첫 응답이 국정 쇄신이 아닌 ‘정적 죽이기 기소’”라며 “후안무치한 윤석열 검찰의 행태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내년 4월, 여야 양 진영의 명운을 건 경기가 열린다. 경기의 규칙은 간단하다. 더 많은 지지를 얻은 쪽이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한다. 자리는 총 300개. 무승부는 없다. 한쪽이 이기면 다른 한쪽은 필연적으로 진다. 문제는 심판이다. 초대형 경기를 6개월 앞두고 심판의 자질이 문제로 떠올랐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는 제로섬 게임이다. 승자의 이득은 곧 패자의 손실이 된다. 이긴 자가 모든 것을 독식한다. 다시 말해 승부서 밀리면 손에 남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선거 때마다 정당이 사활을 걸고 덤벼드는 이유다. 심판 역할 자질 부족 선거의 생명은 공정성이다. 이기고 지는 결과만 있기 때문에 심판의 역할이 중요하다. 심판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패자의 승복은 바랄 수 없다. 이긴 자 역시 찝찝한 승리를 누릴 뿐이다. 심판을 맡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선거 전반을 관리한다.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 대형 정치 이벤트를 비롯해 협동조합의 이사장 선거까지 투표를 통해 당락이 갈리는 곳에는 어김없이 선관위가 있다. 최근 선관위가 끊임없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60년 선관위 역사에서 가장 최악의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채용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취약한 보안 상태도 드러났다. 특히 보안 문제가 언급된 부분은 ‘혹시?’라는 의구심을 국민에게 심어줬다는 점에서 뼈아프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중앙선관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지난 7월17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합동보안점검을 진행했다. 그 결과 중앙선관위의 투·개표 관리 시스템은 북한 등이 언제든 침투할 수 있는 상태로 드러났다. 선관위의 사이버 보안 관리가 부실하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국정원은 기술적인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 가상의 해커가 선관위 전산망 침투를 시도하는 방식으로 시스템 취약점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서 투표 시스템, 개표 시스템, 선관위 내부망 등에서 해킹 취약점이 다수 발견된 것. 백종욱 국정원 3차장은 “(선관위가 보유한)전체 장비 6400여대 가운데 약 5%인 317대만 점검했다”고 말했다. 백 3차장은 “선거의 제도적 통제장치는 고려하지 않고 기술적 측면서 해커의 관점으로 취약점 여부를 확인한 것”이라며 “과거의 선거 결과 의혹과 결부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안 부분서 취약점이 발견된 것이 부정선거 의혹으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유권자 등록 현황과 투표 여부 등을 관리하는 선관위의 ‘통합 선거인 명부 시스템’은 인터넷을 통해 침투할 수 있고 해킹도 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사전투표 인원을 투표하지 않은 사람으로 표시 ▲사전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을 투표한 사람으로 표시 ▲존재하지 않는 유령 유권자를 정상 유권자로도 등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 점검으로 해킹 가능성 투·개표 시스템부터 전산망까지 사전투표 용지에 날인되는 청인(선관위 도장)과 사인(투표관리관의 도장) 파일을 내부 시스템에 침투해 훔치는 것도 가능했다. 여기에 테스트용 사전투표 용지 출력 프로그램을 이용해 실제 사전투표 용지와 QR코드가 같은 투표용지를 무단으로 인쇄할 수 있었다. 사전투표소에 설치된 통신장비에는 인가를 받지 않은 외부 컴퓨터를 연결할 수 있어 내부 선거망으로 침투할 수 있었다. 개표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도 나왔다. 특히 투표용지 분류기에서는 USB 등 외부 장비의 접속을 통제해야 하는데도 비인가 USB를 무단 연결하면 해킹 프로그램 설치가 가능했고 이를 통해 투표 분류 결과를 바꿀 수 있었다. 선관위 전산망 역시 해킹 위험에 노출된 상태였다. 선관위 전산망은 홈페이지 등이 연결된 인터넷망, 선거사무 관리를 위한 업무시스템을 운영하는 업무망, 투·개표 관련 주요 선거 시스템을 포괄하는 선거망 등으로 구분된다. 중요 정보를 처리하는 업무망과 선거망 등 내부 전산망은 인터넷과 분리해야 하는데 선관위의 경우 망 분리 보안 정책이 미흡해 전산망 간 통신이 가능했다. 다시 말해 인터넷서 업무망·선거망으로 침입할 수 있는 것. 또 해커가 마음만 먹으면 재외공관의 재외선거망까지 침투가 가능했다. 재외선거관리시스템서 재외국민선거인명부를 탈취하고 재외 공간의 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보안에 대한 선관위의 안일한 인식이다. 선관위 시스템 비밀번호는 ‘12345’ 등 초기 설정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커한테 다 뚫린다 심지어 해킹에 대한 사전 경고가 있었음에도 선관위의 대응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국정원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선관위에 관련한 해킹 8건을 통보했다. 선관위는 국정원 통보 전까지 해킹 사실을 알지 못했다. 대처는 더 최악이었다. 해킹 원인을 조사하지 않았고 피해자 보안조치 역시 실시하지 않았다. 이번 조사 과정서 2021년 4월 선관위의 인터넷 컴퓨터가 북한 ‘김수키’ 조직의 악성코드에 감염돼 상용 메일함에 저장됐던 대외비 문건 등 업무 자료와 저장 자료가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선관위는 자체 평가서 스스로를 100점이라고 진단했지만 국정원의 평가는 30점을 간신히 넘는 수준에 불과했다. 선관위는 지난해 ‘주요 정보통신 기반시설 보호대책 이행 여부 점검’을 자체 평가한 결과 100점 만점이었다고 국정원에 통보했다. 하지만 국정원이 이번 점검서 같은 기준으로 재평가했더니 31.5점에 불과했다. 국정원은 “선관위는 그동안 국정원의 현장 점검을 거부하고 자체 점검 결과를 서면으로만 제출했다”면서 “31.5점은 지난해 102개 기관 중 최하점에도 미치지 못할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국정원은 선관위가 100점 만점을 통보했을 때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선관위가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선관위는 국정원 점검 이후 내년 총선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중앙선관위는 총선 사전투표함과 우편투표 보관 과정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전국 사전·우편투표함 보관장소에 설치한 CCTV 화면 전부를 실시간으로 일반에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관위의 대처에도 불구하고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앞서 선관위가 채용 문제로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은 것도 불신에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선관위는 그동안 외부의 관리·감독서 자유로운 편이었다.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타이틀로 철옹성 같은 방어막을 구축했다. 반쪽 조사 문제 많아 그 결과 내부가 완전히 ‘고인물’화되면서 신뢰도가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지난 7년간의 선관위 공무원 경력채용 실태를 전수조사했다. 선관위가 권익위에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핵심인 가족 및 친인척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각종 채용 비리 정황이 드러났다. 권익위는 353건을 적발, 이 중 312건을 수사 의뢰했다. 반쪽 조사였지만 특혜 채용 흔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조사 결과 ▲법적 근거 없이 임기제 공무원을 정규직으로 전환 ▲선관위 내부 게시판에만 채용공고 게재 ▲경력증명서 미제출에도 채용 ▲나이 등 자격요건 미달자의 합격 등이 적발됐다. 특혜 채용 의혹 합격자와 선관위 직원 간 가족 및 친인척 여부는 향후 검찰 수사 단계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선관위에 수차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며 “인사기록 카드, 인사시스템 접속 권한, 채용 관련자 인사 발령 대장, 비공무원 채용 자료 등을 요구했지만 전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본인이나 가족 주민등록번호 제공에 동의한 게 41%에 불과했다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조사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권익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로 국가공무원법 위임 규정에 따른 정례적 인사 감사도 전혀 실시하지 않아 불공정 채용이 반복됐다고 보고 있다. 특혜 채용으로 도덕성 타격 ‘노태악 사퇴론’ 다시 불거져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도 선관위는 ‘규정 미비’ ‘당사자의 실수’ 등의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지난 7월에는 감사원의 직무감찰과 관련해 정당성을 따져달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사이서 권한의 존재 여부나 범위를 두고 다툼이 생겼을 때 헌재가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다. 선관위는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진 후 감사원이 직무감찰 계획을 밝히자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점을 내세워 거부했다가 비판이 이어지자 부분 수용으로 입장을 바꿨다. 그러자, 선관위 측은 “이번 권한쟁의심판 청구는 경력 채용과 관련한 감사원의 감사를 거부하거나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범위가 명확히 정리돼 국가기관 간 불필요한 논란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검찰은 지난달 22일에 이어 지난 12일 중앙선관위를 비롯한 선관위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채용 비리 관련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중앙선관위 해킹 의혹 관련 대응 TF를 구성하는 등 선관위 압박에 나섰다. 선관위는 선거 결과 조작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선거 불복을 조장해 사회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신이냐 회복이냐 선관위를 둘러싼 잦은 논란에 노태악 선관위원장 사퇴론도 불거지고 있다. 노 위원장은 지난 5월, 선관위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사과하면서도 사퇴 계획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노 위원장이 선관위 관련 의혹에 책임을 지고 자리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판의 자질이 부족하면 경기를 하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관람객까지 피해를 입는다. 결국 선관위의 문제는 국민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정치권, 감사원, 권익위, 국정원 등 선관위는 현재 사면초가 상태에 빠져 있다. 현재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선관위에 대한 평가가 갈릴 듯하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열 3위와 6위 차이?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탄 승용차가 대법원장 일행인 것처럼 버스전용차로로 달렸다가 적발돼 과태료를 문 사실이 드러났다. 노 위원장이 탄 선관위 관용차는 지난해 10월1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다 단속카메라에 찍혔다. 국가의전 서열 3위인 대법원장 관용차는 경찰 호위 대상으로 버스전용차로로 통행이 가능하지만, 서열 6위인 선관위원장은 버스전용차로로 다닐 수 없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0일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이 국정감사를 위해 선관위서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서 드러났다. 노 위원장은 이번 일과 관련해 “앞으로 좀 더 세심히 주의하겠다”고 유감을 표했다. <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국내 마약은 대부분 동남아로부터 유통된다. 중국과 한국 범죄자들이 감옥서 마약을 유통하고 있을 정도로 관리·감독이 허술하다. 법무부는 필리핀 감옥에 있는 1급 범죄자 송환과 관련해 원론적인 입장만 밝혀왔다. 사실상 그들의 범죄 행위를 방치해온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 정부(법무부)의 대처가 미온적이었습니다. 한국 범죄자와 관련해 적극적인 송환 요청은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살바도르 파넬로 전 필리핀 대통령실 법무수석 겸 대변인이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한 말이다. 그는 한국 법무부가 마약 범죄를 해결할 의지가 있냐고 되묻기도 했다. 법무부의 소극 행정이 마약 범죄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 넘어선 강경 집행 파넬로 전 수석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오른팔’로 알려져 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마약 범죄 소탕 작전의 판을 함께 계획했다고 알려졌다. 최근 필리핀 마닐라 모처서 <일요시사>와 만난 파넬로 전 수석은 “각 정부 기관서 비리 의심 대상자 리스트를 만들었었다. 명단에는 일반 공무원을 포함해 시장, 읍장, 법원 직원, 검사까지 포함됐다. 마약 연루 공무원만 1만명에 달해 국가 위기 문제였다. 가만히 놔두면 사회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고 판단됐다”고 말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필리핀 정부는 같은 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집권 초부터 걸었던 강력한 드라이브는 역풍을 맞았다. 민간인을 포함한 필리핀 인구 수천명이 사망했다. ‘인권 문제’가 언급되기 시작했고 국제형사재판소(ICC) 판사들은 성명을 통해 “필리핀 정부의 행동이 합법적 법 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 국가 정책에 따라 민간인을 향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공격이 일어났다”고 발표했다. 필리핀 공식 자료에는 2016년 7월 이후 20만건 이상 마약 단속 작전서 최소 6200여명이 사망했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ICC는 사망자 수를 1만2000~3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파넬로 전 수석은 “ICC 수사관들의 정보와 증거 수집을 거부했고 입국까지 금지하며 갈등을 빚었다”고 주장했다. 6년간 이어진 마약과의 전쟁은 국제사회의 지탄으로 이어졌다. 법 절차를 무시한 강경 진압, 체포보다 사살에 방점이 찍힌 검거 작전, 아동 등의 애꿎은 희생과 평생 완치되기 어려운 후유증 등은 인권단체의 표적이 됐다. 수백명의 무고한 죽음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은 여전히 마약 범죄가 판을 치고 있다. 필리핀 인권단체 관계자는 “두테르테 정권이 실질적이고 영향력 있는 마약 조직을 상대로 법을 집행하지 않은 까닭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마약 범죄와 필리핀 정치권은 끊을 수 없는 돈과 인맥으로 이어져왔다”고 말했다. 파넬로 전 수석은 이에 관해 “무고한 죽음이 있었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마약 범죄를 청산하고 싶었고 성과가 없었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필리핀서 마약을 소지한 사람과 불법총기를 소지한 사람 중에 누가 더 위험하냐고 물었을 때 필리핀 사람 대부분은 마약이 더 위험하다고 말한다. 필리핀에서는 마약 5g 이상 소지한 경우 20년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살인죄와 형량이 같은 수준이다. ‘두테르테 오른팔’ 마약과의 전쟁 기획 한국 상황 심각···강도 높은 대처 필요” 마약 5g 소지인 경우 12년~20년의 징역형과 30만~40만페소의 벌금이 부과된다. 마약 5g 이상 10g 미만 소지인 경우 20년~무기징역과 40만~50만페소의 벌금이 부과되며 보석도 금지된다. 마약 10g 이상 소지하다 적발되면 무기징역 처벌을 받게 된다. 처벌 수위가 세지만 마약과 정치권의 연결고리가 끊기지 않는 이유는 뒷돈과 비자금에 있다. 인권단체 관계자는 “필리핀서 굉장히 쉽게 돈을 버는 방법으로 마약 유통과 묵인을 위한 뇌물공여가 손꼽힌다. 실제 법무부 장관이 마약 사건에도 연루됐을 만큼 흔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정부가 지난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을 당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심심찮게 언급되곤 했다. 마약청정국 지위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서울중앙지검은 특별수사팀까지 꾸렸다. 검찰 안팎에서는 마약 범죄를 청산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대검 관계자는 “수사도 좋지만 법무부가 유관기관과 협조해 피해자를 위한 정책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수사기관에 근무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국에 마약이 일상화되기 시작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마약 수요는 폭증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마약 밀수 적발량은 신기록이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325건, 329㎏ 상당의 마약류가 국경 반입 단계서 걸렸다. 적발 건수는 하루 평균 2건에 가깝다. 특히 마약 밀수 적발량은 1년 전보다 39% 늘어났다. 골든타임 놓치면 끝 이는 상반기 기준 최대치로 505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건수는 줄고, 중량은 늘어나면서 건당 적발량(1015g)은 1㎏을 넘어섰다. 한국이 ‘유통 경유지’가 아닌 고수익 판매처로 전락했다는 게 사정기관의 판단이다. 해외보다 훨씬 높은 마약 가격, 지속해서 증가하는 마약 수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필로폰 1g당 거래가격(지난해 기준)은 한국이 450달러로 미국(44달러), 태국(13달러)보다 훨씬 비쌌다. 적발된 마약의 산지는 미국·태국이 24%(중량 기준), 라오스가 12%, 베트남이 10%를 차지했다. 특히 동남아 국가(아세안 10개국)서의 밀수 적발량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78㎏서 올해 상반기 169㎏으로 115% 급증했다. 전체 적발량 대비 비중도 51%로 절반을 넘겼다. 이는 태국과의 합동 단속 작전이 이뤄진 데다 동남아서의 필로폰(야바)·케타민·합성대마 등 마약 공급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파넬로 전 수석은 “통계와 언론 보도를 통해서 한국의 상황을 접했지만 위험하다”며 “골든타임을 놓치면 걷잡을 수 없이 마약이 판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한국인 범죄자들은 감옥서 자유롭게 핸드폰을 쓰고 있다. 필리핀 문틴루파에 위치한 뉴빌리비드(NBP) 교도소가 대표적이다. 뒷돈과 뇌물이 판치는 구조상 옥중 마약 유통은 일상이 됐다. 파넬로 전 수석은 감옥서 마약을 유통할 수 있는 곳이 NBP만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비쿠탄과 마닐라시티 감옥뿐 아니라 필리핀의 어느 감옥도 옥중 마약 유통서 자유롭지 않다”며 “마피아와 중국 흑사회의 마약 범죄 행위는 필리핀의 오랜 고질적 문제”라고 말했다. 파넬로 전 수석은 “옥중서 마약을 유통하는 이들을 한국으로 송환해야 제2의 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필리핀은 형사사법공조조약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했다. 필리핀서 장기간 수용 생활을 하는 한국인을 한국으로 이송하면 좋으나 현재 수용자 이송조약은 체결돼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송환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물에 한해 이송 요청을 지속하고 있다”며 “필리핀 이민국과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의 이 같은 입장은 2년 전과 같다. 시간이 가는 동안 이송조약조차 체결하지 못한 점은 한국 정부의 소극 행정 탓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법무부는 일부 한국인 범죄자들에 관해 송환신청서도 보내지 않은 바 있다. 여전히 감옥서 국내 들어오는 마약 컨트롤? 송환 안 하나 못 하나 “한국 정부 소극적” 파넬로 전 수석은 “한국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진즉에 송환됐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치르는 것과는 대조된다. 해결 의지가 있는 게 맞나. 소극적인 대처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범죄인 인도는 국제형사사법 공조 활동 가운데 가장 고전적 수단이다. 이는 관할권으로부터 도주한 범죄인은 범죄인 소재지국보다는 범죄 행위지국서 유효·적절하게 재판 또는 처벌할 수 있다는 인식에 근거한다. 다만 범죄인 인도는 국제법상 확립된 제도가 아니다. 국제법상 의무가 아니므로 조약상 의무가 없는 한 타국의 인도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도 국제법 위반은 아니기에 각국은 인도 여부를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다. 한국 범죄인 인도법은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와도 상호주의를 적용해 인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도 대상이 되는 범죄는 원칙적으로 청구국 영역서 발생한 범죄다. 영해나 영공서 저지른 범죄는 물론 공해상 청구국의 선박이나 항공기서 벌인 범죄도 포함한다. 범죄인은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거나 유죄 판결을 받고 피청구국으로 도주한 자를 말한다. 인도 대상 범죄인은 주로 청구국 국민과 제3국인이다. 인도가 허용되는 범죄는 청구국과 피청구국의 법률로 모두 처벌 가능한 범죄여야 한다. 인도 요청을 거절하는 사유는 의무적 거절 사유와 재량적 거절 사유로 나눌 수 있다. 피청구국서 청구 범죄에 대해 이미 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도 의무적 거절 사유다.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은 이미 확정 판결을 받았기에 의무적 거절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법무부가 살인이 아닌 마약 유통 혐의로 송환을 적극적으로 요청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필리핀 정부가 ‘재량’을 근거로 거절할 가능성도 있으나 법무부는 이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국제형사과서 몸담았던 한 변호사는 “이민법 위반(체류기한 위반, 밀입국 등)을 적용해 강제 추방시키는 방안이 있지만 위반 사항이 없다면, 국내서 범죄 혐의가 있다는 것만으로 추방 결정은 어렵다. 통상 경찰이 요청하면 강제 추방을 해주는데, 결정은 필리핀 이민국 재량에 달려 있다”며 “박왕열 케이스 같은 경우 경찰이 요청한 이후 수년간 변한 게 없으면 방법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범죄인 인도를 담당했던 한 검사도 “100% 상대국의 판단에 따르기에 한국 정부가 설득을 해야 한다. 고소와 고발 사건 등 자잘한 내용이 아니면 공조 요청을 해서 데려오는 경우도 많다”며 “상대국서 범죄인에게 뒷돈을 받고 풀어준다 해도 강제하거나, 이의제기할 수는 없기에 외교적으로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말로만 송환 립서비스 이어 “범죄인 인도조약은 10년이 걸려도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결국 한국 법무부와 외교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압박을 넣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예시로 A씨가 너희 나라에도 피해를 주고 있는 거 아니냐는 식의 설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넬로 전 수석은 “재량이라고 하지만 한국인 범죄자들이 필리핀에 피해를 주고 있는 정도가 심각하다면 안 보낼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필리핀 마닐라 = 오혁진 기자 <hounder@ilyosisa.co.kr>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구속 문턱까지 다다랐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돌아왔다. 그야말로 기사회생이다. 여당인 국민의힘만큼이나 비명계 역시 당황한 기색이다. 민주당의 기류는 순식간에 뒤집혔다. 비명·친명 할 것 없이 공천을 따내기 위한 셈법이 복잡해졌다. 비명과의 ‘화합’과 ‘숙청’이라는 딜레마에 빠진 이 대표의 속내 역시 복잡해질 전망이다. 지난달 18일, 검찰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 구속영장이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백현동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줌으로써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200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에게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대납하도록 한 혐의를 적용했다. 최소 31표 이탈 색출 구속영장이 국회로 날아들자 민주당은 분주해졌다. 지난 2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부결로 막을 내렸지만 무더기 이탈표가 나왔던 만큼 당 대표 리더십이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당시 표결 결과 재석 297명 중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 무효 11명으로 민주당 내에서만 최소 30명이 넘는 이탈표가 나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차례 내홍을 겪었던 만큼 두 번째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것이란 확신은 어디에도 없었다. 표결 당일까지 친명(친 이재명)계는 “당론을 정하지 않았다”면서도 부결 쪽으로 흐름을 몰아갔다. 반면 비명(비 이재명)계는 앞서 이 대표가 선언한 불체포특권을 포기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어길 경우 또다시 방탄 논란에 휩싸이는 것은 물론 당내 지지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는 이유에서다. 병상 단식을 이어가던 이 대표는 표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표결을 하루 앞둔 지난달 20일 모호한 ‘사실상 부결’을 호소하면서 여론이 갈렸다. 이날 이 대표는 자신의 SNS에 “명백히 불법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번 영장 청구는 황당무계하다”며 “검찰은 지금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검찰이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수사권을 사적으로 남용해 ‘비열한 정치공작’을 펼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의 호소문이 역풍으로 작용한 것일까? 다음 날인 21일 체포동의안은 국회 본회의서 재석 295명 중 찬성 149명, 반대 137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가결됐다. 국회 체포동의안은 재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부를 정한다. 이날 가결에는 찬성 148표가 필요했다. 1표가 더 많은 149표가 나오면서 과반을 넘긴 것이다. 민주당 의원 167명이 표결에 참석했지만 반대가 136표에 그친 것 역시 민주당 내홍의 서막이다. 당내에서만 최소 31표의 이탈표가 나왔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헌정사상 최초로 제1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가결 후폭풍은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줄사퇴로 이어졌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그날 밤 총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에 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에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이날 박 전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 지도부 결정과 다른 표결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명계인 민주당 송갑석 의원 역시 이틀 뒤인 23일, 지명직 최고위원직을 내려놨다. 곧 휘몰아칠 가결표 후폭풍 친·비 모두 공천 셈법 복잡 직책 여부를 떠나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추측되는 민주당 의원들 역시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강성 친명계 의원은 비명계가 가결을 주도한 것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고름’이라 비판했다. ‘비명계를 숙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본격적으로 당내 갈등이 빚어졌다. 가결파 색출에 앞장서는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제 나라 국민이 제 나라를 팔아먹었듯이 같은 당 국회의원들이 자기 당 대표를 팔아먹었다.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사실상 비명계를 대상으로한 징계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로 불리는 ‘개딸’(개혁의 딸) 사이에서는 ‘수박’(겉과 속이 다른 비명계 의원을 지칭하는 속어) 리스트와 전화번호를 공유해 이들에게 욕설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개딸에게 받은 문자를 일부 공개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현수막에 이원욱 얼굴 사진 거니 더 역겹다. 나대지 말라’ ‘국민의힘 프락치’ 등 비난 표현이 난무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이 대표가 이장으로 있는 ‘재명이네 마을’ 카페는 혐오 정치의 산실이 됐다”며 “이 대표가 ‘재명이네 마을’ 이장을 그만둬야 할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 역시 한 시민으로부터 “이상민님 응원해요(하트)/ 개딸은 무시해요!/ 새로 창당해도/ 기다려줄 수 있습니다/ 야권의 희망이십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이 의원은 “감사합니다”라고 답장을 보냈고 작성자는 “세로로 읽어 보세요”라며 수박이 썰려 있는 사진을 함께 보냈다. 각 행의 첫 글자를 따서 읽으면 ‘이 XXX야’라는 욕설이 된다. 해당 문자가 조롱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 의원은 “천벌받을 것이오” “아예 끊어버릴게요”라고 답했다. 연일 이어지는 강경 대응에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 의원까지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일각에선 “대체 누구를 위한 진흙탕 싸움인지 모르겠다”는 한숨 섞인 우려도 나온다. 당내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는 친명계 인사가 대거 이름을 올렸다. 끈질긴 명줄 지도부 사퇴 지난달 26일, 범친명계로 꼽히는 홍익표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원내운영수석부대표에는 박주민 의원이 인선됐다. 박 의원은 이 대표 캠프의 총괄본부장으로 활동하는 등 친명계 인사로 꼽힌다. 이 밖에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주도해 온 강경파이기도 하다. 새 원내정책수석부대표에는 유동수 의원이 뽑혔다. 다른 인사에 비해 계파색이 옅다는 평을 받지만 이 대표의 지역인 인천 계양 지역 국회의원을 맡고 있는 만큼 친분이 두터울 가능성이 제시된다. 원내대변인에는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 민주당 윤영덕, 최혜영 의원이 각각 선임됐다. 특히 윤 의원은 이 대표가 단식했을 당시 동조 단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당 안팎에서는 홍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까지 대부분 친명계 의원들로 채워지면서 단일된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주 중으로 민주당 당직 개편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해 본격적으로 민주당이 친명 체제로 돌아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새 지도부를 선출한 다음날인 27일, 친명 체제 민주당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이날 새벽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면서 정치권의 판세가 뒤집혔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대표에 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구속영장 기각에 따라 양당의 희비도 엇갈렸다. 민주당은 윤정부를 ‘야당 대표를 대상으로 검찰권을 남용하고 탄압에 몰두한 무책임한 정권’으로 규정하고 반격 태세를 갖추었다. 국민의힘은 “결국 법원이 개딸에 굴복했다”고 반발했다. 이래저래 진퇴양난 자료와 증거가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던 검찰이 우선은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구속영장 기각에 관해 “수사를 위한 중간 과정일 뿐 무죄 입증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극적으로 구속을 피한 이 대표는 당내 리더십을 회복하는 동시에 검찰을 향한 반격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쌍날 검을 쥐고 돌아왔다고 표현했다. 정부·여당을 향해서는 ‘한동훈 장관 탄핵’, 비명계에는 ‘정치적 책임’을 요구하는 메시지가 빗발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여의도 복귀가 임박한 가운데 비명계를 향한 친명계의 반격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의 수장이 ‘정치적 부활’이라는 날개까지 달고 돌아오니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이대로 간다면 비명계는 공천은 물론 정치생명까지 위태로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비명계 축출설’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최근 한 라디오를 통해 “좌절한, 절망한 국민 앞에 당 대표가 ‘내가 단식이라도 해서 이것을 끊어내겠다’는 결연한 결기를 보인 앞에서 그렇게 (가결을)할 수가 있는 건지. 그분들(비명계) 스스로 용퇴를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만일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이 물러나지 않는다면 최소한의 징계 조치라도 내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치에 정통한 이들 사이에서도 한두 사람 정도라면 비명계 축출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의원을 당 윤리심판원을 통해 제재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안에 관해 당 지도부가 정치적으로 나서기보다는 당의 시스템에 의해 해결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뭉치면 죽고 흩어져도 죽는다 골 아픈 딜레마…최종 선택은? 민주당 계파 싸움이 갈수록 치열한 이유는 총선과 공천이라는 예민한 이벤트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중에서도 비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홍영표 의원(4선)을 비롯한 설훈 의원(5선), 이상민 의원(5선) 등 비명계 중진 의원들의 행방이 주목된다. 친명계가 혁신안으로 제안했던 ‘국회의원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초과 제한’을 실시할 경우 중진 의원이 다수 포진된 비명계에게는 부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를 몸소 실천한 홍 원내대표가 취임하면서 해당 혁신안은 탄력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해 6월 민주당의 험지로 꼽히는 서울 서초을 지역위원장 공모에 지원했다. 3선을 내리 달성한 성동구를 벗어나 직접 험지로 걸어 들어간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는 ‘개혁파’라는 타이틀이 붙기 시작했다. 친명을 대상으로 한 긍정적 메시지가 커질수록 비명의 입지는 줄어드는 형국이다. 이 대표가 당으로 복귀함과 동시에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체포동의안 가결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만큼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민주당의 갈등에 불을 붙이는 격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비명계를 공식적으로 징계하거나 비판할 경우, 이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당의 균열도 배제할 수는 없다. 나아가 분당 선언까지 나온다면 당이 타격을 입는 건 물론 ‘비명계 학살로 완성되는 이재명 사당화’ 논란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이 대표가 비명계와 화합의 메시지를 낸다면 내년 총선 승리를 목적으로 뭉쳐진 ‘원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다만 이미 깊어진 계파 간 갈등이 쉽게 아물지는 미지수다. 일부 친명계에서는 이 대표가 먼저 손을 내밀어도 비명계가 내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서 이 대표가 포용의 정치를 보이더라도 어디까지나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놓쳐버린 타이밍 장시간 진통이 예상되지만 당장 민주당이 분당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앞으로 더 많은 당내 인사가 친명계로 채워질 것”이라면서도 “민주당이 둘로 갈라질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Zero)”라고 예상했다. 총선이 6개월 남은 시점서 분당 절차를 밟기에는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당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당분간은 잠잠할 전망이다. 여의도로 돌아올 채비를 마친 이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되는 시점이다. 표류하는 영수회담 묵묵부답도 ‘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향해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대통령실의 반응은 미지근하기만 하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부정하며 민생 회복을 위한 협치의 기회를 날려서는 안 된다”며 하루빨리 회담에 응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통령실은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연목구어”라며 “해야 할 말을 해야 할 장소에서 해야 할 파트너와 하는 정상으로 복귀하는 게 좋을 거 같다”고 꼬집었다. 이번 영수회담은 여의도 복귀를 앞둔 이 대표의 위상 높이기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양당의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