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폐쇄된 집창촌 가보니…

얼큰하게 취한 노숙자만 가득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집창촌들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집창촌이 사라지고 남은 자리는 허술한 관리와 무관심으로 인해 방치돼있다. 노숙자들의 쉼터로 전락해버린 집창촌 거리. 기자가 직접 찾아가 봤다.

서울 영등포의 한 거리. 과거에 유해업소가 밀집해 있어 청소년 통행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가 2014년 해제됐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집창촌 거리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어 현재는 이도 저도 아닌 꼴로 방치돼있다.

재개발 언제?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과 차량들로 북적이는 도로를 등지고 철길 쪽을 향한 골목으로 들어가면 딴 세상이 펼쳐진다. 오후 2시를 넘긴 한낮이지만 술에 취한 채 길바닥에 쓰러져 쪽잠을 자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언제 빨았는지도 모를 만큼 얼룩진 옷을 입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막걸리를 마시는 사람들, 반쯤 풀린 눈으로 지나가는 이들을 노려보는 사람들. 대부분 50·60대 남성들이지만 20·30대나 여성들도 눈에 띈다.

10년 넘게 이곳에서 노숙생활을 했다는 A씨(63)는 도로에 누운 채 기자를 쳐다본다. 수건, 숟가락, 속옷 등이 바닥을 어지럽히고 있다. 나이가 들고, 심장도 안 좋아 일을 못 한 채 이렇게 누워 있는 날이 많다고 말하는 A씨.


골목에 자리 잡은 식당에 들어서자 주인 B씨는 대뜸 “요새 죽을 맛”이라고 말을 걸어온다. “예전에는 종업원 6명을 두고도 일손이 달릴 정도로 손님이 많았죠. 하지만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고부터는 하루에 밥 10그릇 팔기도 힘들어요”라며 B씨는 한참 목소리를 높이다 가게를 내놓고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이라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조금 더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자 담배 피우는 노숙자들의 무리가 보인다. 그중 한 노숙자가 다가와 “담배 하나만”이라고 말을 건넸다. 이곳에서 5년째 노숙생활을 하고있는 C씨는 다른 어느 곳보다 편하다고 말한다. 집창촌 골목이었던 탓에 사람들의 왕래가 없는 거리. 사람들과의 접촉 자체를 싫어하는 노숙자들이 숨어들기 안성맞춤이다.

홍등 꺼진 이후…어둠과 침묵 깔린 거리
허술한 관리…‘먹고 자고’ 부랑인들 차지

영등포 집창촌은 영등포구가 영등포역 주변의 쪽방촌과 유곽지 일대 4만1165.2㎡에 대한 도시환경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서울시에 정비계획 결정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쪽방촌 거주민들의 이주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영등포역 근처에 거주 중이라는 D씨는 “이것(집창촌) 때문에 동네 분위기가 말이 아니에요. 요즘은 예전처럼 성행하진 않지만, 주변에 이런 게 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잖아요. 늦었지만 여기가 없어지고 번듯한 건물이 들어선다니까 좋습니다”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지난해까지 성매매업소들의 휘황찬란한 오색불빛 아래 취객들을 부르는 여성접대부들의 소리로 시끌벅적했던 인천 옐로하우스 주변 200여m 거리는 을씨년스러울 만큼 어둡고 침묵이 흘렀다. 골목 입구에는 경찰이 내건 ‘성 구매자는 엄중 처벌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만이 나부끼고 있다.

성매매 집결지 해체작업 초기 여성 접대부들을 상대로 영업하던 일부 영세 옷가게나 미용실 등 업주들의 “왜 여기만 갖고 그러느냐. 업소 다 없어지면 우리는 어떻게 하느냐”던 항의 섞인 목소리도 사라진 지 오래다.


몇 달 전만 해도 일부 업소가 불을 끈 채 밀실에서 영업하기도 했지만, 이날은 골목길 모퉁이 성인용품 판매점 불빛만이 요란스럽게 춤추고 있었다. 인근 식당에서 나온 취객 3명이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가자 자전거를 탄 중년의 한 여자가 “아가씨 찾아요?”라며 이들에게 다가간다. 이 여자는 “모텔비 포함해 15만원인데 대신 노래방에서 놀고 2차는 모텔로 가야 한다”며 호객에 여념이 없다.
 

노래방 근처 포장마차에 들르자 주인은 “노래방이 오후 10시께부터 영업을 시작해 다음 날 아침 7시께까지 하는 것 같다”며 “일부 손님이 아가씨들과 함께 모텔로 가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고 귀띔한다. 이 포장마차 주인은 “성매매업소들이 다 없어졌어도 모텔은 여전히 성업 중인 이유가 다 있지 않겠느냐”고 한마디 덧붙인다.

무관심으로 방치

심한 반발 의사를 보였던 업주들이 자진 폐쇄에 동의한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하던 차에 포장마차에서 술을 먹던 업주들이 대화에 끼어든다. 업주 강모씨는 “당시에는 분명한 보상이 이뤄진다고 했었지만 이후 아무런 얘기가 없다”면서 “정당한 보상이 없다면 자진 폐쇄도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업주 이모씨는 “그때 도장을 찍은 이유는 단 한 가지 ‘연말까지 단속을 안 하겠다’는 조건 때문이었다”며 “그런 사탕발림으로 도장을 받아가더니 정말 단속이 없어졌지만, 보상 얘기도 전혀 없이 폐쇄 시한만 다가온다”며 강하게 불만을 털어놓고 연신 술을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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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