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감동의 '강철나비' 은수미

애끓는 호소 외로운 투쟁 ‘먹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야당이 테러방지법 의결 지연을 위한 릴레이 무제한 토론인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면서 갖가지 기록이 쏟아졌다.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10시간18분 동안 밤샘연설을 하며, 한국 최장의 필리버스터 기록을 달성했다.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다. 밥 이상의 것을 배려해야 하는 것이 사람이다. 언론의 자유를 누려야 하고,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 하고, 어떤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테러방지법이) 그런 것을 못하게 할 수 있는 법이라고 누차 이야기하는 것이다.”

여당 돌아가면서
방해 공작 시도

‘강철나비’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이같이 말하고 장장 10시간에 걸친 연설을 끝으로 단상을 내려왔다.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52년 만의 필리버스터가 야당 의원들의 발언으로 하루 종일 이어졌다. 새벽 0시39분 첫 번째 주자로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말을 끝으로 5시간 33분의 발언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왔다. 두 번째 주자로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은 새벽 2시29분까지 1시간 49분간 발언을 이어갔다.

문 의원은 “직권상정에 이르게 된 것은 거대 여야 양당이 싸움만 하는 게 큰 원인”이라며 여야를 모두 비판했다. 이들 모두 전날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안의 문제점과 직권상정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테러방지법은 국가정보원이 테러 위험인물에 대한 정보 수집을 용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두고 여당은 북한과 IS의 위협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조속한 법의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테러방지법이 실행되면 사실상 국정원을 제어할 수 없으며 인터넷 검열이 이뤄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새벽 2시30분께 발언을 시작한 은 의원은 196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필리버스터에서 했던 ‘내가 여기 서 있는 한 (김준연 자유민주당 대표를) 체포하지 못한다'는 발언을 인용해 "우리가 여기 서 있는 한 테러방지법은 통과하지 못한다"라는 말로 시작했다.

은 의원은 발언 내내 다리와 허리를 굽히는 등 스트레칭을 이어가면서도 10시간18분 동안 테러방지법의 문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1969년 8월 신민당 박한상 의원이 3선 개헌 저지를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행한 10시간 15분의 필리버스터 발언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은 의원은 토론에서 테러방지법안 내용과 관련 기사 등 자료를 제시하며 국정원 권한의 과도한 확대와 통제장치 부재에 따른 국민인권 침해 등을 우려했다. 또 테러방지법안 세부 조항을 지적하며 독소조항의 삭제 또는 변경을 촉구했다.

필리버스터 10시간18분 대기록 세워
국내 최장시간…여의도 ‘강철나비’

새 벽 2시30분께 발언을 시작한 은 의원은 196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필리버스터에서 했던 ‘내가 여기 서 있는 한 (김준연 자유민주당 대표를) 체포하지 못한다'는 발언을 인용해 "우리가 여기 서 있는 한 테러방지법은 통과하지 못한다"라는 말로 시작했다.

은 의원은 필리버스터에 앞서 자신의 트위터에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 테러방지법엔 테러 방지가 없다”고 규정했다, 그는 “거꾸로 집회에 참석한 시민을 테러용의자에 비유한 박근혜 대통령처럼, 사이버댓글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테러라고 규정할 수 있는 것처럼, 국민 모두를 테러용의자로 만들 수 있는 일종의 테러 생성법”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반드시 보호해야한다”면서 “문제는 그 칼끝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자국민에게로 향해 있단 우려, 주인의 자리에 국민 대신 국정원을 앉힌다는 우려”라며 직권상정을 반대했다. 은 의원은 필리버스터 말미에 물을 마시며 “제가 좀 지쳤나봐요”라며 피로한 기색을 내비쳤다.

은 의원은 마지막 12분 “두렵지만 나서는 것이 참된 용기”라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긴 발언을 소개하다 왈칵 눈물을 쏟으면서 연설을 잠시 멈췄다. 또 그는 “저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울먹이다 결국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곧 감정을 추스른 뒤 다시 연설을 이어갔다.

은 의원은 “저는 대한민국 국민을 믿는다. 이 법(테러방지법)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또 누군가 고통을 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한 사람이라도 덜 고통을 당할 수 있는 방법을, 좀 덜 고통 받는 방법을 제발 정부·여당은 좀 찾자”고 호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도 “제발 피를 토한다든가, 목덜미를 문다든가, 이런 날선 표현들 말고 어떻게 하면 화해하고 사랑하고 함께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응원하고 격려하고 힘내게 할 수 있는지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야3당 의원들
밤샘 연설 중

이날 토론을 하면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은 의원의 발언을 방해하기도 했다. 오전 6시25분 홍철호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의제와 관련 없는 내용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항의했다. 국회의장은 은 의원에게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용은 간략히 발언하라며 주의를 주었고, 잠시간 양 측간에 서로를 비난하거나 항의하는 소란이 있었다. 오전 11시25분 경에는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이 발언 중인 은수미 의원에게 의제와 관련이 없는 이야기라며 삿대질을 하면서 소리를 쳐 장내가 혼란하게 했다.

오전 11시30분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이 테러방지법과 관련없는 발언을 한다며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은 의원의 “대한민국 정부가 테러방지법엔 신경을 쓰면서 국민이 폭력을 당하는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발언을 문제 삼으며 “테러방지법하고 무슨 상관이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본회의장 통로까지 걸어 나와 은 의원에게 삿대질을 하며 따졌고, 은 의원은 “김 의원 혼자 의제 상관 여부를 판단하느냐, 왜 삿대질을 하느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말 같은 얘기를 해야 듣고 앉아 있지. 이렇게 해도 공천 못 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은 의원은 “김 의원은 공천에 따라서 행동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다”라면서 “이건 동료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사과할 일 없다”고 거부했다.

국정원 정보수집
조항 삭제 주장

은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경기 성남 중원에 도전장을 낸다. 은 의원은 필리버스터 전날에도 하루종일 지역구를 동다 늦은 오후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바로 발언 자료를 준비하느라 저녁도 거른 채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은 의원은 페이스북 친구들이 달아놓은 테러방지법에 대한 500여개의 댓글과 관련 자료들을 찾아 300여쪽에 이르는 A4 종이 뭉치를 들고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은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경기 성남 중원에 도전장을 낸다. 은 의원은 필리버스터 전날에도 하루종일 지역구를 동다 늦은 오후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바로 발언 자료를 준비하느라 저녁도 거른 채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은 의원은 페이스북 친구들이 달아놓은 테러방지법에 대한 500여개의 댓글과 관련 자료들을 찾아 300여쪽에 이르는 A4 종이 뭉치를 들고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10시간 넘게 발언 한 은 의원에 대한 응원과 후원도 쏟아졌다. 지난 2월25일 블로그를 통해 지지자들의 뜨거운 성원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은 의원은 “오늘 아침 통장정리를 하러갔다가 깜짝 놀랐다”며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테이블 위에 입출금식 통장 8개를 늘어놓고 찍은 사진이었다.

은 의원은 “1만∼2만원씩 보내주신 후원금으로 한 개의 은행에서 정리된 통장만 8개”라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보내주신 소중한 응원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곧 공천심사가 시작된다. 성남 중원에 지인이 있다면 지지 부탁드린다”며 “간절한 마음으로 뛰겠다. 진짜 정치 제대로 해보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테러방지법 조목조목 지적
인권침해 설명 땐 눈물 삼켜

은 의원은 1963년 12월6일 서울 출생이다.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3번으로 정치에 입문한 초선 의원이다.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내의 노동분야 전문가로서 활약하고 있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학교에서 가난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1982년 서울대 사회학과에 입학하여 학생운동을 하다 제적된 후, 구로공단 봉제공장에 미싱사 보조로 취업해 1년 반 가량 현장활동을 했다.

1992년 초 당시 정부가 반국가 단체로 규정했던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활동을 했다. 당시 남한사회주의노동자 동맹 사건의 핵심인물로 분류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강릉교도소에서 복역했다. 1997년 출소한 후 대학으로 돌아가 노동 문제로 정해 심도 있게 공부했다.


2005년 ‘한국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 유형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하여 여야를 막론하고 노동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노동분야 전문가
학생운동해 복역

2012년 6월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을 발족하고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비정규직 등 노동문제 관련하여 자문직을 역임하여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동정책자문위원, 2011년에는 박원순 시장 희망서울 정책자문, 2012년 청년유니온 자문 활동을 했다.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3번으로 영입,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min1330@ilyosisa.co.kr>

 

[필리버스터는?]

 

주로 소수파가 다수파의 독주를 막거나 기타 필요에 따라 의사진행을 저지하기 위하여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의사진행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미국·영국·프랑스·캐나다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영국 의회에서는 프리부스터(freebooster)라고 한다.

필리버스터는 16세기의 ‘해적 사략선’ 또는 ‘약탈자’를 의미하는 스페인어에서 유래한 말로, 원래는 서인도의 스페인 식민지와 함선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다가 1854년 미국 상원에서 캔자스, 네브래스카 주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을 막기 위해 반대파 의원들이 의사진행을 방해하면서부터 정치적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장시간 연설, 규칙발언 연발, 의사진행 또는 신상발언 남발, 요식 및 형식적 절차의 철저한 이행, 각종 동의안과 수정안의 연속적인 제의, 출석 거부, 총퇴장 등의 방법이 이에 해당된다. 그러나 폐단 또한 적지 않기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 의원의 발언시간을 제한하거나 토론종결제 등으로 보완하고 있다. 현재까지 필리버스터의 최장 기록은 1957년 미 의회에 상정된 민권법안을 반대하기 위해 연단에 오른 스트롬 서먼드 상원의원이 24시간 8분 동안 연설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필리버스터를 가장 처음한 것은 1964년 당시 의원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당시 야당 초선 의원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동료 의원인 김준연 자유민주당 의원의 구속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5시간19분 동안 발언해 결국 안건 처리를 무산시켰다.

필리버스터는 1973년 국회의원의 발언시간을 최대 45분으로 제한하는 국회법이 시행되면서 사실상 폐기됐다가 2012년 국회법(국회선진화법)이 개정되면서 부활했다. 2012년 개정된 ‘국회법 제106조2’에 따르면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하여 무제한 토론을 하려는 경우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하고, 의장은 해당 안건에 대하여 무제한 토론을 실시할 수 있다.

일단 해당 안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시작되면 의원 1인당 1회에 한 해 토론을 할 수 있고, 토론자로 나설 의원이 더 이상 없을 경우 무제한 토론이 끝난다. 또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무제한 토론의 종결을 원하고 무기명 투표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종결에 찬성할 경우에도 무제한 토론이 마무리된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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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