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윤기원 사망 미스터리

“조폭이 죽이고 자살로 위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5년 전, 한 축구선수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자살로 결론짓고 수사를 종결했다. 유족들은 의문점들을 제시하며 확실한 수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 측은 입을 다물었다. 가족들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망신고를 하지 않은 채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2011년 5월 당시 인천유나이티드 소속 골키퍼 윤기원 선수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윤 선수는 아주대학교를 졸업한 후 2010년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5순위로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 

시신 부폐 심해
사망 시각 부정확

1년 가까이 2군 무대에서 묵묵히 자신의 기량을 쌓은 뒤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르며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188cm, 79kg의 건장한 체격 조건으로 허정무 인천 감독의 큰 기대를 받아왔던 유망주였다.

총 8번의 경기에 출장을 하면서 K리그 선수로서의 경력을 쌓아가던 윤 선수.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2011년 5월 6일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윤 선수가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이 된 것.

그해 5월4일 윤 선수는 오전 훈련을 마치고 구단에 외출 승인을 받았다. 숙소를 나선 뒤 오전 11시4분에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고, 낮 12시30분에 이마트에 들른 이후 행방불명됐다. 윤 선수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구단에서는 그의 소재를 찾아 나섰으나 찾을 수 없었다. 


실종 이틀 만인 6일 오전 11시50분쯤, 윤 선수는 서울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하행선 주차장에 세워진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광장 주차관리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차안에는 맥주캔과 과자봉지가 있었고 윤 선수는 누워있었는데 타다 남은 번개탄이 발견이 됐다. 맥주캔은 6개나 있었지만 윤 선수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고 외상 흔적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자세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전신에 특이할 만한 외상이 없고 혈액과 위 내용물에서 약물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혈중 일산화탄소 헤모글로빈 농도가 82%로 나왔다”며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2011년 윤기원 선수 주검으로 발견
경찰, 남긴 유서 단서로 자살 결론

경찰은 추가로 수사를 진행했고 윤 선수가 사망 전 노트북을 통해 포털 사이트에서 ‘연탄 자살’ ‘번개탄 자살’을 검색한 기록이 있는 점과 사망하기 일주일 전 여자친구에게 이별 통보 문자를 보낸 것 등을 감안해 자살이라 결론짓고 수사를 종결했다.

유족에게 윤 선수의 죽음은 더더욱 갑작스럽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 더구나 자살은 더더욱 납득할 수 없는 사인이었다. 그가 그렇게 발견되기 사흘 전, 그는 부모님께 어버이날 자신의 경기를 관람하러 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또, 이날 아버지를 위해 선물로 와이셔츠를 사 놓기까지 했었다. 윤 선수의 어머니 옥정화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속이 깊은 아이”라고 말했다.


또 주변에는 그를 “분위기 메이커”로 생각하는 동료들이 있을 만큼 그는 밝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국가대표를 꿈꾸며 최선을 다짐하던 그가, 더구나 구단의 기대주였던 그가 갑자기 스스로 생을 마감할 이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가족들은 윤 선수가 특별히 자살을 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윤기원 선수가 자살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자친구와의 이별과 주전경쟁에서 밀린 스트레스라고 추정했지만 가족들의 주장에 의하면 4월 경쯤에 윤 선수가 먼저 여자친구와 거리를 두자고 말을 했었고 이미 4월 말경에 헤어진 상황이었으며 자살을 할 만큼 주전경쟁에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도 않았다는 것이었다. 

“의문 투성이”
조심스런 경찰

보통 자살자들은 죽기 전후에 ‘징후’와 ‘정황’을 남긴다. 자살자가 남긴 유서는 자살이나 타살로 결론짓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윤기원은 자살 징후나 정황이 없었고, 유서도 남기지 않았다. 그의 동료 선수들도 한결같이 “기원이는 자살할 애가 아니다”고 말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경찰이 처음 윤 선수가 인터넷에서 ‘연탄 자살’ ‘번개탄 자살’로 검색했다고 밝힌 시간이 4일 오후 3시20분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중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에는 4일 오전 11시37분으로 바뀌어 있었다. 

윤 선수의 어머니는 “경찰이 처음 노트북에서 ‘자살’을 검색했다는 시간은 고속도로에서 운전 중이던 시간이다. 정확하게는 수원TG(톨게이트)를 통과하기 9분 전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운전자 본인이 노트북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검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우리가 이런 문제를 제기하니까 나중 자료에 노트북 접속 시간이 달라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윤 선수가 서울 만남의 광장에 진입한 날짜와 시간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경찰은 5월4일 오후 11시2분쯤 윤 선수의 차량이 만남의 광장에 도착했고, 11시7분쯤 검은색 비닐봉지를 들고 차량에서 내린 후 8분쯤 지나 다시 차량에 탄 것으로 밝혔다. 

이를 윤 선수가 만남의 광장에서 자살한 중요한 증거로 제시한 것.

윤 선수의 부모는 사건 이후 아들의 마지막 모습이 찍혔다는 CCTV 영상 공개를 강하게 요구했다. 영상 공개가 어렵다면 영상을 캡처해서 인쇄한 것이라도 보여달라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계속해서 공개를 거부했고 나중에는 폐기하기에 이른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지난 2014년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CCTV 영상을 요구하자 경찰은 “당시 CCTV 화질이 증거로 활용하기 애매해 영상을 폐기했다”고 밝혔다. 당초 ‘중요 증거’라고 했던 것과 상반된 얘기를 하고 있는 것. 

서울 만남의 광장 주차장에는 1시간 이상 장기 주차를 금지하는 경고판이 세워져 있고 이를 위반하면 불법 주차 스티커를 붙인다. 하지만 윤 선수의 차에는 스티커가 붙어있지 않았다. 이런 점을 보면 윤 선수의 차량이 만남의 광장에 진입한 날짜와 시간이 불명확하다. 


그런데도 경찰은 왜 CCTV를 통해 윤 선수와 차량을 식별했다고 했을까. 이에 대해 해당 경찰서는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가 현재 근무하지 않아 자세한 답변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선수가 자살했다고 가정했을 때 숙소에서 1시간 이상 떨어진 서울 만남의 광장을 선택한 것도 의문이다. 사람과 차량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고속도로 휴게소를 자살 장소로 삼았다는 게 석연치 않다.

“영상은 어디에”
CCTV 폐기 왜?

윤 선수의 차량이 있던 곳은 사람과 차량이 빈번하게 오가는 곳이었다. 만약 번개탄을 피웠다면 숨을 거두기 전에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의 현장 보존도 문제가 됐다. 변사 사건의 경우 사건이 종결되기 전까지 현장을 보존하는 것이 기본인데 경찰은 사건 현장에 폴리스라인도 치지 않았고 차량을 곧바로 관내 파출소로 옮겼다.

윤 선수의 어머니는 당시 인천 유나이티드 허정무 감독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편지에는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고 오명을 바로 잡도록 진실을 꼭 밝혀 달라”고 당부하는 윤 선수의 어머니 옥정화씨의 간곡한 호소가 담겨 있었다. 옥씨는 편지에서 “ 아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아들에게 베풀어 준 감독님의 사랑을 잊지 않겠다”고 전했다.


윤 선수가 사망한 후 빈소에는 동료 선수가 많이 찾아왔다. 윤 선수의 부모는 이곳에서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윤 선수가 승부 조작 제의를 받았으나, 이를 거절하자 3주 전부터 “죽인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1년 5월 우리나라 K리그 역사상 초유의 사태인 승부조작 사건이 벌어져서 리그자체가 중단돼버리는 상황까지 갔던 엄청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수많은 K리그 선수들이 승부조작으로 형사처벌을 받고 축구협회에서 제명을 당했다.

당시 K리그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선수 중 한 명은 인터뷰에서 “승부조작에 가담을 하면 돈을 줬다”며 “비기는 것도 안되고 무조건 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조폭들은 다섯명 가량의 선수들을 앉혀두고 실수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식의 협박이 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윤 선수의 죽음을 목격했다는 동료 선수가 있다는 말도 들었다. 윤 선수 아버지는 “조폭들이 기원이를 봉고차에 태운 후 번개탄을 피워 차량에서 내려도 죽고 내리지 않아도 죽는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봉고차 밖에서 조폭들이 차 문을 막아섰고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기원이는 가스 질식으로 죽었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유가족 정황상 타살 가능성 제기
승부조작 거부? 조폭 연루 주장

윤 선수의 친구는 “취직자리를 장난스럽게 물어본걸 보니 사망 전에 축구를 그만둘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선수의 친구는 “프로 축구에서 축구를 하고 게임을 늘 뛰고있는 그가 축구선수를 그만들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이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한편 사망 당시 윤 선수를 수사했던 서울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윤 선수의 자살 동기를 조사하기 위해 노트북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계좌 및 통화내역 등을 조회해 봤지만 승부조작과 연루됐을 만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망한 지 5년여가 지났지만 윤 선수의 부모는 ‘자살’을 인정할 수 없다며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 윤 선수의 부모는 행정 정보공개 요청을 통해 경찰이 내놓지 않는 ‘수사 자료’ 등을 받을 생각이다. 만약 경찰에서 공개를 꺼리거나 자료를 주지 않을 경우에는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4년여 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윤 선수의 죽음은 점차 잊히는 듯했다. 지난 2014년 12월 <모두의 가슴에 별이 된 골피커>란 책이 세상에 나왔다. 윤 선수가 세상을 떠난 2011년 5월6일 이후 3년7개월 만이다. 

세상이 외면한 아들의 외로움과 억울함을 달래기 위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그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윤 선수의 어머니 옥정화씨가 쓴 이 책은 멈춰버린 그 시간에 대한 토로다.

언론을 포함한 소통 창구가 막혀버렸다는 생각이 들자 옥정화씨는 어머니의 이름으로 직접 펜을 들었다. 책과 옥정화씨의 증언을 종합하면 윤 선수의 사망은 공식적으로 ‘자살’로 처리됐다. 하지만 윤 선수는 주민등록상에 여전히 살아 있는 사람이다. 

“승부조작 연루”
충격적인 증언

옥정화씨가 사망신고를 하지 않는 이유는 ‘떠나보내지 못해서’라거나 ‘가슴에 살아 있어서’와 같은 일차원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다. “사망 신고를 할 경우 아들의 죽음이 자살로 인정되기 때문”이라는 명확한 논리에 의한 것이기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는 옥정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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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