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사유지 무단점유 진실게임

남의 가게 자리서 ‘배짱영업’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대기업의 갑질 횡포는 지겨울 정도로 많이 접했다. 이번에는 한 기업이 개인 소유의 점포를 마음대로 침범하고 멋대로 개조까지 해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갑작스러게 봉변을 당한 점포소유자는 기업을 상대로 힘든 투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은 ‘법대로 해라’ 라는 말을 남기고 영업을 계속 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상황과 양측 입장을 들어보았다.

2002년 노순자(74)씨는 2005년 준공된 성남시 성남동 ‘니즈몰’ 2개 구좌를 계약한 후 준공과 함께 상가를 취득했다. 최초 분양가는 1구좌당 7339만원이었다. 상가는 복잡하고 많은 이해관계로 인해 장기간 상권이 형성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0년 3월경 ‘니즈몰관리단’에서는 노씨에게 상가 전체를 이랜드그룹에 임대 하겠다며 동의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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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는 니즈몰관리단을 믿을 수 없어 임대에 동의하지 않았다. 임대계약에 반대하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니즈몰관리단은 2010년 10월경 1구좌당 월 임대료는 11만원, 10년간 장기임대계약을 다시 한 번 요구했다.

노씨는 무리한 요구라고 판단해 다시 한 번 이 같은 요구를 거절했다. 그 후 2010년 말 상가를 확인하러 간 노씨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상가 지하에 있는 자신의 점포 자리에 이랜드리테일이 오픈한 ‘애슐리’모란점이 들어서 있었던 것.

황당해진 노씨는 이랜드리테일의 무단점유 영업사실에 항의하며 대책을 요구했지만 ‘법대로 하라’는 답변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이랜드의 배째라식 대응에 노씨는 2011년 3월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건물관리를 맡고 있는 이랜드리테일 등을 상대로 소장을 접수하기에 이른다. 선고는 2012년 10월26일 내려졌다. 재판부(민사5단독 박은영)는 점유 부분을 인도하고 1351만원을 물어주라며 노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와 함께 각 부동산을 인도할 때 까지 월 27만500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노씨는 이 같은 법원 판결에 따라 2012년 11월경 애슐리 모란점이 점유하고 있던 자신의 점포를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건은 끝이 아니었다. 노씨의 점포는 애슐리 모란점 주방과 각종 시설물들에 막혀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에 노씨는 2012년 12월경 내용증명을 통해 이랜드리테일이 무단으로 점유하기 전 상태로의 원상복구를 요구했다.

노씨의 요청에도 이랜드리테일 측은 계속해서 조치를 미뤘다. 이에 노씨는 계속해서 국민신문고, 성남시청, 중원구청 등을 통해 강하게 항의했다.

개인점포에 애슐리 오픈하고 “상권 살렸다”
출입구 막혀 정상적인 영업 못해도 ‘나몰라’

계속된 갈등에 이랜드리테일은 2012년 12월26일 애슐리 모란점을 자진 폐업하기에 이른다. 노순자씨는 애슐리 모란점이 폐쇄되자 자산의 권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시 한 번 이랜드리테일에 자신의 점포를 가로막고 있는 칸막이를 철거해달라며 내용증명을 보냈고, 2013년 4월10일에는 청와대비서실에 대기업으로 인한 상가 미사용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랜드리테일은 이 같은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또 다시 갈등이 고조됐다. 그러던 중 2013년 4월경 이랜드리테일은 담당직원을 통해 1구좌당 5500만원에 상가 매매의향을 물어왔다. 분양가보다 적은 금액에 노씨는 이를 동의하지 않았다. 이어 4월15일에는 이랜드리테일에 칸막이 철거 및 통로확보를 요청하는 세 번째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랜드리테일은 노씨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상식 이하의 방법으로 대응했다. 전용면적만큼 식당 일부를 철거한 후 벽을 쌓은 것이다. 공용부분인 통로는 자신들이 사용하고 대신해 전용부분을 통로로 만들었다.

거듭된 소송
커지는 대립

노씨의 점포 입구는 엉뚱한 곳으로 바뀌고, 상가로서는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두 구좌의 전용면적 각 3749㎡는 돌려줬기 때문에 형식상으로는 법원 판결에 따른 것처럼 보인다. 다만 점유하고 있는 점포들의 공용면적 부분을 자신들에게만 유리하게 활용했다는 점에서 노씨 측은 분노했다.

이에 따라 노씨의 점포로 가기 위해서는 지하 1층 내부의 문을 지난 후 가장 바깥쪽 벽을 따라 폭 1m 가량의 통로 십 수 미터를 지나야만 한다. 점포가 아닌 창고처럼 바뀌어 버린 것.

이랜드리테일은 적절한 조치도 없이 애슐리 영업점을 재개장 하려고 했다. 이에 반발한 노씨는 성남시와 관할 중원구청에 애슐리 영업 허가를 내주지 말 것을 강하게 요청했다.

노 씨는 2015년 8월18일 중원구청과 성남시청 민원게시판을 통해 “이랜드 영업이 재개된다면 모든 사람들이 보더라도 권리행사를 할 수 없는 점포가 되고 만다. 전용면적을 찾기 위해서 2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면서 법원 판결을 받은 상가인데 권리행사를 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면 힘 있는 기업은 살고 소시민은 장사도 못하게 된다”면서 영업을 허가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에 성남시청은 중원구청에 모든 책임을 떠 넘겼다. 또 중원구청은 2013년 4월9일 민원에 대한 답변을 통해 “모란 뉴코아아울렛 지하 1층에 식품접객업소 영업 신청 시, 건축법 등 타 법령 저촉여부를 검토하고 식품위생법에 의한 구비서류및 시설을 갖추었는지 확인하여 규정에 적합할 경우 영업신고 처리할 예정”이라고 모범답안만을 답했을 뿐이다.

원상복구 요구에 “법대로 하라”
치열한 신경전 상반된 주장 펼쳐

현재 노씨는 마포경찰서에 집회신고를 하고 이랜드리테일 본사 앞에서 집회를 진행중이다. 노씨 측은 “빨리 해결하고 싶어 이랜드리테일 측 담당자와 협의해 마무리 하려고 했지만 그것마저도 이랜드리테일에서 핑계를 대며 가격을 낮추고 있다”며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돈을 노리고 행패부리는 사람처럼 대하는 이랜드측의 대응이 매우 불쾌하다”고 말했다.

또 “정말 협의할 생각이 있다면 영업방해, 명예훼손 등으로 소송을 걸지 않았을 것이다. 이대로 나온다면 진짜 법대로 끝까지 가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랜드 측은 노씨와 상반되는 주장을 했다. 회사 관계자는 “건물자체도 구분소유자가 몇백명 몰려있던 것이고 그분들이 투자한 것에서 아무것도 못 건지는 상황이었는데 이랜드가 들어가서 상권을 살렸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노씨의 행위는 거액의 돈을 노린 알박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상식이하의 시위로 20억원 이상 손해를 본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매장에서 생선을 굽기도 하고 피뭍은 옷을입고 장사를 방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측도 빠른시일 내에 해결이 되야 정상적인 영업을 할수 있어 적절한 금액을 제시하고 있지만 노씨 측에서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거액 노리고…
일종의 알박기”

노씨 측은 이 같은 이랜드측의 입장에 대해 “처음부터 분양을 받았기 때문에 알박기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집합건물이라고 개인의 상가에 심하게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용도변경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상가를 완전 폐쇄하여 창고로 만들어 버린 대기업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씨는 “개방이 되고 통로도 확실하게 만들어짐과 동시에 수도 가스를 같이 사용할 수 있게끔 하여 상가로서의 권리행사가 가능하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갑질’ 11개 공기업 어디?


지난 12월 1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기업 불공정행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공정위 시장감시국은 국가공기업 2곳과 지방공기업 11곳의 각종 불공정거래행위를 적발, 총 33억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 등 제재 조치를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EBS는 자사 교재를 수학능력 시험과 연계하는 정부 정책의 결과로 얻은 고3 참고서 시장의 독점력을 이용해 2013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총판 100여곳에 수능과 무관한 교재(초등ㆍ중학ㆍ고교 1~2학년용) 판매를 강제했다. 독립 사업자인 총판은 EBS와 민간 출판사에서 물건을 받아 학교나 서점, 학원 등에 판매한다.

EBS는 수능 비연계 교재의 판매실적에 수능 연계 교재의 최대 5배에 달하는 점수를 배정한 뒤, 총판이 수능 비연계 교재를 많이 팔지 못해 낮은 점수를 받으면 계약을 종료하는 식으로 총판을 압박했다. 실제 EBS는 평가 점수가 낮은 총판을 2013년에 5곳, 2014년에 3곳 퇴출했다. 공정위는 “총판은 수능 연계 교재 판매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EBS 수능 비연계 교재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EBS는 또 총판 별로 판매지역을 설정한 뒤 총판이 다른 지역에 교재를 판매하는 것을 막았다. 이는 총판 간 경쟁을 막아 소비자 이익을 감소시킨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EBS는 2009년에도 비슷한 건으로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공정위는 EBS에 과징금 3억5000만원을 부과했다.

국내 4대 발주기관 중 한 곳으로 지난해 발주 규모가 5조4700억원에 달하는 철도시설공단도 민간 건설사를 상대로 갑의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 조사돼 과징금 7억3200만원을 물게 됐다. 철도시설공단은 2013년 4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수도권고속철도 수서~평택 제4공구 건설공사’등 턴키공사 3건에서 설계 계약을 바꾸면서 추가 비용을 임의로 하향 조정해 시공사 10곳에 총 27억7000만원의 공사대금을 부당 감액했다.

아울러 철도시설공단은 2013년 시공사 68곳을 상대로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간접노무비, 임차료 등 간접비 지급을 발주처에 청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강제로 받아 냈고, 2010~2014년 자사 과실로 부과 받은 과태료 1976만원을 시공사에 전액 떠넘기기도 했다.

국가공기업뿐만 아닌 지방공기업들의 횡포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공기업은 경기도시공사·울산도시공사·경남개발공사·광주도시공사·전북개발공사·전남개발공사·제주개발공사·충남개발공사·경북개발공사 등으로 과징금 총 22억400만원이 처벌됐다. 우선 경기도시공사의 갑질 횡포(과징금 21억800만원 부과)가 가장 컸다.

경기도시공사는 지난 2009년 1월부터 2013년 5월까지 ‘광교신도시 물순환시스템 조성공사’ 등 12건의 턴키·대안공사에서 신규비목 단가를 일부 삭감하는 식으로 공사대금을 후려쳤다. 과징금 9600만원이 처벌된 충남개발공사는 2009년 5월부터 13년 5월 기간 동안 ‘충남도청 신도시 개발사업’ 등 6건의 공사와 관련해 공사대금을 부당하게 떠넘겼다.

광주도시공사와 경북개발공사도 각각 ‘진곡일반산업단지 부지조성공사(2012년)’ ‘세계유교선비문화공원 등 진입도로 개설공사(지난 11월)’ 등에 대한 공사대금 횡포를 저질렀다. 또 광주도시공사·전남개발공사·전북개발공사·제주개발공사의 경우는 발주자 책임사유로 공사·용역을 정지하고도 60일을 초과하는 일수에 대한 지연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아울러 경남개발공사·울산도시공사는 당초 계약상의 대금 지급기한보다 늦게 지급하면서 약정된 지연이자를 떼먹었다. 제주개발공사는 자신이 판매하는 제주삼다수의 제주도내 유통 대리점간 판매구역을 설정하는 등 거래지역 및 거래상대방 제한행위를 일삼았다. 제주개발공사는 대리점이 판매구역을 이탈해 생수를 팔 수 없도록 관련 계약해지를 계약서에 규정하는 등의 횡포로 시정명령이 조치됐다.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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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