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잡는' 신학기 고가 아이템 총정리

100만원도 성에 안차…이제 200만원대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등골브레이커’. 부모님의 등골을 휘게 하다못해 부러뜨릴 만큼 비싼 상품을 일컫는 신조어다. 일부 품목에 한정되던 상품의 종류도 다양하게 늘고 있다. 부모들의 한숨소리도 같이 늘어가는 모양새다.

등골브레이커는 2000년대 후반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등장했다. 등골브레이커의 원조는 고가의 패딩이다. 4년전인 2011년 청소년들 사이에는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지 못하면 또래 무리에 끼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었다.

조르는 아이들
버티는 부모들

문제는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같은 노스페이스 패딩이라도 모델에 따라 25만원에서 70만원까지 다양했다. 학생들 입장에서 저렴한 모델을 살 수 없었다. 학생들이 패딩 모델별로 계급을 나눠 불렀기 때문이다. 당시 25만원에 팔리던 노스페이스 눕시2는 이른바 ‘찌질이’라는 계급을 부여해 조롱거리로 삼았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학생들은 부모에게 고가의 모델을 사달라고 조르는 경우가 많았다. 부모들은 70만원의 패딩이 부담스러울 수 있었지만 자녀들의 기를 죽이기 싫어서, 또는 자녀의 성화에 못 이겨 고가의 모델을 사줬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3년 학생들의 관심이 좀 더 비싼 브랜드 패딩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등골브레이커들의 눈에 꽂힌 브랜드는 ‘캐나다 구스’, ‘몽클레르’였다. 학생들은 이들 브랜드의 앞글자를 따다가 ‘캐몽’이라 불렀다. 가격은 사회 초년생 월급을 웃돌았다. 모델별로 100만원에서 시작해 200만원이 넘는 상품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등골브레이커 리스트 한단계 업그레이드
한달 워급 탈탈 털면 고작 학용품 구입

등골브레이커들을 중심으로 아웃도어 패딩 시장이 성장하면서 다른 브랜드 패딩에도 거품이 꼈다. 당시 블랙야크, K2 등의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고가 패딩 정책을 내세웠다. 비싸면 잘팔리는 기현상에 시장은 매년 전년대비 두 자리 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비약적인 성장은 고스란히 부모들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시민단체가 이같은 문제를 제기하며 노스페이스를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서울YMCA는 학생들 사이에 비뚤어진 계급의식을 부추기고 외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의류를 판매한 혐의로(공정거래법 위반) 노스페이스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YMCA가 당시 노스페이스와 콜럼비아 등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5개사가 판매하는 기능성 아웃도어 제품 23종에 대해 외국 현지 공식 쇼핑몰과 국내 공식 쇼핑몰 상의 사격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판매가격이 최고 89%나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 패딩 열풍은 엉뚱하게(?) 마무리됐다. 고가의 패딩을 입는 사람 자체가 등골브레이커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2013년을 기점으로 고가 패딩 열풍이 가라앉았다. 이에 따라 시장의 성장도 멈췄다. 실제 지난 11월 롯데·신세계백화점의 아웃도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이상 감소했다.
 

롯데백화점은 11월 아웃도어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9.3% 줄었고, 신세계백화점은 아웃도어 매출이 9.1% 하락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11월 아웃도어 매출이 전년보다 2.7%로 하락했다.

청소년이 벌써
비싼 화장품


그러나 등골브레이커들의 관심이 다른 데로 옮겨 갔을 뿐 부모의 부담이 줄지는 않았다. 실제 고가 패딩열풍이 주춤했던 2013년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고가 화장품을 갖기 위해 부모와 마찰을 빚는 경우도 있었다. 학생 때 화장을 하는 것 자체를 이해 못하는 기성세대와 자신을 꾸미기 위해 화장을 하는 자녀 사이에 생기는 갈등이었다.

학생들은 고가의 브랜드를 사용하면 자신의 신분이 상승한다고 생각했다. 화장품의 브랜드에 따라 계급을 나누는 사례까지 생겼다. 수입 명품 브랜드를 사용하면 요정을 뜻하는 ‘엘프’, 국내 고급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면 ‘휴먼’, 국내 저가 브랜드를 하면 ‘오크’로 부르는 것이다. 삐뚤어진 계급론은 어린 청소년으로 하여금 고가 화장품을 구입하게 만들었다. 수입 명품 화장품의 가격은 10만원이 넘는 제품들이 많다. 따라서 같은 브랜드의 화장품 라인을 모두 구매하면 100만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있었다.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고가의 자전거 열풍이 불어 부모에게 부담을 줬다. 발단은 친구들끼리 모여서 자전거를 타는 이른바 ‘떼빙’이었다. 유행에 민감한 청소년에게 공공자전거는 성에 차지 않았다. 반면, 로드 자전거는 가격이 비쌌다. 저렴한 입문용 자전거의 경우도 50만원이 넘기 일쑤였다. 고가의 자전거의 경우는 500만원이 넘는 경우도 많다. 학생들은 또래 사이에서 돋보이려고 본인이 등골브레이커가 됐다.

안 사주면
절도하기도

고가의 자전거를 구입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 않은 것. 실제 자전거를 사달라고 부모를 조르는 경우는 물론 자전거를 훔치는 경우까지 있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자전거 절도 건수는 올 1월 972건에서 3월 1030건으로 1000건을 돌파했으며 올 6월에는 2467건으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 자전거 절도만 8000건을 웃돌고 있다. 문제는 전체 절도의 상당 부분이 청소년 절도라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자전거 절도 피의자의 약 80%가 10대 청소년이었다.

고가의 이어폰이나 헤드폰도 등골브레이커의 관심 품목이다. 주로 연예인들이 착용하고 나온 제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고가의 브랜드 가운데 30~50만원선의 모델들은 흔하다. 또래에서 돋보이고 싶은 경우 백만원을 웃도는 이어폰까지 구매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 음악프로그램에서 많은 가수들이 사용한다는 소문이 난 이어폰의 경우 123만원에 달한다.

결국 시민단체 YMCA는 대형기획사의 굿즈 마케팅에 제동을 걸었다. 신종원 YMCA시민중계실장은 “일부 연예기획사의 아이돌 상품 가격은 스타성이 지닌 가치를 인정한다 해도 너무 비싸다”면서 “시장지배적사업자의 남용금지 중 상품가격을 부당하게 결정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겨울이 무서운 패딩 가격
자전거·이어폰 수백만원

이들은 기획사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상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상품 가격을 멋대로 높게 매기고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적인 제재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통 시장점유율이 높으면 독점적 지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급변하는 시장에서 점유율이 독점적 지위를 판단할 결정적 근거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학용품도 등골브레이커로 꼽히는 제품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31일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컨슈머리서치가 외국계 학용품 브랜드의 홈페이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산 초등학생용 란도셀 가방의 최고가는 69만8000원이었다. 이 브랜드의 가장 저렴한 책가방도 가격이 34만원이다. 벨기에 브랜드인 키플링 가방도 비싼 것은 31만8000원에 달했다. 제일 저렴한 가방도 15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패딩부터 학용품까지 등골브레이커 제품들이 상징소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등골브레이커는 상품의 종류만 바뀔 뿐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행에 민감
내년에 또…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등골브레이커 등의 소비성향을 상징소비로 판단하면서 “상징소비는 지속적인 소비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타인과의 차별화, 후광효과, 청소년의 신소비 문화가 원인이라면 상징소비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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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