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젊은 정치인이 질문을 던진다. 눈은 빛나고 입은 거침없다. 30분으로 예정됐던 인터뷰는 어느덧 1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청년정치가의 뜨거운 피는 식을 줄 몰랐다.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할 때면 그는 앞뒤 재지 않는 스트라이커가 된다.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은 ‘사법시험 존치(이하 사시 존치)’를 주장한다. 국가가 국민의 기회를 뺏으면 안 된다는 평소 소신이 뿌리다. 알면서도 하지 않는 정치판에 분노하다가도 흙수저 얘기에 안타까워한다. ‘청년정치가의 태생적 본능일까’하면 이내 정책을 논하는 위정자로 돌아와 있다. 분명한 것은 사시 존치에 있어서 그는 명백한 소신만을 말한다는 것이다. 인터뷰 다음날, 법무부는 2017년으로 예고됐던 사시 폐지를 4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다음은 오신환 의원과의 일문일답.
- 새정치민주연합 신기남 의원이 아들 졸업시험과 관련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원인은 역시 로스쿨제도라고 보는가.
▲지난 55년간 사시 제도가 진행돼 오면서 과연 이런 상황이 발생한 적 있었는지 묻고 싶다. 전화 한 통이면 ‘자신의 뜻이 관철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로스쿨이 가진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 외압은 당사자가 압력을 느꼈을 때 성립된다.
▲(로스쿨) 원장을 만나고 부원장을 찾아오게 할 정도로 (신 의원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다. 일반 학부모였다면 과연 가능했겠나. 원장이 부탁을 받아들이고 아니고는 차후의 문제다.
- 사시 폐지가 4년 유예됐다. 과거로의 회귀, 로스쿨과 사시의 병행 중 어떤 것이 옳다고 보나.
▲병행이 정답이라 본다. 사시가 폐지되면 계층을 상승시킬 수 있는 하나의 사다리가 없어지게 된다. 로스쿨 하나만 있다면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예를 들어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사람은 법조인이 될 기회 자체를 잃게 된다. 40세를 넘긴 사람도 법조인의 뜻을 가질 수 있는 건데. 때문에 로스쿨 이외에 또 하나의 통로를 열어놔 열린 구조를 만들자는 게 내 생각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행태의 병행을 말하는 것인가. 제시안이 있나?
▲현재 로스쿨제도는 졸업 후 5번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게 제한돼 있다. 내가 제시한 안은 만약 5번 모두 실패했을 때 사시를 선택해 시험을 볼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반대로 사시를 5번 봤으나 통과하지 못했을 때는, 로스쿨로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두자는 것이다. 개인의 삶에 대한 선택을 국가가 통제할 필요가 없다.
- 일각에서는 사시 폐지를 통해 기수문화 등 법조계 오랜 병폐를 뿌리 뽑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해당 주장에 반론을 제기한다면?
▲과거 200∼300명 뽑았을 때는 기수·서열문화가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2000명이 배출되는 법조인 시장에서 그런 문제는 많이 해소됐다고 본다. 오히려 로스쿨만 존재했을 때 같은 계층의 사람들 40∼50명이 모여 공부하며 카르텔을 형성한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양쪽이 열린 구조에서 서로 경쟁한다면, 앞선 문제도 해소되고 국민들 입장에서는 질 좋은 법률적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
로스쿨만 존재? 금수저 카르텔 우려
‘기회 균등’ 만드는 국가적 아젠다
- 병행했을 때 로스쿨·사시 등 출신 성분을 가지고 서로 갈등할 수 있다.
▲7년 동안 로스쿨과 사시가 병행해 왔다. 새로운 것이라고 인식하기 쉬운데, 우리가 안 해 본 제도가 아니다. 이원화된 체제를 어떻게 보완해 나갈지 앞으로 논의해 가면 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시험을 같이 본다거나 연수 제도를 개선하는 등 방법은 많다.
오히려 일부 계층에 있는 사람들이 법조계를 장악한다면 이 대한민국 사회가 더 큰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본다. 그 사람은 편향된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다. 자신과 태생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양쪽이 경쟁하는 병행 구조가 맞다고 본다.
- 사시에 합격하기까지 일반적으로 10년이 소요된다고 한다(대학4년, 사시준비3∼4년, 연수원2년). 기회비용 측면에서 본다면 로스쿨이 나은 것 아니냐는 주장이 가능하다.
▲10년이라는 기간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고시낭인’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 지적 때문에 로스쿨이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에 투자하겠다는데 선택을 차단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고시낭인이라는 말, 나는 과거에도 지금도 동의할 수 없다. 법학이라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이자 토대다. 그 학문을 오랜 시간 공부 했다고 ‘폐인’이 되거나 ‘낭인’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시가 폐지됐을 때 그동안 준비해온 학생들이 느낄 박탈감이 우려스럽다.
- 사시 존치에 정부와 정치권이 소극적이다.
▲답답한 마음이다. 정부는 국회 입법사항이라고 수수방관하는데, 판·검사를 채용하는 한 ‘프로세스’이지 않나. 국민들도 자기 입장을 밝히는데 당사자인 법무부와 대법원이 입장을 밝히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본다. 또한 노무현정부 당시 로스쿨을 도입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의원님들, 법사위 간사를 맡고 있는 전해철 의원을 포함해 소위 말하는 친노 세력들이 관련 상임위를 잡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사시 존치를 반대하는 기류가 형성돼 있다. 그런데 지난번 공청회 때 들어보니 법사위원들 또한 로스쿨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더라. 로스쿨 도입 당시 취지는 100% 이해하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 문제는 기회균등 사회를 만들 수 있냐는 국가적인 ‘아젠다’지 단순히 법조계 문제만은 아니다.
-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이 있다.
▲새누리당 지지자는 관악구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냉정하게 보라. 지난번 보궐선거에서 난 수험생들이 많은 대학동·서림동에서 졌다. 서울 관악구에는 10개 동이 있는데, 난 지난 19대 총선에서 10개 동 모두에서 졌다. 대학동·서림동에서는 더 크게 졌다는 사실만 봐도 포퓰리즘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그 사람들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사시 제도를 들여다보게 됐다. 그런데 보고 또 보고,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이것은 단순히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지금은 내 소신이 이끄는 대로 사시 존치를 얘기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난 새누리당 내에서 꾸준히 청년정치를 해 온 사람이다. 당의 중앙청년위원장도 했었다. 지난 10년 동안 늘 새누리당에 얘기하는 게 있다. 제발 선거 때만 청년 찾지 말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정책을 펴야한다고. 지금 청년의 8∼90%가 로스쿨이 불공정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오신환은 누구?]
▲제7대 서울특별시의회 의원
▲새누리당 중앙청년위원회 위원장
▲제19대 국회의원 (서울 관악구을/새누리당)
▲제19대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새누리당 재능나눔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