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거부자들, 그 후…

“입시 반대” 어떻게 사나 보니

[일요시사 사회팀] 박호민 기자 = 올해도 수능이 끝났다. 청년모임 ‘투명가방끈’에게는 수능일의 의미가 다르다. 대학교육의 문제점을 꼬집고 입시 거부의 목소리를 내는 시간. 대학입시를 거부한 그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2일 대학과 입시를 거부하는 청년 모임 투명가방끈이 대학입시 거부선언을 했다. 2011년에 처음 선언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4회째다. 그동안 사회에 진출한 회원도 있고, 다시 대학으로 돌아간 회원도 있다.

시련의 연속

투명가방끈은 이날 선언식에서 “이 나라의 입시경쟁은 청소년들에게 사람이 아닌 기계의 삶을 강요하고 있다. 우리는 입시경쟁의 줄 세우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선언하며, 기계로 살아갈 것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올해는 수능 한파가 없었지만 투명가방끈에게는 쌀쌀했을 것이다. 매년 선언식을 통해 사회적인 편견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선언식에서의 투명가방끈은 제도권 교육에 대해 투쟁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인터뷰를 통해 만나본 투명가방끈 회원들의 모습은 인간적인 고뇌를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투명가방끈이 수능일마다 사회와 만나 제 목소리를 내는 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제도권 교육을 거부한다는 취지 외에도 다양한 이유로 고졸자가 된 사람들에게 힘을 보태자는 취지다.


지난 2011년 대학거부를 선언한 김서린(29)씨는 “일각에서 투명가방끈이 학생들의 대학 거부를 부추긴다고 말한다”면서 “투명가방끈은 사정에 따라 대학진학을 하지 않은 고졸자들이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학을 거부했던 학생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투명가방끈 회원이든 아니든 고졸자들은 사회적인 편견과 싸워야한다. 이들은 공장이나 텔레마케터 비정규직으로 일을 하는 등 불안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 생계위협이라는 편견이 그들에겐 도전인 셈이다. 우선 고졸을 뽑는 회사가 없어 선택의 폭이 좁다. 따라서 고졸자로 세상에 나왔을 때 상당한 방황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대학거부 선언을 한 함이로(20)씨는 지난 1년동안 질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함 씨는 “최근 한 쇼핑몰에 취업해 전공을 살려 일하고 있다”면서 “저 같은 경우 전공이 있어 취업에 성공했지만 별다른 전공이 없는 인문계 학생들이 대학 거부를 하게 될 경우 사회에 나와 시련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때로는 같은 일을 하고도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한 교육단체에서 일했던 A씨는 고졸이라는 이유로 월급이 차등 지급되기도 했다. 일반 기업이 아닌 교육단체에서의 학력 차별이라 더욱 충격이 컸다는 후문이다.

사회적 편견에 번번이 좌절
대개 비정규직…알바 전전도
견디다 못해 다시 대학으로

김서린씨에게도 지난 4년은 시련 극복의 시간이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던 김씨는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자퇴를 결정하고 투명가방끈에서 대학거부 선언을 했다. 하지만 사회는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김씨는 “전공을 살리려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야 하지만 공무 쪽엔 뜻이 없어 한동안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대학 간판’의 힘은 무시할 수 없었다. 김 씨는 대학교를 중퇴한 사실을 굳이 말하지는 않지만 대학교를 한때 다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대우가 달라지곤 한다고 말했다. 현재 김씨는 환경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다. 김씨는 원래부터 사회와 관련된 단체에서 일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대학간판을 따지지 않은 단체라 비교적 차별을 덜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일반 기업에 취업해야하는 다른 고졸자의 경우 선택의 폭이 많지 않아 막막할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안한 생계를 이유로 투명가방끈 회원을 걱정하기도 했다. 김 씨는 “투명가방끈 회원들에게 대학 교육이 필요하면 당당하게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며 “다양한 이유로 대학을 거부했기 때문에 어떤 선택이든 존중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공현(28) 씨는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교를 다니다 자퇴서를 제출하고 대학거부선언을 한 경우다. 그는 대학교 간판으로 결정되는 사회에 반대했다. 고등학교 때 인권단체에서 활동한 공 씨는 “학교 성적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그런 차별 속에서 나 자신 또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씨는 한 인권단체에 주3회 근무를 하고, 교육 격월간지에서 글을 쓰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정기적인 수입은 100만원 내외. 공씨 역시 고졸로서 겪는 당연한(?) 일들을 겪고 있다. 공공기관에 인권교육을 나갈 때 강연비가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있는 것. 그는 "고졸과 대졸의 사회적인 인식을 대학거부 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며 "누군가 학력을 물었을 때 "고졸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 스스로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후회는 없다

이들에게 대학 거부선언은 인생에 있어 하나의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인터뷰에 응한 투명가방끈 회원들은 생계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굳이 숨기지 않았지만 후회했던 적은 없었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다만 예비 투명가방끈 회원에게 대학 거부로 인한 사회적인 편견과 불안한 생계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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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사건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정치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111일 만이자, 탄핵 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것이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이날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국회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 판단했어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취임한지 2년 후 이뤄진 총선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결과가 피청구인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안 됐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을 남용하는 역사를 재현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도 퇴거해야 한다. 다만, 사저 경호 문제 등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즉시 관저를 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에 청와대 관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대부분 박탈당했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상 최대 15년(10년+5년 연장)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으나, 임기만료 전 퇴임한 경우에는 최대 10년(5년+5년 연장)으로 줄어든다. 전직 대통령 예우 모두 박탈 정치권 ‘장미 대선’ 현실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받았을 대통령 연금 수령 자격도 상실됐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보수연액(월급여의 8.85배)의 95%를 12개월로 나눠 받는다. 올해 윤 전 대통령 연봉은 약 2억6258만원(세전)이고, 이 기준에 따른 매월 연금액은 약 1533만원(연 기준 1억8397만원)이다. 이 밖에 기념사업 지원과 개인 사무실 및 보좌진 지원도 중단됐으며, 사후 국립묘지 안장 대상서도 제외된다. 공직 취임의 기회도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4조 2항은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선고된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형사재판 절차 뿐이다. 형사재판은 탄핵 심판 결과와 별개로 그대로 진행되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첫 정식 공판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상실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을 기준으로 하면 60일째 되는 날은 오는 6월3일이므로 이날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오말육초’(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고, 정확히 60일째인 5월9일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선례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도 60일째 되는 날인 6월3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선 시점이 6월3일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60일째 되는 날에서 가장 가까운 수요일인 5월28일이 조기 대선일로 유력하다는 예상도 나왔다. 어느 날짜에 선거가 치러지든,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변했고, 이제 차기 권력을 향한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 잠룡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정권 재장출의 목표를 두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당선 즉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