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인터넷은행 시대 '빛과 그림자'

어르신들은 모르는 ‘금융 혁신’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예금과 대출 등의 업무를 볼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으로 말이다. 점포가 없어 보다 높은 금리, 낮은 대출금리 등을 기대할 수도 있다. 금융권도 인터넷전문은행을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판단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모두가 들떠 있는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의 명암을 살펴봤다.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을 가리는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지난 1일 금융위원회가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접수를 마감한 결과 경쟁은 카카오 컨소시엄(카카오뱅크), 인터파크 컨소시엄(I-뱅크), KT 컨소시엄(K-뱅크) 등 3파전으로 결정됐다. 12월까지 심사를 거쳐 1곳이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이 된다.
 
미래 먹거리
편의성 강화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은 카카오 컨소시엄의 경우 카카오, 한국투자금융지주, KB국민은행 등 11개 기업이, 인터파크 컨소시엄의 경우 인터파크, SK텔레콤, NHN엔터테인먼트, IBK기업은행, NH투자증권 등 15개 기업이, KT 컨소시엄의 경우 KT, 우리은행, 현대증권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 등 19개로 총 45개 기업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금융업계와 ICT(정보통신기술) 업계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인식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인터넷 전문은행에서 다양한 수익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외국계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의 조영서 파트너는 “인터넷 전문은행에서 다양한 사업모델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은 모바일과 빅데이터에 기반해 구현되고 필연적으로 제휴를 수반하기 때문에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의 주요 구성 주체는 금융기관과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될 전망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인터넷 전문은행을 통해 기존 은행이 제고하는 것보다 향상된 서비스를 통해 경제적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은 신속한 고객기반 구축이 가능하고 비용구조와 상품 판매의 혁신으로 빠른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또, ICT업체 제휴를 통해 고객을 모집하기 때문에 단기간 내 Critical Mass(한계점)에 도달이 가능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계좌 개설을 쉽게 할 수 있다.
 
장소 구애받지 않고 예금·대출 업무
국내 최초…45개 기업 참여해 수주전
 
여기에 제휴 업체의 고객 기반을 활용할 경우 대규모 마케팅 비용이 절감되고 오프라인 지점 운용비용을 절약할 수 잇기 때문에 매력적인 여수신 금리 제공이 가능해 고객 유입이 용이하다. 또 빅데이터와 모바일 기술을 이용해 고객이 처한 상황을 바탕으로 적시에 상품 추천이 가능하고, 이로 인해 판매적중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크게 계좌개설과 이체, 결제, 여신, 수수료사업, 서비스 및 채널 등 6가지 단계에서의 인터넷전문은행의 다양한 사업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계좌 개설 단계에서는 일본 지번은행(Jibun bank)처럼 신분증을 사진으로 찍어 스마트폰으로 전송하거나 통신사 고객 데이터 및 제3자 인증기관을 통한 고객 정보 인증이 가능하다고 조 파트너는 설명했다.
 
고객이 이미 보유중인 계좌로 소액을 송금하면서 인증코드 전송 등 법적 실명 확인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이밖에 정해진 시간 내에 무작위로 요구된 특정 동작을 취한 뒤 본인얼굴과 함께 사진을 전송하거나 실시간 영상 통화를 통해 본인 여부를 확인한다면 지점에 방문하지 않고 비대면 실명 확인을 통해 간편하게 은행 거래를 할 수 있다.
 

아울러 통신사 오프라인 대리점에서 고객 대면을 통해 실명을 확인하거나 인터넷 메신저와 연동된 전화번호 및 가입자 정보를 실명 확인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통신사, 인터넷 메신저 서비스 제공 업체 등과 제휴를 통해 고객 기반을 신속하게 확장할 수 있다.
 
앉아서 한방에
수익의 다각화
 
먼저 비밀번호나 지문인식 등을 통해 본인 인증을 하고 폰북이나 인터넷 메신저를 통한 송금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의 편의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송금 때는 기존 인증 방식 대신 휴대전화 잠금 패턴이나 지문인식, 홍채인식, 안면인식 등 보안성과 편의성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수 있다.
 
트위터 공동창업자인 잭 도시가 설립한 스퀘어(Square)가 제공하는 ‘스퀘어 캐시(Square Cash)’는 상대방의 메일과 전화번호만 입력하고 금액을 넣으면 바로 송금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에 진화된 결제서비스를 도입하면 기존 카드 서비스보다 높은 혜택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수신자 계좌나 전화번호 없이도 상대방 스마트폰에 접촉만 하면 바로 송금이 가능한 ‘BUMP 계좌이체 기반 결제’를 제공할 수 있고 은행은 현금영수증 발급 서비스와 매출 관리 등의 부가 서비스도 제공 가능하다.
 
고객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업주가 있는 매장이면 어디서나 결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가맹점은 별도 단말기 설치 없이 앱에 계좌 및 일부 기본 정보만 등록하면 바로 이용이 가능한데다 고객 결제 금액이 즉시 입금돼 높은 유동성을 제공받을 수 있다. 여기에 기존 카드 대비 낮은 가맹점 수수료 제공도 가능해 이용 고객과 가맹점 모두에게 이익을 제공할 수 있다.
 
검색과 위치정보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니즈에 맞춘 적시 상품추천으로 구매율도 높일 수 있다. 구글 월렛(Google Wallet)은 고객이 구글에서 검색한 이력과 위치 정보를 통해 고객이 인근 매장을 지나갈 때 할인 쿠폰을 전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편리할 수가…”
풀어야할 숙제도 산적
 
이런 방식을 활용해 고객이 자동차를 구입과 이를 위한 대출을 포털을 통해 알아본 뒤 자동차 매장을 방문하면 오토론을 추천해주고, 은행에 가지 않아도 손쉽게 대출을 할 수 있도록 도와 고객의 편의와 은행의 금융상품 판매율을 모두 높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자산과 지출, 투자 현황 등을 수집하고 분류해 고객에게 맞춤형 분석과 조언을 제공하고, 고객의 금융 행태에 맞는 상품을 제공해 상품 판매의 성공률을 높일 수도 있다. 아울러 고객이 전문가 상담을 예약하면 고객이 편한 시간에 365일, 24시간 상담을 제공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모델을 통한 해외 금융시장 개척도 가능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범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표준화된 시스템을 활용해 적은 비용으로 빠른 해외 진출이 가능하고 고객 수용도가 높다. 조 파트너는 “국내에서 테스트베드 기간을 거친 후 해외 금융시장을 개척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의 어두운 점도 존재한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두고 의견대립이 가장 큰 부분은 은산분리 원칙이다. 현행 은행법에 따르면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의 은행자본 소유 가능 지분은 4%(의결권이 없는 경우 10%)까지로 제한돼 있다.
 
은산분리 원칙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산업자본의 소유한도를 기존 9%에서 4%로 낮췄다. 은산분리 원칙은 일반 기업이 은행을 지배할 수 없게 만드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기업이 은행을 사금고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섞이면 기업이 대출을 받을 때 대출 심사가 완화돼 결과적으로 기업에 대한 적절한 대출 기준이 모호해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도 있다.
 
은산분리 원칙
산업자본 침략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두고 산업자본의 은행자본 소유 비율을 늘리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정래 변호사는 현재 재벌의 사금고화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법적 규제가 ICT 기업 등의 참여도 원천적으로 배제한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재벌에 대해서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진출을 불허하되, 그 기준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더욱 완화된 은산분리 원칙을 주장했다. 그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도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최대 50%까지 가질 수 있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한 것. 이는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의 개정안보다 은행 지분을 늘릴 수 있는 산업자본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신동우 의원은 대기업을 제외한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50%까지 가질 수 있도록 하자고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강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김용태 의원 개정안은 기존 금융위 안보다 야당 입장과 더 반대 방향으로 간 것”이라며 “대기업을 포함한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확대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우려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7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에 대해 경제·경영·법학 전문가 85명을 대상으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효과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과도한 결합으로 금융리스크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문가 답변이 23.53%(20명)로 가장 많았다.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것’이라는 응답이 6.47%(14명)로 뒤를 이었다.
 
기획재정부는 금감원과 야당의 절충안을 내놓는 모습이다. 지난 6일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참석해 “기본적으로 ‘은산분리’ 원칙은 견지하면서도 인터넷전문은행 특성에 걸맞는 IT기업 중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지 않는 기업 중심으로 최소한 범위 내에서 지분한도를 넓히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과 관련해 보안문제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전통적인 은행과의 거래는 대면거래를 원칙으로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모든 과정을 비대면으로 하기 때문에 보안문제가 중요하다.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보안과 관련한 불안한 시각이 존재한다.
 
이 같은 배경에서 감독당국이 보안에 무신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금감원이 발표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 대한 평가항목과 배점을 살펴보면, 보안배점은 총 1000점 가운데 100점에 그쳐 보안에 대한 미심쩍은 모습을 보였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비대면으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단 한 번의 해킹 사태로도 대규모 뱅크런(대규모 인출)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어 보안 안전불감증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내 보안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는 금융권을 비롯해 보안에 대한 인식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며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보안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밀어붙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안문제 대두
털리면 뱅크런
 
금감원은 ‘인터넷전문은행업 인가 매뉴얼 초안’을 지난 10일 내놨다. 초안은 보안에 좀 더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금감원은 “전산사고가 발생하거나 개인정보 보호가 취약해 지면 은행의 신뢰도가 더 크게 훼손될 수 있다”며 “온라인 영업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심사 강화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빠져 있어 향후 보안 강화 예방책에 눈길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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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