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별기획> '3박4일' TV프로그램 완전정복

“명절 방콕 이라면 꼭 챙겨보세요∼”

[일요시사 사회팀] 박호민 기자 = 곧 한가위가 시작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연휴기간동안 별다른 계획이 없다면 TV는 여전히 좋은 친구다. <일요시사>와 함께 눈여겨 볼 추석특집 프로그램을 확인해 두자. 지루할 틈이 없을 것이다. 
 
 
올 추석연휴 역시 각 방송사마다 새롭고 참신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대거 편성했다. 또, 곳곳에 흥행했던 영화들을 배치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각 방송사마다 준비한 ‘추석선물’을 확인해 보자.
 
[뭐니 뭐니 해도]
[  가족과 함께  ]
 
추석특집은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이니만큼 ‘가족애’에 대한 특집이 편성됐다. MBC<위대한 유산>은 추석에 맞는 가족 예능이다. <위대한 유산>은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가족에게 소홀해진 연예인들이 부모의 생업을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던 부모의 고충을 이해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험난한 인생을 헤쳐 나가기 위한 결정적인 ‘인생 매뉴얼’을 찾아본다. <위대한 유산>을 물려주기 위한 여정에 부활의 김태원, 에이핑크 보미, 래퍼 산이가 출연한다.
 
<위대한 유산>은 부모가 가족을 책임져온 생업 노하우를 자녀에게 전수하고, 자녀는 어설프더라도 최선을 다해 그 노하우를 이해하려 고군분투하며, 이 과정을 통해 부모와 자녀는 진심으로 소통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그릴 예정이다.
 

케이블 방송 MBN에서는 ‘젊은 치매’라는 파격적인 소재로 가족애를 보여줄 계획이다. 추석 연휴기간 동안 2부작 특집으로 방송되는 MBN 추석 특집 드라마 <엄마니까 괜찮아>는 이제 막 50세에 접어든 성공한 요리연구가 나종희(황신혜)가 치매에 걸리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이야기 한다.
 
황금연휴 리모컨만 있으면 ‘OK’
남녀노소 보고 즐길거리 ‘풍성’
 
엄마의 치매를 계기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유쾌하면서도 때로는 가슴 찡하게 그려낼 예정. 이 드라마는 요즘 40∼50대 중장년층 사이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젊은 치매’에 대해 풀어내면서 쉬쉬하기 바빴던 치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MBN 측은 “노인성 질환으로만 인식되던 치매가 각종 정신, 육체적 스트레스 등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발병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며 “현대인들은 각자 바쁜 일상으로 가족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드라마를 통해 진정한 가족 소통 방법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송은 9월 28일과 29일 저녁 8시30분에 편성됐다.
 
[명절특집 단골]
[ 올해도 음악 ]
 
음악도 명절특집의 단골 소재다. MBC 추석특집 <듀엣 가요제8+>는 국내 최정상 걸그룹 8팀의 대표 멤버들과 일반인이 함께 파트너가 되어 꿈의 듀엣 무대를 만드는 음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기존의 음악프로그램에서 새롭게 진일보한 포맷의 <듀엣가요제 8+>는 앱을 통해 끼와 재능이있는 일반인들이 걸그룹과 함께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듀엣가요제 8+>의 출연진은 씨스타 소유부터 에이핑크 남주, AOA 초아, 시크릿 전효성, 미쓰에이 민, 포미닛 허가윤, 애프터스쿨 리지, 마마무 휘인까지 모두 8인의 멤버다. 국내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최정상급 걸그룹들의 맞대결인 점과 이들이 각자 어떤 일반인 파트너를 만나 어떤 하모니를 선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BS 2TV에서는 대표 아나운서들이 음악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계획이다. <불후의 명곡> 추석특집에 자사 간판 아나운서들이 총출동하기 때문. 이정민, 조우종, 도경완, 한석준, 정다은, 최승돈 등 여섯명의 KBS 아나운서들이 가수들과 듀엣을 선보인다.
 
 
<불후의 명곡>에 아나운서가 가수로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다양한 예능인들이 <불후의 명곡>을 찾았지만 교양 이미지의 아나운서들의 출연은 쉽지 않았던 것. 하지만 제작진은 민족 대명절 추석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볼 수 있도록 아나운서 특집을 기획했다는 후문이다. <불후의 명곡> 아나운서 특집은 26일 오후 6시5분 방송된다.
 
SBS <심폐소생송>도 음악을 주제로 시청자들의 귀를 즐겁게 할 계획이다. <심폐소생송>은 반짝하고 사라지는 가요계의 급류에 휩쓸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곡들을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른바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숨은 명곡을 소생시키는 프로젝트. <심폐소생송> 제작진은 “우리가 놓칠 뻔한 '명곡'이 다시 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 곡을 탄생시킨 뮤지션을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이다”라고 설명했다. MC는 유세윤, 윤종신이 맡았으며, 26일 오후 10시40분 방영예정이다.
 
[청춘들을 위한]
[응원 프로젝트]
 
청년실업 100만명 시대에 맞춰 아픈 청춘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프로그램이 대거 편성됐다. KBS1 청춘응원콘서트 <꿈꾸라 도전하라>는 추석을 맞아 2부작으로 방영된다. 취업준비생 300여 명을 초대해 의미 있는 시간을 나눈 <꿈꾸라 도전하라>는 쇼와 토크, 사연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VCR로 진행되는 색다른 포맷의 교양프로그램이다.
 
 
개그맨 박명수와 방송인 박지윤이 사회를 맡아 찰떡궁합 호흡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멘토 군단이 함께하며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현실적인 조언과 깨알 재미를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청년들을 응원하기 위해 대한민국 대표 톱가수들이 지원사격에 나서 잊을 수 없는 환상의 무대를 선사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꿈을 향해 달리고 있는 이 시대의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인 만큼 1부에서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시작해서 성공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2부에서는 남다른 꿈을 좇아 새로운 일에 뛰어든 청년들의 도전기를 소개해 보는 이들의 공감을 높일 예정이다. 괜찮지 않은 청년들을 위한 괜찮은 쇼 KBS1 청춘응원콘서트 <꿈꾸라 도전하라> 1부는 오는 26일, 2부는 27일 오후 방송될 예정이다.
 
웃음과 감동…참신한 파일럿
각 방송사 ‘본방사수’ 독려
 
MBC도 취업난에 고달픈 청춘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MBC 추석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취업준비생인 20∼30대 잉여 청춘들이 최소 생계비로 20일 간 유럽 전역을 여행하는 리얼 버라이어티다.
 
제작진은 “취업난 등으로 인해 경제활동의 뒤편으로 밀려나 있는 상당수 20∼30대 청춘들은 스스로를 ‘잉여 인간’으로 부르고 있다. 고학력, 고스펙 젊은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결국 스스로는 잠재력 있다고 자부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잉여’로 분류되는 청춘들. 이것이 바로 이 시대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잉여의 새로운 정의”라고 설명했다.
 
이어 “잉여 청춘들은 패배의식에 사로잡히기보다는 언제든 새롭게 도전해 비상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들에게 ‘잉여’는 단순한 루저가 아니라 기회와 도전을 통해 빛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존재의 또 다른 이름인 것”이라며 기획의도를 전했다. 노홍철의 복귀작으로도 눈길을 끌고 있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추석 연휴인 27일 밤 11시15분 방송된다.
 
[쿡방, 복고… ]

[화제의 키워드] 
 
올해 트랜드를 반영한 프로그램도 편성됐다. 쿡방, 복고 등의 콘셉트 프로그램이 추석특집 프로그램 편성표에 이름을 올린 것. SBS에서는 스타들의 가족이 함께 출연해 직접 요리 대결을 펼친다는 기획의도를 갖고 예능 <어머님이 누구니>를 준비했다.
 
 
프로그램 MC는 방송인 전현무와 최현석 셰프로 낙점됐다. 앞서 최현석 셰프는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활약하며 <허세 셰프>로 인기를 끌었다. 게스트로는 로이킴, 후지타 사유리, 추성훈 등이 출연 예정이다.
 
KBS 1TV <세계미(米)식대전>은 쌀 요리를 개발하기 위한 각국 요리사들의 대결을 담은 3부작 프로그램이다.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와 일본, 리소토로 유명한 이탈리아, 쌀 요리가 생소한 스웨덴까지 8개국 요리사들이 쌀을 이용한 한 그릇 요리에 도전한다. 방송은 일요일 오전 10시, 월·화요일 오전 9시40분에 각각 방송한다.
 
복고와 관련해서는 올해 초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요다>에 이어 MBC<어게인>이 또 한번 안방을 찾아간다. 오는 24일 방송되는 <어게인>에서는 1995년과 1996년 방송됐던 <인기가요 베스트 50>의 영광스러운 무대를 재현할 예정이다. 제작진은 당시 MC를 맡았던 김용만, 신은경, 김지수, 김남주 등의 당시 모습도 공개한다. 이들은 <어게인> MC인 김성주, 정형돈, 씨스타 소유의 소개를 받아 등장할 계획이다.
 
<인기가요 베스트 50>에서는 90년대 최고 가수들이 대거 출연한다. 대한민국 가요계 역사 상 최고의 전성기였던 1995년, 1996년. 당시 MBC의 대표 음악프로그램이었던 <인기가요 베스트 50>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가수들의 무대가 펼쳐진다.
 

이번 <어게인>에서는 90년대를 풍미했던 한 댄스그룹이 해체 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이 그룹은 지난해 최고 화제였던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특집에서도 몇 번이나 출연 권유를 받았지만 끝내 거절했었던 그룹이다.
 
[빠질 수 없는] 
[  특선영화  ] 
 
영화는 명절 때마다 집중 편성된다. 올해도 빠지지 않고 인기 영화가 집중 편성돼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KBS1은 최근 <무한도전>에서 이슈가 된 <레옹>을 26일에 편성했다. 요리하는 섹시한 남자가 최근 트랜드인 점을 반영해 셰프 영화 <아메리칸 셰프>가 27일 오후 11시50분 KBS1을 통해 안방 관객을 찾는다.
 
송강호 주연 영화 <관상>은 26일 오전 12시 SBS에서 방영되며, 류승룡 주연 영화 <표적>은 25일 오후 11시 KBS2에 편성됐다. EBS 1TV는 25일 추석 특선 영화 <스타워즈 : 보이지 않는 위험>을 시작으로 27일까지 스타워즈 프리퀄 시리즈 3부작을 편성했다.
 
이외 EBS에서는 <개구쟁이 스머프>, <왕의 남자>까지 총 5편의 추석 특선 영화가 방영된다. 또한 28일과 29일에는 추석 특선 애니메이션 <라푼젤>과 <업> 등이 방송돼 아이들을 위한 방송도 편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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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