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혁신 아이콘' 원희룡 제주지사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국민만 보고 정치해야"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제주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진원지는 바로 지난해 취임한 원희룡 제주지사다. 원 지사가 당선되자 당시 언론들은 제주도민들이 ‘젊은 제주도를 선택했다’고 평했다. 원 지사는 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혁신’과 ‘협치’, ‘비정상의 정상화’ 등을 강조하며 지금까지 도민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신선한 도정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는 원 지사가 몰고 온 혁신바람으로 거센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도에서 태어나 제주도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에 합격하면서 제주를 떠났다. 그 후 원 지사는 사법고시 수석 합격 등으로 전국적인 유명인사가 됐고, 불과 36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정치에 입문한 뒤 내리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난 19대총선에서 돌연 불출마 선언을 하고 정치권을 떠났던 원 지사는 지난해 도지사로 고향 제주에 금의환향했다. 현재 제주도에는 원 지사가 몰고 온 혁신바람으로 거센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과연 원 지사 취임 후 1년 동안 제주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일요시사>가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앞둔 시점에서 원희룡 제주지사를 만나봤다. 다음은 원 지사와의 일문일답.

- 3선 국회의원이시지만 행정은 처음이다. 지난 1년간 제주도정을 이끈 소회를 말씀해 달라.
▲ 보람을 갖고 열심히 일했다. 국회에서는 비판과 대안 제시가 중심이었다면 도지사는 평가를 받는 위치에 있다. 비판도 종종 받고 있는데 몸에 좋은 약이 쓴 법이다. 

- 그동안 얻은 성과 중 도민들에게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 환경단체들은 불만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환경보존과 국내외 자본들의 투자에 대한 큰 틀의 기준을 마련했고, 흐름은 잡았다고 생각한다. 난개발이라든지 원칙 없는 투자유치, 관리사각지대의 카지노, 감귤 과잉생산, 농지투기와 변질, 저가 관광 등도 어느 정도 정상화의 토대가 마련됐다. 미흡한 점도 있지만 도민들이 협조를 잘해줘서 혁신과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 이번 민선 6기 지방자치에서는 남경필 경기지사의 ‘연정’과 원희룡 지사의 ‘협치’가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협치를 통해 지금까지 얻어낸 성과들은 무엇인가? 협치가 필요한 이유는?
▲ 협치는 새로운 정치실험이다. 그동안 관 주도로 일하는 데 익숙했는데 협치를 통해 정책결정과정에서 많은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 감귤 구조조정, 신항개발,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과 같은 프로젝트에서도 민간의 아이디어가 정책결정과정에서 큰 도움이 됐다. 앞으로도 정책결정과정에서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가려 한다. 민과 관이 함께 참여하면서 정책의 완성도가 크게 높아졌다.


협치 통해 도정에 새바람 일으켜
제주, 첨단 스마트도시로 탈바꿈

- 지난해 협치위원회 설치 조례가 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협치가 조직기구 면에서 왜소해진 모양새인데?
▲ 협치조직을 명문화하고 제도화하는 것은 현재 제주실정과 여러 가지 권력관계, 세력관계로 봤을 때 좀 앞서간 부분이 있다. 굳이 상설기구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관련된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고 이미 운영되고 있는 협치조직도 있다. 공무원들의 일하는 방식도 민간참여를 확대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그게 협치의 출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 원 지사와 종종 비교되는 남경필 경기지사가 시행하고 있는 연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벤치마킹할 생각은 없나?
▲ 연정은 정당하고 하는 것이고, 제주의 협치는 제도권으로 들어와 있지 않은 민간 또는 전문가들 집단을 참여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도의회의 경우 이미 견제와 균형의 제도적 권한을 갖고 있어 연정이 꼭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다. 협치는 과거 관료중심의 행정에서 벗어나 민간 전문분야의 노하우 등을 적극 활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포기는 없다.

- 제주도는 관광사업이 특화된 지역이기 때문에 메르스 사태 때 피해가 컸다. 제주경제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관광 외에도 산업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 우선 공항, 크루즈 신항 인프라사업을 정부와 추진 중이다. 이게 본격적으로 구체화되면 제주의 하늘과 바닷길이 크게 넓어지고 경제도 2배 이상 커지게 될 것이다. 제주의 자원과 가치를 활용한 녹색성장 전략도 상당 수준 진행되고 있다. 제주의 바람으로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로 전기자동차를 움직이는 탄소 없는 섬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또 저장된 전력을 가지고 산업과 가정에서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활용하고 응용하는 첨단 스마트도시가 되는 것이다. 제주의 지하에 흐르는 강을 이용한 삼다수와 용암해수의 산업화, 세계 두뇌집단이 모이는 실리콘비치, 다양한 제주의 생물자원을 활용한 바이오제조업과 식품산업, 프리미엄 농업 등도 새롭게 모색하고 있다.

- 요즘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제주도에 갈 돈이면 동남아 여행을 가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강하다. 제주도의 관광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인데 이를 타파할 대책은 없나?
▲ 우선은 친절이다. 제주는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여행 만족도 조사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는데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로 더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또 찾기 쉬운 섬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한 공항과 신항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질적으로도 오래 머무르며 체험하고 먹고 즐기는 건강과 휴양, 레저, 교육 등의 2차적 라이프스타일이 이루어지는 관광을 준비하고 있다.
 

그 다음 제주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셀러브리티 관광이다. 유명인사들이 많이 찾는 스페인의 마요르카, 미국의 마이애미처럼 유명인사들이 오고 관광객이 함께 따라오는 그런 흐름이 만들어지면 다양한 관광의 메리트가 생길 것이다.


- 최근 제주도에 중국자본의 유입이 크게 늘었다. 국민들은 중국자본이 제주도를 잠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은데.
▲ 중국에 수출하는 건 괜찮고 투자받는 건 안 되는 건가? 제주에서 중국자본의 토지소유 면적은 약 0.47%다. 반면 국내기업과 외지인들의 소유 면적은 30% 이상으로 추산된다. 사실상 노른자위는 기업과 외지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우리 제주는 지속가능한 미래가치가 있는 개발을 위주로 투자를 받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청정한 제주자연을 지키고 투자부문 사이에 어느 정도의 균형을 이뤄 미래의 발전에 맞는 투자를 받겠다는 것이다.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똑같이 적용된다.

- 올해 말 제주해군기지가 완공된다. 하지만 강정마을 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제주해군기지가 완공돼도 집회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주민들과의 갈등 해소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생각인가?
▲ 크루즈터미널 등 관광미항 기능을 위한 후속공사도 최근 재개됐다. 사법처리 된 강정주민들에 대한 사면도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완공 이전에 해야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상처 받은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명예회복이라든지 마을공동체의 회복, 주민들이 원하는 지역발전사업을 비롯해서 주민입장을 최대한 수용하는 방향으로 중재하고 노력을 할 예정이다.

- 최근 여권인사로는 특이하게 5·24제재조치의 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남북대치국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주의가 더 잘 통했다는 평가가 많은데.
▲ 일단 최근 사태에 대해 대통령의 강단 있는 대처가 통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런데 결국은 남북교류협력이 목적이다. 북한의 도발 때마다 모든 관계를 동결시키게 된다면 교류나 통일은 더 험난해질 수 있다. 안보는 안보대로 하고, 한반도 평화와 민족적인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추진할 것은 입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기 대권도전설 부인 "도정에 올인"
5·24조치 해제 "소신 변하지 않아"

- 얼마 전 돌고래호 사고로 또 다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세월호 참사 후에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제주도는 해양사고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은 지역이다. 어떤 해양안전대책들을 시행하고 있나? 개선해야 할 점은 없나?
▲ 제주는 우리 바다의 4분의1을 관할한다. 선박안전을 위해 전자장비와 소화설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10곳을 낚시 통제구역으로 지정해서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낚시객 안전을 위해 영업시간과 운항횟수 제한 등의 조치도 하고 있는데, 기상이나 선박상황에 따라 운항통제를 보다 강화하고 안전불감증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도 필요하다.

- 한때 새누리당의 개혁을 이끌었던 소장파셨다. 하지만 현재 새누리당엔 청와대에 할 말을 하는 소장파가 사실상 실종된 모양새다. 어떻게 생각하나?
▲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하다. 국민들 눈치만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다른 눈치 보지 말고 할 말은 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신인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정당이든 정부든 권력의 집중이 합리적으로 분산되는 구조부터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 원 지사께서는 손사래를 치시지만 언론에서는 지사님을 유력한 대권주자로 분류한다. 만약 대권을 잡는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 말이 말을 낳는다. 분명한 것은 내후년 대선에 도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 대선에 임하는 분들에게 바라는 점은 있다. 국가의 생존과 번영만을 생각해야 하고, 일과 소통이 합쳐진 제대로 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지금 제주가 큰 변화의 전기를 맞고 있다. 해마다 1만명 넘는 인구가 늘어나고, 제주에서 1달 살기, 1년 살기가 유행이다. 그만큼 제주가 기회의 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제주의 가치와 역동성이 대한민국을 변화시키는 역동성이 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mi737@ilyosisa.co.kr> 

 

[원희룡 지사 프로필]

▲ 제34회 사법시험 합격
▲ 부산지방검찰청 검사
▲ 16~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 한나라당 최고위원
▲ 한나라당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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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