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혁신 아이콘' 원희룡 제주지사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국민만 보고 정치해야"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제주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진원지는 바로 지난해 취임한 원희룡 제주지사다. 원 지사가 당선되자 당시 언론들은 제주도민들이 ‘젊은 제주도를 선택했다’고 평했다. 원 지사는 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혁신’과 ‘협치’, ‘비정상의 정상화’ 등을 강조하며 지금까지 도민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신선한 도정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는 원 지사가 몰고 온 혁신바람으로 거센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도에서 태어나 제주도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에 합격하면서 제주를 떠났다. 그 후 원 지사는 사법고시 수석 합격 등으로 전국적인 유명인사가 됐고, 불과 36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정치에 입문한 뒤 내리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난 19대총선에서 돌연 불출마 선언을 하고 정치권을 떠났던 원 지사는 지난해 도지사로 고향 제주에 금의환향했다. 현재 제주도에는 원 지사가 몰고 온 혁신바람으로 거센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과연 원 지사 취임 후 1년 동안 제주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일요시사>가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앞둔 시점에서 원희룡 제주지사를 만나봤다. 다음은 원 지사와의 일문일답.

- 3선 국회의원이시지만 행정은 처음이다. 지난 1년간 제주도정을 이끈 소회를 말씀해 달라.
▲ 보람을 갖고 열심히 일했다. 국회에서는 비판과 대안 제시가 중심이었다면 도지사는 평가를 받는 위치에 있다. 비판도 종종 받고 있는데 몸에 좋은 약이 쓴 법이다. 

- 그동안 얻은 성과 중 도민들에게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 환경단체들은 불만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환경보존과 국내외 자본들의 투자에 대한 큰 틀의 기준을 마련했고, 흐름은 잡았다고 생각한다. 난개발이라든지 원칙 없는 투자유치, 관리사각지대의 카지노, 감귤 과잉생산, 농지투기와 변질, 저가 관광 등도 어느 정도 정상화의 토대가 마련됐다. 미흡한 점도 있지만 도민들이 협조를 잘해줘서 혁신과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 이번 민선 6기 지방자치에서는 남경필 경기지사의 ‘연정’과 원희룡 지사의 ‘협치’가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협치를 통해 지금까지 얻어낸 성과들은 무엇인가? 협치가 필요한 이유는?
▲ 협치는 새로운 정치실험이다. 그동안 관 주도로 일하는 데 익숙했는데 협치를 통해 정책결정과정에서 많은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 감귤 구조조정, 신항개발,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과 같은 프로젝트에서도 민간의 아이디어가 정책결정과정에서 큰 도움이 됐다. 앞으로도 정책결정과정에서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가려 한다. 민과 관이 함께 참여하면서 정책의 완성도가 크게 높아졌다.


협치 통해 도정에 새바람 일으켜
제주, 첨단 스마트도시로 탈바꿈

- 지난해 협치위원회 설치 조례가 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협치가 조직기구 면에서 왜소해진 모양새인데?
▲ 협치조직을 명문화하고 제도화하는 것은 현재 제주실정과 여러 가지 권력관계, 세력관계로 봤을 때 좀 앞서간 부분이 있다. 굳이 상설기구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관련된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고 이미 운영되고 있는 협치조직도 있다. 공무원들의 일하는 방식도 민간참여를 확대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그게 협치의 출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 원 지사와 종종 비교되는 남경필 경기지사가 시행하고 있는 연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벤치마킹할 생각은 없나?
▲ 연정은 정당하고 하는 것이고, 제주의 협치는 제도권으로 들어와 있지 않은 민간 또는 전문가들 집단을 참여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도의회의 경우 이미 견제와 균형의 제도적 권한을 갖고 있어 연정이 꼭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다. 협치는 과거 관료중심의 행정에서 벗어나 민간 전문분야의 노하우 등을 적극 활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포기는 없다.

- 제주도는 관광사업이 특화된 지역이기 때문에 메르스 사태 때 피해가 컸다. 제주경제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관광 외에도 산업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 우선 공항, 크루즈 신항 인프라사업을 정부와 추진 중이다. 이게 본격적으로 구체화되면 제주의 하늘과 바닷길이 크게 넓어지고 경제도 2배 이상 커지게 될 것이다. 제주의 자원과 가치를 활용한 녹색성장 전략도 상당 수준 진행되고 있다. 제주의 바람으로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로 전기자동차를 움직이는 탄소 없는 섬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또 저장된 전력을 가지고 산업과 가정에서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활용하고 응용하는 첨단 스마트도시가 되는 것이다. 제주의 지하에 흐르는 강을 이용한 삼다수와 용암해수의 산업화, 세계 두뇌집단이 모이는 실리콘비치, 다양한 제주의 생물자원을 활용한 바이오제조업과 식품산업, 프리미엄 농업 등도 새롭게 모색하고 있다.

- 요즘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제주도에 갈 돈이면 동남아 여행을 가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강하다. 제주도의 관광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인데 이를 타파할 대책은 없나?
▲ 우선은 친절이다. 제주는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여행 만족도 조사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는데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로 더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또 찾기 쉬운 섬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한 공항과 신항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질적으로도 오래 머무르며 체험하고 먹고 즐기는 건강과 휴양, 레저, 교육 등의 2차적 라이프스타일이 이루어지는 관광을 준비하고 있다.
 

그 다음 제주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셀러브리티 관광이다. 유명인사들이 많이 찾는 스페인의 마요르카, 미국의 마이애미처럼 유명인사들이 오고 관광객이 함께 따라오는 그런 흐름이 만들어지면 다양한 관광의 메리트가 생길 것이다.


- 최근 제주도에 중국자본의 유입이 크게 늘었다. 국민들은 중국자본이 제주도를 잠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은데.
▲ 중국에 수출하는 건 괜찮고 투자받는 건 안 되는 건가? 제주에서 중국자본의 토지소유 면적은 약 0.47%다. 반면 국내기업과 외지인들의 소유 면적은 30% 이상으로 추산된다. 사실상 노른자위는 기업과 외지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우리 제주는 지속가능한 미래가치가 있는 개발을 위주로 투자를 받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청정한 제주자연을 지키고 투자부문 사이에 어느 정도의 균형을 이뤄 미래의 발전에 맞는 투자를 받겠다는 것이다.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똑같이 적용된다.

- 올해 말 제주해군기지가 완공된다. 하지만 강정마을 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제주해군기지가 완공돼도 집회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주민들과의 갈등 해소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생각인가?
▲ 크루즈터미널 등 관광미항 기능을 위한 후속공사도 최근 재개됐다. 사법처리 된 강정주민들에 대한 사면도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완공 이전에 해야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상처 받은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명예회복이라든지 마을공동체의 회복, 주민들이 원하는 지역발전사업을 비롯해서 주민입장을 최대한 수용하는 방향으로 중재하고 노력을 할 예정이다.

- 최근 여권인사로는 특이하게 5·24제재조치의 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남북대치국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주의가 더 잘 통했다는 평가가 많은데.
▲ 일단 최근 사태에 대해 대통령의 강단 있는 대처가 통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런데 결국은 남북교류협력이 목적이다. 북한의 도발 때마다 모든 관계를 동결시키게 된다면 교류나 통일은 더 험난해질 수 있다. 안보는 안보대로 하고, 한반도 평화와 민족적인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추진할 것은 입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기 대권도전설 부인 "도정에 올인"
5·24조치 해제 "소신 변하지 않아"

- 얼마 전 돌고래호 사고로 또 다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세월호 참사 후에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제주도는 해양사고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은 지역이다. 어떤 해양안전대책들을 시행하고 있나? 개선해야 할 점은 없나?
▲ 제주는 우리 바다의 4분의1을 관할한다. 선박안전을 위해 전자장비와 소화설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10곳을 낚시 통제구역으로 지정해서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낚시객 안전을 위해 영업시간과 운항횟수 제한 등의 조치도 하고 있는데, 기상이나 선박상황에 따라 운항통제를 보다 강화하고 안전불감증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도 필요하다.

- 한때 새누리당의 개혁을 이끌었던 소장파셨다. 하지만 현재 새누리당엔 청와대에 할 말을 하는 소장파가 사실상 실종된 모양새다. 어떻게 생각하나?
▲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하다. 국민들 눈치만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다른 눈치 보지 말고 할 말은 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신인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정당이든 정부든 권력의 집중이 합리적으로 분산되는 구조부터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 원 지사께서는 손사래를 치시지만 언론에서는 지사님을 유력한 대권주자로 분류한다. 만약 대권을 잡는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 말이 말을 낳는다. 분명한 것은 내후년 대선에 도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 대선에 임하는 분들에게 바라는 점은 있다. 국가의 생존과 번영만을 생각해야 하고, 일과 소통이 합쳐진 제대로 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지금 제주가 큰 변화의 전기를 맞고 있다. 해마다 1만명 넘는 인구가 늘어나고, 제주에서 1달 살기, 1년 살기가 유행이다. 그만큼 제주가 기회의 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제주의 가치와 역동성이 대한민국을 변화시키는 역동성이 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mi737@ilyosisa.co.kr> 

 

[원희룡 지사 프로필]

▲ 제34회 사법시험 합격
▲ 부산지방검찰청 검사
▲ 16~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 한나라당 최고위원
▲ 한나라당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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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