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때 아닌 홍보전쟁 내막

염불은 뒷전 잿밥에만 눈독 “뭡니까?”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2015년도 ‘정부업무평가 시행계획’에 따르면 기관평가 100점 만점 가운데 정책홍보 부문에 20점이 배점됐다. 지난해에는 5점 내외였지만 대폭 상승해 국정과제 50점 다음으로 배점이 높아진 셈이다. 그러면서 각 기관이 홍보점수 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별 의미 없는 점수 따기식 홍보만 늘고 있어 정작 본업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염불에는 맘이 없고 잿밥에만 신경 쓰는 관가의 홍보전쟁 내막을 <일요시사>가 취재했다. 

 
최근 정부부처 평가항목 중 홍보배점이 기존 5점에서 20점으로 조정되면서 각 부처가 홍보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홍보배점 조정은 정부정책을 효율적으로 알려 국민들에게 정부정책을 이해시키고자하는 취지이지만 정책보다는 홍보가 주가 되면서 주객이 전도되는 모양새다.

홍보 배점 상향
 
정부는 정부정책 홍보에 역점을 두면서 지난해 주요 평가대상이었던 규제개혁 분야는 25점에서 20점으로, 정상화과제는 25점에서 10점으로 각각 배점을 낮췄다. 정책홍보를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엿보인다.
 
정책홍보 평가항목을 살펴보면 ▲방송·신문·보도성과(23점) ▲기관장 홍보활동(23점) ▲온라인 홍보활동(20점) ▲국정홍보과제 홍보기획 실적(10점) ▲부처간 홍보협업실적(13점) ▲언론 오보대응실적(7점) ▲국정홍보과제 홍보결과(15점) 등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민간합동 정책홍보 평가지원단’이 각 부처의 정책 홍보활동 및 성과에 대해 정량·정성평가 한다.
 
기관평가 홍보배점이 높아지면서 각 부처는 정책홍보에 힘을 쏟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UCC, 뮤직비디오 등을 제작하면서 부처 알리기에 나섰고, 고용노동부는 서울 등 8개 권역별 전담팀(TF)을 구성해 지역별 청년고용정책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기관장 홍보활동’이 높은 배점을 차지하다 보니 각 부처 장·차관 등이 언론에 적극적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난달 24일 국방부는 백승주 국방부차관을 통해 탄저균 배달사고와 관련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브리핑이 끝나자 국방부는 기자들의 기사에 백 차관의 이름이 거론됐는지 여부를 일일이 확인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최근 전국 14개 대학 학생 등이 안보현장을 견학한 뒤 국방부 고위관계자와 안보 대화를 나누는 행사에 기자들의 참석이 저조할 것으로 보고 현장 참석 SOS를 쳤다고 한다. 기자들이 참석해야 홍보 점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청와대, 각 부처 ‘홍보점수’ 직접 점검
사실상 ‘기사 대응’ ‘기관장 홍보’ 강조
 
이 같은 현상은 지난달 21일 열린 국무회의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구두로 2분기 ‘각 부처 홍보 결과’를 보고했고, 이 보고에는 문체부가 대변인협의회를 통해 매달 평가한 각 부처의 2분기(4~6월) 종합성적에 대한 평가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보고는 김종덕 문체부장관이 지난 4월 열린 대변인협의회에서 “앞으로 분기별로 대통령이 각 부처의 홍보사항을 점검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 첫 보고다.
 
국방부는 전체 22개 부서 중 19위(6월), 21위(5월)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6월 순위가 소폭 상승한 건 보훈의 달과 관련한 보도가 늘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월부터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문체부 개최 대변인협의회에서 각 부처의 홍보성적을 집계해 순위를 매겨 개별적으로 통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각 부처는 홍보활동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앞서 지난해 안전행정부에서 세 부처로 쪼개진 행정자치부, 인사혁신처, 국민안전처는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달성한 성과를 발표하기에 급급했다. 그런데 자화자찬식 생색내기용 홍보가 대부분이어서 ‘혁신’을 기치로 내건 정책과제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다. 성과를 낸 정책과 제도도 적지 않지만 홍보에 방점을 찍은 설익은 정책이 더 많다는 지적이다. 

질 보다 양
 
앞으로 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분기별로 각 부처의 홍보성적을 일일이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책홍보 평가항목 중 가장 높은 배점을 차지하는 부분은 ‘방송·신문·보도성과(23점)’ ‘기관장 홍보활동(23점)’이다. 진정한 홍보의 목적이라기보다는 ‘기사 대응’ ‘기관장 홍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부 정부부처 관계자들은 ‘일반행정부처’ ‘경제부처’ 등 부처마다 특성이 다른 상황에서 획일화된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부처 특성을 배제하고 홍보점수를 따기 위해 굳이 홍보하지 않아도 될 내용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홍보평가 강화가 자칫 부처 간 장벽과 소통 불능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소통은 온 데 간 데 없고 각 부처 ‘줄 세우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진짜 필요한 홍보는?
새 우편번호 시행에 갸우뚱
 
지난 1일부터 새 우편번호 제도가 시행됐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새 우편번호는 광역단체와 기초단체, 도로명 주소에 대한 일련번호 순서대로 구성된다. 경기도의 경우 맨 앞자리가 1, 인천광역시는 2로 시작한다.
 
도로명 주소 체계를 시행하면서 우편번호도 그에 맞게 바꾼 것으로, 자릿수가 줄어 더 쉽게 인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우정사업본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17년간의 준비 끝에 시행 시기도 2년이나 늦춰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된 도로명 주소조차도 아직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편번호까지 바뀌면서 시민들의 혼란은 극에 달하고 있다.
 
우편번호 개편은 행정자치부에서 추진하는 국가기초구역제도 도입에 따라 시행된 것이다.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도로명 주소와 연동해 주소의 위치정보를 정확히 안내할 수 있도록 우편번호 체계의 개편 필요성에 의해 시행됐다. 새 우편번호 제도는 국토를 읍·면·동의 면적보다 작게 나눠 일정한 경계를 정해 번호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우편, 통계, 학교, 소방 등 각종 구역의 기본단위로 활용할 수 있고 우편물을 신속·정확하게 배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사전에 새 정책을 알리고 이해시키는 충분한 기간 없이 제도를 밀어붙여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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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