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히트브랜드 제조기' 손혜원 새정치연합 홍보위원장

"새정치연합을 히트브랜드로 만들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 달라지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지난 7월 취임한 손혜원 홍보위원장이다. 손 위원장은 취임 후 2주 만에 셀프디스 캠페인이란 독특한 아이디어로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데 성공했다. 참이슬부터 트롬, 힐스테이트까지 ‘히트브랜드 제조기’로 유명한 손 위원장이 이번엔 새정치연합을 히트브랜드로 탈바꿈 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광고 카피로 유명한 조동원 전 홍보본부장을 영입한 후 새누리당은 선거마다 연전연승했다. 그래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당대표로 취임하자마자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제2의 조동원’ 찾기에 골몰했다.

그런 문 대표가 심혈을 기울여 영입한 인사가 바로 손혜원 홍보위원장이다. 손 위원장은 참이슬부터 트롬, 힐스테이트 등을 만든 히트브랜드 제조기로 유명한 인물이다. 손 위원장이 취임 후 2주 만에 실시한 셀프디스 캠페인은 관련기사만 수백 개가 쏟아져 나왔을 정도로 화제가 됐다.

비록 셀프디스가 아닌 자화자찬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선거마다 연전연패하며 활력을 잃은 새정치연합에 무플이 아니라 악플이라도 나오고 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과연 손 위원장은 새정치연합을 히트브랜드로 탈바꿈 시킬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손 위원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손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손 위원장께서는 ‘트롬’ ‘참이슬’과 같은 걸출한 브랜드를 만든 홍보분야의 스타다. 새정치연합 홍보위원장 자리를 수락한 이유는 무엇인가?
▲ 홍보위원장 자리를 제의 받고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주변에서 만류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멋있는 야당을 만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아 수락했다. 새정치연합이 멋있는 야당이 된다면 우리 국민 전체에게 좋은 일이 아닌가? 저는 새정치연합을 히트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 손 위원장과 종종 비교되는 조동원 전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의 경우에는 지금도 경기도 홍보위원장으로 일하며 아예 정치권에 입문한 모양새다. 손 위원장께서도 정치에 대한 생각이 있나?
▲ 정치에 관한 욕심은 전혀 없다. 일단은 내년 총선까지 새정치연합을 책임지는 것이 목표다. 차기 대선까지 일할 수도 있지만 아예 정치에 입문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 새정치연합이 그동안 선거마다 연전연패했는데 홍보 문제 때문이었다고 생각하나?
▲ 홍보 문제가 없진 않았겠으나, 홍보 문제만으로 졌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홍보는 맨땅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에서 표출되어 나오는 것이다.

- 새정치연합 홍보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고쳐주고 싶은 것은?
▲ 고칠 것이 너무 많다. 하지만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제가 회사에 있을 때는 브랜드 하나를 만드는 데 평균 6개월 이상 일을 했다. 게다가 제가 정치를 잘 모르니까 현수막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도 너무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그래도 당이 설득해야 하는 사람들은 안다. 총선을 바라보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하고 있는 중이다.

- 일각에선 새정치연합이 손 위원장을 영입한 것에 대해 당의 내부 혁신은 지지부진한데 껍데기만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 제가 하는 일이 껍데기만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브랜드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오래 가려면 절대로 껍데기만 바꿔서는 안 된다. 속을 뜯어 고쳐서 체질을 개선하고 근육을 늘리는 일을 해야 된다. 여기서는 제가 그 역할까지 할 수 없어 답답한 부분은 있지만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꾸역꾸역 해가고 있다.

- 새정치연합 홍보위원장으로 취임한 지 어느새 한 달이 넘었다. 아무리 홍보를 잘해도 제품이 안 좋으면 안 팔린다. 한 달 동안 내부에서 지켜본 새정치연합은 어땠나? 희망이 보이던가?
▲ 밖에서 새정치연합을 볼 땐 당내 갈등도 심각하고, 새정치연합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차가워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당에 들어와 보니 국회의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면면이 매우 뛰어났다. 나는 거기서 굉장히 큰 희망을 봤다. 그런 분들에게 초점을 맞춰 가능성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 새누리당 조동원 전 홍보기획본부장의 대항마 격으로 영입됐다. 아무래도 조 전 본부장과 계속 비교될 수밖에 없다. 조 전 본부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 사실 조 전 본부장과 비교되는 것이 너무 지겹다. 언론들이 라이벌구도를 만들어서 자꾸 비교를 한다. 하지만 제가 하는 일과 그분이 하는 일은 너무 다르다. 비교 자체가 어렵고 제가 그분을 평가할 수도 없다.
 

- 정치권에선 조 전 본부장을 매우 성공적인 사례로 꼽는데 벤치마킹할 부분은 없나?
▲ 전혀 없다. 성공적인 사례라고 평가되는 것은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이겼으니까 결과적으로 성공사례라고 하는 것이다. 홍보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그분이 그렇게 감동적인 홍보를 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홍보 자체에는 그렇게 벤치마킹할 부분은 없는 것 같다.

"현재 당명으로는 총선 전쟁 치러봐야 실패"
"홍보 성공 위해서는 당 경쟁력부터 키워야"


- 손 위원장의 활동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셀프 디스 캠페인이다. 그런데 과연 셀프 디스인지 자화자찬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있었다.
▲ 사실 자화자찬이 맞다. 셀프 디스의 목표는 자기반성을 하면서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자는 것이었다.

- 셀프 디스는 자기 자신을 적나라하게 비판할수록 더 큰 호응을 얻는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의 셀프 디스를 지켜보면 자신을 진짜 비판할 용기가 없거나, 국민들이 왜 자신들을 비판하는지 모르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사람들은 자꾸 자극적인 것만 원하는데 저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셀프 디스는 가십거리나 유머로 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단점을 나열하는 것으로만 끝나선 안 된다. 제가 이런 단점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소 자화자찬으로 느끼신 것 같다.

셀프 디스는 제가 튀려고 생각해낸 것도 아니고, 우리 당의 모든 사람들을 무릎 꿇리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분들도 셀프 디스로 이름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이용득 최고위원 같은 경우도 셀프 디스 덕분에 이미지가 많이 좋아졌다. 저는 우리 당 130명 의원들에 대한 셀프 디스를 전부 다 할 계획이다.

- 손 위원장께서 주도해 만든 새정치연합 홍보 현수막도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는 정말 나쁜 짓’이라고 비판하던데.
▲ 현수막에 “아버지 봉급 깎아 저를 채용한다고요?”라며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을 비판하는 내용을 실었다. 새누리당이 노동개혁을 추진하면서 애매모호하게 대중을 호도하는 부분들이 있다. 나이 많은 분들의 임금을 깎아서 청년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사기다. 그렇게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노동개혁을 하면 안 된다. 그래서 짧고 간결한 문구로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하려는 노동개혁의 실체가 무엇인지 지적한 것이다.  

-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홍보캠페인은 또 무엇이 있나?
▲ 그건 아직 말씀드릴 수 없다. 하지만 정말 끝도 없이 많은 홍보캠페인을 이어 나갈 것이다.

- 최근 새정치연합이 당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홍보위원장이신만큼 당명 변경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텐데 당명을 변경함에 있어서 기본원칙이 있다면?
▲ 사실 제가 당명을 바꾸는 과정에서 별 권한이 없다. 옆에서 조언하는 역할 정도를 할 것 같다. 아직 어떤 원칙도 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당명은 분명히 짧아질 것이다. 지난번 당명을 변경할 때는 ‘민주’라는 단어를 넣느냐 빼느냐 하는 문제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새로운 당명에 ‘민주’라는 단어를 넣을지 안 넣을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 2000년 이후 새정치연합이 당명을 7번이나 바꿨다. 홍보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제품명을 너무 자주 바꾸는 것은 제품의 신뢰도에 문제가 생기는 일 아닌가?
▲ 사실 우리 당이 이름을 그렇게 자주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많이 놀랐다. 제품명을 너무 자주 바꾸는 것은 당연히 안 좋다. 하지만 현재 당명은 너무 많은 분들이 문제가 있다고 하시니까 바꾸기로 결정을 한 것이다. 현재 당명으로는 총선이라는 전쟁을 치룰 수 없다는 결론이다.

- 당명 변경은 언제쯤으로 예상하나? 너무 빨리하면 총선까지 효과가 지속되기 어렵고, 너무 늦게 하면 당명에 대한 홍보를 제대로 못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 일반적으로 제품명을 바꿀 때는 무조건 소비자 중심이다. 소비자들의 움직임을 주시해서 결정해야 한다. 또 경쟁자의 동향도 중요하다. 아직까지 선거를 치러본 적이 없어 언제라고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저도 민심을 주시하며 당명 변경 시기를 결정할 것이다.

- 최근 박지원 의원이 손 위원장을 ‘문빠’(문재인을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뜻하는 속어)라고 해서 논란이 됐다. 박 의원이 왜 그런 발언을 했다고 보나?
▲ 본인이 좋은 뜻에서 말한 것이라고 하시니 저도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그 문제는 덮었다. 자꾸 우리 당내에 친노가 있다고 하는데 저는 친노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다. 돌아가신 분하고 누가 그렇게 친한지. 저는 우리 당에 무슨 계파가 있고 라인이 있는지 알고 싶지도 않고, 알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민심만 살피기도 바쁜데 그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 박지원 의원이 언급한 손 위원장의 7000만원짜리 손목시계도 화제가 됐다. 일반 서민들이 보기에는 아무래도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 거기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변명하고 싶지도 않다.

- 반면 조동원 전 위원장은 백팩 메고 버스·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종의 퍼포먼스라고 볼 수도 있다. 당의 홍보를 총괄하는 중요한 직책을 맡으신 만큼 본인부터 변화가 필요한 것 아닌가?
▲ 그분은 원래 재산이 별로 없다. 저는 그런 퍼포먼스에 관심이 없다. 제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봐야 되는데 사람들이 자꾸 제 손가락만 보려고 한다. 제가 주목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자꾸 언론들이 저한테 관심을 가지셔서 불편하고 부담스럽다.

제가 SNS에 쓰는 글까지 매일 기사화가 되더라. 이제 인터뷰도 더 이상 안 할 거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제가 우리 당 국회의원들에게 말했다. 언론들이 이렇게 기사거리에 목말라 하는데 여러분도 기사화 될 수 있고 화제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이제 우리 당 국회의원들의 행보에 언론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 아무리 홍보를 잘해도 제품 경쟁력이 없으면 망한다. 마찬가지로 새정치연합을 좋은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서는 손 위원장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새정치연합 소속 정치인들의 노력도 중요하다. 새정치연합 정치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 우리 당에 들어와서 보니까 이분법적 생각이 너무 심했다. 우리 편 아니면 적이라는 식이다. 여당이 주장하는 것이라도 국민을 위해 도움이 된다면 받아들이고, 아니라면 처절하게 싸워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이도저도 아니다. 나는 정말 멋있는 야당을 만들고 싶다. 우리 당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주시면 그걸 사람들에게 홍보하고 좋은 이미지로 만드는 것은 제가 할 수 있다.

 

<mi737@ilyosisa.co.kr>


[손혜원 위원장 프로필]

▲ 현대양행 기획실 디자이너
▲ 열매나눔재단 이사
▲ 서울디자인센터 이사
▲ 크로스포인트 대표
▲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교수
▲ 새정치민주연합 홍보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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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