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거사 치르는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국민들이 도와줘야 진짜 큰일 낸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아시아인 최초로 ‘축구대통령’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했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과 축구와의 인연을 살펴보면서 아시아 최초의 축구대통령 탄생 가능성을 점쳐봤다.

범현대가의 자제인 정몽준 명예회장은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는 평소 즐겨하던 권투로 유도부 친구를 때려 일주일간 학교를 자체 결석(?)한 일화는 유명하다. 결국 그는 유도부 친구들의 보복을 당한 뒤에야 학교생활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운동과의 인연
축구인생 시작
 
고등학교 시절 그는 특별활동으로 농구를 선택했고, 축구부 친구들과도 곧잘 어울렸다. 성인이 된 정 명예회장은 25세 때 전국 승마대회에 나가 은메달을 따기도 했으며, 전국종합스키선수권대회에 출전해 4위에 입상한 적도 있다. 그는 ‘TV는 사랑을 싣고’에 출연해 고등학교 때 축구부 감독이었던 은사를 찾을 만큼 운동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정 명예회장의 스포츠 사랑은 스포츠 후원으로 이어졌다. 운동을 좋아해 1983년 초대 양궁협회회장을 역임하며 스포츠와 인연을 이어나갔다. (정 명예회장이 양궁협회와 인연을 맺은 뒤 현대는 현재까지 양궁협회에 후원을 계속하고 있다.) 1984년 정 회장은 실업연맹테니스 회장을 맡았다. 이때까지 그는 축구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후원에는 적극적이 못한 모습이었다. 1983년 잠시 울산시 축구협회장을 맡은 것이 전부였으니까 말이다.
 

‘축구대통령’ FIFA 회장 출마 공식선언
부회장 시절 블레터 독재 대항마 역할
 
그러나 1992년 대한축구협회 차기 회장에 도전하면서 그의 인생을 바꿔 놓은 축구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당시 회장직이 걸린 선거에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었던 김우중 회장은 축구선수 출신인 김창기 부회장을 지지했다. 따라서 정 명예회장과 김창기 부회장이 맞붙는 구도가 됐다. 상황은 정 명예회장보다 김 부회장에 우세하게 돌아갔다. 그러나 김우중 회장이 마음을 바꿔 김창기 부회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서 정 명예회장이 1994년 1월 대한축구협회 회장 자리에 올랐다. 김우중 회장이 정 명예회장 쪽으로 지지를 선회한 것을 두고 축구협회를 이끌만한 재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회장에 취임한 정 명예회장은 200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했다. 취임 당시 월드컵 유치에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던 정부를 설득시키기 위해 유치위원회를 주도적으로 바꿨다. 월드컵유치위원회 초대위원장으로 이홍구(전 국무총리)를 추대한 것이다. 당시 정부는 이를 두고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정 명예회장은 밀어붙이기에 들어갔다. 결국 이홍구씨가 월드컵유치위원회 초대회장직을 맡으면서 정 명예회장은 유치위원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독재 대항한
FIFA 부회장
 
정 명예회장은 그해 5월 FIFA 부회장 선거에 출마해 11표를 받아 10표와 8표를 얻은 쿠웨이트의 알 사바하와 카타르의 알 압둘라를 제치며 2002년 월드컵 개최의 발판을 만들었다. 당시 한국의 2002년 월드컵 유치 가능성을 높게 본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일본보다 월드컵 유치전에 4년가량 늦게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이 FIFA 부회장에 오르면서 월드컵 개최지 선정 투표권을 가진 FIFA 집행위원과 긴밀한 관계로 발전해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지로 선정되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 이후 정 명예회장은 거스 히딩크를 감독으로 영입하는데 적극적으로 앞장서며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오르는 데 공을 세우기도 했다.
 
FIFA부회장으로서 정 명예회장은 제프 블레터 FIFA회장 독재에 대항하는 대항마 역할을 했다. 결과적으로 정 명예회장은 FIFA 내에서 야당으로 활동했다. 2002년 5월 블레터 회장의 재선 당시 반대편에 서며 블레터 회장과 멀어졌다. 당시 정몽준 명예회장은 2002년 당시 블레터 FIFA 회장이 부패와 부정과 경영 실수로 FIFA가 재정적이고 정치적인 위기에 처해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정 명예회장은 FIFA 회장의 무능과 권력 남용을 종식시키기 위해 하야투 아프리카 축구연맹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제프리 회장은 재선에 성공하면서 두 사람 사이의 불편한 관계는 계속 이어졌다. 이후 정 명예회장은 레나르트 요한손 전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이사 하야투 아프리카축구연맹(CAF) 회장과 ‘개혁파 진영’을 형성해 블레터 회장에 맞섰다. 하지만 정몽준 명예회장은 2011년 FIFA 부회장 선거에서 출마해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에게 패해 낙선해 17년동안 이어온 FIFA 부회장 자리를 내줘야 했다. 당시 블레터 회장이 정 명예회장 낙선을 위해 움직였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정 명예회장의 낙선 소식은 한국 축구계에 엄청난 악재였다. 그동안 정 명예회장이 사실상 1인 축구외교를 해왔기 때문이다.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에 비록 실패하기는 했지만 3차까지 올라가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2012년 낙선 이후 FIFA 내 모든 권한을 내려 놓게 된 정몽준 명예회장은 블레터 회장의 부정부패에 대한 날선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2011년 발간한 <나의 도전 나의 열정>을 살펴보면 2006 독일 월드컵 이후 FIFA가 기존 스폰서였던 마스터카드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비자카드와 새로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블레터 회장이 부적절하게 개입해 FIFA의 도덕성에 흠을 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블레터 회장은 이로 인해 마스터카드로부터 소송을 당해 1억 달러에 달하는 합의금을 내야 했다고 목소리를 전했다. 또한 정 명예부회장은 “2010년에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지를 동시에 결정한 것은 상식과 관례에 맞지 않다”며 “집행위원회의 권한인 월드컵 개최지 결정권를 총회로 넘겼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블레터 회장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집행위원회는 회장의 독선을 막기 위해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하는 독립된 기구인데, 블레터는 집행위원회의 권한을 빼앗아 자신에 대한 견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많은 독재자들이 쓴 수법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무너진 블레터
위기 뒤 기회?
 
정 명예회장이 낙선한 사이 블레터 회장은 각종 부정부패 혐의가 드러나면서 비난을 받는 가운데서도 회장직을 유지했다. 블레터 회장의 비리 스캔들은 연혁이 깊다. 1998년부터 끊임없이 비리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난 6월 블레터 회장의 측근인 FIFA 전현직 고위간부 6명은 카타르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비리 혐의가 드러나 미국 FBI에 의해 체포됐다. 이들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을 포함해 지난 20년간 1100억 원이 넘는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블레터 회장도 미국 수사당국의 수사 대상에 포함돼 미국 방문을 최근 4년동안 못하고 있다.
 
블레터 회장은 측근들이 체포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5선에 성공하며 회장직을 유지할 생각이었지만 수사당국의 압박수위가 높아지면서 회장직을 내려놓아야 했다. 블레터 회장이 회장직을 내려놓으면서 정 명예회장의 FIFA 회장 선거 출마 명분은 더욱 뚜렷해 졌다.
 
17년동안 FIFA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부정부패의 상징이 돼버린 블레터 회장과 반목을 벌이면서 쌓아온 정 명예회장의 청렴한 이미지가 현재의 FIFA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소할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은 결국 회장 선거에 정식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 회장 측은 “오는 17일 오후 6시(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샹그릴라 호텔에서 차기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고 지난 12일 밝힌 것이다. 정 회장은 이날 선언에 이어 기자회견을 진행해 FIFA 개혁에 대한 비전과 공약을 밝힐 예정이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6일 “파리가 교통이 좋고 FIFA 창립 당시 파리에서 시작한 점을 감안해 결정했다. (미셸)플라티니가 프랑스 사람이니 그런 부분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조직내 청렴이미지 정평
‘개혁 전사’ 대권 가능성↑
 
그러면서 “(FIFA회장 출마는)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며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국민 여러분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신이 나서 하겠다”고 덧붙였다. 회장 선거는 내년 2월26일 실시할 예정이다. 후보자가 정해지면 FIFA에 속한 209개 회원국들이 각 1표씩을 행사해 ‘세계 축구 대통령’을 뽑는다.
 
정 명예회장은 당선 가능성에 대해 “내가 잘한다면 유력한 후보 중에 한 명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FIFA 역사가 111년이 됐는데 역대 회장 8명이 유럽계다. FIFA가 오늘 불명예스럽게 된 데에는 FIFA 사무국 책임이 크지만 유럽 축구 지도자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유럽에 건강한 리더십이 있었다면 FIFA를 좋은 방향으로 인도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당선을 위해서 일본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명예회장은 “유력 후보는 미셸 플라티니(유럽축구연맹 회장)와 저 아니겠느냐. 제가 잘 하면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최근 일본 요미우리 신문의 와타나베 쓰네오 회장을 만난 사실을 언급하며 “당선 가능성을 물어보길래 일본이 도와주면 99%라고 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일본이 도와주면 99%다”고 말하기도 했다.
 
블레터 꼭두각시
대선가도 장애물
 
플라티니 회장은 지난달 29일 FIFA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져 정 회장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고 있다. 특히, 플라티니는 친 블레터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이기 때문에 유력한 대권 주자로 꼽힌다. 각종 비리로 불명예스럽게 회장직을 내려놓기는 했지만 블레터는 여전히 FIFA 내에서 강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은 플라티니 회장과는 차별화된 이미지로 대권에 도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정 명예회장은 블레터를 ‘식인종’에 플라티니를 ‘꼭두각시’에 비유하며 혁신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정몽준 명예회장은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블레터 회장은 부모를 잡아먹은 뒤 고아가 됐다고 우는 식인종 같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을 탓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플라티니 UEFA 회장에게 “좋은 축구선수였을지는 몰라도 좋은 FIFA회장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플라티니가 새로운 FIFA를 상징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단지 블레터의 꼭두각시일 뿐인지는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FIFA 회장 선거에는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 아르헨티나 축구 스타 디에고 마라도나, 브라질 축구 스타 지쿠 등도 회장직 선거 출마를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은 이제 세계 각국을 돌며 축구계 유력인사들을 만나 FIFA 회장으로서의 경쟁력을 어필할 계획이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MJ, 일본지지 요청 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FIFA 회장 선거 출마 선언을 앞두고 일본의 지지를 호소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난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경쟁에서 일본의 지지를 받지 못해 막판에 밀린 아픈 기억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2010년 12월 있었던 2022년 월드컵 개최 투표에서 일본은 한국이 아닌 미국을 지지하면서 희비가 엇갈린 바 있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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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