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거사 치르는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국민들이 도와줘야 진짜 큰일 낸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아시아인 최초로 ‘축구대통령’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했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과 축구와의 인연을 살펴보면서 아시아 최초의 축구대통령 탄생 가능성을 점쳐봤다.

범현대가의 자제인 정몽준 명예회장은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는 평소 즐겨하던 권투로 유도부 친구를 때려 일주일간 학교를 자체 결석(?)한 일화는 유명하다. 결국 그는 유도부 친구들의 보복을 당한 뒤에야 학교생활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운동과의 인연
축구인생 시작
 
고등학교 시절 그는 특별활동으로 농구를 선택했고, 축구부 친구들과도 곧잘 어울렸다. 성인이 된 정 명예회장은 25세 때 전국 승마대회에 나가 은메달을 따기도 했으며, 전국종합스키선수권대회에 출전해 4위에 입상한 적도 있다. 그는 ‘TV는 사랑을 싣고’에 출연해 고등학교 때 축구부 감독이었던 은사를 찾을 만큼 운동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정 명예회장의 스포츠 사랑은 스포츠 후원으로 이어졌다. 운동을 좋아해 1983년 초대 양궁협회회장을 역임하며 스포츠와 인연을 이어나갔다. (정 명예회장이 양궁협회와 인연을 맺은 뒤 현대는 현재까지 양궁협회에 후원을 계속하고 있다.) 1984년 정 회장은 실업연맹테니스 회장을 맡았다. 이때까지 그는 축구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후원에는 적극적이 못한 모습이었다. 1983년 잠시 울산시 축구협회장을 맡은 것이 전부였으니까 말이다.
 

‘축구대통령’ FIFA 회장 출마 공식선언
부회장 시절 블레터 독재 대항마 역할
 
그러나 1992년 대한축구협회 차기 회장에 도전하면서 그의 인생을 바꿔 놓은 축구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당시 회장직이 걸린 선거에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었던 김우중 회장은 축구선수 출신인 김창기 부회장을 지지했다. 따라서 정 명예회장과 김창기 부회장이 맞붙는 구도가 됐다. 상황은 정 명예회장보다 김 부회장에 우세하게 돌아갔다. 그러나 김우중 회장이 마음을 바꿔 김창기 부회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서 정 명예회장이 1994년 1월 대한축구협회 회장 자리에 올랐다. 김우중 회장이 정 명예회장 쪽으로 지지를 선회한 것을 두고 축구협회를 이끌만한 재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회장에 취임한 정 명예회장은 200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했다. 취임 당시 월드컵 유치에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던 정부를 설득시키기 위해 유치위원회를 주도적으로 바꿨다. 월드컵유치위원회 초대위원장으로 이홍구(전 국무총리)를 추대한 것이다. 당시 정부는 이를 두고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정 명예회장은 밀어붙이기에 들어갔다. 결국 이홍구씨가 월드컵유치위원회 초대회장직을 맡으면서 정 명예회장은 유치위원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독재 대항한
FIFA 부회장
 
정 명예회장은 그해 5월 FIFA 부회장 선거에 출마해 11표를 받아 10표와 8표를 얻은 쿠웨이트의 알 사바하와 카타르의 알 압둘라를 제치며 2002년 월드컵 개최의 발판을 만들었다. 당시 한국의 2002년 월드컵 유치 가능성을 높게 본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일본보다 월드컵 유치전에 4년가량 늦게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이 FIFA 부회장에 오르면서 월드컵 개최지 선정 투표권을 가진 FIFA 집행위원과 긴밀한 관계로 발전해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지로 선정되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 이후 정 명예회장은 거스 히딩크를 감독으로 영입하는데 적극적으로 앞장서며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오르는 데 공을 세우기도 했다.
 
FIFA부회장으로서 정 명예회장은 제프 블레터 FIFA회장 독재에 대항하는 대항마 역할을 했다. 결과적으로 정 명예회장은 FIFA 내에서 야당으로 활동했다. 2002년 5월 블레터 회장의 재선 당시 반대편에 서며 블레터 회장과 멀어졌다. 당시 정몽준 명예회장은 2002년 당시 블레터 FIFA 회장이 부패와 부정과 경영 실수로 FIFA가 재정적이고 정치적인 위기에 처해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정 명예회장은 FIFA 회장의 무능과 권력 남용을 종식시키기 위해 하야투 아프리카 축구연맹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제프리 회장은 재선에 성공하면서 두 사람 사이의 불편한 관계는 계속 이어졌다. 이후 정 명예회장은 레나르트 요한손 전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이사 하야투 아프리카축구연맹(CAF) 회장과 ‘개혁파 진영’을 형성해 블레터 회장에 맞섰다. 하지만 정몽준 명예회장은 2011년 FIFA 부회장 선거에서 출마해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에게 패해 낙선해 17년동안 이어온 FIFA 부회장 자리를 내줘야 했다. 당시 블레터 회장이 정 명예회장 낙선을 위해 움직였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정 명예회장의 낙선 소식은 한국 축구계에 엄청난 악재였다. 그동안 정 명예회장이 사실상 1인 축구외교를 해왔기 때문이다.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에 비록 실패하기는 했지만 3차까지 올라가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2012년 낙선 이후 FIFA 내 모든 권한을 내려 놓게 된 정몽준 명예회장은 블레터 회장의 부정부패에 대한 날선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2011년 발간한 <나의 도전 나의 열정>을 살펴보면 2006 독일 월드컵 이후 FIFA가 기존 스폰서였던 마스터카드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비자카드와 새로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블레터 회장이 부적절하게 개입해 FIFA의 도덕성에 흠을 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블레터 회장은 이로 인해 마스터카드로부터 소송을 당해 1억 달러에 달하는 합의금을 내야 했다고 목소리를 전했다. 또한 정 명예부회장은 “2010년에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지를 동시에 결정한 것은 상식과 관례에 맞지 않다”며 “집행위원회의 권한인 월드컵 개최지 결정권를 총회로 넘겼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블레터 회장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집행위원회는 회장의 독선을 막기 위해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하는 독립된 기구인데, 블레터는 집행위원회의 권한을 빼앗아 자신에 대한 견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많은 독재자들이 쓴 수법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무너진 블레터
위기 뒤 기회?
 
정 명예회장이 낙선한 사이 블레터 회장은 각종 부정부패 혐의가 드러나면서 비난을 받는 가운데서도 회장직을 유지했다. 블레터 회장의 비리 스캔들은 연혁이 깊다. 1998년부터 끊임없이 비리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난 6월 블레터 회장의 측근인 FIFA 전현직 고위간부 6명은 카타르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비리 혐의가 드러나 미국 FBI에 의해 체포됐다. 이들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을 포함해 지난 20년간 1100억 원이 넘는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블레터 회장도 미국 수사당국의 수사 대상에 포함돼 미국 방문을 최근 4년동안 못하고 있다.
 
블레터 회장은 측근들이 체포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5선에 성공하며 회장직을 유지할 생각이었지만 수사당국의 압박수위가 높아지면서 회장직을 내려놓아야 했다. 블레터 회장이 회장직을 내려놓으면서 정 명예회장의 FIFA 회장 선거 출마 명분은 더욱 뚜렷해 졌다.
 
17년동안 FIFA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부정부패의 상징이 돼버린 블레터 회장과 반목을 벌이면서 쌓아온 정 명예회장의 청렴한 이미지가 현재의 FIFA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소할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은 결국 회장 선거에 정식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 회장 측은 “오는 17일 오후 6시(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샹그릴라 호텔에서 차기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고 지난 12일 밝힌 것이다. 정 회장은 이날 선언에 이어 기자회견을 진행해 FIFA 개혁에 대한 비전과 공약을 밝힐 예정이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6일 “파리가 교통이 좋고 FIFA 창립 당시 파리에서 시작한 점을 감안해 결정했다. (미셸)플라티니가 프랑스 사람이니 그런 부분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조직내 청렴이미지 정평
‘개혁 전사’ 대권 가능성↑
 
그러면서 “(FIFA회장 출마는)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며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국민 여러분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신이 나서 하겠다”고 덧붙였다. 회장 선거는 내년 2월26일 실시할 예정이다. 후보자가 정해지면 FIFA에 속한 209개 회원국들이 각 1표씩을 행사해 ‘세계 축구 대통령’을 뽑는다.
 
정 명예회장은 당선 가능성에 대해 “내가 잘한다면 유력한 후보 중에 한 명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FIFA 역사가 111년이 됐는데 역대 회장 8명이 유럽계다. FIFA가 오늘 불명예스럽게 된 데에는 FIFA 사무국 책임이 크지만 유럽 축구 지도자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유럽에 건강한 리더십이 있었다면 FIFA를 좋은 방향으로 인도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당선을 위해서 일본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명예회장은 “유력 후보는 미셸 플라티니(유럽축구연맹 회장)와 저 아니겠느냐. 제가 잘 하면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최근 일본 요미우리 신문의 와타나베 쓰네오 회장을 만난 사실을 언급하며 “당선 가능성을 물어보길래 일본이 도와주면 99%라고 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일본이 도와주면 99%다”고 말하기도 했다.
 
블레터 꼭두각시
대선가도 장애물
 
플라티니 회장은 지난달 29일 FIFA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져 정 회장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고 있다. 특히, 플라티니는 친 블레터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이기 때문에 유력한 대권 주자로 꼽힌다. 각종 비리로 불명예스럽게 회장직을 내려놓기는 했지만 블레터는 여전히 FIFA 내에서 강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은 플라티니 회장과는 차별화된 이미지로 대권에 도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정 명예회장은 블레터를 ‘식인종’에 플라티니를 ‘꼭두각시’에 비유하며 혁신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정몽준 명예회장은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블레터 회장은 부모를 잡아먹은 뒤 고아가 됐다고 우는 식인종 같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을 탓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플라티니 UEFA 회장에게 “좋은 축구선수였을지는 몰라도 좋은 FIFA회장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플라티니가 새로운 FIFA를 상징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단지 블레터의 꼭두각시일 뿐인지는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FIFA 회장 선거에는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 아르헨티나 축구 스타 디에고 마라도나, 브라질 축구 스타 지쿠 등도 회장직 선거 출마를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은 이제 세계 각국을 돌며 축구계 유력인사들을 만나 FIFA 회장으로서의 경쟁력을 어필할 계획이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MJ, 일본지지 요청 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FIFA 회장 선거 출마 선언을 앞두고 일본의 지지를 호소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난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경쟁에서 일본의 지지를 받지 못해 막판에 밀린 아픈 기억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2010년 12월 있었던 2022년 월드컵 개최 투표에서 일본은 한국이 아닌 미국을 지지하면서 희비가 엇갈린 바 있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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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