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NET세상> 넘치는 ‘먹방예능’ 갑론을박

TV 틀면 나오는 웃음 레시피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최근 요리를 주제로 한 예능프로그램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관련 프로그램의 패널이 공중파 및 케이블 방송국에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으며, ‘요섹남’ ‘쿡남’이라는 신조어마저 탄생했다. 예능프로그램의 황금 레시피로 떠오른 ‘요리’, 누리꾼들의 반응을 통한 인기요인을 살펴봤다.

2007년 8월, 첫 방송을 시작한 KBS 예능 <해피선데이-1박2일>은 농촌체험 예능프로그램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이듬해인 2008년 6월, SBS <패밀리가 떴다>가 뒤를 이었고, 이 형태를 빌려 <무한도전>이 농촌특집 방송을 자주 선보였다. 단독 농촌체험 예능프로그램을 선보이지 않았던 MBC는 뒤늦은 2013년 1월, <일밤-아빠! 어디가>를 통해 스타가족의 모습을 내비치며 시청자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이에 2013년 <MBC방송연예대상> 대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시대상 담아

<아빠! 어디가?> 시즌2가 2014년 1월, 새로운 모습으로 공개됐으나 저조한 시청률을 보였다. <아빠! 어디가?> 시즌1 이후 KBS가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SBS가 <오! 마이 베이비>를 선보이며 육아프로그램으로 예능의 단골소재를 바꿔 버린 탓이었다.

네이버카페 중공사의 223****는 “예능의 판도를 스타가족육아예능으로 바꾼 <아빠! 어디가?>가 저조한 시청률로 소리소문 없이 종영됐다”며 “농촌체험 형태의 예능프로그램에 대해 식상함 때문에 시청자들이 <해피선데이-1박2일>마저 외면했다”고 설명했다.

KBS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인기에 국민들로부터 출연 스타의 자녀가 ‘국민아이들’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종격투기선수 추성훈의 딸 추사랑, 배우 송일국의 삼쌍둥이 대한, 민국, 만세가 이에 해당한다. SBS는 스타가족육아예능의 인기에 지난 3월부터 스타가족의 성인자녀에 포커스를 둔 <일요일이좋다-아빠를 부탁해>를 선보이기도 했다.


농촌체험프로그램에서 스타가족예능까지 TV방송의 예능방송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는 누리꾼들의 반응이다. 누리꾼 땡처리(ever****)는 블로그를 통해 “6차산업인 농촌+관광이 농촌체험예능의 시대를 가져왔고, 저출산 문제에 스타가족육아예능이 후발주자로 나섰다”며 “지금은 요리가 예능프로그램에서 황금 레시피로 쓰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 tvN <삼시세끼> <집밥 백선생>, 올리브TV <한식대첩3> <오늘 뭐 먹지?>, KBS <대단한 레시피>, KBS Joy <한끼의 품격> 등이 이를 증명한다. E채널도 오는 7월부터 문희준, 장수원을 내세워 <더 맛있는 원샷>을 방송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KBS <해피투게더3>에서는 ‘야간매점’ 코너를 통해 스타의 비밀요리를 공개하고 있으며,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의 패널인 백종원도 매주 손쉽게 만들어 먹는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MBC <나 혼자 산다>, SBS <정글의 법칙> 등도 스타들의 먹방을 자주 내세우고 있으며, KBS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지난 7일 방송에서 성시경의 요리 실력을 공개하기도 했다.

유명 셰프들 공중파·케이블 종횡무진
요리만 나오면 인기…식당홍보 지적도

요리예능프로그램의 인기에 예능대세로 떠오른 스타도 대거 등장했다. 최현석(쉐프), 김풍(만화가), 이서진(배우), 차승원(배우), 백종원(CEO), 홍석천(배우)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 ‘쿡남(요리하는 남자)’ 등의 신조어가 대중들 입에서 자주 오르내리며 요리예능의 전성시대를 맞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누리꾼 캐리님(cys****)은 “요즘 TV만 틀면 이상하게 배가 고프더라”며 “케이블방송, 공중파방송 할 것 없이 여기저기서 요리예능을 방영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밖에서 사먹으면 비싼 음식들을 집에서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보여주고 있다”며 “집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어 단절됐던 가족 간의 대화가 밥상에서 다시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WearetheamPRists(ampr****)는 “맛집에 찾아가 주방장에게 레시피를 묻던 기존 요리프로그램 진행 방식에서 벗어나 신선하게 다가왔다”며 “요리예능프로그램의 인기에 혼밥족(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이 식구(한솥밥을 먹는 사람)를 찾고 있다”고 평가했다. 덧붙여 “끼와 재능을 겸비한 셰프들이 주방에서 방송계로 진출해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로 활동하고 있다”며 “계량컵이 아닌 집에서 흔히 쓰는 가정용 컵을 이용한 레시피 소개가 깨알 재미를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잠꾸러기(112****)는 “일부 방송에서 유명 셰프들이 등장하는데, 레스토랑 매출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져 눈에 거슬린다”며 “전문 셰프 복장을 한 비전문셰프가 생선통조림, 라면스프 등을 이용해 요리를 하는 등 시청률을 위해 너무 무모한 방송을 내보내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수미엄마(clou****)는 “방송 편집으로 맛없는 음식을 마치 최고의 음식인양 포장해 방송한다”며 “맛이라는 것이 주관적인 판단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브라운관에 비친 음식은 죄다 맛있게 보여 시청자를 조롱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기 비결은?

한 블로그 운영자는 요리예능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직접 체험해보고 먹어보는 ‘체험형’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기존 요리프로그램은 레시피 제공 등의 정보 제공에 그쳤으나, 패널이 직접 요리를 맛봄으로써 시청자들의 구미를 자극시킨다는 점을 내세웠다. 둘째, 일상에서 자주 해먹는 ‘일상형’ 요리를 선보인다는 점이다. tvN <삼시세끼-어촌편>에서 차승원이 선보인 제육볶음과 북엇국,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 백종원이 선보인 7분 김치찌개를 예로 들었다. 마지막으로 ‘스타성’을 갖춘 진행자 및 셰프를 내세워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한다는 점이다.

 

<evernur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요리 예능 프로그램들

KBS <대단한 레시피> , <해피투게더3>

MBC <찾아라! 맛있는 TV> , <마이리틀텔레비전>

JTBC <냉장고를 부탁해>

tvN <삼시세끼 어촌편>, <집밥 백선생>, <수요미식회>, <한식대첩3>

올리브  <오늘 뭐 먹지?>

KBS Joy <한끼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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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