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만 회사 직원 한 맺힌 사연 공개

"박 회장, 인간다운 경영인 되시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박지만 EG 회장의 계열사 노조 간부인 양우권씨가 지난 10일 박 회장을 비난하는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이다. 그는 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양씨와 함께 10년 가까이 투쟁해온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김정기 부장의 입을 빌려 그의 한 맺힌 사연을 공개한다.

박지만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EG그룹 계열사 EG테크의 유일한 노조원인 양우권씨가 지난 10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남긴 유서에서 박 회장을 지목해 “당신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될 사람이었다”며 “당신은 기업가로서의 최소한의 갖추어야 할 기본조차 없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양씨는 또 박 회장에게 “권력 옆에서 기웃거리지 말고 제발 당신의 자리로 돌아와서 진정 인간다운, 기업가다운 경영인이 되어 달라. 내가 하늘에서 두 눈 부릅뜨고 내려다 보겠다”고 썼다. 그는 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일요시사>는 양씨와 함께 10년 가까이 투쟁 해온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김정기 부장의 입을 빌려 그 한 맺힌 사연을 공개한다.

“말도 섞지 마라”

양씨는 지난 1998년 EG테크에 입사해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산화철 폐기물 포장 업무를 했다. 악몽은 지난 2006년 금속노조 EG테크지회가 설립되면서 시작됐다. 회사 측은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노조에서 탈퇴할 것을 끈질기게 요구했고 회사 측의 회유와 협박에 못 이겨 결국에는 양씨 혼자 노조에 남게 됐다.

김정기 부장의 증언에 따르면 노조가 있는 하청회사에는 원청회사에서 일을 잘 안 맡기려고 하고, 일을 맡기더라도 여러 가지 패널티가 존재한다고 한다. 때문에 회사 측에서는 노조를 없애려 혈안이 됐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양씨만 탈퇴하면 노조는 없어지는 것이니 회사 측에서 얼마나 양씨를 괴롭혔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회사 측은 양씨를 월 임금이 약 40만원이나 감소되는 직무로 보직을 변경하고 별다른 이유도 없이 대기발령을 시키는 등 노골적으로 양씨를 탄압했다. 툭하면 흡연이나 근무 중 수면, 태도 불손 등의 이유로 감봉 처분 등의 징계를 주기도 했다. 양씨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항의했지만 일부 사측 인사들의 추측성 진술만으로 회사는 징계처분을 내렸다. 

물론 회사 측의 달콤한 회유도 있었다. 회사 측은 만약 양씨가 노조를 탈퇴할 경우 임금 손실분 및 감액된 성과금을 보상하고 원직 복직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양씨는 사측의 회유를 끝까지 거부했다.

이에 대해 김정기 부장은 “양씨가 불의를 용납 못하는 성격이었다. 회사 내에서 부조리한 것들을 너무 많이 봐와서 그런 것들을 바꾸기 위해 끝까지 노조에 남은 것”이라며 “낙하산 인사들이 고위직으로 임명된 후 직원들 복리후생에는 관심도 없고 자기 이익만 챙기려고 했다. 하청 근로자 임금 수준이 원청 근로자 임금의 40% 수준밖에 되질 않는다. 노조가 없으면 이런 부조리한 것들을 어떻게 바꾸겠나?”라고 말했다.

양씨의 나홀로 투쟁이 길어지면서 사측의 탄압도 더 잔인해졌다. 김 부장은 “사측의 탄압이 심해지면서 양씨가 우울증, 강박증 등의 정신적 질병을 앓았다. 원래 굉장히 활발한 사람이었는데 약물 치료까지 받고 후유증으로 말도 어눌해졌다. 손 떨림 증상도 심했다. 어느 날은 두통이 너무 심해 조퇴를 요청했는데 사측에서 허락을 해주지 않았다. 결국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갔는데 사측은 양씨에게 근무지 이탈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고 말했다.

EG 계열사 노조간부 스스로 목숨 끊어
공개 왕따…유서로 노골적 괴롭힘 밝혀


게다가 사측은 양씨에게 정직 처분을 내려놓고는 정직 기간에 회사에 출근을 하지 않았다는 황당무계한 이유로 양씨를 해고 시켰다. 이후 양씨는 회사와 법적 다툼을 벌인 끝에 대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 판결을 받고 복직했다. 사측이 온갖 치사하고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양씨를 압박한 것이다.

양씨는 경제적 어려움도 겪었다. 사내 하청은 기본임금이 박하다. 원래 하청은 추가 근무를 하면서 수당을 챙겨야 겨우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데 사측은 양씨를 추가 근무를 할 수 없는 부서로 옮겨버렸다. 김 부장은 “아이들 학비도 내야하는데 양씨의 급여는 턱없이 모자랐다. 결국 양씨의 부인이 부업을 하고 모친의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서 생활했다”고 말했다. 


이직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제철소 내에서 동종 업계에 재취업한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했고 블랙리스트에 올라 재취업을 하려면 50이 넘은 나이에 전혀 새로운 직종의 직업을 알아봐야 했다. 양씨로서는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래도 가족들을 생각하며 끝까지 버티며 투쟁하던 양씨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사내 왕따'였다. 김 부장은 “양씨가 죽음에 이른 결정적인 이유는 왕따라고 생각한다. 그런 어려움을 내게 자주 토로했다. 원래 무척 성격이 밝아 주변에 사람이 많았는데 회사에서 아예 양씨를 격리 시켰다”며 “양씨와 친했던 사람들에게 양씨와 아는 척도 하지 말고 밥도 같지 먹지 말라고 지시했다. 심지어 양씨가 있는 자리에서도 대놓고 수차례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양씨와 친했던 직원들이 사측의 지시를 무시하고 양씨와 말이라도 한마디 나누면 사측은 그 직원들을 따로 불러 협박을 했다.

양씨가 부당해고 재판 끝에 복직된 후에는 수개월간 별다른 일도 주지 않고 하루 종일 사무실 구석 책상에 앉아있게 했다. 사측은 그 모습을 CCTV를 통해 감시했다. 양씨에게 노트북 한 대가 지급됐지만 인터넷조차 연결되어있지 않았다. 양씨는 그런 굴욕을 견디며 수개월을 버텼다.

그러다 지난 5월1일 사무실 촬영 보안위반이라는 명목으로 또 다시 정직 2개월 처분을 받는다. 당시 양씨는 사측의 부당한 탄압을 알리고자 인터넷도 연결되지 않은 노트북 한 대뿐인 자신의 책상을 촬영해 언론사에 보냈는데 사측은 이를 ‘촬영 보안위반’이라고 규정하고 징계를 내린 것이었다. 결국 양씨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병원도 못가게 막아”

하지만 박지만 회장 측은 박 회장은 EG그룹의 회장이고 양씨가 속해있던 EG테크의 대표이사는 따로 있다며 양씨가 박 회장을 지목해 비난하고 자살한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 부장은 “EG테크 대표이사는 형식적인 자리고 실질적인 권한은 없다. EG그룹이 노조를 탄압한 것은 기본적으로 박 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양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박 회장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일요시사>는 EG테크 측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해봤으나 EG테크 측은 끝내 답변을 거부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지만 사업 발자취

박지만 EG 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남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이다. 1981년 육군사관학교를 제37기로 졸업하고 학사학위를 취득한 동시 방공포병과 소위로 임관했으며, 재직 중에 당한 교통사고로 인한 후유증으로 의무복무만을 마치고 86년 육군 대위로 예편했다.

고등학교 1학년 재학 중 어머니를 잃고 육사 생도 시절 아버지의 죽음을 겪었다. 박 회장은 부모를 모두 총탄에 잃은 뒤 한동안 마약 등에 손을 대며 방황을 하기도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의 심복이었던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도움을 받아 EG그룹의 회장이 될 수 있었다.

EG그룹은 1987년 삼양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으며, 포항제철의 그늘 아래 알짜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냉연강판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의 독점권을 부여받은 삼양산업은 2차 가공을 통해 모니터 부품 등에 필수적인 산화철을 만들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EG는 세계 고급 산화철 시장에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5%가 넘는 점유율을 유지하며 세계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EG는 2013년 연결기준 매출 1230억원에 영업이익 63억4986만원, 당기순익 47억4938만원을 기록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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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