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해외자원개발국정조사특위가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새누리당의 증인 출석 요구에 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표가 증인 출석 요구에 응하면 새누리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증인 출석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약해진다.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기한이 종료될 처지였던 자원개발국조특위는 순식간에 노무현정부와 이명박정부의 사생결단 단두대매치 양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새누리당의 증인 출석 요구에 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동안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해외자원개발국정조사특위(이하 자원국조특위)가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지난해 12월29일부터 시작된 자원국조특위는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무려 3개월 넘게 지리멸렬한 공방만 되풀이했다.
사생결단 빅매치
만약 문 대표가 증인 출석 요구에 응하면 새누리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증인 출석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약해진다. 양쪽이 요구한 증인들이 모두 출석한다면 자원국조특위는 단숨에 사상최대의 빅매치로 변모한다. 노무현정부와 이명박정부의 사생결단 단두대매치다.
현재 새정치연합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최경환 경제부총리,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 등 이명박정부 관계자 160여명의 증인채택을 요구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문재인 대표와 정세균 의원 등 참여정부 인사 50여명의 증인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과 관련해서는 양측 모두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때문에 이번 국정조사가 결국 노무현정부와 이명박정부의 치킨게임(※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인 게임이론) 양상으로 흐르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자신은 자원개발 사업을 노무현정부로부터 계승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이미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 김신종 전 광물공사 사장, 주강수 전 가스공사 사장 등 소위 에너지공기업 3사의 사장들을 출국 금지시킨 상태다. 이들은 모두 이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강 전 석유공사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이 다닌 소망교회 신자로,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을 역임했다. 김 전 광물공사 사장은 이 전 대통령과 TK(대구·경북), 고려대 인맥으로 엮여있다. 김 전 사장은 지난 2012년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 개발사업 때 경남기업 보유 지분을 고가 매입해 광물공사에 116억원 가량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광물공사는 자원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내부 임원들의 ‘경고’ 메시지들을 사실상 묵살하고 막가파식 사업 추진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주 전 가스공사 사장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종합상사를 거친 ‘현대맨’으로 현대건설 사장을 지냈던 이 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 전 사장 역시 배임 및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이명박, 문재인 증인 출석 공방
캐면 캘수록 양쪽 모두 상처 커
세 명 모두 공교롭게도 이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8년 각 공기업의 사장으로 임명됐고, 3년 임기를 모두 채우고 1년 더 연임한 공통점이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명박정부가 자주개발률(※전체 에너지 수입량 중 자국이 직접 생산하는 비율) 기조를 지키느라 무리한 투자를 했고 결국 천문학적 손실로 이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정의당 김제남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광물자원공사는 이 전 대통령 재임기간 기업들에게 무려 2800억원에 달하는 일반융자금을 내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은 광물자원공사로부터 일반융자를 받으려는 기업들이 관계자들에게 ‘뒷돈’을 주거나 융자금을 다른 용도로 빼돌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노무현정부 역시 해외 자원개발 사업과 관련해 결코 자유롭지 못한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하기 4일 전 공기업의 해외사업에 대해서는 주무부처장관의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고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공기업의 해외사업 협상을 위해서 에이전트, 즉 개인 브로커를 고용할 때도 공개경쟁이 아니라 수의계약을 허용하도록 했다.
이러한 지시가 이명박정부에서도 계속 유효하게 적용됐고, 결국 부실투자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노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나이지리아를 방문해서 해상광구에 대한 MOU를 체결했는데 당시 재미교포 출신 개인 브로커를 통해 40억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해당 사업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이외에도 새누리당은 2006년 노무현정부가 암바토비 니켈광 사업과 관련해 사업성 검토를 했지만 당시 가치가 600억원 적자로 나왔음에도 이사회에서는 이 수치를 조작해 2000억원 흑자로 바꿨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또한 새누리당은 야권이 문제 삼고 있는 광물자원공사의 일반융자에 대해서도 자금 조달 방식의 하나로 이것을 이 전 대통령의 비리로 곧장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광물자원공사는 1982년 이후 해외 자원개발을 위한 융자를 하고 있으며 누적 대출 금액은 1조2000억원 정도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에는 일반융자가 이뤄진 금액이 약 2800억원이지만 노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일반융자가 이뤄진 금액이 약 3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새누리당은 “이명박정부의 자원외교는 노무현정부의 ‘제3차 해외자원개발계획’을 승계했을 뿐”이라고 강조하며 노무현정부 책임론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승자는 누구?
자원개발 전문가들도 “개발 비용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면 분명한 범죄행위지만 자원개발사업은 원래부터 고비용, 불확실성을 특징으로 하는 사업”이라며 “일부 사업 추진과정에서 실패한 사례들까지 모두 싸잡아 심각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처럼 매도하면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원국조특위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이 무리한 문제제기로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양측이 요구한 모든 증인이 출석한다면 사상최대의 빅매치가 성사될 것”이라면서도 “정치권에서는 양측 모두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파행을 거듭하다 별 성과 없이 자원국조를 종료시키려 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고 귀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