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vs 법무사' 날 세우는 이유

국민이 어쩌고저쩌고? 결국 밥그릇 싸움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민사사건에서 무조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도입을 둘러싼 법조계의 논쟁이 뜨겁다. 변호사계는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가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법무사계는 법으로 변호사 선임을 강제하는 것은 국민의 사법접근권에 대한 침해라고 맞서고 있다. 힘의 무게는 변호사계에 실려 있는 상황이지만 법무사계의 반발이 만만찮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은 지난해 12월 ‘민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대법원 사건에 대해 소송 대리인으로 변호사를 필수적으로 선임하도록 하고,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할 경우에는 국선변호사를 선임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돈 없으면 소송 못하나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이 나오자 법무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월11일 인천지방법무사회는 인천 남구 주안동에 위치한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실 앞 공원에서 다른 지방법무사회장과 회원 등 250여명이 어깨띠를 두르고 피켓을 든 채 집회를 열고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서울중앙지방법무사회도 지난달 5일 강남역과 교대역, 덕수궁 인근에서 대국민 서명을 받았다. 국민은 자기 소송에 대한 결정권과 선택권을 가져야 한다는 호소였다. 대한법무사협회도 최근 ‘변호사 강제주의 및 상고법원 설치 대응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대한법무사협회는 일부 신문에 ‘변호사 강제주의’를 비판하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임재현 대한법무사협회 회장은 라디오 광고를 통해 “서민생활의 든든한 버팀목, 법무사를 찾아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앞으로 보다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다.
 

대한법무사협회는 지난달 1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과 공동으로 ‘필수적 변호사 선임제도의 도입 논쟁 등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관계자들은 “변호사 강제주의는 사법서비스에 대한 국민 접근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며 제도 도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최현진 법무사는 “변호사 선임을 강제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인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변호사 강제주의는 법학자나 법학교수, 법무사 등 스스로 소송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도 반드시 변호사에 의지해 소송을 하라는 것인데, 당사자의 소송수행능력이 기준이 아니라 변호사 자격 유무에 따라 소송수행 가능 여부가 좌우되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일이 변호사강제주의를 전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은 변호사 보수를 법률로 규율하고 있는데다 ‘법률서비스 보험제도’가 발달돼 있어 국민이 소송비용에 대한 걱정 없이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기 때문”이라며 “변호사 보수를 제한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국민에게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결국 대다수 국민에게 고액의 변호사 비용 부담을 강요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소액사건 이제 무조건 변호사 선임? 
필수적 변호사 선임제도 도입 논쟁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변호사 강제주의는 국민의 법원 접근가능성을 어렵게 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경제적 능력에 따라 당사자를 부당하게 차별해 평등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위헌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1년 사법시험 합격자수가 1000명으로 늘어나면서부터 변호사 인력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2008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도입되면서 변호사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만명을 넘어섰다. 변호 인력이 늘어나면서 밥그릇 경쟁이 치열해졌고 결국 법무사의 직역인 등기업무까지 침범했다. 법무사의 주요 업무는 등기다. 직역에 타격을 입게 생겼으니 당연히 들고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번 논쟁은 단순히 법무사들의 직역 문제만이 아니다. ‘법조판 서민수탈제도’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는 수백만원의 체불임금이 발생할 경우 노동자가 소장을 작성해 고용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다. 소장 작성에 어려움이 있다면 법무사를 통해 소장을 작성해 제출하면 됐다. 그러나 변호사 강제주의가 통과되면 소액사건도 무조건 변호사를 선임해야한다. 소송시 배보다 배꼽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무사계에 따르면 변호사계는 이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움직였다. 벌써 이번이 세 번째다. 그런데 과거에는 이 법안 자체가 아예 상정되지도 않았다. 공청회도 열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변호사가 2만여명에 이르면서 자연스레 목소리가 커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절반이 변호사로 이루어져 있다. 법안 발의 시기가 성숙됐다 싶으니 이참에 밀어붙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법안의 내용은 민사사건 상고심에서 변호사를 반드시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법무사들은 상고심은 교두보 확보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상고심에 이어 고등법원, 지방법원까지 변호사 강제주의를 채택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 도입에 대해 김종배 인천지방법무사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제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몇몇 국가가 있지만, 이들 국가는 변호사 숫자가 우리보다 월등히 많고 보수 등 모든 조건이 잘 갖춰져 있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증가하면서 변호사사무실 운영이 어려워지다 보니 일거리를 찾기 위해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며 “법조시장 자체가 원칙적으로 돌아가야지 이렇게 편협적으로 움직이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보다 배꼽 커질라
 
새누리당 경대수 의원은 지난 2월24일 소액사건심판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소가 2000만원 이하 민사소액사건의 경우 당사자의 위임에 따라 소장이나 준비서면을 작성한 법무사가 법원의 허가를 받으면 해당 사건을 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민사소송의 80% 이하가 2000만원 이하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위 법률안에 대해서 의견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전달하는 등 강력히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나홀로 소송, 어떻게?
 
앞으로 소송을 원하는 시민들은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이 구축할 ‘나홀로 소송 인터넷 시스템’을 통해 직접 소송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국무총리 소속 정부 3.0추진위원회는 지난 19일 제4차 전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나홀로 소송 서비스’를 핵심 추진 과제로 선정했다. 송희준 추진위원장은 “법률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사회 취약 계층이 이 서비스의 주 대상으로, 주민들은 ‘나홀로 소송’에 앞서 1400여개 읍·면 무변촌에 배치된 마을변호사로부터 1차 무료 상담을 받으면 더 좋다”고 말했다.
 
올해 7월부터 시행되는 소액 체당금(도산한 회사 직원이 못 받은 임금을 정부가 대신 지급하는 돈) 제도도 나홀로 소송 서비스와 연계된다. 소액 체당금 제도는 퇴직 근로자가 민사소송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체불 임금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으면 회사가 도산하지 않았더라도 체당금을 최대 300만원까지 먼저 지급받는 제도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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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