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전성시 '반품샵' 매력 탐구

새거같은 중고…물만난 알뜰족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최근 진열상품, 반품상품 등 소비자의 손을 한 번 거친 ‘리퍼브’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사실상 새 제품을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구할 수 있어 알뜰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이와 함께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을 최대 80~90% 할인해주는 쇼핑몰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경기 불황에 대처하는 소비자들의 구매행태를 알아봤다.

 
경기불황 여파로 지난해 백화점 업체들이 이례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유통업체들이 고전을 겪고 있지만 ‘리퍼브(refurb)’ 업계는 훈풍을 맞고 있다. 오히려 20% 안팎의 성장세를 보이며 블루오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포장 뜯어도 OK
 
‘리퍼브(refurb)’는 ‘새로 꾸미다’라는 의미가 있는 ‘리퍼비시(refurbish)’의 약자로 상품을 구매했던 소비자의 변심이나 박스 손상, 미세한 흠집 등으로 반품된 상품이나 매장 진열상품을 판매하는 업태를 뜻한다. 우리말로는 ‘재공급품’으로 번역된다. 리퍼브 제품이 일반제품과 다른 점이 있다면 소비자의 손을 한 번 거쳤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리퍼브 제품은 반품 후 엄격한 품질검사를 거쳐 새롭게 포장 판매되기 때문에 새제품과 다를 게 없다. 그럼에도 가격은 절반 안팎으로 뚝 떨어져 평소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판매 방식이다.
 
알뜰 소비자들 사이에서 리퍼브 제품은 이미 필수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러퍼브 업체들이 특별할인 이벤트 등 고객 사은 행사도 벌이고 있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더 저렴한 가격에 필요한 공산품을 구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과 함께 온라인 매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옥션, G마켓, 11번가, 리퍼브 위즈위드, 롯데닷컴 등에 들어가면 다양한 리퍼브 상품을 둘러볼 수 있다.
 
지난 17일 <일요시사>는 서울의 한 A리퍼브매장을 찾았다. 청소기, 가습기, 면도기, 프라이팬, 운동화, 옷가지, 장난감, 생활잡화, 심지어 과자까지 그야말로 없는 게 없었다. 개중에는 유명 브랜드도 적지 않았다. 물건들이 매장 가득히 쌓여 있었지만 매장 관계자는 “이미 물건이 많이 빠진 상태”라며 물건이 들어오는 날에는 발디딜 틈도 없다고 말했다.
 

A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매장 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물건이 새로 들어온다. 매장에 새제품이 채워지는 날에는 물건을 예약한 주부들이 물밀 듯이 들어왔다 순식간에 빠진다. 원하는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예약이 필수다. 각 물건에는 매장에서 만든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15-’은 1만5000원, ‘150-’은 15만원이었다. 예를 들어 10만원이 넘는 유명 브랜드의 티셔츠가 이곳에서는 3만원 선에서 판매된다. 사이즈만 맞으면 돈을 버는 셈이다.
 
소비자 손 거친 ‘리퍼브’ 제품 인기
가격대비 성능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리퍼브 제품이 뜨면서 A매장을 찾는 이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A매장은 이 같은 상황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A매장 대표는 “대형 마트나 유명 백화점이 리퍼브 매장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이들은 리퍼브 매장이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걸 꺼려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리퍼브 매장의 장점을 알게 되면 정식 매장으로 가는 발길이 끊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불똥이 리퍼브 매장에 퍼질 수도 있다는 게 A매장 대표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과거 모 마트 리퍼브 매장이 이러한 이유로 매장 문을 닫은 바 있다. 정식매장과 리퍼브 매장 간 미묘한 갈등이 있다는 얘기다.
 
리퍼브 제품은 미국 등 여러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에 정착된 판매방식이다. 미국은 반품제도가 발달해 반품된 제품을 다시 파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별도로 매장을 설치해 리퍼브 전문 코너를 운영하는데, 대부분 정품보다 30∼4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유통업체는 값싸게 재고품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들은 똑같은 제품을 싸게 살 수 있어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 
 
선진국의 경우 리퍼브 제품에 대한 사후관리도 철저하다. 구입 후 1년 정도는 A/S를 보장받는다. 국내에서도 2000년 이후 노트북을 중심으로 리퍼브 제품이 거래되기 시작해 점차 품목 및 판매업체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구입 후 교환이나 A/S를 받는 일이 쉽지 않다. 또 리퍼브 제품임에도 새제품인냥 판매하는 일도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산  바 있다.
 

리퍼브 제품은 공산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떠리몰’ ‘리퍼브샵’ 등에서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식품을 최대 90%까지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식품의 유통기한은 평균 3개월 정도다. 주요 식품은 커피, 차, 과자, 스낵류, 유제품, 냉동식품 등 180여종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유통기한은 해당 식품을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이 아닌, 제조업자가 식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한이다. 기한이 조금 지났더라도 일정 기간은 섭취해도 안전하다. 그렇다고 해서 유통기한을 무시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기본적인 주의 사항은 지켜야 한다.

“아껴야 산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국장은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을 구매할 땐 정말 필요한 지 한 번 더 생각해보고 구입하는 게 좋다”며 “B급 공산품의 경우에는 A/S가 가능한 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놓고 버리게 되면 오히려 낭비가 된다”며 “병행수입 제품은 일반 제품 보다 저렴한 대신 사후관리가 취약하다”며 리퍼브 제품 구입 시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이주홍 국장은 “신생업종은 소비자 보호 방안이 불비하다”고 덧붙였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DIY’ 수제바람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DIY(Do It Yourself)족’이 늘고 있다. 최근 G마켓이 DIY 제품 매출을 조사한 결과, 가구·리빙·식품·자동차 전 부문에 걸쳐 판매가 늘었다. 리빙 부문에서 인형·팬시우드 공예와 비즈·액세서리 공예가 전년 동기대비 각각 260%, 75% 증가했다.

 
식품 부문에서는 식품제조기 전체 매출이 같은 기간 75% 늘었다. 세부 품목별로는 팝콘제조기 710%, 누룽지제조기 195%, 참기름제조기 133%, 솜사탕기계 110%, 요구르트·청국장 제조기 75%, 콩나물재배기 80% 등의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또 홈베이킹 DIY 제품과 머핀컵·몰드·DIY 도구는 각각 36%, 20% 증가했다.
 
차량용 공구·DIY 용품도 인기다. 공구·기타 DIY 용품이 236% 급증했으며 차량용공구(44%), 에어컴프레셔(16%) 등 전 품목군 매출이 증가했다. DIY가구·가구 리폼 전체 매출은 26% 증가했다. 반제품·조립가구(61%), 장식 패널·장식 몰딩(35%), 가구손잡이·발통·부품(34%), DIY용 목재(21%) 등의 신장률을 보였다.
 
이 밖에 의류나 인형 만들기 등 DIY 제품도 인기다. 의류 DIY를 할 수 있는 리폼 부자재 제품 판매는 54% 신장했다.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천연비누나 인형 만들기 제품은 각각 205%, 105% 늘었다. 태교에도 도움이 되는 짱구베개 만들기, 배넷저고리 만들기 등의 태교용 DIY 용품은 288% 판매가 늘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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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