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추신수 아버지 ‘다이아 스캔들’ 풀스토리

아들 얼굴에 먹칠을…“돈 없다” 배짱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메이저리거 추신수의 아버지가 한 개인 사업가에게 다이아몬드 원석 수입 대금 8억여원을 빌린 뒤 수년 째 이를 갚지 않아 고소 당했다. 추씨는 민사소송에서 패소, 법원의 재산 명시 명령에 불응했다가 결국 법원으로부터 감치 명령을 받고 경찰에 연행돼 구치되기도 했다. 그러나 추씨는 ‘배째라’식으로 법원의 상환 판결을 불이행하고 있다. 이들 간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그 내막을 살펴봤다.
 
 
지난달 9일 경찰에 따르면 메이저리거 추신수 선수의 부친 추모씨는 사기혐의로 부산구치소에 3시간가량 감치됐다가 풀려났다. 원석 가공 사업을 하는 추씨는 2007년 중국에서 다이아몬드 원석을 들여오면서 세관에 신고를 하지 않아 밀수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사기혐의도 더해졌다. 개인 사업가 박모씨 등에게 다이아몬드 원석 수입 대금 8억원을 빌렸는데 수년째 이를 갚지 않아 고소를 당한 것이다.
 
아들 들먹이며
사업가 등쳤다
 
추씨는 2012년 상환이행판결을 이행하지 않은 데 이어 지난해 10월 법원의 재산목록 제출요구도 무시하며 법정 출석요구에도 불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추씨는 법원으로부터 감치 명령을 받고 자택인 부산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찰에 붙잡혀 구치소에 수감됐다. 당시 추씨는 “재산목록을 성실하게 제출하겠다”고 서약한 뒤 풀려났다. 그러나 말 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의 발단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업가 박씨는 경상남도 사천에 있는 한국우주항공산업 관련 사업권을 얻기 위해 지인들을 찾던 도중 같은 해 11월경 열린우리당 경남도당 사천시지부장을 맡고 있었던 현 조익래 사천시의원을 만나게 됐다. 조 의원은 사업권을 유치해주겠다며 한국우주항공산업 사장을 만나거나 집권당 당 대표들과 통화를 하는 등 박씨 앞에서 위세를 과시했다.
 
이듬해 4월, 조 의원은 박씨를 만나 다이아몬드 사업을 제안했다. 박씨에 따르면 조 의원은 좋은 물건이 있는데 돈이 부족하다며 3억원을 빌려주면 2주 이내에 갚겠다고 했다. 매수자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상환할 수 있다고 박씨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중국 원석 들여오면서 미신고…밀수 혐의
수입대금으로 빌린 8억원 갚지 않아 피소
 
이 같은 조 의원의 제안에 박씨는 4월19일부터 30일까지 상환하겠다는 차용증을 받고 돈을 송금했다. 하지만 약속한 날짜에 돈을 받지 못했다. 이에 조 의원은 박씨를 찾아와 2주의 기간을 더 줄 것을 요청했고변재 기간을 5월15일로 연장했다.
 
그리고 2주 후, 조 의원은 다시 박씨를 찾아 5억을 더 빌려주면 앞서 차용한 3억과 함께 상환하겠다고 했다. 박씨는 3억도 갚지 않으면서 돈을 더 빌려달라고 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면서 조 의원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자 조 의원은 추신수의 아버지인 추씨를 불러 자기와 함께 사업을 하는 형님이라고 소개했다.
 
박씨에 따르면 당시 추씨는 “내 아들이 추신수인데 거짓말 하겠느냐”며 “이 사업이 너무 아까워서 그런다. 5억을 빌려주면 틀림없이 2주 이내에 상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유명인의 아버지인 추씨의 말에 넘어갔고, 결국 추씨와 조 의원은 공동으로 5월17일부터 5월29일까지 상환하겠다는 차용증을 작성하고 박씨로부터 5억원을 추가로 더 빌려갔다.
 
시의원과 한통속
속이고 또 속이고
 

이후 추씨와 조 의원은 물건을 팔기 위해 홍콩에 갔다가 현지서 물건을 분실했다며 상환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박씨에게 통보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홍콩에서 보험신고를 해놓아서 일부의 돈은 회수가 가능하고, 박씨의 돈을 상환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며 박씨에게 담보로 골동품 몇 점을 건네며 보관하라고 했다.
 
 
박씨는 여러 차례 상환독촉을 했다. 그리고 2007년 11월6일, 조 의원은 모 대기업 중국 법인의 김모씨가 창원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며 3개월의 시간을 주면 대의변재를 해 줄 것이라면서 담보로 건넸던 골동품을 달라고 부탁했다. 박씨는 돈을 빨리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골동품을 내주었지만 결국에는 담보물까지 뺏긴 셈이었다.
 
박씨는 추씨에게도 여러 차례 독촉을 했다. 그러나 추씨는 공동으로 한 사업이니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아들이 내년에 계약을 하면 꼭 갚겠다”면서 8억원에 대한 책임을 본인이 진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할테니 1000만원을 더 빌려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박씨는 2009년 4월, 1000만원을 더 빌려줬다.
 
정황상 이들은 시간을 벌기 위해 갖은 핑계를 둘러댔다. 그러면서도 상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이들이 이렇게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은 박씨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적 위치에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추씨는 유명 스포츠 스타의 아버지, 조 의원은 지역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반드시 갚겠다더니…수년째 묵묵부답
아들 돈이 그렇게 많은데 모른척 왜? 
 
박씨는 이들에게 빌려준 돈을 도저히 상환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2010년 이들을 검찰에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그런데 조 의원은 검찰에서 조사받을 당시에도 박씨를 찾아와 또 다른 사업권을 알선해 주겠다고 했다. 추씨는 매년 1억에서 2억을 상환해주겠다고 했지만 검찰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되자 법대로 하자는 식으로 급변한 태도를 보였다.
 
이후 박씨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서에서 이들이 불법 환치기 수법으로 8억이나 되는 거액의 돈을 중국으로 송금, 밀수 정황이 포착됐다는 사실을 확인, 2011년 민사청구 소송을 통해 같은 해 12월 조 의원 3억원에 대해 승소, 2012년 4월 조 의원과 추씨에게 5억원에 대해 승소, 2012년 10월 추씨에게 1000만원 승소했다. 이들은 차용금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고 있으나 불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씨는 정기세무조사를 받았고 8억을 업무용 자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금액에 대해 대표이사 가지급금으로 처분, 5억여원 정도의 세금을 추징 당하고 개인은 법인으로 5억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수하라는 명령을 받게 되어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됐다.
 
 
박씨는 추씨와 조 의원에게 빌려준 돈은 8억이지만 결산자료에 따르면 실질적인 손해는 20억에서 50억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박씨는 민사 판결문 등의 자료를 보완한 뒤 추씨와 조 의원을 사기혐의와 관세위반혐의로 2014년 2월 검찰에 재고소, 같은 해 5월 검찰에서 기소를 해 현재 7차 공판을 진행 중이다.
 
정신적 스트레스
극에 달한 피해자
 

조 의원은 2010년 사천시의원에 당선되면서 지인 김모씨에게 허위로 추심명령을 받게 해 자신의 급여를 김씨의 계좌로 일부 이체시켰다. 박씨는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통해 2014년 2월 승소, 이체시킨 전체금액을 회수했다. 조 의원은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재당선됐지만, 박씨는 조 의원의 선거 보전비에 대해 5억원의 판결문으로 압류를 하자 선거관리위원회는 조 의원이 부채를 기록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고발, 혐의가 인정돼 선거법위반으로 벌금 200만원의 구형을 받았다.
 
당시 창원지법 진주지원 제2형사부는 “민사재판에서 ‘5억원의 채무가 있는 것’으로 확정 판결을 받고도 실수로 채무를 빠뜨렸다는 피의자의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며 “고의로 허위사실을 신고해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을 저해한 행위는 당선 무효형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이에 항소 중에 있다.
 
최근 조 의원은 박씨를 찾아와 박씨가 압류해 둔 5억원은 추씨가 갚아야 할 돈이라고 허위진술을 요구하기도 했다. 추씨는 2014년 10월 재산명시 재판에도 응하지 않고 11월 감치재판에도 응하지 않아 지난달 9일 감치됐다. 박씨는 추씨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추씨는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박씨는 “이 사건의 가해자 두 사람 다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고 있는 사람이다. 한 사람은 추신수의 아버지로서 대한민국 최고의 아버지의 위상을 갖고 있고, 또 한 사람은 현직 새정치민주연합 사천시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이들의 부도덕함을 꼬집었다. 이어 박씨는 “재판 대기 장소에서 ‘돈을 빨리 갚아야 될 것 아니냐’고 말하자 추씨는 오히려 몸을 들이대며 폭행을 유도하려는 듯한 행동을 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박씨는 추씨와 조 의원 때문에 직원 100여명이 넘는 자신의 회사가 흔들렸다고 한다. 부도를 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쏟아 부은 끝에 지금은 직원 3명이 남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박씨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중추신경 내분비물질 발산에 문제가 발생, 몸이 경직돼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강제집행 말고는 해답이 없어 보인다.
 
조 의원은 취재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다이아몬드 사업을 언급하자 조 의원은 “그 사람(박씨)이 바보도 아니고 왜 돈을 빌려줬겠느냐”며 박씨가 투자목적으로 자신에게 돈을 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씨는 “돈을 벌려고 했다면 투자계약서를 작성했지 차용증을 작성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추씨의 입장을 듣고자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10차례 이상 통화, 문자 등을 시도했지만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추신수 선수 소속사 IB월드와이드 관계자는 “추가적으로 (추 선수와)얘기는 하고 있는데 소송이 진행 중이라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추 선수는 2013 시즌 종료 후 텍사스와 7년 간 총 1억3000만달러(약 1379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연봉으로 따지면 약 1857만달러(약 197억원)를 받는 셈이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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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