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임박' 분주한 야동시장 현주소

법 위서 노는 ‘제2의 김본좌’ 나온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남성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앞으로는 웹하드나 P2P에서 음란물을 찾을 수 없고, 송수신도 제한될 예정이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청소년이 음란물을 접할 수 없도록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마련했다. 문제는 성인들도 성인물을 향유할 수 없도록 개정됐다는 것이다.


 
지난 9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웹하드 등에서 음란물이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고 청소년이 스마트폰 앱 등의 유해정보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야동 원천차단
샛길까지 막나
 
이날 전체회의에 보고된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웹하드·P2P 등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는 음란물 유통방지를 위해 ▲음란물 인식 ▲음란물 검색과 송수신 제한 ▲음란물 전송자에게 경고문구 발송 등을 위한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관련 운영·관리 기록을 2년 이상 보관해야 한다.
 
또 사업자가 운영·관리하는 게시판에서 불법정보가 유통되는 경우, 유통방지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은 이상 기술적 조치를 취했다고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기술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데도 불법정보가 유통되는 경우 사업자를 처벌할 수 있는 셈이다.
 

이동통신사업자가 청소년과 계약을 할 때에는 청소년 유해정보 차단수단의 종류와 내용 등을 청소년과 법정대리인에게 알리고 차단수단이 설치된 것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계약 체결 후에도 차단수단이 임의로 삭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차단수단이 삭제되거나 15일 이상 작동하지 않은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에게 이를 고지해야 한다. 
 
시행령 개정한은 입법예고를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규제개혁위원회 및 법제처 심사를 거쳐 개정법률 시행일인 4월16일에 맞춰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시행령 개정으로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통한 음란정보와 청소년 유해정보 유통이 대폭 감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방통위의 소식이 전해진 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음란물 전담반(TF)’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규제 활동에 돌입키로 했다. 방통위는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음란 정보의 유통이 심각하다고 판단, 머지않아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음란물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SNS 등을 통해 음란물이 빠르게 유포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가입자 9억명에 달하는 트위터는 최근 국내외에서 음란물 유통 채널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여기에 아동·청소년들이 자신의 신체를 찍어 올리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간편한 가입절차 때문이기도 하다. 성인인증 없이도 음란물 게재는 물론, 노출이 손쉽게 이뤄지고 있다.
 
이에 트위터는 지난해 ‘포토DNA’라는 기술을 도입해 불법 콘텐츠를 찾아 제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을 전담하는 인력이 불법 콘텐츠를 모니터링 하고 차단하는 업무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마찬가지로 페이스북도 유해 콘텐츠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SNS 사이트들을 막을 길은 없어 보인다. 최근 사이 관리·감독이 허술한 외산SNS로 옮겨가는 추세지만 이를 단속할 만한 뾰족한 법적 근거가 없어 실질적인 대처가 전무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부조차도 음란물을 막을 수 없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나만 아는

멍청한 규제
 
청천벽력 같은 야동규제 소식은 뭇 남성들을 분주하게 만들고 있다. 직장인 A씨는 급히 카카오톡 채팅방을 개설해 친구 수십 명을 초대했다. A씨는 본인의 자유이용권이 담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한 뒤 ‘모든 장르의 성인 콘텐츠를 서둘러 다운 받으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메시지가 퍼지자 채팅방은 요동쳤고 A씨의 친구들은 저마다 주 분야와 특정 AV(성인용 비디오)를 맡아 동시 다발적 다운로드를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주변 곳곳에서 감지된다.
 
앞서 업계 관계자들의 말처럼 웹하드·P2P를 막는다고 해도 야동을 볼 수 있는 사이트는 천지에 깔려있다. 외산SNS, 해외사이트 등을 이용하면 언제 어디서나 성인물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의 실효성이 의심된다. 
 
이번에 방통위가 마련한 개정안은 청소년이 음란물을 접할 수 없도록 막아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물론 청소년이 음란물을 접할 수 없도록 막아야 한다는 것에 반기를 들사람은 드물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개정안으로 인해 애꿎은 성인들까지 불편함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성인도 성인물 못 보는 개정안 마련
애꿎은 마니아들 “미리 다운 받자”
 
이 개정안에는 기본적으로 ‘야동이 성범죄를 부추긴다’는 전제가 깔려있는데, 정말 그럴까. 지난해 경찰청은 경찰대학에 의뢰해 실시한 ‘온라인 아동음란물 실태 및 대책’ 연구 용역에서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아동·청소년 음란물 국민인식 설문조사’를 통해 아동·청소년 음란물과 성범죄 사이 상관관계가 높다고 밝혔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량은 아동·청소년 음란물과 성범죄 사이 상관관계가 높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아동·청소년 음란물과 성범죄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는 응답은 42.4%였고, ‘높다’는 응답도 33.3%였다. 연령별로는 20대 응답자의 53%가 아동·청소년 음란물과 성범죄 상관관계가 높다고 답했다. 40대(86%), 50대(89%), 60대(85%) 등 고연령층에서는 평균보다 상관관계가 많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연구결과는 달랐다. 노스웨스턴 대학 로스쿨의 안토니 다마토 교수가 지난 2006년 작성한 ‘포르노가 늘수록 강간이 감소한다’는 보고서에 따르면 야동이 허용된 이래 미국의 성범죄는 85%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1980년에는 1000명당 2.7이던 성폭행 희생자는 2004년 1000명당 0.4명까지 줄어들었다.
 
물론 미국의 형사사법체계의 강화 등을 원으로 들 수 있지만 다마토 교수는 주로 야동 확산에 기여하는 인터넷 배급과 강간률이 보다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봤다. 실제로 미국에서 인터넷 사용이 가장 적었던 4개주(켄터키·미네소타·웨스트버지니아·아칸소)에선 강간률이 53% 가량 증가했지만 인터넷 사용이 가장 많았던 4개주(콜로라도·뉴저지·워싱턴·알래스카)의 경우 강간률이 27% 감소했다.
 
다마토 교수는 야동을 보고 성적 욕구를 일부 해소한 사람은 굳이 나가서 성범죄를 일으킬 필요가 없어지며, 야동으로 성적인 자극을 받은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성적인 자극에 덜 민감하게 되기 떄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2011년 이탈리아의 SIAMS(the italian Society of Andrology and Sexual Medicine)에서 진행된 연구결과도 야동과 성충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SIAMS가 성인 2만8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젊은 남성들은 10대 중반부터 보기 시작한 야동 때문에 성욕 부진과 발기부전에 시달리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으로는 우스꽝스러운 결과지만 시사점은 분명하다.


간과 못하는
순기능도 있다
 
지난 2012년 ‘스마트폰 야동 퇴출법안’을 제출한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이 과거 국회에서 ‘야한 사진’을 보고 흉내를 내는 듯한 사진이 공개돼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당시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청소년을 보호한다며 스마트폰 야동 규제법안을 제출한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이 국회에서 야사를 보는 장면”이라며 문제의 사진을 게시하면서부터 논란이 일었다.
 
‘야사 보는 국회의원’ 사진은 2006년 17대 국회 시절 한 의원이 동료의원들과 가슴이 파인 옷을 입은 여성의 사진을 본 후, 흉내를 내듯 자신의 가슴을 만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앞서 한 의원은 모바일 음란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전기통신사업법 관계 법령 개정안 2건을 발의했다. “너희들 중에 하드에 야동 한 편 없는 자 나에게 돌을 던지라”. 유행처럼 번졌던 김본좌의 명언은 실로 날카로웠던 것이다.
 
한때 대한민국 남성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성인음란물의 본좌로 불린 김본좌. 그는 불법 야동 공유로 당시 28세의 나이로 구속됐다. 김본좌는 ‘토토디스크’라는 웹하드에서 kimcc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다. 일명 김C로 통했고 가수 김C로 오해받기도 했다. 대한민국 야동의 선구자였던 stoangel의 제자였다. 라이벌로는 devine이 있었다. stoangel은 국내 야동의 역사를 열었던 전설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은퇴시기에 맞춰 김본좌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다. 
 
“심해도 너무 심하다”

거세지는 비난 여론
 
김본좌는 토토디스크에서 2003년 11월부터 2006년 10월 구속 직전까지 3년간 양질의 야동을 매일 수십편씩 불법 업로드했다. 일본 오픈냅에서 신작 야동이 공유되면 그것을 누구보다 빠르게 웹하드에 올렸다. 이후 ‘세가디스크’라는 웹하드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와 그곳에 야동을 올렸지만 이때 꼬리가 잡혀 결국 구속됐다.
 
당시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국내에 퍼진 일본 야동의 70% 이상은 김본좌의 손에서 대량 유통된 것이었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김본좌가 유포한 야동은 1만4000편에 이른다. 용량으로 치면 하루에 20∼30기가바이트의 야동을 다운 받아 다시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셈이었다. 김본좌는 친절하기까지 했다. 그는 야동 업로드 시 영상의 내용과 캡쳐 사진까지 달아, 조회건수가 대부분 1만 건을 넘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렇게 야동을 불법 유포한 김본좌는 결국 2006년 10월 부산에서 구속됐다.
 
당시 부산 사상경찰서 자유발언대에는 이모씨가 실명으로 김본좌의 선처를 구하는 게시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씨는 “우리의 슈퍼스타 김본좌 형님을 선처해주세요. 그렇게 나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민중의 지팡이를 믿겠습니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사상경찰서는 “실정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답변을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상경찰서 자유발언대에는 김본좌의 선처를 바라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전설로 남은
본좌들 업적
 
당시 수많은 남성이 김본좌를 옹호하는 댓글을 남기면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그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높혔다. 이때부터 ‘지못미’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게 됐다. 이후 김본좌는 2007년 7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흥미로운 점은 김본좌가 구속된 다음 날 국내 제지회사 11곳 중 10곳의 주가가 폭락했다는 것이다. 우연일 수도 있지만 상황이 너무나 절묘했고, 주가가 떨어지지 않은 회사 한 곳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휴지를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본좌의 영향력이 새삼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후 김본좌의 정신을 잇는 용자가 나타나 화제가 됐다. 김본좌의 기록인 1만4000편을 뛰어넘은 2만6000편을 공유하다가 구속된 정모씨가 그랬다. 그러나 이미 선구자로서 이름을 남긴 김본좌의 명성을 대체하기에는 부족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이후에도 김본좌의 후계자로 불리는 이들은 끊이지 않았고 ‘5대 본좌’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2006년 김본좌, 2009년 정본좌, 2010년 양본좌, 2011년 서본좌, 2012년 박본좌 등. 김본좌의 후예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인터넷 상에 야동을 업로드 하고 있다. 그러나 2015년은 성인들이 성인물을 당당하게 볼 수 없는 암흑 같은 시기가 될 전망이다. 난세에 영웅이 나타난다고 하니, 제2의 김본좌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순 없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서전 쓴 야동배우, 왜?
 
일본 AV(성인용 비디오)배우가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은 자서전을 출간해 화제다. 일본의 AV배우 사쿠라 마나는 최근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고전(중학 졸업자가 입학하는 5년제 학교)생이었던 내가 만난 세계에서 단 하나의 천직(이하 단 하나의 천직)>을 출간했다.
 
사쿠라 마나의 <단 하나의 천직>은 일반인들이 접하기 힘든 AV배우의 삶에 대한 내용을 진솔히 담아 발매 이후 온라인 상에서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또 그녀의 팬임을 선언한 일본의 인기 개그맨 바카리듬이 서평을 써 눈길을 끈다.
 
<단 하나의 천직>에는 2012년 고전 재학 중이었던 사쿠라 마나가 AV배우로 데뷔하게 된 계기와 AV업계에서의 일상, 급료, 부모님에게 ‘일’을 들켰을 때, 연기 등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쿠라 마나는 인상적인 몸매와 귀여운 외모를 갖춰 국내외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인기 AV배우로, 일본의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에도 출연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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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