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가망신 남녀노소 ‘몸캠 피싱’ 주의보

“채팅하면서 막 벗지 마세요”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최근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각종 사기행각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몸캠 피싱’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어 논란이다. 후유증에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사례까지 등장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나락으로 몰아가는 몸캠 피싱의 실태를 들여다봤다.

 
지난달 4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고층빌딩에서 20대 남성이 투신해 숨졌다. 경찰 및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께 광화문 사거리 인근인 서울 종로구 신문로 1가 소재 24층 빌딩에서 대학생 임모(25)씨가 투신하는 모습을 빌딩 맞은 편 면세점에 있던 시민이 목격해 경찰에 신고했다.

순간 실수로
자살까지…
 
신고를 접수한 경찰 및 소방 구급대원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임씨는 건물 옆 반지하 계단에 떨어진 상태였으며 이미 숨진 뒤였다. 경찰은 건물 옥상에서 임씨의 가방 등 소지품이 발견돼 임씨가 옥상에서 스스로 뛰어내린 것으로 추정했지만 유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임씨가 평소 우울해 했다는 유족의 증언을 바탕으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했다.
 
임씨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는 다름 아닌 ‘몸캠(서로의 몸을 보여주며 통화하는 속어)’ 때문이었다. ‘몸캠피싱’은 누군가 화상채팅으로 여자 행세를 하며 상대방에게 음란한 행위를 하도록 유도한 뒤, 이 모습을 사진아니 동영상으로 녹화해 돈을 요구하는 것을 뜻한다.
 

임씨는 “300만원을 주지 않으면 재학 중인 학교 게시판에 나체 사진을 뿌리겠다”는 협박에 시달리다 지난 9월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임씨가 숨지기 전 신고한 내용을 토대로 채팅 상대를 추적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앞서 지난 8월27일, 충북 제천에서 한 남성이 투신자살했다. 당시 충북 제천경찰서는 충북 제천시 수산면 옥순대교 아래에서 쓰러져 있는 김모(34·포항시 복구 장성동)씨를 발견했다. 김씨는 숨지기 10일 전인 13일 경찰에 “음란사진을 유포하겠다며 현금을 요구하는 사기단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신고했지만 결국 죽음을 선택했다.
 
경찰은 몸캠 피싱 조직 검거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몸캠 피싱의 위험성이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데 반해 피해자는 나날이 늘고 있다.
 
나체녀가 음란행위 유도…알고보니 녹화
자위하다 신상털려 “가족·친구에 유포” 
 
인천에 사는 평범한 회사원 최모(27)씨는 퇴근 후 이따금씩 야동(야한 동영상)을 즐겨보곤 했다. 그런데 최씨는 색다른 자극을 원했다. 그러던 중 스마트폰 음란 화상채팅을 알게 됐고 채팅 앱을 통해 한 여성을 만날 수 있었다. 최씨는 채팅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그리고 짜릿한 순간이 왔다. 대화 도중 이 여성이 속옷을 벗은 채 유혹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최씨의 정신은 혼미해졌다.
 
그런데 이 여성은 “화면이 끊기고 소리가 잘 안 들린다”며 채팅을 종료하고 “고화질로 음란 영상통화를 하고 싶다”며 자신이 추천하는 ‘시크릿 톡’이라는 앱을 설치하도록 강요했다. 이성을 잃은 최씨는 이 여성이 보내주는 앱을 받아 설치했지만 화질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 어찌됐든 최씨는 속옷을 벗어 던진 채 자신의 성기를 붙잡고 여성과 음란행위를 이어갔다. 그리고 깊은 잠에 빠졌다.
 

문제는 다음 날 벌어졌다. 최씨가 여성으로부터 추천받은 앱 시크릿 톡은 화질 개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메모리 해킹 앱이었던 것이다. 최씨의 전화번호는 물론 연락처 목록, 이메일 주소, 계정 등 개인정보가 상대방에게 넘어갔다. 더 충격적인 것은 화상채팅을 하자고 접근한 사람은 여자인 척 연기를 했던 남자라는 사실이다. 음란행위를 부추긴 여성은 인터넷에서 떠도는 영상물 속 인물이었다. 즉 실시간 화상채팅이 아닌, 녹화된 영상 앞에서 자위행위를 했던 것이었다. 최씨는 자괴감에 빠졌다.

알몸 유출
변태 낙인
 
이 남성은 최씨에게 나체 사진 및 동영상을 보냈다. 그리고 최씨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당장 돈을 보내지 않으면 가족 및 지인들에게 사진과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겁먹은 최씨는 남성이 요구하는 50만원을 송금했다. 모든 게 다 해결될 줄 알았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이 남성은 최씨에게 더 큰 금액을 요구하며 협박을 이어갔다. 그리하여 총 200만원을 송금했다.
 
 
그런데도 협박은 계속됐다. 최씨는 전화기를 붙잡고 펑펑 울면서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다행히도 나체사진이 지인들에게 전송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씨는 몸캠 피싱으로 인해 1주일이 넘도록 식은땀을 흘려가며 몸살을 앓을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최씨는 끝까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의 후기를 보고난 뒤 기대를 접었던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몸캠 피싱 피해자들의 글이 이따금씩 올라온다. 이들이 하는 말은 비슷하다. “걸리면 끝이다” “신고해봤자 못 잡는다” “가능하면 돈으로 해결해라” 등이다. 몸캠 피싱의 주체는 흔히 조선족으로 알려졌다. 최씨와 같은 사례는 각종 포털사이트에 ‘스카이프 협박’이라는 검색어를 치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많은 피해자가 대처 방법을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이 같은 피해자가 증가하면서 몸캠 피싱과 함께 ‘몸또’라는 말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나온 신조어로 ‘몸캠 피싱 로또’의 줄임말이며 몸캠 피싱을 당한 사람을 비아냥거리는 용어로 사용된다. 그렇다면 몸또는 어떤 상황에서 쓰이는 걸까. 
 
조선족에 걸리면 돈 요구
꽃뱀 물면 빼도 박도 못해
 
음란 화상채팅으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은 피해자들 모두가 조선족의 요구에 응하는 건 아니다. 철저히 무시한 채 일상생활을 하는 강심장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무대응이 의외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아니다. 피싱 가해자들에게 송금을 하지 않은 경우 경고한 대로 지인들을 카카오톡 방에 초대한 뒤 피해자의 얼굴과 신체 중요부위가 노출된 사진과 동영상을 유포한다.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 몸캠 피해자들은 비슷한 레파토리의 핑계를 늘어놓는다.
 
“지금 제 번호로 이상한 사진과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며칠 전 휴대폰을 잃어버렸는데, 어떤 사람이 가져가서 해킹한 뒤 제 가방에 넣은 것 같아요. 카톡이나 문자로 링크를 뿌려서 누르게 하고 지인들의 돈을 뽑아가는 수법입니다. 여기에 나와 있는 링크 절대 클릭하지 마세요.” 피해자들은 카톡에 숫자가 줄어들수록 가슴을 조린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냉랭했다. “너도 몸캠 찍었냐?” “변태자식 연락하지 마라” “오빠사진 맞아요? 충격” “너도 걸렸냐. 답이 없네” 등이었다.
 

이때 피해자의 카톡방에 초대되는 지인 중 일부는 몸또를 맞았다며 주변 지인에게 사진과 동영상을 뿌리면서 피해자의 상황을 우스갯거리로 전락시킨다. 여의치 않을 경우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해 관심을 산다. 
 
최근 들어서는 여성 피해자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모르는 사람이랑 몸캠하다가…’라는 글이 게시돼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이 글의 게시자는 다름 아닌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이 여성은 게시판을 통해 “앱에서 만난 상대와 영상통화를 했다. 가슴만 보여줬는데 자꾸만 거기도 보여 달라고 졸랐다. 끝까지 안 보여주다가 영상통화를 마쳤는데 갑자기 ‘녹화했다’면서 사진과 동영상을 여기저기에 올리겠다고 협박했다. 아래를 안 보여줘서 그런 건지, 차라리 보여줄 걸 그랬다. 지금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난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사람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했다.

‘몸또’당첨?
2차 피해 우려
 
몸캠 피싱 피해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경찰도 몸캠 피싱 조직 검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8월 충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알몸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수백명의 남성에게 총 14억원 상당을 가로챈 피싱 일당 3명을 검거했다. 앞서 지난 4월과 7월에도 피싱 조직을 검거하는 등 경찰은 지속적으로 수사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경찰청 관계자는 피싱 조직을 검거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한다. 예방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피싱 조직이 대부분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이용하는 데다 악성코드를 유포하는 서버도 중국 등 해외에 두고 있어 추적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현재는 말단의 현금 인출책 등이 주로 검거되고 있고, 대부분 범죄조직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추청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들은 스마트폰의 ‘환경설정’ 메뉴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앱의 설치를 차단하는 기능을 사용해 보안설정을 강화해야한다고 말한다. 출처불명의 실행파일은 애초에 설치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음란채팅’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를 당했을 경우 송금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해서는 안 된다”며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된다. 돈을 뜯어내다가 결국에는 사진을 퍼뜨린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따라서 협박문자나 전화를 받은 경우 즉시 채팅화면을 캡처하고 송금내역 등 증거자료를 준비해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또 신고 후에는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초기화시키거나 설치된 악성 프로그램을 삭제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에 연동돼 있던 각종 계정도 탈퇴한 후 새롭게 개설하고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변경해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전해진다.

사회적 고립
회생 불가?
 
한 스마트폰 해킹 전문강사는 “협박범들은 일반 계좌가 아닌, 가짜 계좌를 알려준다”며 “계좌를 받은 즉시 인터넷 뱅킹에 조회해 가짜 계좌를 확인한 후 없는 계좌이니 다른 계좌를 알려달라고 해서 신고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50만원을 입금하면 그때부터가 지옥의 시작이다. 반응을 하지 않는 상대에게는 협박만 하다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한 번이라도 입금을 한 사람에게는 집요하게 협박하고 영혼마저도 뜯어낸다”며 무대응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용자들은 이 같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스미싱 원천 차단솔루션 등을 설치하고 안드로이드 기반의 허용되지 않은 악성앱이 설치됐을 경우 신속하게 삭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말 스미싱 주의보 ‘모임공지’ 잘못 눌렀다간 낭패
 
연말연시를 틈타 금전을 가로채는 스미싱 문자가 폭증할 전망이다. 지난 2일 업계에 따르면 ‘택배도착 확인’ ‘송년 모임참석자 명단’ ‘모바일 연하장’ ‘연말정산 확인’ ‘새해인사’ 등 스미싱 사례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스미싱이란 문자메시지(SMS)와 피싱(Phishing)의 합성어로 아리송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로 발송된다. 스미싱 안에는 URL주소가 포함돼 있어,  사용자가 URL을 클릭하게 되면 스마트폰에 저장된 금융정보를 비롯한 각종 정보들이 유출될 수 있다.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실에 따르면 금융권의 전자금융사기 피해액은 2011년 502억1000만원, 2012년 1153억8000만원, 지난해 1364억7000만원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스미싱 사기 피해액은 지난해 48억700만원에서 올해(6월 기준) 2억7600만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연말연시 특성상 순간적으로 문자내용을 클릭할 수 있어 피해가 우려된다.
 
또한 가격할인 쿠폰이 도착했다는 스미싱 문자메시지나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전자메일, 문자메시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SNS 서비스도 진위 여부를 가려 사이버범죄자들의 농간에 말려들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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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