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 등 주요 이슈에 함몰됐기는 했지만 지방선거의 내열은 정치권 안팎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현 정권의 중간평가장이자 차기 대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선거의 꽃’이라고 불리는 서울시장 선거에 여야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여권 일각에서는 ‘제3후보론’이 뜨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의 ‘대항마’가 제대로 서지 않고서는 서울시장 선거의 승패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서울시장 제3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보수논객 전원책 변호사를 만나 지방선거와 정치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보수 논객 전원책 변호사 한나라당 서울시장 제3후보론
보수정권, 지방선거가 중요 고비…서울시장을 사수하라?
한명숙 전 총리의 재판 결과와 이로 인한 후폭풍이 서울시장 선거를 잠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여권 일각에서는 ‘제3후보론’이 빠르게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충환·나경원·원희룡 의원이 경선을 펼치고 있지만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본선카드’로는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탓이다.
이러한 ‘제3후보’에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전원책 변호사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에 대해 전 변호사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정치는 어려운 것”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전 변호사는 대뜸 ‘정치인의 자격’을 따졌다. 그는 “정치·경제·사회·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뿐 아니라 안보·환경·노동 문제 등 제반 문제에도 식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각 지역의 문제점을 잘 알아야 정치인이 될 수 있다”면서 “이것이 정치인의 기본요건 중 첫 번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념과 이념을 기반으로 한 신념, 정책 개발 등을 갖춘 후에야 정계에 들어설 수 있다”면서 “최소 10년은 입산수도하듯 공부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전 변호사는 거듭 “정치는 어려운 것”이라고 강조하며 “나는 24시간 나라를 고민해야 하는 정치를 할 만큼 정열적이지 못하다”고 현실정치 참여 여부에 선을 그었다.
그는 자신이 보수진영 일각에서 서울시장 ‘제3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대해서도 “내가 서울시장 자격이 있나”라고 되물었다. 전 변호사는 “보수 일각에서 내 현실정치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같은데 (현실정치를) 안 시켜줘서 안 한 게 아니다”라며 “나는 현실정치와 거리가 먼 인간형”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 나섰다면 사고를 쳤어도 단단히 쳤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 변호사는 “서울시장으로 승부를 볼 나이는 지났다”며 “주변에서 ‘그 친구가 시장을 한다고’ 웃지 않겠나. 희극인이 될 수는 없다”고 출마설을 일축했다.
그는 “한나라당에서 이미 서울시장 후보로 4명이 경선을 펼치고 있다. 느닷없이 제3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서울시장을 한다고 해도 오 시장보다 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느닷없이 뛰어들어 휘저을 생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제3후보론’이 뜨고 있는 것과 관련, 한나라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막상 지방선거가 닥쳐서 ‘이게 부족하다, 저게 부족하다’며 제3후보를 들먹이는 것은 1회용으로 용도폐기를 하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보수진영에서 서울시장 후보들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음을 은연 중 내비쳤다. ‘서울시장 제3후보론’은 보수진영 인사들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설 적임자가 없어 답답해하는 와중에 나온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전 변호사는 “서울시장 혹은 지방선거에 나서는 이들은 국가적 안목을 지녀야 한다. 대중을 설득해가는 카리스마도 있어야 한다. 이런 완전한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80점 짜리가 없으면 70점을, 그리고 60점을 받을 만한 이는 찾아보면 있을 것”이라면서 “지방선거가 두 달 남았는데 제3후보가 안되면 제5후보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전 변호사는 어떤 역할을 찾고 있는 것일까. 그는 “우리나라는 정치의 전반적인 수준이 선진국보다 낮다. 제도는 완비됐으나 내용은 아직까지 많이 부족하다. 지금은 과도기라고 할 수 있다”며 “나는 비판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이건 이랬으면’ ‘저건 저랬으면’ 정책을 제언하고 비판하고 생각해서 얘기해주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어느 방향으로 비판해야 할 지 고민이지만 입이 있고 눈이 있는 이상 말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그는 인터뷰 내내 지방선거의 주요 이슈들과 관련,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전 변호사는 “지자체들이 엉뚱한 일들을 많이 하고 있다. 호화 청사를 짓거나 각종 축제를 연다고 지방채를 발행하고 있고, 구의원·기초의회는 예산을 쓰면서 주민들을 위해 일을 하기 보다는 이권을 챙기기 바쁘다”고 힐난했다.
그는 서울시에 대해서도 “‘디자인 서울’은 말이 되나. 이태리 로마 등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도시는 역사가 만들어 낸 것이다. 한강 주변의 아파트와 산비탈의 사무실 등 서울 자체가 난개발 되고 있다. 버스 중앙차로의 경우, 막히는 곳을 뚫어주는 것이 교통정책인데 도로슬림화에 집착해서 일부 도로의 경우 엉망이 됐다”며 “아무리 보수지만…”이라고 말을 줄였다.
“입 있는 이상 말할 것”
그는 무상급식과 관련, “미국·영국·프랑스 등에서 후퇴하고 있는 정책”이라며 “무상급식을 13%에서 3~40%로 늘릴 필요성은 있지만 왜 부잣집 아이들에게까지 무상급식을 해야 하나. (야권에서) ‘눈칫밥 타령’을 하는데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똑똑한데 무상급식을 한다고 해서 누가 부잣집 아이라는 것을 모르겠냐”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군 복무기간이 36개월이었는데 대선 때마다 줄어 18개월까지 축소됐다. 무상급식도 대선·총선 등 선거 몇 번만 지나면 전 국민에게 식권을 나눠주자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전 변호사는 지방선거의 향배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된 보수정당이 없다. 한나라당은 본궤도에서 벗어난 지 한참이다. 자유선진당은 내가 창당에 관여하기는 했지만 지역패권주의에 물들었다”며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좌파는 아직 안된다. 자유민주주의는 승복해야 하는데 이들은 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가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