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4주년 특별기획<6> 김무성·박지원 원내대표 라이벌 인터뷰



여야가 새로운 원내사령탑을 택했다. 한나라당은 친박계 좌장격이었던 김무성 의원을 추대했으며 민주당은 박지원 정책위의장을 새로운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이들을 통해 이명박 정부 집권중반기이자 18대 국회 후반기 정치권에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김무성·박지원 원내대표 모두 투쟁과 갈등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으로 국회를 운영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혀 변화의 가능성도 밝은 편이다. 하지만 이들 앞에 놓인 원구성 협상, 세종시 수정 문제, 4대강 사업, 개헌 등은 풀기 어려운 숙제들이라 국회 파행이 되풀이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여야 신임 원내대표들은 정치권 안팎의 기대와 우려의 시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봤다.

여야 원내대표…당내 갈등 ‘화합카드’ 여야 ‘협상카드’
4선 중진, 파워 재선…역량 충만, 시험대 오른 정치력

김무성·박지원 원내대표는 최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여야의 새로운 원내사령탑이 되면서 무거운 책임과 의무를 짊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꼬인 실타래 같은 국회의 일과 목전으로 다가온 6·2 지방선거는 이들의 하루 일정을 분단위에서 초단위로 나누게 하고 있다.
하지만 당의 중심축이 돼 내딛는 발걸음은 힘차기만 하다. 이들에게 신임 원내대표로서의 각오와 앞으로 하고자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비교적 압도적인 지지로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이러한 지지를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김무성 원내대표(이하 ‘김’): 정치를 복원하고, 당내 갈등을 해소하며, 정권재창출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내가 적임자임을 의원들이 인정해준 것 같다.
지금 정치가 실종됐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이러한 의원들의 뜻을 잘 받들어 정치가 살아있는 생산적인 국회, 국민에게 사랑받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 바치겠다.
더불어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해주신 의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 박지원 원내대표(이하 ‘박’): 민주당이 지금처럼 해서는 안된다며 변화와 개혁을 호소했고, 내가 적임자라는 것을 강조했다. 의원들도 정권교체와 정권재창출을 한 경험과 지난 2년간의 열정적인 의정활동과 당무활동에 대해 평가해 줬다.
또한 박지원의 열정과 경험이라면 민주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성숙한 야당으로 만들겠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국민이 민주당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고, 의원들이 당과 지도부에 요구하는 것도 알게 됐다. 앞으로 1년간 더 열심히 노력해서 기대에 부응하겠다.

- 각각 집권여당, 제1야당 원내대표가 된 소감은 어떠한가.
▲ 김: 여러 가지로 막중한 시기에 이렇게 중책을 맡게 되어 큰 책임감을 느끼지만, 일을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의욕도 생긴다. 사심 없이 열심히 해보겠다.
▲ 박: 민주당은 10년의 성공한 집권경험을 갖고 있다. 더 이상 반대만 하고, 장외투쟁만 하는 야당이 돼서는 안된다. 싸우는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말로 하자는 것이다. 나는 야당인 민주당에서 시작해 다시 야당인 민주당으로 돌아왔다. 내 경험과 열정으로 민주당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 당 안팎의 현안 중 원내대표가 되어 가장 먼저, 중요하게 해결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 김: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당내 화합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주류, 비주류를 떠나 모두가 함께 만든 정부이다. 또, 모두 하나로 힘을 모아서 이명박 정부가 성공해야만 한나라당의 역사적 소명인 정권 재창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부터 마음을 열어 계파 간 갈등을 없애고 당을 화합시키겠다.
또한 친서민 민생법안들이 빠른 시일 안에 통과 될 수 있는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겠다. 싸울 땐 싸우더라도 민생법안을 국회 파행의 협상 고리로 삼지 않겠다고 국민들께 약속드린다.
▲ 박: 안으로는 민주당에 활력을 불어넣고, 대여관계에서는 대화의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지만 지금 그릇에 남아있는 것이 없다.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열심히 해서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한나라당과도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협상할 일이 있으면 감동적으로 협상해서 그야말로 모든 것이 ‘말’로 해결되는 여야관계를 만들고 싶다.

- 여당의 원내대표 선출과 함께 야당도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했다. 1년 동안 협상을 벌일 여야 원내대표가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 서로 여당 원내대표로서의 김무성 의원과 야당 원내대표로서의 박지원 의원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또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 김: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정을 전반적으로 깊이 경험한 매우 훌륭한 정치인이며, 나와는 개인적으로 ‘형님, 동생’할 정도로 서로 신뢰가 두터운 사이이다.
특히 박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대통령이 성공해야 나라가 산다. 야당이지만 무조건 반대, 장외투쟁은 하지 않고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고 말해 준 데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이런 박 원내대표를 잘 모시면서, 서로 유연한 자세로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대화와 협상의 정치를 한번 해보고 싶다.
▲ 박: 김무성 원내대표는 국정경험과 정치경력을 골고루 갖춘 중후한 여당 중진의원이다. 개인적으로 호형호제하는 사이고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다.
정치권이나 국민들께서 여야 원내대표에게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 그만큼 지금까지의 여야관계, 정치의 실종에 대해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와 김 원내대표 모두 이런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국민이 원하는 좋은 정치를 만들어 나가자는 말을 하고 싶다.
- 이번 여야 원내대표 선출 후 ‘대화정치’에 많은 기대가 쏠리고 있다. 하지만 당장 5월 국회의 가동 여부를 비롯해 하반기 원구성 협상, 세종시 수정 문제, 4대강 사업, 개헌 등 산적한 현안에 여야의 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깊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어려운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갈 생각인가.
▲ 김: 정치는 절충이다. 양쪽의 의견에 차이가 있을 때, 각자 자신의 생각만 극단적으로 고집하게 되면 결국 모두 지게 된다. 이럴 때, 서로 대화하고 조금씩 양보해 양쪽의 정신을 다 살릴 수 있는 절충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정치라고 생각한다.
산적한 현안들이 많지만 대화와 양보를 통해 절충안을 찾을 것은 찾고, 또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마음과 귀를 열고 살펴 나가겠다.
▲ 박: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대화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없다.
한나라당에서 반대하던 5월 국회도 나와 김 원내대표가 상견례를 하면서 국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하반기 원구성은 지방선거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상반기에 여야간 합의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상위위원장 등의 기본틀이 바뀌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세종시는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때부터 20여 회 이상 약속한대로 원안을 추진하면 된다. 4대강 사업은 국토를 절단내는 환경파괴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지금 개헌론을 제기하는 것은 지방선거에서 다른 이슈를 묻어보겠다는 정략적 의도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개헌에 진정성이 있다면 지방선거 이후에 제의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민주당도 함께 논의할 의향이 있다.


- 여야간 대화만큼이나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으로 어수선한 당을 하나로 묶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생각하고 있는 당 화합 방안은 무엇인가.
▲ 김: 화합을 하려면 우선 서로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오해를 씻어내야 하는데, 우선 나부터 잊을 것은 잊고 미래를 생각하려 한다.
또한 당내 화합과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통해 정권 재창출도 가능하다는 큰 틀 안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한번 해보자고 진정으로 호소 하고 싶다. 이러한 노력의 과정에서 서로간의 마음의 벽도 차차 허물어지리라 믿는다.
박: 현재 당헌당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경선하게 돼 있어서, 당 대표에서 떨어지면 소외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함께 선출하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하자고 제안했다. 1등이 당 대표를 맡고 뒤 이은 이들이 최고위원을 하면 당내 주류와 비주류가 없어지고 소통도 원활해지리라 본다.
거기에 민주당의 취약지역인 강원, 대전충청, 대구경북, 부산경남, 제주 등에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해 지역과 소통하면 지역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
또한 원내대책회의와 고위정책회의에도 당과 지도부에 건의할 내용이 있는 의원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해 의사를 밝히도록 했다. 이렇게 자유로운 토론문화가 정착되면 화합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

- 원내대표를 맡은 직후 6·2 지방선거를 치르게 됐다. 원내대표라서 지방선거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지는 않지만,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와 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 지방선거에 임하는 각오를 듣고 싶다.
▲ 김: 야당은 이번 선거를 정권심판론으로 몰아가려하고 있는데, 실제로 심판받아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우리가 국민들께 당당하고 정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야당은 집권 10년 동안 우리 경제·안보·외교 전반을 어렵게 만들었던 무능 세력이었지만, 우리 한나라당 이명박 정권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경제회복을 이뤄냈고,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드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중간 선거는 집권당이 불리한 선거이다. 국민들은 항상 오만함을 견제하고 더욱 잘하라고 채찍질 하고 싶은 부모와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
때문에, 겸허한 마음으로 부족한 부분은 고치고 더욱 더 열심히 하겠다고 국민들께 진심을 담아 호소해 보겠다.
▲ 박: 이번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 2년 반에 대한 중간평가이다. 민심은 이미 이명박 정부를 떠났다. 특히 지방에서는 한나라당이 독점해 온 부패한 지방권력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한명숙, 경기 김진표, 인천 송영길의 트리오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여기에 강원 이광재, 충북 이시종, 충남 안희정, 부산 김정길 등 민주당 후보들이 전국에서 바람을 일으켜 준다면 민주당이 전국적으로도 꼭 승리하리라고 확신한다.
민주당은 중앙선대위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선거체제로 전환했다. 나도 원내대표로서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 현 정국 최대 현안으로 천안함 사태를 빼 놓을 수 없다. 천안함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 김: 천안함의 46용사, 故 한주호 준위, 금양호 선원들의 희생, 그리고 평생 그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갈 유가족들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천안함 사건은 대한민국 온 국민의 슬픔이자 비극이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안보태세를 더욱 확고히 점검하고 정비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박: 천안함 사태의 핵심은 ‘사고의 원인’이다. 사고 원인만 밝혀지면 모든 것이 확실해진다.
정부와 군은 사고발생 순간부터 지금까지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필요한 내용만 이렇다 저렇다 언론에 흘리면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까지 거들고 있다. 더욱이 중국과의 외교분쟁은 한심하다 못해 분노가 일어날 정도이다.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천안함 사고원인을 과학적으로 밝혀내면 다른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 천안함 사태와 관련, ‘북한 배후설’이 나오고 있다. 만약 천안함 침몰 사고의 배후로 북한이 확실해진다면 정부와 정치권이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보나.
▲ 김: 현재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이 침몰 원인에 대해 다각도의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국회에서도 천안함 특위를 가동하고 있어 우선적으로는 결과를 기다려 봐야겠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군이 단호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휴전 이후 김신조 사건, 도끼만행사건, 강릉무장공비침투사건, 연평해전, 대청해전 등 많은 사건들이 모두 북에 의해 벌어졌으며, 앞으로도 내부결속을 위해 얼마든 이런 사건을 벌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난 10년간 국방백서에서 사라졌던 ‘주적’ 개념부터 확고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박: 천안함 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군과 한나라당, 일부 언론에서는 끊임없이 북한 배후설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아직도 정확한 사고원인을 모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배후설을 기정사실화해서 말하는 것은 또 다른 혼란만 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못하다.
지금은 천안함 침몰 원인이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 급선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 <일요시사>가 창간 14주년을 맞았다. 본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김: 화제와 특종에 강한 신문 일요시사의 창간 14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소통과 화합을 위해 계속해서 정진하고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
▲ 박: 일요시사의 창간 14주년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축하드린다. 언론은 사회의 공기이고,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일요시사가 바로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첨병의 역할을 해 주시길 기원한다.


김무성은 누구?

▲1951년 부산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최고위 정책과정
▲부경대학교 명예정치학 박사
▲동해제강(주) 전무이사, 삼동산업(주) 대표이사
▲통일민주당 총무국장, 국회행정실장, 기조실차장
▲민자당 의사국장, 의원국장
▲제14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행정실장
▲대통령 민정비서관
▲대통령 사정비서관
▲내무부 차관
▲한양대학교 총동창회 회장 직무대행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회장
▲중동고 개교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
▲한·중의원외교협의회장
▲제15·16·17·18대 국회의원
▲제17대 박근혜 경선후보 조직총괄본부장
▲한나라당 원내대표(현)

박지원은 누구?
▲1942년 전남 진도
▲단국대 상학과
▲목포대학교 명예법학박사 학위
▲조선대학교 명예경제학박사 학위
▲동서양행 뉴욕지사 지사장
▲데일리팻숀스(주) 대표이사
▲미국 뉴욕한인회 회장
▲한국인권문제연구소 이사장
▲제14대 국회의원
▲민주당 수석부대변인, 대변인
▲문화관광부 장관
▲국민회의 대변인, 기획조정실장, 총재특별보좌역
▲대통령비서실 공보수석비서관
▲문화관광부 장관
▲문화관광부 한국문화산업진흥위원회 위원장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 정책특보
▲대통령비서실 실장
▲김대중평화센터 비서실장
▲18대 국회의원
▲민주당 정책위의장
▲민주당 원내대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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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 중독?’ 김건희 조언 그룹 대해부

‘무속 중독?’ 김건희 조언 그룹 대해부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여사의 ‘무속 중독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김 여사에게 공적 사안마다 조언해 주는 무속 인물 7~8명이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건진법사, 천공 등이 아닌 명리학자 류모씨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분위기다. 윤석열 캠프 출신 여권 인사들도 김 여사의 무속 중독 논란과 관련해 여러 차례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언했으나 컨트롤되지 않았다고 한다. 개인이 사주를 보거나 점을 보는 건 욕먹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부인이 공적 사안에 대해 무속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대통령실과 윤석열 캠프 출신 복수의 여권 인사들은 과거 김건희 여사의 무속 중독 논란에 대해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지금은 다르다. 터질 게 터졌다며 한숨부터 나오고 있다. 위기 상황 의지 지속 서울 강남구 광평로 한 빌딩서 H 학술원을 운영하는 류모 원장은 대구·경북 지역서 활동해 왔다. 대중 강연과 지역 일간지 기고, 언론사와 보수 유튜버 등에도 출연해 정치인들의 사주풀이 등으로 활발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 안철수 대선후보 사퇴’ 등을 예측해 정치권에서는 나름 알려진 인물이다. 류 원장에게 먼저 연락을 취한 건 김 여사다. 류 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주를 예측하면서 본인의 자택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로 초대하게 된 것이다. 류 원장은 김 여사와 5번 이상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은 김 여사가 류 원장에게 자동으로 삭제되는 타이머가 설정된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질문하면 이에 답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류 원장은 지난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빚던 갈등에 대해 김 여사에게 “천운이 좋으니까 살아난다”고 답했고,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직후에 대선에 출마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당연히 나가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 여사가 이준석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하길래 ‘하극상을 벌일 사람’이지만 슬슬 달래서 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고 주장했다. 류 원장은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는 “지난해 12월에는 김 여사가 ‘저 감옥 가나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은둔하면 된다. 당신도 많이 깨달아야 한다. 제발 좀 나서지 마라. 위기인 것은 분명하나 아직 기운이 좋아 (감옥에)가지는 않는다고 충고했다”고 했다. 윤 당선 예측하자 아크로비스타로 류 초대 정치적 위기마다 5번 텔레그램 상담 진행 당시 김 여사에게는 악재가 잇따라 터졌다. 지난해 11월27일 <서울의소리> 보도를 통해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에게 명품백을 받는 영상이 공개됐고, 보름 뒤인 12월14일에는 <뉴스타파>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 김 여사가 직접 증권사 직원과 통화해 주문하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류 원장의 조언이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실제로 김 여사는 이후 153일 동안 공식 활동을 자제했다. 류 원장은 “나 말고도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분야별로 7~8명 더 있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캠프 출신 한 여권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일반 사람들이 강남이나 종로서 사주나 전생운을 보듯이 김 여사도 가볍게 보는 거라고 여겨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줄 알았다. 3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며 “터질 게 터지고 있는 셈이다. 윤 대통령이 결정해야 할 일을 김 여사가 개입해 ‘누구한테 들었는데 그건 이렇게 해야 한다더라’라고 말하는 과정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대통령실 직원 이력서를 김 여사가 본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이력서를 봤다면 조처해야 하는 문제고 무당을 통해 그 이력서의 인물이 어떤지 평가한다는 풍문까지 있다”며 “영부인이 설마 인사에 개입했겠느냐며 넘겼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합리적 의심이 가시질 않는다”고 말했다. 류 원장 이전 무속 논란의 진앙지는 건진법사 전모씨라고 할 수 있다. 전씨는 윤석열 캠프 네트워크본부 고문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인물이다. 전씨의 딸은 지난 2013년부터 코바나컨텐츠 행사를 담당했고 2년 뒤 한 화장품회사의 대표를 역임했다. 중국 진출을 염두에 뒀던 이 회사는 한한령과 코로나19 등 상황 악화로 2017년을 전후로 사업을 철수했다. 미국유학생 출신인 전씨의 처남 김모씨는 네트워크본부 활동을 장악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본인과 가족이 함께 대선 캠프서 일한다는 것은 캠프 내 실세의 지시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무속의 진앙지 전씨의 무속 활동에는 산 채로 소가죽을 찢는 행사로 물의를 빚은 지난 2018년 수륙대제 및 국태민안 대동굿 등불교 축제가 있다. 이 행사에 대한 항의 게시물을 보면 대한불교종정협의회, 한국불교일광조계종과 함께 연민복지재단과 전씨의 딸이 대표로 있는 화장품 회사가 공동으로 행사를 주최했다. 전씨 외에도 김모 교수와 대통령실에 들어간 지인 자녀·친인척들이 차례차례 논란이 됐다. 황 회장 아들 황모씨(시민사회수석실 5급 행정관)에 이어 같은 지역 전기공사업자 우모씨의 아들(시민사회수석실 9급 행정요원, 현재 퇴사) 문제가 불거졌다. 여기에 윤 대통령 외가 쪽 6촌의 대통령실 근무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윤 대통령 외가 6촌으로 삼성 출신인 최모씨는 선대위 회계팀장을 지냈고 대통령 부속실 선임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씨의 제자로 지난 대선 당시 코바나컨텐츠에 상주하다 ‘김건희 목덜미 영상’으로 알려진 역술인 심모 박사는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가 폭로한 ‘김건희 녹취록’서 등장한다. 그는 이 기자와의 연락서 자신이 황씨라고 주장했다. 전씨는 대선 전 불거진 네트워크본부 논란으로 인해 축출됐다. 전씨는 서울 용산구의 한 모처서 지난 2022년 6월까지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들과 자주 소통해 왔으나 이후 강남서 늦은 저녁에만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 중 이른바 ‘MB 라인’으로 분류되는 정치권 관계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낙원동 쪽에 MB 청와대 인사들이 사무실을 차렸다. 인수위 네트워크 본부 출신 40여명이 들어가 있을 때부터 알려진 얘기”라며 “김 여사와 연락이 끊기면서 ‘MB 라인’ 인사들과만 소통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류 원장 외에도… 김 여사와 전씨의 사이가 틀어진 이유는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의 읍소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YS계로 알려진 N씨가 전씨와 같이 활동하면서 이권과 인사청탁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소위 ‘지라시’로 돈 데 이어 정치권에서는 전씨와 N씨의 불화설까지 들렸다. 윤석열 캠프 출신 한 인사는 “서울 한 건설사에서 마련한 땅 임대료를 두고 둘이 싸웠다. 특히 지방선거 시즌 강남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인사가 두 사람을 믿고 경쟁하다가 제3자가 공천을 받았다는 뒷말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전씨의 영향력이 가라앉자 ‘MB계’ 국민의힘 중진들이 N씨에게 줄을 섰다는 얘기는 2년 전에 언급됐다. 특히 그가 특정 지역 인맥을 활용해 경찰 인사에 개입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른바 ‘왕따’가 된 전씨는 지난해까지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이용해 세무조사나 인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처럼 행세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전씨로부터 청탁을 받았단 고위 공직자의 이름까지 떠돌았다. 전씨가 고위 공무원을 상대로 한 중견기업 세무조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구체적인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윤석열 캠프 출신 여권 인사들은 전씨 외에도 김 여사에게 조언하는 무속인이 더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굿당의 당주이자 70대 할머니인 A씨가 그 주인공이다. 김 여사는 A씨로부터 자신과 어머니이자 윤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가 구속 위기에 있을 때 여러 차례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A씨는 약 10년 전부터 김 여사와 알고 지냈다. 소위 ‘무정 스님’으로 알려진 심모씨와도 밀접한 관계가 형성된 인물이다. 심씨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결혼을 주선한 장본인이며 윤 대통령에게 ‘검사’ 직업까지 지정해준 멘토였다. 원주 굿당 당주 ‘영빨’로 김 측근 관리? 측근 주장 대부분 이권 개입·청탁 의혹 연루 심씨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건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의 개인 일정표가 공개되면서다. 지난 2011년 8월 등이 포함된 일정표에 심씨는 ‘무정 스님’이란 호칭으로 여러 차례 등장했다.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는 “2년 전 캠프서 전씨 말고도 김 여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이권을 차지하려던 인물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때 A씨가 김 여사에게 ‘걔는 영빨이 부족해서 안 된다’며 여러 차례 물갈이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인사도 “어머니인 최씨가 2021년 7월에 구속되기 전 김 여사가 명태균씨를 비롯한 A씨로부터 조언을 여러 번 구했다. 어떻게 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등 상당히 많이 의지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명씨가 최근까지 김 여사와 소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위 ‘영빨’로 김 여사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명씨의 지인은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녹취서 “지금 당선인(윤 대통령)이 아예, 진짜, 완전히 광화문 그쪽으로 (이전)할 모양인가 보네”라고 물었고 명씨는 “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김건희 여사에게)거기 가면 뒈진다 했는데, 본인 같으면 뒈진다 하면 가나”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청와대 이전을 위한 대통령 집무실 후보로 광화문 정부청사를 거론한 바 있는데, 명씨 본인이 김 여사에게 대통령 집무실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조언했다는 주장이다. 명씨는 지인과의 대화서 김 여사에게 ‘무속적인 조언’을 했다고 밝히기도 한다. 명씨는 “내가(김 여사에게) 뭐라 했는지 알아요”라며 “본인이 영부인 사주가 들어앉았고, 그 밑에 대통령 사주가 안 들어왔는데”라고 했다. 명씨는 “내가 3월9일이라서 당선된다고 그랬다. 꽃 피기 전에는 윤석열이가 당선이(되고), 피면 이재명이를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감으로 승부수? 명씨는 또 “내가 이랬잖아. 그 청와대 뒷산에, 백악산(북악산)은 좌로 대가리가 꺾여있고, 북한산은 오른쪽으로 꺾여있다니까”라며 청와대 기운이 좋지 않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해당 대화서 명씨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광화문 사무실 15층서 청와대를 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