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메이저리그 가는 김광현

“현진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SK와이번스 좌완 투수 김광현을 두고 말이 많다.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 도입 이후 세 번 째로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하게 된 그는 기대보다 낮은 포스팅 금액에도 불구하고 미국행을 결정했다. 곧 연봉협상을 마친 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서 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저평가의 굴욕을 피하지 못한 건 분명해 보인다. ‘돈 보다 꿈’을 외쳤지만 야구계 안팎의 평가는 냉랭하다.

 
올해 프로야구 오픈시즌에 MLB 진출을 노리던 SK와이번스 좌완 투수 김광현이 구단의 승인을 얻어 본격적인 협상에 나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부터 200만달러(약 22억원)의 응찰액을 받아냈다. 김광현은 시즌 시작 전부터 메이저리그 진출을 원한다고 밝혔다. 스카우트들을 몰고다닌 그는 시즌이 끝나자마자 포스팅시스템을 신청하며 발빠르게 움직였다. 

쩐이냐 꿈이냐
아메리카 드림
 
그러나 200만달러의 응찰액은 김광현이나 구단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선수의 강력한 의사를 무시할 수 없었던 SK 구단은 포스팅시스템 수용을 결정했지만 결과적으로 일종의 ‘가이드라인’처럼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의 도전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어느 팀이라도 김광현보다 낮은 수준의 응찰액을 제시받고 심각한 전력 누출을 감수하며 에이스를 내보내기는 어려웠다.
 
앞서 지난 10월29일 SK는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 시즌 김광현의 미국 무대 진출을 선언했다. SK는 프로 데뷔 후 7년간 팀을 위해 헌신한 김광현을 국위선양을 위한 대승적인 차원에서 MLB리그 진출을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김광현에 대해 긍정적 기류는 일찍이 감돌았다. 김광현을 선발로 보는 팀들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포스팅시스템 절차가 마지막 카운트를 기다렸다. 지난달 6일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MLB 사무국이 김광현에 대한 포스팅시스템 공시를 했다고 확인했다. MLB 사무국은 김광현에게 관심이 있는 구단 중 최고액을 써낸 팀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통보하고, 현 소속팀인 SK에 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포스팅 금액과 상관없이 일단 도전
‘돈보다 꿈’ 샌디에이고와 본격 협상
 
결과가 나오기 전 김광현은 공식기자회견에서 “돈 문제는 아니다. 꿈을 향한 도전”이라고 밝혔다. 실제 김광현은 연봉이나 보직에는 연연하지 않을 것임을 지속적으로 밝혀온 바 있다. 이에 구단 관계자들은 “포스팅시스템 금액만 잘 나오면 예상보다 연봉협상이 일찍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었다. 당시 김광현은 야디어 몰리나(세인트루이스)의 에이전트이기도 한 멜빈 로만을 협상 대리인으로 선임해 구체적인 사전 준비를 하기도 했다.
 
소속팀 SK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이왕이면 김광현이 좋은 대우를 받고 나가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1000만달러 이상이면 더할 나위가 없다는 게 SK의 판단이었다. 그 아래의 금액이라고 해도 헐값이 아닌 이상 웬만하면 해외진출을 승인한다는 계획이었다. 현지 언론에서 김광현의 이름이 꾸준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점 또한 긍정적인 신호로 봤다.  좌완이라는 장점, 그리고 아직은 어린 나이, 향후 성장 가능성 등 김광현의 가치를 높게 끌어올려줄 것으로 기대했다.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2012년 말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로부터 받은 2573만7737달러33센트의 역대 최고액까지는 받지 못하더라도 500만달러 이상의 수준이 될 것으로 양측은 기대했다. 이 때문에 SK와 김광현은 의견을 주고받으며 고심을 거듭했다.

포스팅시스템

세 번째 MLB행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지난달 12일 SK는 시간을 끌지 않고 신속히 김광현의 포스팅시스템 최종 응찰액이 200만달러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스포츠매체 <폭스스포츠>의 명칼럼니스트인 켄 로젠덜에 따르면 김광현의 포스팅시스템에 나선 구단 중 샌디에고 파드레스가 200만달러(약 22억원)로 최고액을 써냈다.
 
당초 1000만달러까지 내다봤던 SK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금액이었지만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사실상 확정됐다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SK에 전달된 금액은 포스팅시스템에 응한 역대 한국선수가 받아든 응찰액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액수지만, SK와 김광현 측에서 기대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의미가 없다고만 볼 수는 없다. 김광현의 계약이 성사되면 2009년 최향남(101달러·롯데 자이언츠→세인트루이스)과 류현진에 이어 세 번째로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한국 프로야구에서 미국 프로야구로 직행하는 선수로 기록된다. 아울러 김광현은 류현진에 이어 두 번째로 100만달러 이상의 포스팅시스템 금액을 받아낸 선수가 됐다.
 
김광현은 구단을 통해 “결과를 수용해주신 구단과 김용희 감독님을 비롯한 SK 와이번스 선수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어렸을 때 꿈꾸던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기회를 잘 살려 실력으로 검증할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 신인 같은 마음으로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숱하게 한국을 찾아간 미국 대부분의 스카우트들이 김광현을 구원투수 요원 급으로 분류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90마일 초반대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투-피치’만으로는 그 구위가 제아무리 뛰어나도 미국에서 버텨내기 힘들다는 판단이 자연스럽게 섰던 거 아니냐는 것이다. 힘과 세기를 겸비한 미국 야구에서 투-피치로 플레이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포스팅시스템 금액 200만달러는 김광현을 확실한 선발요원으로 결론 내렸다면 결코 나오기 힘든 숫자였다. 그런데 조금 애매한 것은 구원투수라는 전제하에 따지고 보면 200만달러가 아주 박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 그동안의 한·일 프로야구 포스팅 역사나 미국에서 형성되는 전체적인 구원투수 몸값을 놓고 볼 때 포스팅시스템 후 연봉계약까지 2~3년 총액이 최대 1000만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낮은 대우…헐값 논란
마이너 전전할라…야구계 우려
 
일례로 지난달 12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막을 올린 ‘메이저리그 단장회의’를 현장에서 직접 취재하고 있는 미국 지상파 ‘CBS 스포츠’의 칼럼니스트 존 헤이먼이 익명의 단장을 인용해 그 단장이 직접 예상해 내놓은 매년 ‘적중확률 50% 이상’을 자랑하는 올겨울 자유계약선수(FA) ‘톱50’의 계약을 살펴보면 구원투수 중 1위(전체 12위)에 오른 데이비드 로벗슨(양키스)의 몸값이 3년 4500만달러로 나타났다. 로벗슨은 올 FA시장에서 눈여겨볼 유일한 마무리투수라는 데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셋업맨 이하 구원투수로는 전체 18위에 오른 앤드루 밀러가 3년 2200만달러 선이다. 2014시즌 보스턴 레드삭스와 볼티모어를 오간 좌완 강속구투수(평균구속 93.9마일) 밀러의 시즌 평균자책점(ERA)은 2.02다. 무려 73경기를 뛰면서 62.1이닝 동안 솎아낸 탈삼진 수만 103개에 이른다.
 
랭킹이 내려갈수록 몸값은 점점 곤두박질친다. 랭킹 31위인 루키 그레거슨(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이 1년 500만달러, 한때 최강의 클로저 중 하나였던 32위 라파엘 소리아노(워싱턴 내셔널스)가 1년 800만달러로 예측됐다. 올해 올스타에 선정됐던 팻 니쉑(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조차 1년 400만달러인 점을 볼 때 김광현의 몸값 총액 예상치는 나쁜 수준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대 반 걱정 반
한국야구 위상?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꿈을 향해 도전하라고 권하기에는 뭔가 석연치않다. 미국 스카우트들은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겠지만 한국프로야구는 어느 정도 내상을 입었다.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투수가 다소 굴욕적인 조건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실은 ‘나쁜 선례’를 걱정하는 것이다. 한국선수 ‘후려치기’ 러시가 들어올 소지가 다분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포스팅을 받아들인 샌디에고가 취할 연봉협상 태도도 장담하지 못한다. 이미 샌디에고 유력 일간지인 <유니온-트리뷴>에서는 “김광현에게 제시한 200만달러조차 상상 지출이나 다름없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의 찔러보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이것이 MLB의 생리다. 쓸만한 선수라고 판단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마이너리그 거부 옵션을 껴서라도 선수를 데려온다. 하지만 이게 아니라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걱정해야할 우려가 적지 않다.
 
 
김광현에게 던져진 200만달러의 조건은 추후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제대로 된 연봉이나 받으면 다행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타 선수를 위한 옵션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MLB에서 고생만 하다 시간을 허비하고 다시 국내로 들어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좋은 조건으로 MLB에 입성했다가 마이너리그를 돌았던 이가와 게이(오릭스 버펄로스)의 사례를 기억해할 것으로 보인다.
 
일로노이주 시카고의 유력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의 자회사인 <시카고 나우>는 “KBO의 스타 김광현이 좋은 시즌을 보낸 뒤 포스팅 될 예정”이라며 “그는 올 시즌 리그 탈삼진과 평균자책점(ERA)부문에서 ‘톱5에 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김광현에게는 몇 가지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면서 “첫째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부상으로 고생한 전력이 있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성적이 별로 좋지 못했다”지적했다.
 

이어 “그가 가진 스터프로 볼 때 90마일 초반대 패스트볼과 두 번째 주무기 등이 모두 평균 수준으로 분석되고 때때로 컨트롤(투쿠제어)과 커맨드(경기운영)로 고전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김광현의 종합 프로필은 구원투수 아니면 빅리그에서 선발 로테이션의 마지막을 책임질 어깨 정도로 평가된다”면서 “이 수준이라면 컵스 자체 마이너리그 내에서도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비슷한 옵션(선택사항)이 많아 컵스는 포스팅 비용으로 거액을 쏟아 붓지 않는 선에서 김광현에 관심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결론지은 바 있다.
 
한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는 “김광현은 빅리그 스터프를 지녔다. 명백하게 슬라이더는 메이저리그 레벨이다. 타고난 재능이 뛰어나다”며 “만약 김광현이 시작 단계의 21살 유망주였다면 아시아에서 최고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어찌됐든 김광현은 MLB행을 선택했다. 그가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으로 선발투수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줘야할 것으로 보인다. 샌디에고와 김광현 측은 내달 안에 연봉 협상에 들어간다.

저평가 논란
MLB 딜레마
 
2007년 김광현과 나란히 데뷔한 양현종은 구단의 만류로 국내에 남게됐다. 김광현 보다 약 50만달러 적은 금액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각자 소속 구단이 한국시리즈 정상을 제패하던 시절 새로운 에이스로 주목받으며 우승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선택은 달랐다. KIA타이거즈는 양현종에 대한 포스팅 응찰액을 수용하지 않았다. 굳이 자존심을 구겨가며 열악한 연봉으로 고생할 필요가 있겠냐는 지적이 나왔던 것이다.
 
현재 한국야구는 일본과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다. 1995년 노모 히데오가 메이저리그의 관문을 열고빅리그행 열풍을 일으킨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당시 일본 선수들은 가만히 있으면 몇십억엔을 손에 쥘 수 있는 선수들이 100만달러에도 못미치는 헐값에 미국행을 결정했다. ‘돈보다 꿈’이라는 외침 뒤에는 풍족한 일본 야구시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가짐이 주효했다. 일본 선수가 현역으로 7∼9년 뛸 경우 남부럽지 않은 돈을 모으게 된다. 돈 걱정 없고, 설사 실패한다 해도 얼마든지 그 이상의 돈을 벌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깔려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일본야구 스타들은 포스팅시스템 또는 FA자격으로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러한 일본 선수들의 움직임에 빅리그 구단들은 일본 야구시장을 ‘전략적 확보의 장’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한국야구는 박찬호 이후 불었던 국내 아마추어 유망주들의 빅리그행 러시는 한풀 꺾였다. 사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그 방법이 달라졌다. 일단 프로리그에 뛰어든 뒤 국내 무대의 성과를 바탕으로 해외에 진출하려는 새로운 트렌드가 만들어졌다. 메이저리그 진출 방식에 대한 입장은 저마다 다르지만, FA광풍과 메이저리그행 이적료 사이에는 무시하지 못할 상관관계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hlee@ilyosisa.co.kr>
 

[김광현은?]
 
▲서울 출생
▲안산공고 졸업
▲건국대 체육교육과 학사
▲제6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
▲제22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
▲경기도 안산시 스포츠 홍보대사
▲제29회 베이징 올림픽 야구 국가대표
▲프로야구 올스타전 동군 대표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
▲제17회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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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