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스토리> 강북 초등생 의문의 죽음 전말

12세 아이가 골목서 스스로 목숨을?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서울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학생의 목에는 가느다란 인터넷 케이블선이, 발에는 낯선 신발이 신겨져 있었다. 경찰은 부검을 진행한 결과를 토대로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타살로 의심되는 단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뭔가 석연치 않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강북구 주택가 골목에서 초등학생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 7일 서울 강북경찰서는 6일 오전 8시20분께 서울 강북구 번동의 한 골목길에서 A(12)군이 인터넷 케이블선으로 목을 맨 채 숨져 있는 것을 A군의 아버지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5일 오후 보습학원을 나와 태권도학원으로 이동하는 사이에 소식이 끊겼다. A군의 가족들은 같은 날 오후 10시께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했지만 A군을 찾지 못했다.

목에 케이블선
 
다음날 A군의 아버지가 직접 A군을 찾으러 나섰다 숨진 아들을 발견했다. A군이 발견된 장소는 두 학원 사이의 한 골목길로 학교에서 100m, 집에서 500m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골목길 담벼락에는 A군의 자전거가 놓여 있었다. A군은 발견 당시 자신의 새 운동화가 아닌 인근 동네주민의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경찰은 동네주민이 신지 않는 운동화를 대문 위에 올려놓은 것을 A군이 신고 자신의 운동화는 벗어놓은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A군이 또래보다 체격이 크기 때문에 학교 폭력에 시달리지 않았고, 누군가 고의적으로 목을 매게 하려면 최소한의 저항 흔적이 있어야 한다”며 “타살로 볼 수 있는 정황이 없어 A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A군이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은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는 “부모를 졸라 1주일 전 새 농구화를 산 A군이 새 신발을 아낀 나머지 벗어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군은 평소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반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평범한 학생으로 알려졌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상담 내용도 없고 교우 문제도 원만했다.
 
A군의 자택에서는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A군의 일기장에도 특별한 내용은 언급돼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사인을 밝히기 위해 CCTV 확보에 주력한 결과 전날 행적도 상당 부분 밝혀졌다. A군은 5일 오후 5시40분께 학원을 마친 후 근처 편의점에서 친구와 삼각김밥을 나눠 먹었다. 오후 6시께 자전거로 이동해 6시8분께 시신이 발견된 장소에서 200m 떨어진 골목의 CCTV에 마지막으로 포착됐다. 
 
경찰은 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와 수사 내용을 근거로 숨진 A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부검 결과 시신에서 타살을 의심할 만한 징후가 나오지 않았고, 주변 CCTV 영상 분석에서도 A군이 시신 발견 장소까지 혼자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국과수의 최종 부검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번 사건을 자살로 결론짓고 종결할 계획이다. 경찰은 부검 결과를 토대로 A군이 사망하기 2시간 전쯤 음식을 먹은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지만 국과수는 사망 후에도 음식물 소화가 진행되고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변수가 많아 정확한 추정은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주택가서 6학년 학생 숨진 채 발견
자살 결론…끊이지 않는 타살 의혹
 
지난 10일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강북구 초등학생 사망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표 소장은 “현재 나온 증거 정황만으로 본다면 다른 추가 증거나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 한 자살로 처리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우선 국과수 부검 결과에서는 전혀 타인의 힘이 작용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폭행 흔적, 본인의 저항 흔적이 전혀 없었다. 골목길 CCTV에도 어린이 혼자 걸어가는 모습만 촬영됐다”고 말했다. 표 소장은 강북구 초등학생 사망사건의 원인을 분석하며 사회적 아동학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표 소장은 “강한 충격이 아니더라도 작은 괴로움과 불만족, 작은 우울감 등이 생활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표 소장은 “OECD국가 중에 우리 대한민국 아동들의 만족도, 행복도가 꼴지였다”면서 “학교 폭력, 인터넷 중독, 부모의 방임 그리고 사이버 폭력, 이런 부분들의 적어도 하나 이상이 아무래도 이 어린이를 괴롭히지 않았을까. 거기다가 관련된 조사에서, 12세 이상 아동 중에서 3.6%는 지난 1년간 심각하게 스스로 목숨 끊는 것을 생각해본 일이 있다. 그러면 강북구 어린이도 3.6% 중 한 명인데 다른 학생들은, 어린이들은 그런 생각을 했다가도 뭐 다른 요인들 때문에 그만 뒀겠지만, 이 어린이는 실제로 했다, 이렇게 볼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표 소장은 “결코 이 어린이의 주변에 계신 부모님이나 지인들이 죄책감,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며 “우리 사회가 잘못되어있다, 이건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아동의 삶의 만족도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고, 아동결핍지수는 가장 높다. 지난 4일 보건복지부는 18세 미만 아동을 양육하는 4007가구를 대상으로 ‘2013 한국 아동종합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아동 삶의 만족도는 전체아동의 경우 100점 만점에서 61.5점, OECD 비교기준으로 측정한 점수는 60.3점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였다. 학업 스트레스, 학교폭력, 인터넷 중독, 방임, 사이버 폭력 등이 삶의 만족도를 낮추는데 영향을 미쳤다.
 
아동결핍지수도 53.3%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아동결핍지수는 아동의 성장과정에서 주요하게 고려돼야 할 소유상태, 서비스 및 각종 기회 충족여부를 14항목으로 구분해 측정한 지표로 유니세프에서 개발했다.

발엔 낯선 신발
 
항목별로는 음악, 스포츠, 동아리 활동 등 정기적 취미활동을 하지 않는 아동이 52.8%로 결핍률이 가장 높았으며, 자전거 등 야외활동 미보유 26.1%, 생일잔치·가족행사 등 이벤트 불참 22.4%, 친구초대 기회 없음 21.1%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결핍률을 보였다. 소득별로는 빈곤가구 아동의 아동결핍지수가 85% 이상, 가구형태별로는 한부모 및 조손가구의 결핍지수가 75.9%로 높게 나타났다.
 
아동의 자살 행동에 대한 조사에서는 9∼17세 아동의 3.6%가 최근 1년간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중 25.9%가 실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응답이 나오는 사회적 원인을 분석함과 동시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3일에 1명’ 미성년자 자살 현황
 
최근 약 5년간 전국 16개 시도 초·중·고 학생 63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3일에 1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달 8일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10년∼2014년 9월) 전국 16개 시도 초·중·고 학생 자살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파악됐다.
 

배 의원실에 따르면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은 ▲가정문제(35%) ▲우울증(17%) ▲성적+진로(12%) ▲이성문제(6%) ▲원인불명(20%) 등의 순이었다. 일부 지역은 학교폭력, 교우관계문제, 질병, 충동·모방 자살자 등도 있었다. 목숨을 끊은 630명 가운데 고등학생이 409명(65%), 중학생이 204명(32%), 초등학생이 17명(3%)였다.
 
배 의원은 “3일에 1명 꼴로 학생들이 생명을 잃지만 학교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며 “교육부는 일선 학교에서 생명존중·자살예방 교육 등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자살예방교육만 실시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평소 정신건강을 살피고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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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